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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또 다른 추억의 사진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 책 한강님의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를 읽으면서... 이 책을 읽으며 공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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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동화인 <눈물상자>를 읽고, 한강이란 작가가 좋아지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을 한 권, 한 권 읽어 나간다. <희랍어 시간>, < 붉은꽃 이야기>. 그리고 이번에는 작가의 사생활이 궁금해져서 산문집을 읽기로 했다. 아무래도 소설보다는 산문집이 작가의 사적인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고, 그 속에서 작가의 성격이나 생각그리고 작가가 걸어온 삶의 여정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기도 하기에... 그래서 고른 책이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이다.
책을 읽으려고 했을 때에 페이지 수가 400 페이지를 넘어가면 은근 부담감이 생긴다. 그런데, 한강의 책들은 아주 얇다. 이 책 역시 200 페이지가 채 안된다. "한강 산문집, 노래 CD 수록" 이란 책표지 귀퉁이의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작가가 즐겨 듣는 CD려니 했더니, 한강 작사, 작곡, 보컬 이라고 하는 CD가 책 뒷표지 안쪽에 고이 들어 있다.
한 권의 산문집을 샀는데, 이게 무슨 횡재란 말인가 !! 그녀는 " 소설을 쓰기 전에 시를 썼고, 시는 원래 노래에서 나왔으니까." (p.6)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냥 마음만 소박하게 담자고.... 이 책 속에는 흘러간 추억 속의 노래들이 많이 소개된다. 그 노래에 얽힌 오래되어서 빛바랜 추억담까지. 그녀는 글쓰기 뿐만아니라, 음악에도 천부적인 소질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날 꿈 속에서 선명한 피리 소리를 듣고, 꿈에서 깨어나 그 노래의 소절을 적을 수 있으니. 어느날은 가사없이 피아노와 첼로, 목관악기의 합주를 꿈 속에서 듣고 오선지에 그려 넣을 수 있으니. " 아직도 새로운 노래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잠깐 지나가는 일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걸까. 한두 마디 가사가 입술에 붙고, 다음의 선율과 가사가 한 몸으로 딸려 나오는 순간의 느낌은 그때마다 신비롭다. " (p.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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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에 얽힌 사연도 다양하여, 가곡, 소리, 가요, 팝송 등의 이야기가 정겹게 펼쳐진다. 아버지의 노래인 <황성옛터>, 그리고 어머니의 노래인 <짝사랑>. 그 부분에서 나는 우리 아버지, 엄마의 추억 속의 노래를 생각하게 되었다. 엄마의 노래는 <찬송가>가 아니었을까? 그 이외의 엄마가 부르는 노래를 기억하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에 대한 추억의 노래는 여러 곡이 떠오른다. 거나하게 술을 드시고 오신 날에 <메기의 추억>이나 <베사메무쵸>를 몇 소절 부르시던 것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러나, 아버지와 음악에 대한 추억은 그 보다 더 많이 있다. 아버지의 학창시절에 모으고 모은 돈으로 사셨다는 음악가들의 명곡이 담긴 레코드판, 그리고 틈틈이 마련하신 가곡이나 가요 레코드판. 일요일 아침이면 온가족은 골목청소, 화단청소, 마당 청소에 동원되고, 아버지는 그 레코드판을 크게 틀어놓으셨다. 그때 들었던 곡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곡은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 나오는 <축배의 노래>였다. 간혹 <동백 아가씨>나 <황성옛터>를 트실 때는 우리 딸들은 유치하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런 가슴 속에 꼭꼭 간직하고 있었던 오래된 추억이 이 책을 읽으니 솔솔 가슴 속에서 튀어나온다. 한강이 이 책에 소개하는 노래들과 함께 추억을 되새겨 보듯이.... Let it be, You needed me, 황성옛터, 보리수, 엄마야 누나야, 보리밭, 짝사랑,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 하남석의 밤에 떠난 여인, 정태춘, 박은옥의 촛불 등.
![]() 아마도 젊은 세대들은 무슨 노래인지도 모르는 노래들,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노래들도 여러 곡이 있다. 그러나, 그 시대에는 유행했던 노래들이기에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추억이 깃든 노래들인 것이다.
![]() 오래된 노래가왜 좋을까?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겠지만, 한강은 이런 글로 답한다. " 가끔 그렇게 옛날의 감각으로, 아주 오래 모니터에 앉아 이메일을 쓴다. 문자 메세지를 보낼 때도 이렇게 쓸까, 아니면 저렇게 쓸까, 고민하여 몇 분을 보내 버릴 때가 있다. 글쓰는 사람이어서라기보다는, 오랫동안 편지를 쓰던 습관 탓이지 싶다. 오래된 노래가 좋은 까닭은, 혹시 오래된 마음이 좋아서 일까?" (p. 119)
" 우리가 가장 나약할 때, 가장 지쳤을 때, 때로 억울하거나, 서럽거나 후회할 때, 가장 황폐할 때, 길이 보이지 않을 때에도 나무는 그 자리에 있다. 땅 속 캄캄한 곳에서부터 잔뿌리들로 물줄기를 끌어올려 잎사귀 끝까지 밀어 올리며. 그러니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때로 이들을 바라보기 위해서라도, 고요한 몸, 더욱 고요한 눈길로 이들을 떠올리기 위해서라도. 어느날 거울을 보았을 때, 내 그을린 얼굴 대신 한 그루 낮고 푸른 나무가 비칠 때까지." (p.142) 한강의 글이 다소곳한 듯하면서도 깊이가 있고, 조용히 울려 퍼지는 듯한 느낌을 주듯이, 한강이 직접 작사, 작곡하고 부른 10곡의 노래도 그녀를 닮아 있다. 군더더기없이 깔끔한 작품들, 그 속에는 작가의 서정적인 문장들이 돋보이고, 그 문장들은 모여서 읽은 후에도 깊은 여운을 남기듯, 그녀의 노래도 그렇게 나지막하게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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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문학회 선배들을 만났다. 이십대를 오롯하게 바친 그곳에서 형제처럼 오누이처럼 함께 시간을 보냈던 사람들이다. 이제 한결같이 사십대가 되어버린 선배들과 1차로 술을 마셨다. 2차로 옮겨 또 술을 마셨다. 그리고 변해버린 학교 앞의 먹자 골목에 있는 노래방에 갔다. 알콜을 팔지 않는다고 하여 맥주맛 음료수를 마셨다. 선배 누나를 숙소로 보냈고 남은 사람들은 다시 술집을 찾았고 차가운 사케를 마셨다. 다시 몇 사람이 집으로 갔다. 그들을 배웅했다. 우산을 쓰고 조금 걸었다. 학교 근처에 사는 동기를 불러냈고 또 마셨다. (그리고 집으로 왔다. 아침에 눈을 떴다. 아내한테 혼났다. 아내가 나를 혼내면서 조금 울었다. 이런...)
그렇게 어제 들른 노래방에서 난 김창완의 <독백>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계속해서 같은 멜로디가 느리게 느리게 반복되는 바람에 옆에서 같이 부르던 선배가 짜증을 냈고, 나도 약간 당황하기는 했지만...) 물론 한강의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를 읽었기 때문이다. 책의 두 번째 챕터인 <귀기울이다>에서 한강은 자신의 지나온 기억과 더불어 떠오르는 노래들을 (그 가사를), 그 기억에 대한 서술과 함께 적어 놓고 있다. “어두운 거리를 나 홀로 걷다가 / 밤하늘 바라보았소 / 어제처럼 별이 하얗게 빛나고 / 달도 밝은데 / 오늘은 그 어느 누가 태어나고 / 어느 누가 잠들었소 / 거리의 나무를 바라보아도 / 아무 말도 하질 않네” 한강은 <청춘>을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 꼽고 있지만 (물론 어제 노래방에서 이 노래도 불렀다) 내겐 역시 <독백>이다. 읊조리듯 조용조용 어설픈듯 툭툭 내던지는 김창완의 노래를 듣고 있다보면 어느새 가슴에 설움이 가득 고이는 것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나 할까... 그렇게 한강을 통해서 난 산울림을 떠올리고 산울림의 노래를 불렀다.
책에는 이외에도 많은 노래의 노랫말이 실려있고, 한강 특유의 조용조용한 문체로 기억되고 있다.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 동물원의 <혜화동>, 메르세데스 소사의 <Gracias a la vida>, 정태춘과 박은옥의 <사랑하는 이에게>,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 김광석의 <그녀가 처음 울던 날> (노래방에서는 <불행아>를 불렀다)과 같은 노래들을 오랜만에 떠올렸고 혼자 흥얼흥얼 중얼거렸다. 마음이 서늘해지기도 했지만 왠지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책은 노래들을 이야기하는 두 번째 챕터를 비롯하여, 한강 자신과 음악과의 기이하다면 기이한 인연을 이야기하는 첫 번째 챕터인 <흥얼거리다>, 한강 자신이 직접 만들고 부른 노래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세 번째 챕터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팔레스타인 작가 마흐무드와의 인연을 다루고 있는 (조금 생뚱맞다) 네 번째 챕터 <추신 : 검은 바닷가, 그 피리 소리>, 작가의 말에 가까운 다섯 번째 챕터 <다시, 인사; 새벽의 노래>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한 장의 CD가 들어 있다. 재주많은 한강은 굉장히 부끄러워하고 수줍어하면서도 10곡의 노래를 만들고 가사를 붙이고 직접 부르기까지 하고 있다. 정말 부끄러워하는 듯 아마추어의 풋풋함과 솔직함이 묻어나는 10개의 노래가 모두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안녕이라 말했다 해도>가 가장 듣기에 좋았다. CD에 실려 있는 곡의 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01. 12월 이야기 02. 내 눈을 봐요 03. 나무는 04. 휠체어 댄스 05. 추억 06. 새벽의 노래 07. 햇빛이면 돼 08. 안녕이라 말했다 해도 09. 가만가만, 노래 10. 자장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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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어떤 글을 올려 볼까? 고민하다가 빌리 할러데이의 'calling you'를 듣고 그 노래를 처음 듣던 그때의 첫 느낌이 떠올라 노래와 함께 그때의 느낌을 글로 올려보면 참 재미있겠다. 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시작하려보니 그다지 떠오르는 노래도 그때의 느낌도 없어서 포기했지만 한강의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를 펼쳐보니 내 마음 같은 삶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저 그런 산문집에 작가가 노래까지 불렀다고 해서 호기심에 읽어봤는데 공감가는 글이 꽤 많았다. 더구나 작가가 직접 작사 작곡까지 한 줄은 미처 몰랐다. 아, 그래서 이런 산문집이 가능했구나! 그제야 고개를 끄덕끄덕했다나. 작가는 이 책에 소개한 노래들을 이야기 하면서 그 노래에 얽힌 사연들을 섬세하고 정감있게 표현했다.
피아노가 배우고 싶어 엄마에게 떼를 쓴 사연, 그 떼씀이 통하지 않아 종이 피아노를 사서 벽에다 붙여 놓고 시위 아닌 시위를 하여 엄마의 마음에 상처를 준 이야기는 어린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해 겪은 추억이다. 그리고 뒤이어 나오는 귀를 기울이면 들려오는 많은 노래와 같이 한 사연들에는 작가의 사연 뿐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 있다.
엄마의 젊은 날 수줍어 소리도 크게 내지 못하시며 부르시던 '짝사랑', 대학 졸업 후 들어간 회사에서 지치고 지겨워 퇴근하면 옷도 벗지 못하고 모로 누워 듣던 앤 머레이의 'you needed me', 비틀즈보다 존 바에즈의 노래로 더 기억에 남는 'let it be', 그 시절 누구에게나 한 곡쯤은 기억에 남을 산울림의 노래들 '독백' '청춘' '회상', 어디 그 뿐인가? 들국화의 '행진'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이 되어 있고,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 김광석의 '사랑했지만', 나역시도 그들의 노래만 들으면 마음이 왠지 짠해지던 동물원의 노래 '혜화동' 등. 이 많은 곡들이 작가의 추억에, 내 추억에 고스란히 들어 앉아 22가지의 아름다운 사연들과 노래를 싣고 기억의 여행으로 나를 인도했다.
또 그가 작사 작곡을 하게 된 배경에는 문학라디오를 방송하던 당시, 자신이 지은 노래를 다른 사람들과도 공유할 수 있을까 싶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부르게 된 노래 덕분에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라는 산문집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나지막이 들릴 듯 말듯 노래를 부르는 그의 목소리에는 그의 글처럼 따뜻하고 섬세한 열정이 같이 들려 온다.
작가가 자기가 만든 노래를 부른다니, 그 노래를 책과 함께 발표를 했다니 꽤 재미있고 멋진 기획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그가 <가만 가만 부르는 노래>들을 들으며 또 하나의 노래에 얽힌 추억을 간직할 차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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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한강 작가님의 책에 가장 편안하고 좀 더 쉽게 접근하고 싶어 산문집을 읽어보았습니다. 다른 책과 달리 한번에 술술 읽혀져서 부담없이 끝까지 읽게 되었습니다. 따뜻한 위로가 담긴 책이라 한강 작가님 입문책으로 선물로 주기도 좋은듯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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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방영된 <낭독의 발견>에서 이 작가의 움직임을 처음으로 지켜봤다. 수줍어하는 듯 하면서도 그것이 일반적 수줍음은 아니라는 사실이 언행으로서 투명히 보여서, 사람이 저러한 방식으로 존재할 수도 있구나 하고 묘한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 한 곡을 부르기도 했는데, 보는 사람까지 떨리게 만드는 종류의, 처음 노래를 부르는 듯한 사람의 진정성이 전해져서 좋았다.
이 책은 그 무렵 작가가 작사작곡하고 직접 부른 곡들이 담긴 음반 한 장과, 노래에 얽힌 에세이를 묶은 책이다. 소박하게 진정성이 담겨있는 에세이, 이것만큼 좋은 것이 어디 있을까 싶다. 만약 에세이라는 장르에 그러한 고전적이고도 명쾌한 정의를 내리는 것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이 글은 그 기대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부합될 것이다. 나는 에세이를 그리 좋아하지 않고 즐겨읽지도 않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이 작가분의 글에서 배어나오는 인생관과 그러한 진정성을 여실히 느낄 수 있어 만족했다.
더욱이 그러한 진정성이 담긴, 그러기에 가치있는 음반까지 함께라니. 티브이에서 봤을 때는 단지 라이브이기 때문에 음정불안이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이 음반에도 미세한 떨림이 느껴진다. 그러나 와중에 힘을 주어 소리를 내는 부분에서는 불현듯 깜짝 놀라고 마는 것이다. 이런 면도 있었구나, 진심을 다 해서 부르고 있구나, 라는 느낌.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면 귀에 꽂고 듣고, 금새 흥얼거린다.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생각으로 만든 곡임을 알기에 간혹 마음이 알싸해지기도 하고 따스해지기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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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강의 식물성(?) 연작 소설들에서 느꼈지만, 상당히 파격적이고 격정적인 표현을 기대할만한 주제임에도 마치 강물 흐르듯 고요히 풀어내는 그녀의 분위기가 이 산문집에서도 그대로 느껴집니다. 그래서 더 정감이 간다고 할까요... "그저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그렇게." p9
내용은 크게 네 부분으로 되어있네요. 작가가 처음으로 피아노를 접하는 사연과 앨범을 내게되는 계기가 펼쳐지는 첫번째 부분, 작가의 기억에 남아있는 여러 가수들의 곡들과 그와 얽힌 작가의 기억, 추억들로 점철되는 두번째 부분, 작가의 자작곡들이 주제가 되는 세번째 부분, 그리고 마지막 마무리글. 대체로 짧은 글들에 내용도 많지 않지만 다 읽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두번째 부분에 실린 글들을 읽으면서 옛날(?) 생각을 좀 하느라... ^^ 특히 청춘, 행진, 담배가게 아가씨, 혜화동, 내 사랑 내 곁에, 그녀가 처음 울던 날 같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들의 이야기에서는 도대체 책을 보고 있는건지 추억에 젖어 옛생각만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였으니까요. 아마 비슷한 시대를 살았다는 사람들은 비슷한 느낌들을 많이 받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세번째 부분에서도 작가의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와 함께 맞추어 보느라고 조금 시간이 걸렸네요.
이 책이 산문인만큼 특별히 일관된 주제의식 같은 것을 발견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개인의 아주 오래된 일기장에서 노래와 관련한 기록들만을 발췌하여 모았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고 할까요? 하지만 작가의 다양한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그녀만의 특별한 분위기를 더욱 잘 느낄 수 있는만큼, 작가 한강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훑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동시대를 살아오신 분들 중 음악과 독서를 나름 즐기셨던 분들이라면 더더욱...
참... 실제 한강의 노래는 "서툴면 서툴 대로, 그냥 마음만 담아 소박하게" 부르는 정도입니다.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으시는게...^^ 하지만 글도 잘 쓰고, 곡도 쓰는 재주를 가졌다는 건 정말 부러운 일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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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보니 한강의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비채)가 내 손에 들어왔다. 읽고 있으니 'kbs낭독의 발견'에 낭독했던 한강의 음성들이 들린다. 그때 소설가 한강이 좋았다. 노래를 부르는데, 그녀의 미세한 모든 신경들이 긴장한 듯 떨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도 밀고 나갔다. 불러나갔다. 가만가만 나즈막하게 부렀다. 아, 한강이 있었구나. 내가 한강이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아마 대학 3학년 시절이었다. 교수님과 대화를 나누다가 연구실 서가에 있는 '내 여자의 열매'라는 소설집을 보면서다. 유달리 눈에 띄였다기보다는 '강석경소설가팬카페' 활동을 하면서 누군가 몇 구절을 인용해 올렸는데 기가 막힌 구절이었다. 그래서 기억하고 있었던 찰라에 그 책을 접한 것이다. 당시 교수님은 저자와 책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한 라디오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계셨다. 싸인본이었다. 욕심나게 시리... 연구실을 나온 나는 곧장 도서관에 가서 그 책을 대출했고 그날 밤에 다 읽었다. 그의 섬세한 감성적 문장들이 좋았다. 그후 이상문학상을 받은 '몽고반점'을 읽었는데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의 '채식주의자'가 한창 유행할 때 나는 한철 지난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에 흠뻑 빠졌다. 이 책이 한편 한편마다 동감하는 대목이 있는 것은 아마도 그 연배가 우리 큰형과 같아서인 것 같다. 그녀가 끌어올리는 노래 한 편의 추억들이 지방 어느 바닷가 근처 한 방에 누운 삼형제가 카세트테입을 들으며 대화를 나눴던 시간들을 자꾸만 떠오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큰형은 대학생이었고, 한번씩 고향에 내려오면 해바라기, 노찾사, 정태춘, 전교조 등의 테잎을 몇 개씩 가져와 불을 끄고 같이 듣곤 했다. '이종환의 디스크쇼'도 많이 들었고, 라디오극장도 많이 들었다. 이 책에 담긴 노래들과 일치하는 곡들이 많다. 한 민중가요를 들려주며 "가사전달력이 정확해야 가창력이 좋은 가수다"라고 말한 큰형의 말이 떠오른다. 이 책을 읽으면 그때의 들었던 음악과 풍경이 중첩돼 흐른다. 살아오면서 음악에 대한 자신의 추억을 소소하게 풀어낸 책이다. 한강이 시를 썼다는 것을, 시로 등단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알았다. 그래서일까. 체념 저편에서 이는 쓸쓸한 바람같은 글들. 피아노 사달라고 떼쓰다 포기한 뒤 종이건반으로 연습한 추억들... 일부 팝송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알거나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음반들이라 기분이 좋다. 김현식도 그렇고, 들국화, 피터폴&매리, 하다못해 임방울의 '쑥대머리'까지... 그녀의 음악적 취향과 나의 취향이 거의 일치하는 음표를 가진 듯해 좋았고, 감성적이지만 장황하지 않고 약간 숫기있는 듯 보이는 글이 갖는 매력이 좋다. 그녀의 선곡들이, 그 선곡에 대한 느낌과 추억들이, 비록 나이차는 적지 않지만 읽는 내내 깊은 울림을 나눌 수 있어 좋았다. 나도 하루 두번 그 푸른 시간을 좋아한다. 창고에 둔 컴퓨터 본체에 있는 음악파일을 모두 꺼내야겠다. 갑자기 듣고 싶은 음악들이 내 안에서 부스럭거리기 시작했다. 노래가사를 인용하면서 사용한 폰트도 보기 좋고. 편집자 실력 좋은 가보다. 책 제목부터 부제도 단순소박해서인지마음에듦
(p.151)하루에 두 번, 밤과 낮이 바뀌는 푸른 시간을 좋아한다. 혈관의 피까지 파랗게 물드는 그 시간. 하늘의 먹빛이 서서히 가시고, 모든 사물이 경계에서 뛰쳐나오려 하는 새벽의 떨림을 좋아한다. 옥타비오파스의 <새벽>이라는 짧은 시를 좋아한다. 차갑고 날렵한 손길이 한 겹 한 겹 어둠의 베일을 벗긴다 나는 눈을 뜬다 아직 나는 살아 있다 한가운데 아직도 생생한 상처의 한가운데 살아있다는 것을 가장 깊게 느끼는 시간. 말로는 결코 말할 수 없는 그 시간. ... (p.154) 십 년 전쯤 한 단편소설에서, 만약 죽기 전에 세 시간이 허락된다면 햇빛을 쬐는 데 허비하고 싶다고 쓴 적이 있었다. 지금의 내 마음도 변함없다. 그 세 시간 동안 햇빛 속에 온전히 온몸을 담글 것이다. 단, 사랑하는 너와 함께. 나 없이 오랜 시간을 살아갈 네 손을 잡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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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좋아하지만 하지 않았던 글쟁이의 음악 이야기. 자신의 지나간 삶에 대한 이야기와 자신의 음악 이야기들, 그리고 꿈을 꾸는 듯한, 장자의 호접몽 같은 분위기의 몽환적인 분위기의 글. 읽고 나니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으면서 참 아름답게 사는 것 같아 너무 기분이 좋아졌다.
삶에 자극과 영향을 주어 자신을 변화시키거나 어떠한 깨달음을 주는 음악은 자신에게만큼은 정말 '좋은 음악'이다. 그리고 아름답다고 표현하는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음악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도 음악 참 많이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사연을 만들어 단편의 짧은 수필을 써 보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비틀즈의 'Let it be'를 들으며 미친듯이 춤을 추며 위로받았던 기억, 'You needed me'를 들으며 괴로운 일상을 버틴 기억, 초등학교 시절 순수한 사랑을 떠오르게 하는 동물원의 '혜화동', 아련하는 청춘 시절에 듣던 산울림과 들국화... 이 책을 통해 마치 그 시절을 살아 본 듯한, 실제로 알지도 못하지만, 추억의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작가 그녀가 직접 만든 노래도 수록되어있다. CD와 함께. 그녀의 노래 이야기를 읽을 땐 거기에 맞춰 해당하는 곡을 직접 틀어놓고 들으면서 읽으니, 귀와 눈과 마음이 동시에 만족되는 독서를 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나니 한껏 감성이 충전되었다. 이제 다시 일상의 일을 할 기운이 생겨났다. 이렇듯, 음악과 책은, 평생 지속되는 힘든 일상에서 지칠만 할 때 한 템포 쉬어가며 충전을 해 줄 수 있는 따뜻한 연료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