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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을 읽다로 알려진 가와카미 히로미의 장편소설. 작가의 이름을 보고 일단 골랐는데, 표지가 꽤 예쁘다. 차분한 팥죽색의 살짝 반짝거리는 표지에 그려진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 자고 있는지 햇갈리는 두명의 소녀가 그려진 표지가 꽤나 예쁘다.
자매는 어느 여름 날 마루에 누워 낮잠을 자고 허리까지 내려오는 언니의 긴 머리는 동생의 다리에 온통 감겨들어 떨어지질 않는다. 그것이 동생의 여름에 대한 기억이다. 늦여름의 끈적끈적한 오후가 생각나는 소설. 아스팔트에 흔들리는 아지랑이처럼 똑바로 앞을 보려고 애쓰지만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은 풍경이다.
등장인물도 다들 어딘가 모자라거나 넘친다. 화자인 주인공 마리에를 비롯해 언니 유리에, 엄마 가나코, 엄마의 두 남편 그리고 애인 치다씨, 마리에의 제자인 여고생 미도리코, 미도리코의 오빠이자 마리에의 연인 고로, 미도리코를 따라다니는 스즈모토 스즈로, 언니 유리에의 연인 오토히코까지.
마리에는 어딘가 우유부단하다. 고로는 어디론가 이유없이 혹은 내킬때마다 이사를 가곤한다. 그 여동생인 미도리코는 이상할 정도로 자신의 오빠를 따른다. 그런 미도리코를 쫓아다니는 스즈모토 스즈로는 거의 스토커 수준이다. 등장인물들의 관계는 잘 맞춰져 있는 것 같으면서 동시에 일그러져 있다. 꼭 볼록하거나 작아지는 마법의 거울 앞에 서 있는 기분이다.
이 책은 가와카미 히로미의 책 중 가장 난해하다.(그래봤자 읽은건 한손으로 다 꼽을 수 있지만) 심지어 뭔가 찝찝한 기분마저 들지만 가끔씩 찝찝한 책이 읽고 싶을 때에는 그만이다. |
| 가와카와 히로미라고 하면 일본소설을 많이 읽은 사람이라면 바로 나카노네 고만물상을 먼저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참으로 담백하면서도 사람 냄새가 나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리 심하게 나지는 않지만. 그런데 이 사랑스러워는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나카노네 고만물상 보다는 뱀을 밟다와 더욱 비슷한 것 같다. 작가에게 나오키상을 안겨준 뱀을 밟다라는 소설을 읽었을 때의 의뭉한 느낌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게 해준 책이다. 실제로 뱀을 밟다를 읽으면서 '이게 무슨 소린가...'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했었다. 기존의 일본 소설들이 간결하고, 담백하며, 깔끔하게 인물에 대해, 상황에 대해 설명한다면 뱀을 밟다는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기름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가지고 읽어내려가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랑스러워는 뱀을 밟다의 분위기를 너무나도 흡사하게 닮았다고 생각한다. 등장인물의 캐릭터 하나하나가 굉장히 강렬하지만 전체적으로 놓고 본다면 두루뭉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인데도 불구하고 작가는 마치 그것이 현실인양 써내려가고 있다. 물론 책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에 익숙해져버린 자신을 볼 수 있지만 다 읽고 난 후에는 조금의 혼란이라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상당히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소설을 '일본소설은 연예 이야기 뿐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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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간색 유리 풍경이 짤랑거리는 소리를 열두 번까지 세었을 때 나는 잠이 들었다. 수를 세는 것은 내 습관으로 길을 걸을 때는 전봇대 수를 세고, 빨래를 갤 때는 접는 횟수를 세고, 영화를 볼 때는 화면에 나타나는 개의 수를 센다. 셀 것이 없어 손이 심심해지면 손가락을 이용해 이진법 계산을 한다.”
무엇이든 세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나 마리에가 잠을 자는 동안 언니 유리에는 자신의 긴 머리로 그녀의 다리를 감아버린다. 결국 두 사람은 그렇게 얽혀버린 머리를 풀지 못해 어머니인 가나코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흑백 사진 속에서 항상 모자를 쓰고 있어 모자씨로 불리우는 그녀들의 아버지는 이미 오래 전에 돌아가셨다.
번역된 책을 보는 것만으로는 알아차리기 쉽지 않지만 설명에 의하면 일본어를 사용함에 있어 아리땁기로 유명하다는 작가의 소설은 마치 몽환적인 (딱 일본풍이어야만 하는) 일러스트들과 함께 본다면 매우 좋을 법하다. 새는 날아다니고 두 소녀는 죽은 듯이 누워 있고 한 소녀의 머리카락이 다른 소녀의 다리에 감겨있는 표지 일러스트의 뉘앙스가 바로 소설의 뉘앙스이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세 모녀는 원숭이를 기르고 춘화를 그리는 일을 하는 두 번째 아버지를 갖게 되지만, 그마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 교통사고로 죽는다. 그렇게 두 명의 아버지를 잃은 소녀 그리고 그들의 엄마는 더 이상 아버지를 두지 않지만, 어느새 엄마의 손을 그리는 치다 씨는 주말마다 그들과 함께 생활하는 사이가 된다.
『 “이런 이름은 다른 사람들도 다 알아요?”
춘화를 그리고 그 체위의 명칭을 묻는 의붓 딸들에게 이런 설명을 할 정도의 쿨한 두 번째 아버지나 사진으로만 남은 첫 번째 아버지도 그렇지만 이제 세 번째로 그녀들의 삶에 스며든 치다 씨도 나쁜 사람은 아니다. (그러고보니 일본 작가들의 소설에는 어지간하면 악한 인물들이 나오지 않는다. 음, 생각해보니 장르 소설을 제외한 다른 현대 소설들에서도 특징적인 악한이 잘 나오지 않는 것도 같다.)
그렇게 마리에와 그녀의 언니 유리에는 성장을 해서 마리에는 여고의 선생님이 되고, 유리에는 대학원에 다닌다. 마리에는 자신의 학생인 미도리코의 오빠 고로와 연애를 시작하고, 유리에는 학교에서 만난 오토히코 씨의 살찐 몸이 너무 좋아서 그와의 동거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등장인물들의 괴상한 관계들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환타지에 가까운 신체 변형이 도를 더해간다.
마리에의 학생인 미도리코는 ‘어쩌다 보니’ 고등학교 시절부터 치다 씨와 관계를 맺고 있고, 섹스를 할 때마다 신체 일부의 뒤틀림 현상이 나타나 이를 계기로 치다 씨로부터 1회에 2만엔씩 돈을 받고 있으며, 이를 지금까지 한 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유리에의 사랑스런 오토히코 씨는 자기 맘대로 휴면 상태에 들어갔다가 (아이를 낳듯이) 자신의 허물을 벗고 또 다른 아이를 만들어낸다. 그 사이 ‘고로의 몸에 식물의 줄기처럼 감겨’들던 마리에는 결국 고로 씨와 헤어지고, 미도리코에게서 ‘숲 속에 있는 철도차량기지의 쇠붙이 냄새’가 난다며 그녀를 ‘운명의 여인’으로 삼던 스즈모토 스즈로도 오셀로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그들 곁을 떠난다.
“... 미도리코에게 있어서 치다 씨와의 섹스는 한밤중 몰래 일어나 읽는 슬픈 소설 같은 것이었다. 읽고 나서 혼자 눈물을 흘리면 너무나 기분이 좋아 그만 둘 수 없다. 그만둘 수 없다는 것이 한심해서 쓸쓸하고 안타까워지지만, 그만둘 수 없는 것이 기쁘기도 하다. 그런 것이었다.”
동성애와 유아성애, 근친상간과 원조교제와 같은 (유령들의 정사를 포함해서) 성적인 코드가 짙게 깔려 있는데도 실제로 소설이 풍기는 분위기는 동화에 가깝다. 등장인물들은 쉽게 혹은 어렵게 연애를 하고, 그러한 연애로부터 상처를 받는 대신 상대방의 상처에 호의를 베푼다. 무심하기 그지없는 자신으로부터, 혹은 상대방으로부터 주눅드는 대신 혼자서도 잘 한다. 그러니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좋아하기로 결정하는 것일 뿐인지도 모른다...” 라고 말할 수도 있다. 또한 그래서 치명적인 관계 혹은 치명적인 사랑이란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우리들이 치명적이라고 이름 붙였거나 그렇게 여기고 싶어 할 따름인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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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연애소설을 읽을 때면 항상 느끼는 것이 '가볍다'라는 것이다. '가볍다'라는 느낌을 받는 이유는 아무래도 일본 연애소설의 '은은함' 때문일 것이다.'은은함'이란,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살며시 다가오는 느낌을 말하는데 일본 연애소설은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은은하게 그려내는 데 그것이 매력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은은하다'라는 말은 '자극적이다'의 반댓말이기도 하다. 연애소설에서의 '자극적이다' 라고 말 할 수 있는 내용은 불륜, 강간, 원조교제, 근친 등 이런 것들이지 않을까. 일본 연애소설은 자극적이지가 않다. 아니, 자극적인 소재들을 오히려 일상에 젖은 듯 은은하게 표현해내는 것이 바로 일본 소설이다. 일본 소설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것이 바로 불륜에 대한 관대함이다. 일본 연애소설에서 불륜은 자연스럽고 당당한 행위로 나온다. 불륜을 너무나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다룬다.
가와카미 히로미의 『사랑스러워』도 바로 그런 소설이다. 책을 읽다 보면 이야기가 다른 일본의 연애소설처럼 은은하게 흘러 가는 듯 하지만, 중간에 약간 꺼림칙한 부분을 맞이하게 된다. 원조교제와 근친 상간이 그 부분인데 소설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혹은 일상적으로 풀어나간다. 또한 주인공의 형부가 동물처럼 겨울잠을 자고 허물을 벗는 말도 안되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을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인다. 무엇이든 '일상에 젖은 듯 은은하게' 써내려가는 작가의 능력은 무섭기 까지 하다.
일상에 젖은 듯 은은하게 써내려가는 『사랑스러워』. 그 은은함에 푹빠져, 비현실적이고 동화같은 이야기마저 내 옆에서 벌어지고있는 일상의 일들로 착각하게 될까 무섭다. 이 책은 그 은은함을 몸부림치면서 보여주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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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카미 히로미 작가의 사랑스러워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산 책이다^^ 이 책은 왠지 대한민국과는 정서도 안 맞는 것 같다. 왠지 일본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는^^ 주인공 마리에의 관점으로 펼져치는 이야기이다. 마리에와 고로의 사랑 그 속에 얽혀지는 미도리코와 고로의 근친상간, 그리고 치다와 미도리코의 원조교제~ 스즈모토 스즈로가 미도리코에 대한 집착.. 등 정말 복잡한 관계로 얽혀있다. 참 난해하면서 이해를 할 수 없는 책이다. 아마 일본인들은 이해를 할 수 있는 그런 책이 아닌가 싶다. 요 근래에 본 책중에서 보고 나서도 이 모를 찝찝함. 당당히 겉표지에는 연애소설이라고 하나 전혀 연애소설 같지 않다는 생각~ 일본인들의 정서와 문화를 조금 알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