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당한 시점에 맞춰 그저 아는 양, 적어도 한 번쯤은 들어본 것인 양 짐짓 자신을 속이고 감추면서 상대방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몇 마디 동조의 말을 한 적이 있는지요? 제가 이따금 하는 행동이라서 그렇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제가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다닐 때 읽었음직한 책의 경우에는 대체로 그러는 것 같습니다.워낙 오래 전의 일이라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책도 있고, 요약본을 읽었거나 다른 사람으로부터 대강의 줄거리를 귀동냥으로 들었던 책도 있을 터인데 그마저도 구분을 할 수 없으니 그냥 고개나 끄덕일 밖에요. 물론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지요. 제 처지를 솔직하게 고백하고 한 수 배움을 청하는 게 백 번 천 번 옳을 터인데 항상 그놈의 자존심이 문제입니다. 책 한두 권 더 읽었다고 으스댈 일도 아니면서 늘 그렇게 하고 싶어 하는 이유를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본성이 깨끗하지 못한 탓이겠지요.그런 날이면 괜히 우울하고 기분도 좋지 않습니다.
『존 프리먼의 소설가를 읽는 방법』을 읽으면서 제 얄팍한 지식이 얼마나 부끄럽던지요. 이 책은 영국의 권위 있는 문학 계간지「그랜타(granta)」의 편집장인 저자가 전 세계의 이름 있는 작가 중 자신이 인터뷰한 70명의 소설가를 선별하여 작가의 인터뷰 내용과 함께 소개한 책입니다. 이들 가운데 7명이 노벨문학상, 8명이 퓰리처상(미국), 9명이 내셔널북어워드(미국), 7명이 부커상(영국), 12명이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미국)을 수상했다고 하는데 저는 그들 작가 중 삼분의 일도 채 알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그마저도 작품은 읽어보지 못하였고 어쩌다 한번쯤 들어본 듯한 작가들까지 모두 포함시켰는데도 그러했습니다. 이렇게 솔직하게 쓰고 나니 한편으로는 부끄럽고, 다른 한편으로는 속 시원한 느낌도 드는군요.
"나는 진짜 이야기꾼이란 쓸 수 있어서가 아니라 써야만 하기 때문에 쓴다고 믿는다. 그들은 세계에 대해 말하고자 하고, 이때 오직 이야기로만 말해질 수밖에 없는 것들이 있다. 이 책에 수록할 인터뷰들을 선택해야 했을 때, 나는 절박한 필요라는 감각을 느꼈던 작가들을, 그와 동시에 중요하고 아름다우며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썼던 작가들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p.30)
이 책에 등장하는 소설가 중 제가 알던 작가를 나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토니 모리슨, 조너선 사프란 포어, 무라카미 하루키, 귄터 그라스, 할레드 호세이니, 도리스 레싱, 폴 오스터, 가즈오 이시구로, 올리버 색스, 모옌, 존 업다이크, 이언 매큐언, 살만 루시디, 오르한 파묵 등입니다. 이들 작가의 작품은 제가 적어도 한 권 이상을 읽어보았다고 확신할 수 있고 지금도 기억하는 이름들입니다. 정말 형편없지요? 그나마 어디선가 들은 듯하고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자신할 수 없는 작가까지 포함하면 조금 더 되겠지만, 그렇게 한들 제 보잘 것 없는 지식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도 않습니다. 낯선 이름의 작가와 그들이 했던 인터뷰를 읽는다는 건 꽤나 따분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다 간간이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인터뷰를 읽을라치면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그대로 전달되는 느낌이 들더군요. <속죄>를 쓴 이언 매큐언의 인터뷰처럼 말이지요.
"제 생각에 다른 사람이 되어본다는 게 어떤 기분일지를 확실히 인식한다면 타인에게 잔인하게 굴 수 없을 겁니다. 다시 말해 잔인성이라는 건 상상력의 실패로, 공감의 실패로 볼 수 있다는 거죠. 다시 소설이라는 형식의 문제로 돌아와보면, 저는 소설이 우리에게 타인의 마음을 느끼는 감각을 부여하는 데는 최고의 형식이라고 봅니다." (p.421)
작품에 대한 비평으로서가 아닌, 작품의 탄생 배경이나 작품을 통하여 전달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작가로부터 직접 듣거나 읽는 것은 기분 좋은 경험일 것입니다. 물론 이 책의 저자처럼 세계 문학계에 큰 족적을 남긴 위대한 소설가를 직접 만나 인터뷰할 수 있다면 얼마나 감격스러울까, 부럽고 샘이 나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600쪽에 가까운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한다는 건 쉽지 않을 듯합니다. 비교적 관심이 덜하거나 잘 알지 못하는 작가는 건성건성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뭐 어떻겠습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이 책을 통하여 맘에 드는 새로운 작가를 한 명 더 알게 되고 그의 작품을 읽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힘들게 읽은 보람이 있지 않을까요? 벌써 한 주를 마감하는 금요일에 와 있군요. 이 책에 등장하는 소설가 중 한국 소설가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아 섭섭하기는 하지만 결국 한 나라의 독서 수준이 그 나라의 작가 수준을 대변한다는 걸 생각하면 우리나라 국민들 각자는 분발하여 더 많은 책을 읽어야 할 줄 압니다. 주말엔 비도 내린다 하니 핑곗김에 책이나 읽는 것도... |
|
이 인터뷰집은 저자의 소설 같은 이야기로 시작한다. 존 업다이크를 흠모해 그런 소설을 쓰려 했지만 그런 소설가가 되지도 못했고, 애지중지하던 존 업다이크 책을 팔아 결혼반지를 사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지만 마침내 우상 존 업다이를 만나 첫 인터뷰할 때는 이혼 직후 엉망인 모습이었다. “그(업다이크)의 책을 연구하며 나는 더 좋은 작가, 더 좋은 평론가가 될 수 있었지만, 삶에서는 그의 인물들이 저질렀던 실수들을 되풀이할 뿐이었다"는 그의 말이 내게도 콕 박혔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이게 참 이해될 것이다. 소설도 아닌 소설가들의 인터뷰집에까지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라면 글쓰기와 숱한 좌절감을 쓰리게 경험했을 테니 말이다.
몇몇 아쉬운 점이 있다. 국내에 소개된 건 좀 늦었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인터뷰도 10년 가까이 된다는 점, 저자가 뉴욕 중심으로 활동하는 터라 영미권 작가들이 주를 이룬다는 점, 짧은 지면의 기사 양식으로 쓴 글이라 몇몇을 빼면 우리가 궁금해하는 작가의 작법 비밀이나 깊은 메시지가 있지 않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작고한 작가 인터뷰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작업을 하고 있는 다양한 작가들을 만날 수 있는 건 장점이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새로운 세대의 라틴아메리카 작가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중 하나”라 언급한 에드문도 파스 솔단, 서로 다른 문화권들의 충돌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아미타브 고시, 카프카 「변신」을 코미디로 해석하는 재기 발랄한 조너선 프랜즌(국내에 『인생 수정』이 2012년에 출간), 이슬람을 믿는 인도네시아에서 금기였던 성과 정치를 다룬 소설, 그 나라에서 최초로 칙릿 소설을 쓴 아유 우타미 같은 작가를 알게 돼 유익했다. 70여 명의 작가들 인터뷰를 여기서 다 소개하는 건 무리고 또 필요 이상의 행동이라고 생각하기에 인상 깊었던 대목과 몇몇 인터뷰를 옮긴다.
● 네이딘 고디머(Nadine Gordimer, 1923.11.20.~2014.7.13, 남아프리카 공화국 소설가, 1991년 노벨문학상 )
● 데이비드 포스터 월러스(David Foster Wallace, 1962.2.21.~2008.9.12, 미국 소설가)
● 케르테스 임레(Kertész Imre, 1929.11.9~2016.3.31, 헝가리의 유대계 소설가, 2002년 노벨문학상)
● 올리버 색스(Oliver Wolf Sacks, 1933.7.9~2015.8.30), 잉글랜드 신경의학자이자 박물학자)
● 필립 로스(Philip Milton Roth, 1933.3.19~ 미국 소설가)
● 데이비드 미첼(David Mitchell, 1969.1.12~ 영국 소설가)
● 제임스 우드(James Wood, 1965~ 미국 소설가, 에세이스트, 비평가)
ㅡ 인용을 보면 알겠지만 이 신랄한 저자가 쓴 『소설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한 번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 이언 매큐언(Ian Russell McEwan, 1948.7.21.~ 영국 소설가)
● 수잔나 클라크(Susanna Clarke, 1959~ 영국 소설가)
ㅡ 전직 요리책 편집자였지만 판타지 소설 작법 강좌를 수강하고 『조나단 스트레인지와 마법사 노렐』(국내 출간)을 써 돌풍을 일으킨 수잔나 클라크 작품도 좀 궁금하다.
● 오르한 파묵(Ferit Orhan Pamuk, 1952. 6.7 ~ 터키 소설가, 2006년 노벨 문학상)
ㅡ 아, 이 인터뷰 읽으니 《내 마음의 낯섦》이 더 잘 이해된다! 자유인이고 싶었던 메블루트!
● 제프 다이어(Geoff Dyer, 1958~ 영국 소설가이자 논픽션 작가)
내가 이 책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건 마이클 커닝햄 인터뷰였는데, 그가 천사를 믿는지 안 믿는지에 대한 집요한 질문에 어떻게 멋지게 응수했는지는 직접 읽어 보시길 바란다. ^^ 글이 꽤 길어져서 이쯤에서 마무리하면, 세계의 작가들은 다른 나라와의 교류, 문화들의 충돌에 대해 표현을 꽤 많이 하고 있다는 게 가장 눈에 띄었다. 최근 한국도 그러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도 국내 문제에만 천착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긴 어렵다. 독자의 경향도 문젠데 낯선 소재가 나오면 어려워하고 관심을 잘 가지지 않는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많은 작가들처럼 타국의 작가가 한국에서 소설을 쓰는 일은 더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의 문학 판은 활력이 일어나기 참 어려운 구조라고 할까. 여하간 "진짜 이야기꾼이란 쓸 수 있어서가 아니라 써야만 하기 때문에 쓴다고 믿는다"고 한 존 프리드먼 말이 이 책의 가장 핵심 같다. 내 글쓰기를 또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리뷰를 써야 하기 때문에 쓰는 글 말고.
|
|
작가들을 인터뷰한 인터뷰집이다. <작가란 무엇인가>를 1편까지 읽고 2편을 샀는데, 아직 못읽고 이 책을 먼저 읽었다. 작가란 무엇인가 와 어떻게 다른지를 먼저 정리해보면, 1. 존 프리먼이라는 한 명의 작가가 직접 인터뷰한 내용들이라는 점, 2.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인터뷰 형식으로 실은 것이 아니라 대화를 나누고 돌아와서 에세이 형태로 그 소설가에 대해 작가의 언어의 산문으로 새로 쓴 글이라는 점, 3. 한 작가에 대한 내용이 서너 페이지 선으로 짧다는 점 4. 작가의 모든 소설에 대해 다루는 것이 아니라 대표 소설 혹은 최근 집필한 소설 한 권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어진다는 점. 5. 존 프리먼이 그 작가의 작품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하고, 독자들에게 이해를 돕기 위해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한다는 점, 6. 동시대의 작가들을 다룬다는 점 7. 책은 두꺼운데, 한 소설가의 이야기가 짧은 만큼 많은 소설가들을 다룬다는 점 이라는 특징들을 뽑아낼 수 있다. 그러다보니 작가란 무엇인가 1편에서 다룬 작가들만 해도, 필립로스, 오르한 파묵 등 많이 겹치지만, 소설가와 나눈 이야기를 존 프리먼의 언어로 바꾸어서 산문적인 성격을 띠는 기사 형태로 바꾸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쓰여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작가란 무엇인가>에 비해 많은 작가들과 만날 수 있고, 또 그 작가들의 대표작에 대해 좀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대신 너무 많은 작가들, 대부분은 이름도 처음 듣는 작가들의 이야기다 보니 읽을 때는 그의 작품세계와 비평가나 독자들에게서 받은 반응 그리고 나눈 이야기들로부터 정말 좋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읽던 중간과 읽고 나서 다 까먹는다는 점이 아쉽다. 머리가 좋은 사람들은 덜 까먹어서 좋겠다. 너무 많은 작가들을 다루다보니 엄청나게 흥미로운 작가들만 고른다고 하더라도 일일히 적자면 한도 끝도 없고, 주말에 놀러갔다가 모바일 버전으로 언급된 책이라도 올려볼까 해서 올리다가 에러나서 사라지고 난 후 집어치워버렸다. 존 프리만이 인터뷰한 소설가들의 명단은 이렇다.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 조너선 사프란 포어-Jonathan Safran Foe, 무라카미 하루키-Murakami Haruki, 리처드 포드-Richard Ford, 응구기 와 시옹오, 귄터 그라스-Gunter Grass, 나딘 고디머-Nadine Gordimer,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David Foster Wallace, 할레드 호세이니-Khaled Hosseini, 도리스 레싱-Doris Lessing, 히샴 마타르-Hisham Matar, 시리 허스트베트&폴 오스터-Siri Hustvedt&Paul Auster 마크 Z. 다니엘레프스키-Mark Z. Danielewski, 존 어빙-John Irving, 가즈오 이시구로-Kazuo Ishiguro 찰스 프레지어-Charles Frazier, 에드먼드 화이트-Edmund White, 제럴딘 브룩스-Geraldine Brooks, E. L. 닥터로-E. L. Doctorow, 임레 케르테스-Imre Kertesz, 올리버 색스-Oliver Sacks, 알렉산다르 헤몬 - Aleksandar Hemon, 키란 데사이-Kiran Desai, 필립 로스-Philip Roth, 로렌스 펄링게티-Lawrence Ferlinghetti, 데이브 에거스-Dave Eggers, 비크람 찬드라-Vikram Chandra, 에이드리엔 리치-Adrienne Rich, 톰 울프-Tom Wolfe, 로버트 M. 피어시그-Robert M. Pirsig, 엘리프 샤팍-Elif Shafak, 피터 캐리-Peter Carey, 모옌-Mo Yan, 돈나 레온-Donna Leon, 셰이머스 히니-Seamus Heaney, 조이스 캐롤 오츠-Joyce Carol Oates, 폴 서룩스-Paul Theroux, 에이미 탄-Amy Tan, 돈 드릴로-Don DeLillo, 윌리엄 T. 볼먼-William T. Vollman, 루이스 어드리크-Louise Erdrich, 노먼 메일러-Norman Mailer, 제임스 우드-James Wood, 마가렛 애트우드-Margaret Atwood, 모신 하미드-Mohsin Hamid, 데이비드 미첼-David Mitchell 존 업다이크-John Updike, 리처드 파워스-Richard Powers, 앨런 홀링허스트-Alan Hollinghurst, 이언 매큐언-Ian McEwan, 마이클 온다체-Michael Ondaatje, 카릴 필립스-Caryl Phillips, 월레 소잉카-Wole Soyinka 살만 루시디-Salman Rushdie, 짐 크레이스-Jim Crace, 메릴린 로빈슨-Marilynne Robinson, 에드문도 파스 솔단-Edmundo Paz Soldan, 아미타브 고시-Amitav Ghosh, 수잔나 클라크-Susanna Clarke, 오르한 파묵-Orhan Pamuk, 아유 우타미-Ayu Utami, 프랭크 매코트-Frank McCourt, 세바스찬 융거-Sebastian Junger, 조너선 프랜즌-Jonathan Franzen, 제프리 유제니디스-Jeffrey Eugenides, 에드위지 당티카-Edwidge Danticat, 제프 다이어-Geoff Dyer, A. S. 바이어트-A. S. Byatt,마이클 커닝햄-Michael Cunningham, 제니퍼 이건-Jennifer Egan 소설가가 아님에도 올리버 색스가 눈에 띄는데, 비평가, 희곡작가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포진되어 있다. 작가 자신이 한 때 수십년동안 완전 광팬이었던 업다이크의 책에 관심이 생겼고, 제3세계, 아프리카 및 이슬람 작가들, 아메리칸 인디안 문학 작가들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고 알게 되어서 좋았다. 가장 지적인 소설을 쓴다는, 왕년의 프로그래머였던 리처드 파워스의 책을 진정으로 읽고 싶으나 번역본이 없다. |
|
이 책 나에게 많이 익숙한 책이다. 올해 초 자음과 모음에서 책 출간을 준비하며 소설가를 읽는 방법에 대한 이벤트를 진행했다. 하루에 한 번 정도 한 소설가에 대한 내용을 주고 그에 맞는 질문에 카페지기 마음에 드는 답변에 점수를 매겨 그 점수가 가장 높은 사람에게 상품으로 백화점 상품권을 주는 거창한 이벤트였다. 끝까지 참여한 분이 적어서 나 역시 상품권을 탔던 터라 기억에 남는다. 처음 책 소개를 받던 날 정말 부끄러웠다. 존 프리먼이 소개하고 있는 70명의 소설가 중 내가 읽은 책의 저자는 무라카미 하루키과 오르한 파묵이 전부였다. 그나마 이름이라도 아는 작가는 권터 그라스(양철북의 저자) 정도였다. 대부분 노벨문학상이나 퓰리쳐상, 맨부커상 수상자들이었다. 엄청 유명한 사람들이라는데 나에게는 다들 모르는 사람이라서 책을 읽으면서 조금 힘들었다. 그 사람의 책을 한 권이라도 읽었다면 이 인터뷰 저변에 깔려있는 뉘앙스를 좀 더 파악할 수 있을텐데 그러지못한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쉽게 읽히지 않는 책도 읽어봐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 책은 일종의 인터뷰에 대한 기록문이다. 단지 기존 우리나라의 인터뷰 책들이 대화를 전부 기술하는 형식인데 반해 이 책은 인터뷰한 사람의 정리가 돋보이는 책이다. 그러고나니 궁금했다. 얼마나 많은 책을 읽어야 이런 인터뷰가 가능한 것인지 한 인물을 인터뷰하기 위해 그의 저서를 몇 권이나 읽고 만나야하는 걸까 하는 그가 서술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우선 간략한 작가 소개가 나온다. 어디서 태어나 어디서 어떻게 자랐는지, 혹은 어떤 것을 공부했는지, 그래서 어떤 책을 써서 어떤 반응을 이끌어냈는지에 대해 그리고 지금 이 글이 어느 시점에서 작가를 만나 쓴 것인지를 밝힌다. 작가 소개가 끝나면 곧바로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전 작품이 도마에 오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인터뷰 시점에서 출간된 책 이야기다. 간혹 작품보다 작가의 성향이 더 흥미롭다면 작가 이야기가 더 굵게 다뤄지기도 한다. 애매한 것은 이 이야기들이 인터뷰를 통해서 알게되어 정리한 것인지 아니면 기존부터 지니고 있던 존 프리먼의 관점인지가 헛갈린다는 점이다. 그의 질문은 대부분 사회적인 것에 맞닿아있다. 어느 정도 이름이 있는 상을 받은 작가들이니 그의 작품이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을터이고 존 프리먼은 논란이 되고 있는 작가의 사회성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기 뿌리가 담긴 언어로 이야기를 만들고 책을 출간한 응구기와의 인터뷰도 자신이 나치전력이 있음을 밝힌 권터 그라스와 나눈 이야기도 그렇다. 그렇다고 그 자신이 그런 작가의 사상에 열을 내며 뭔가를 주장하진 않는다. 단지 그가 이런 느낌으로 이런 생각들을 정리하고 있다 덤덤히 밝히는 정도일 뿐 어둠으로 인식될 수 있는 작가 이야기를 조금 더 밝은 곳으로 끌어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모든 작가들과의 인터뷰를 그가 정리해 에세이식으로 서술한 것은 아니다. 붉은 수수밭의 모엔의 경우는 우리나라의 인터뷰 기사와 비슷하다. 인물 : 찍고 대사 서술하는 방식 솔직히 이유는 잘 모르겠다. 왜 그랬는지, 내 느낌 상 본인이 작가의 생각에 완전히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 그저 단순한 변덕일 수도 있고 말이다.
이곳에 서술된 70명의 작가를 모두 알 수는 없다. 모두 읽기를 바랄 수도 없다. 하지만 이 깊이감 있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치 꾸중듣듯 경청하다보면 소개된 작가의 책을 만나게 되었을 때 조금은 홀가분하게 만날 수 있을 것도 같다.
|
|
[리뷰]존 프리먼의 소설가를 읽는 방법-세계 문학 거장들의 이야기
<존 프리먼의 소설가를 읽는 방법>은 내 책장에 오래 박혀 있었으나 읽지 않고 놔 둔 책 중 하나이다. 시간과 여유가 있다면 가장 먼저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책이다. 우선 존 프리먼은 영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 계간지 <그랜타>의 편집장을 지냈고 많은 세계 문학의 거장들을 경험해 본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다룬 사람들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물론이고 퓰리처상, 맨부커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등 최고의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들이다. 다양한 국가 출신들의 작가를 다뤘으며 20세기 초에 태어난 사람부터 시작하여 가장 젊은 작가는 1977년 생이다. 물론 아주 젊은 나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최고의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중 70년대 후반 태생은 꽤 젊은 편이다. 거의 대부분 내가 잘 모르는 소설가였지만 우리에게도 아주 익숙한 무라카미 하루키라든가, 응구기 와 시옹오, 올리버 색스 등도 다뤘다. 처음 존 프리먼이 유명 작가를 대하는 태도는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독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뭔가 짜릿한 것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 이가 실제로 살과 피를 가진 우리와 동일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또한 그들은 뭔가 특별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의 고난과 개인사를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했으며, 이런 생각 때문에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에 따르면 소설가들은 결코 자기 작품의 대변자였던 적이 없다고 한다. 자신의 공간을 가지고 싶어하며 자신의 작품을 가지고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것을 결코 즐기지 않는다고 한다. 저자는 작가들이 '글을 써야만 하기 때문에 쓴다'라고 했는데 여기엔 나도 전적으로 공감했다. 글쓰기란, 특히 소설가란 돈을 기대하고서 택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오히려 부귀영화와 거리가 먼, 평생을 궁핍함과 싸워야할지도 모르고 능력없이 빈둥거리는 빈대같은 사람으로 치부되기 일쑤이다. 그들은 글을 쓰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기 때문에 쓰고, 또 쓰는 것 같다. 마가렛 애트우드,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그레이스>를 봤는데 그 원작자라는 사실을 알고 나는 순식간에 그녀에게 빠져들었다. 그녀가 서술하는 방식, 묘사하는 풍경들, 말하고자 하는 것들 등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에 반하고 말았다. 많은 작가 목록에서 그녀의 인터뷰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 다양한 형식의 소설을 시도했으며 그녀는 심지어 책을 위해 낭독회 여행을 하는 동안에도 활발하게 새로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책에서 많은 작가에 대해서 다뤘고 연재했던 글을 편집하여 책으로 만든 만큼 한 사람에 대한 인터뷰는 굉장히 짧았다. 내가 잘 모르는 작가에 대해서는 가볍게 읽기 좋았지만 더 알고 싶고 궁금한 작가마저도 이렇게 짧게 끝나니 많이 아쉬웠다. 그러나 인터뷰를 하면서 반드시 독자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문구만큼은 명확히 적혀 있어서 또 괜찮았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전문가들의 혹평에도 의연했던 톰 울프의 말이었다.
역시 소설은 재미있는 게 최고지. 탄생 그 순간부터 소설은 '재미'라는 사명을 타고났다고 생각하는 나와 일치하는 말이라 더더욱 공감이 갔다. 책에 나온 인터뷰 내용의 형식은 다양했다. 저자의 생각이 많이 들어간 설명문 형식의 인터뷰도 있었고 완전히 질문과 대답 형식으로 나와 있는 '앨런 홀링허스트'의 인터뷰 내용은 있었다. 공통적으로는 최대한 소설가가 소설가로서 살아있을 수 있도록 서술했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작가들이 항상 다른 작가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직접적이 아니라 간접적인 방법으로, 시공간을 넘어서 다양한 좋은 작품을 읽고 영향을 받는다고 했는데 그들 역시 독자이자 소설가이고 역시 자신의 경험과 함께 소설가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참고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인터뷰는 꽤나 앞에 나와 있었는데(그는 종종 소통을 하므로 이미 한국 독자들도 그의 성향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떡 하니 실려있는 그의 이름을 보니 그의 위상이 실감났다. 반복적인 생활을 하면 상상력이 정말 잘 작동한다는 그,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책상에 앉아 글을 쓸 준비를 한다는 말이 멋지게 들렸다.(물론 완전히 매일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꾸준히 많은 작품을 써 온 작가의 성실함이 묻어났다. 자신의 어두운 방에 들어갔다 원래 세계로 나와서 글을 쓴다는 말도 공감이 갔다. 우리는 모두 소설을 읽을 때 소설가의 그 어두운 방에 들어갔다 나오기 때문이다. 좀 더 자주 자세히 읽어봐야할 거 같은 책이었다. 왜 이제 손을 댔는지, 게으른 나에게 반성을. 소설가들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사람, 소설을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
|
이 책에서는 유명 소설가들이 약 70명 가량 소개된다. 그들의 이력과 삶을 돌아보고 인터뷰한 내용을 실었다. 내가 알고 있고 그 저서를 직접 읽은 소설가들은 생각보다 적었다. 그래서 이 책으로 대략적인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알고 있던 작가들의 이야기에 대해서 좀 더 명확하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됐고 왜 그 책을 썼는지, 어떻게 그 책이 탄생했는지 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좋았다. 다만 한 권의 책 안에 70여명을 다루다보니 깊이 있게 들어가는 면이 조금 아쉬웠다. |
미국에서 잘 팔리는, 회자되는, 인정받는 현대 소설가들의 짧막한 이력과 저자가 그 작가와 인터뷰들을 모은 책이다.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하는 책이기 때문에 정말 많은 작가들이 소개되어 있다. 이런 책을 읽으면 앞으로는 좋은 소설만 잘 골라서 봐야 겠다라는 반성 아닌 반성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성공한 작가들은 성실하게 꾸준히 부지런하게 작품을 만들어 낸다. 어쩌면 그게 성공에 이르는 가장 필요한 조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