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주 듣는 말 중에 이상하게 생각하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헌법의 제 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말이 그것입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은 문제 삼지 않더라도 우리나라가 과연 국민을 주인으로 하며 함께 화합하여 일하는 나라인가 의구심이 들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생각해 보면, 국민을 주인으로 하며 함께 화합하여 일하는 나라가 과연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듭니다. 국가 자체가 이상한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지금의 우리나라는, 이상해도 너무 이상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상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할 정도입니다. 글쓴이가 인식하는 우리나라 역시 이상하지 않은 것이 없는 듯합니다. 저녁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던 식구들이 서로 이야기 한 마디 나누지 않고 텔레비전만 보게 되는 영준이네 집(「아주 이상한 상자」),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교실이 있는 건물에 따라 남관 분관으로 갈라져 서로 다투는 학교(「이상한 학교」), 음력설을 쇠는 윗덧재와 양력설을 쇠는 아랫덧재와 같이 설을 다르게 쇠며 그것을 가지고 싸우는 마을(「이상한 줄다기리」), 그러니까 집, 학교, 마을, 모두가 이상합니다. 이상하지 않은 것이 없는 세상이지만 특히 이상한 것은 말입니다. 텔레비전이 집집마다 안방에 들어앉으면서 모두가 벙어리가 된다든지(「아주 이상한 상자」), 뭐가 그리 바쁜지 사람들마다 뛰어다니며 말할 상대가 없어 가슴앓이 병을 앓는다든지(「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인형」) 하는 것처럼 소통되지 않는 말도 그렇고, 윗덧재와 아랫덧재를 상가현과 하가현이라 부른다든지(「이상한 줄다기리」), 뜻도 모르는 괴상한 이름을 간판으로 쓴다든지(「수희의 수첩」) 하는 것처럼 외국어와 외래어를 맹목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할머니, 영어 글자의 뜻은 기름 은행이란 게 맞지만 은행처럼 기름을 저금하는 곳은 아닙니다. 그러니 이 기름을 가져가십시오” 아저씨가 사정하듯이 할머니에게 기름통을 내밀었습니다. “은행이 맞다면 저금을 받아야제, 저금 안 받는 은행이 있다는 소릴 난 못 들어 봤소.” “할머니가 몰라서 그렇지 외국에는 주유소를 다 이렇게 써놓았답니다.” “뭐라고, 외국? 여기가 외국이란 말이오?”(161쪽) 할머니가 OIL BANK(오일 뱅크)로 찾아가 기름을 저금하려고 하다가 주유소 주인과 옥신각신하는 장면입니다.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주유소 주인은 외국 주유소에서 쓰는 말을 따라 주유소 이름을 지었고 외국을 존중하는 반면 제 나라 할머니를 은연중 무시한다는 것입니다. 할머니가 알고 있는 깨끗한 우리말, ‘기름방’은 알지도 못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깨끗한 우리말을 되찾기 위해서는 할머니 같은 어른들, 그리고 외래어 간판을 조사하는 수희(「수희의 수첩」)같은 아이에게 기대는 수밖에 없는 듯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