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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시집을 읽으면 그 시를 쓴 사람을 조금은 알 수 있다. 어떤 풍경을 좋아하는지, 어떤 낱말을 좋아하는지, 어떤 꿈을 꾸는지, 어떤 말투를 사용하는지...... 한 편의 시가 아니라 여러 편의 시를 읽으면 거기서 조금 더 알 수 있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사람을 만나왔는지, 어떤 사람과 헤어져 아파했는지, 어떻게 살아가려고 하는지...... 이 시집을 읽고 있으니 굳이 자신이 지은 시들을 모아 놓은 책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시들을 모아 놓은 책이라 하더라도 그 시들을 모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은 알겠다는 기분이 든다. 이런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릇된 선입견이나 편견에서 비롯된다 해도 나는 나의 그런 편견을 믿어 보려고 한다. 무엇이 문제겠는가, 내가 시를 통해 그렇게 생각하겠다는데. 다만 섣불리 내 입 밖으로 말할 수가 없다. 입 속의 말이 입 밖으로 나오면서 다른 사람을 다치게도 하고 내가 다치기도 한 적이 또 몇 번이었던가. 확실한 사실이 아니라면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는 세상, 짐작만으로는 절대로 표현해서 안 되는 세상, 나는 이미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많이 비겁해져 버리고 만 것이다. 그냥, 내 마음과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이 세상에 또 있구나, 내가 못 보는 것을 볼 줄 아는 사람이 이 세상 어딘가에 있구나, 그가 외롭다고 느낄 때가 있든지 외롭지 않다고 느낄 때가 있든지 그 또한 꼭 나같은 과정을 겪는 사람이구나, 싶어 위로를 얻을 수 있을 뿐. 이 책의 작가는 자신이 뽑아 놓은 다른 사람들의 시 옆 쪽마다 자신의 말로 자신의 노래를 다시 우리에게 들려준다. 시를 읽고 그 시에 대한 답시를 해 놓은 듯하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시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늘 해 보고 싶은 일 중의 하나가 아닐까. 내 마음에 드는 시를 만났을 때의 기쁨을 다시 한 편의 시로 생성해내는 힘, 나도 늘 그렇게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오고 있었는데. 아직도 그 꿈을 갖고 있는데. 해 보고 싶다는 생각, 다시 한다. 그리고 한다. <포옹 당신을 안고 내가 물든다> - 시집을 앞에 두고 홀로 하는 내 말 “마음에 품는 것마다/다 독이 되던 시절이 있었으나(사랑에게-정호승)” 내 몸 안의 독을 아직도 사랑하는 나는 “다음 생애에 고운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요(강릉 7번 국도를 읽은 문태준)” 이 생애에 아직도 당신을 만날 것이라 믿는 나는 “기다리는 사람보다 당신에게 기다림을 건네는 사람이 더 외롭다(장도열차를 읽은 문태준)” 이제는 기다림보다 기다림을 건네고 싶은 나는 “오늘같이 젊은 날, 더 이상 없으리(사랑이 올 때-신현림) 오늘같이 오늘같이, 오늘같이 젊은 나는 “못 견디게 그리운 사랑이 되었으면(산머루-고형렬)->당신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산머루를 읽은 문태준)” 그리운 사랑 하나, 그리운 사람 하나 품고 살 날을 아직도 꿈꾸는 나는 “연민이야말로 부부가 나눌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포옹이다(신혼을 읽은 문태준)” 왜 당신에게서는 여태껏 연민을 못 느끼고 사는지 “나도 문득, 옹이가 많은 불쏘시개처럼/오래오래 타고 싶었다(군불 때는 저녁-김창균)” 이대로 시간이 흘러 저문 어느 날, 오래오래 불피우고 싶은 나는 “그리고 멀리 지나가는 사람에게도 절하며 ‘나는 당신을 항상 가벼이 보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라.(있는 힘을 다해를 읽은 문태준)” 어떤 시도 가벼이 본 적 없다고 어떤 마음에도 가벼이 닿은 적 없다고 어떤 글도 가벼이 쓴 적 없다고 말하면 용서해 주시나요 당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