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부신 젊음, 이 젊음을 부여잡고 있는 노인, 그 노인의 팔짱을 끼고 모래시계를 들고 있는 죽음. ‘삶의 3가지 모습’이라는 제목의 한스 발둥의 그림이 일단 인상적이다. 여러 생물종의 사례를 통해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노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기술하고 있는 책이다. 노화는 우리 인간이 경험하는 가장 일반적인 현상의 하나이다. 젊은 시절에 우리는 가족 중의 누군가 약해지고 늙어 이 세상을 하직하는 것을 보아왔다. 이제 이러한 변화를 우리 세대에서 우리 자신 스스로 경험하고 있다. 노화와 죽음은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불가피하게 거쳐가는 것이다. 과거의 흔적 위에 새로운 기억이 쌓이며 과거의 일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노화이다. 생명의 신비와 함께 노화와 죽음 역시 최고의 신비이다. 강털소나무라는 식물은 4,500년을 산다고 한다. 인간은 포유류 중 가장 오래 사는 종이다. 모든 종은 최장 수명이 정해져 있다. 인간과 맞먹는 최장 수명을 가진 포유류는 아마도 70년 정도 살 수 있는 오랑우탄, 코끼리, 고래 등일 것이다. 왜 노화가 일어나는 것일까? 그리고 노화처럼 생명에 해로운 것이 진화를 통해 제거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모이론, 돌연변이 축적이론, 길항적 다면 발현이론, 손상과 복구이론 등 진화생물학적 시각에서도 여러 설명이 가능하지만, 생체기관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은 아직까지 없다. 생식세포 자체가 유성생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가 유전적으로 ‘젊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면 체세포의 경우에는 수정란으로부터 체세포분열을 반복하기 때문에 유전적 결함이 축적됨으로써 생리적으로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노화이다. 한 개체가 유성생식을 하여 새로운 클론을 만들고 결국 노화하여 죽어도 클론의 유전적 본질은 유성생식을 통해 유지된다. 불멸하는 생식세포와 필멸하는 체세포, 생식세포는 세대간 전달되므로 불멸하지만 체세포는 개체와 함께 없어진다. 때문에 주어진 것에 만족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며 영원한 생명이 함축된 생식행위에서 만족을 느껴야 한다.
탄생, 젊음, 노화 그리고 죽음, 시간의 축을 따라 죽 이어져가는 우리들 삶의 과정이다. 머지않아 평균수명이 100살에 가까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어쨌거나 나의 유전자는 딸 송현이를 통해 영원히 전달될 것이니 필멸할 걱정은 안해도 되지만 문제는 삶의 질. 이제 새로운 것을 시작해야 할지, 아니면 지금 내가 가진 것을 토대로 그 무언가를 다시 찾아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