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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탁번] 밤
"[오탁번] 밤" 내용보기
<미래엔 컬쳐 그룹 (윤여탁 외)>중학교 1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에 실린 시입니다.   ------------------------------   밤    오탁번    할아버지 산소 가는 길 밤나무 밑에는 알밤도 송이밤도 소도록이 떨어져 있다   밤송이를 까면 밤 하나하나에도 다 앉음앉음이 있어 쭉정밤 회오리밤 쌍동밤 생애의 모습 저마다 또렷하다   한가위 보름달을 손전등
"[오탁번] 밤" 내용보기

<미래엔 컬쳐 그룹 (윤여탁 외)>중학교 1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에 실린 시입니다.

 

------------------------------

 

   

오탁번 

 

할아버지 산소 가는 길

밤나무 밑에는

알밤도 송이밤도

소도록이 떨어져 있다

 

밤송이를 까면

밤 하나하나에도

다 앉음앉음이 있어

쭉정밤 회오리밤 쌍동밤

생애의 모습 저마다 또렷하다

 

한가위 보름달을

손전등 삼아

하느님도

내 생애의 껍찔을 까고 있다

 

* 소도록이 : 수량이 제법 많아서 소복하게

 

------------------------------

 

 * 목연 생각 : 오탁번 시인은 내가 사는 원주에서 학창 생활을 보냈습니다.  

즉 시간은 다르지만 공간을 함께 한 인연이 있는 셈이지요.

 

밤을 따 본 경험이 있는지요?

우리집에는 밤나무가 없었지만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나는 밤서리를 몇 차례 해 보았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가을이 되면 

주말에 한두 번 정도는 친구들 서너 명과 함께 뒷풍암리로 갔지요.

 

각자 팔매를 두세 개 준비한 뒤  

인가에서 떨어진 밤나무 밑에 가서 밤을 줍기도 하고,

밤송이를 향해 팔매를 던져서 따기도 했습니다.

인가에서 떨어졌다고는 해도

밤나무에는 모두 주인이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도둑질이나 마찬가지였지요.

 

하지만 그 때는 인심이 풍성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주인이 본다고 해도 줍는 것은 무엇이라고 하지 않았고,

가지가 부러진다며 팔매질만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물론 우리는 주인이 없는 듯하면 팔매질을 했고요.

지나가는 동네 어른이 본다고 해도

가볍게 꾸중을 하거나

한 나무에서 너무 많이 따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정도였습니다.

 

우리는 각자 주운 밤과 밤송이를 가지고

밤송이를 까서 한 곳에 모았습니다.

그렇게 한나절만 줍거나 따면 

각자 한두 되 정도씩 분배가 되었지요.

 

그 때 밤송이를 까면서 느낀 것은

겉만 보고는 안을 짐작하기 힘들었다는 것입니다.

어떤 밤송이는 겉으로는 탐스러운데도 안은 쭉정이거나 여물지 않은 것도 있고,

어떤 밤송이는 이 안에 밤이 있을까 싶은 데도

토실토실한 알밤이 들어 있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3연이 인상에 남네요.

우리가 밤송이를 까면서 안의 열매를 확인했듯이

생애를 마치는 날에는

하느님께서 우리 육신의 껍질을 까고 영혼의 무게를 확인하겠지요.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이 놈아 너는 오래 머물다 왔지만 헛 살았구나.

지옥에서 네 행실대로 응징을 받을 것이다."

"착하다. 길지 않은 생애인데도 정말 의미있게 살았구나.

내 옆에서 천국의 복을 누리려무나."

 

"내 속에 든 삶의 모습은

쭉정밤일까, 회오리밤일까, 쌍동밤일까?"

불현듯 이런 생각을 하면서

새삼스럽게 엄숙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 남의 산에 가서 밤을 따다가는

도둑으로 몰려 혼이 날 수도 있습니다.

예전 인심과는 많이 달라졌으니까요.)

 

* 오탁번(1943~ )  : 시인, 소설가.  충북 제천에서 태어남. 

   원주고와 고려대 영문과 졸업.

196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1969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

시집 <아침의 예언>, <겨울강>, <1미터의 사랑>, <벙어리 장갑>, <손님> 등과 

소설집 <처형의 땅>, <저녁연기> 등을 펴냄. 

 

* 자료 출처 : 2010학년도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배우는

  <미래엔 컬쳐 그룹> 국어교과서에 실려 있으며,

  감상은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y******3 2010.08.14. 신고 공감 1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