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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하는 6,70년대 미국의 젊은이들의 저항을 노래로 항변한 이가 밥 딜런이나 조안 바에즈였다면 시대는 다르지만 8,90년대 고뇌하는 한국 젊은이들을 노래로 대변한 이가 바로 김광석이 아닐까 싶다. 그는 민주화가 한창 일어나던 시기에는 ‘노찾사’란 팀에서 자유를 위해 노래하고, 90년대 젊은이들이 존재론적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노래로 그들의 마음을 달랬다. 그래서 김광석 주변에는 늘 젊은이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안녕이란 말도 없이 아쉽게 떠나갔다. 김광석의 노래를 처음 듣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이다. 그 때 그의 나이가 서른 살 초반 지금 내 나이 정도로 기억한다. 처음 그 노래 제목이 “그녀가 처음으로 울던 날”로 기억한다. (몇 년 전 이 노래를 가사와 비슷한 사연으로 불렀던 적이 있다.) 그리고 그 해가 지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의 살아있는 모습을 더 이상은 볼 수 없었다. 그는 딱 그의 노래만큼 살다간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노래에는 다른데서 느낄 수 없는 특이함과 또 다른 나이 대에서 느낄 수 없는 짙은 향수와 아쉬운 그리움이 배어져 있다. 김광석, 그의 노래는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 들어가는 묘한 매력이 있다. 굵은 듯 청아한 그의 목소리는 통기타와 가장 잘 어울려 보인다. 그리고 인간 본연의 감성을 밖으로 가장 잘 끌어내 사람들에게 깊은 호소력을 준다. 자신도 그것을 잘 아는 것 같다. 어느 방송에서 했던 그의 콘서트를 보니 기타와 하모니카 그 이상의 악기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그만큼 자기 목소리에 자신감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그의 노래는 가슴에서 울려난다. 듣고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침묵을 지키고 가만히 귀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그와 나는 하나가 되어 가사와 멜로디 속에 함께 여행을 한다.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푸념을 내뱉고 그러다 노래가 끝나면 다시 반복해서 듣고 또 듣게 된다. 지금도 후회되고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그가 살아 있을 때 콘서트를 가지 못한 것이다. 그 나이에 내가 조금만 더 성숙해 그의 진가를 알았다면 한 번 실제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직접 교감하며 노래를 들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운 한숨을 내 쉬기도 한다. 십대에 처음 그의 노래를 들었을 때 난 그의 노래를 제대로 이해 못했다. 물론 그 당시에도 그의 노래를 즐겨 들었다. 하지만 단순히 기타를 배우는 와중에 그의 노래가 기타 치기에 좋은 곡이라 생각해 그의 노래를 들었다. 그러다 이십대가 되고 나니 그의 노래가 가슴에 조금씩 와 닿기 시작했다. 그의 노래는 이십대 청춘이 담겨 있다. 시대의 방황, 사랑의 아픔, 삶의 번뇌 등 청춘의 다양함이 그의 노래 속에 있다. 어느 순간 그의 노래는 나를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노래와 함께 이십대를 보냈다. 군대를 갈 때 쯤 되면 ‘이등병의 편지’를 부르며 사랑하는 지인들과 헤어짐을, 이십대 중반 누군가를 사랑했지만 이룰 수 없기에 그가 불렀던 사랑에 관한 노래들을 가슴의 응어리를 풀어내듯 목이 터져라 외치듯 부른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십대 후반 대학을 졸업하고 고뇌하던 시기 그가 지니고 있던 인생의 가치관이 담긴 노래들을 들으며 이곳저곳 싸돌아다니듯 여행을 하고 다녔다. 그리고 서른쯤이 되었을 때, 애매한 청춘에 대한 씁쓸함이 담긴 “서른 즈음에”란 노래를 손에 쥐어짜듯 마치 노트에 아무렇게나 갈겨 적어 나가며 함께 부르며 아쉬움을 달랬다. 다시 한 번 강조해 말하지만 그의 노래는 청춘의 심정을 나타낸다. 그는 여태 많은 곡을 불러왔다. 하지만 일일이 그 모든 곡들에 대해 이야기 할 수는 없고 나는 여기서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들었던 두 곡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한다. 첫 번째 곡은 바로 ‘사랑했지만’이다. 이 노래는 언뜻 남몰래 누군가를 사모하는 용기 없는 청년의 모습에 대해 그려내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 노래에 내포해 있는 또 다른 면을 우리는 자세히 들으면 찾을 수 있다. 바로 이 시대 갈 길을 잡지 못해 헤매는 청년들의 모습을 나타나 있다. 가사를 한 번 찬찬히 살펴보며 의미를 찾아보도록 하겠다.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어 자욱하게 내려앉은 먼지 사이로 귓가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그대 음성 빗속으로 사라져 버려 때론 눈물도 흐르겠지 그리움으로 때론 가슴도 저리겠지 외로움으로 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했지만 그저 이렇게 멀리서 바라볼 뿐 다가설 수 없어 지친그대 곁에 머물고 싶지만 떠날 수밖에 그대를 사랑했지만... 젊은이들이 꿈꾸는 미래는 마치 앞을 제대로 볼 수 없는 비오는 날과 같다. 그 사이를 아무리 헤쳐 나가려 해도 항상 지저분한 진흙과 먼지들이 그들을 가로막는다. 그래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들떠 오르는 희망의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꿋꿋이 걸어가려 애를 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 결국 현실이란 벽 앞에 조금씩 그들의 미래도 하나, 둘 사라져 버린다. 그 때문에 너무 힘들어 울기도 하고 지치기도 한다. 그래도 꿈을 포기하지 못해 아쉬워하고 또 아쉬워한다. 결국 그것도 잠시 뿐 주어진 삶 앞에 미래를 떠나 보낸다. 이루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떠나 보낸다. 젊은이들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이 나는 왠지 이룰 수 없는 꿈으로 들린다. 결국 많은 젊은이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청춘을 잃어간다. 김광석은 살아생전 이 노래를 싫어했다고 한다. 사랑했으면 용기 있게 다가가야지 너무 나약해 보인다고 말이다. 그런 이유 뿐만 아니라 이런 사실 때문에서라도 그는 이 노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그래서 그는 이런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심어주고 싶은 곡을 부르고 싶었던 모양이다. 두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노래가 바로 ‘일어나’이다. 이 노래 후렴 부를 보자.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 번 해 보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더 이상의 해석이 필요 없어 보인다. 그 의미 그대로 인생을 포기하지 말라는 소리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 닥치더라도 젊기에 포기하지 말고 다시 한 번 해 보고 또 일어나 보라는 것이다. 젊은 너희들은 봄의 새싹들처럼 젊기에 그 젊음으로 끝까지 해 보라는 것이다. 가끔 힘이 쭉 빠져 있을 때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실제 기운이 막 솟는 듯한 느낌이 든다. 뭐랄까? 그의 노래에는 힘이 있다. 사람을 일으켜 세우고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속에 끈적함이 깊게 배여 있어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묘한 마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또 찾게 된다. 기호 식품 외에 이처럼 중독성이 강하다고 말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아마 그의 노래도 분명 포함될 것이라 생각한다.
김광석, 지금 그는 우리 곁에 없지만 그의 숨결은 사라지지 않고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있다. 그래서 그가 죽은 지 벌써 15년이 지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아직도 그의 노래는 우리 주변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방황하는 청춘들은 항변하듯 그의 노래를 부른다. 그의 노래에는 청춘을 일으켜주는 힘이 있나 보다. 많은 젊은이들이 알게 모르게 그의 노래처럼 살아가고 헤매며 다시 또 길을 찾는다. 김광석은 이웃집 친한 동네 형 같다. 지금이라도 전화해서 “형, 나 지금 힘들어.” 하면 나와서 소주 한 잔 사주며 신세를 한탄하는 내 이야기를 들어줄 듯, 그러면서 울먹이는 젊음의 등을 토닥이며 따뜻하게 위로해 줄 듯 하다.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 번은 그를 만나보고 싶다. 그리고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다. 당신 때문에 내가 많이 이겨내고 참아낼 수 있었서 감사하다고 전해 주고 싶다. 비록 그의 노래는 서글퍼 보이고 가라앉아 보이는 듯 보이지만 내 심정을 대리해 잘 표현하고 이해해 주는 것 같아 더 고맙다. 나는 오늘 밤 당신과 이야기하기 위해 기타를 치며 당신의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당신을 만난다. 그리고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화려하지만 소박한 둘만의 콘서트를 연다. |
| 김광석의 음반을 재구매한다. 추모기획으로 김광석의 일생과 노래가 주는 인생의 의미를 방송했는데, 또 다른 의미로 마음을 울린다. 요즘 가요에서 느낄 수 없는 음악의 깊이와 인생의 희노애락이 그대로 느껴져 마음이 뭉클해진다. 짧은 인생을 마감했지만, 그이 노래는 20대나 30대나 40대나 나처럼 50대를 바라보는 나나 누구에게도 나름대로 자기의 인생을 그의 노래에 동화시켜버린다. 아마도 하늘에서도 그이 노래를 애청하는 사람들로 행복하리라 생각된다. 오늘도 분주히 아이들을 라이딩하면서 기다리면서 짬짬이 음반을 들을 생각하니 즐겁다. 점점 말라가는 정서에 단비가 되어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