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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변화의 주체가 되어 앞장서는 모습은 예전 같았으면 보기 힘든 것이었다. 많은 부분이 변화했다고는 하나, 사회에서의 여성은 여전히 소수자의 위치에 놓여 있을 뿐이다. 여성 상사 밑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불만을 토로한다. 가사와 양육이라는 두 개의 짐은 결코 여성에게서 뗄 수 없을 것마냥 여겨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여성을 필요로 한다. 여성이 지닌 특유의 부드러움과 섬세함에 대해 세상 사람들은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주목이 오히려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고착화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존재하긴 하지만, 여성의 특성이 약점 아닌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만은 긍정적으로 평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인물은 총 4명이다. 각자 다른 문화권에서 태어나 서로 다른 활동을 벌여 왔지만, 그들은 모두 '여성'이며 지금까지 주가 되어 왔던 성장 위주의 질서에 대해 반기를 들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의 어린 시절은 찬란한 미래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매어리드 코리건은 아일랜드 분쟁의 중심에 서 있었고, 리고베르타 멘추 툼은 과테말라의 원주민으로서 끝없는 핍박의 대상이었다.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의 경우, 교통사고로 인해 오랜 시간을 누워서 지내야 했으며, 상대적으로 부유해 보이는 헬런 캘디컷 역시 어머니와의 친밀하지 못한 관계, 남편과의 결별 등으로 괴로워해야만 했다. 시련이 한 인격을 성숙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들은 자신에게 더 큰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더 큰 용기를 냈고, 마침내 많은 이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하곤 했다. 북아일랜드의 구교도 가정에서 태어난 매어리드가 외친 평화의 메시지는 종파를 초월해 모든 이들의 마음을 울렸고, 리고베르타의 거침없는 행동은 전 세계인에게 퇴락한 마야인의 삶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헬런과 줄리아의 행동 역시 폭력과 자연파괴라는 현대인의 손길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우리 사회에 가능케 했다. 하지만 그들이 처음부터 크나큰 용기를 내보였던 것은 아니었다. 거대한 인파 앞에서 매어리드는 오히려 겁에 질려 타인에게 연설을 대신해 달라 간곡히 부탁했다고 하였다. 그녀가 처음 가졌던 두려움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수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어마어마한 부담감을 불러 일으키니 말이다. 리고베르타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긴박했다. 그녀의 가족들은 모두 과테말라 정부군에 의해 희생당했다. 총부리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가족, 친지들을 향할 때마다 그녀는 고뇌했을 것이다. 함께 하던 이들이 생을 등지는 것만큼 자신을 괴롭히는 것은 없을 테니 말이다. 그들이 위대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자신의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외부의 적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활동의 순수성을 문제삼는 이들이 생겨날 때, 지금껏 믿고 의지하던 이들과의 관계가 틀어졌을지라도 그들은 아픈 마음을 부여잡고 다시 일어났다. 그들에겐 행동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고, 그들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세상이 있었던 것이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자신이 기꺼이 죽을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행동했다던 헬런의 고백을 떠올려 본다. 그녀의 이러한 마음은, 여성은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든다. 세상을 돌보는 자로서 여성을 설정하는 것이 옳은 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여성이 모두 어머니의 마음으로 세상의 변화를 위해 노력한다면 분명 큰 힘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벌목 위기에 처한 삼나무 '루나'를 구하기 위해 줄리아가 보여준 738일 간의 나무 위에서의 생활이 그러했듯, 세상 어느 부분도 파괴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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