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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통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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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권인데 이 책은 아직 개정판이 안 나오네요. 개정판이 나오면 한 질로 색깔을 맞춰 모으기가 좀 난감해지지만, 독자들을 위한 서비스인데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죠. 이 5권부터 후한 시대의 시작인데, 지나치게 이상화되는 감이 없지 않으나 여기서부터 광무제 유수의 믿을 수 없는 충정, 복벽의 활약이 펼쳐집니다.왕망은 학식과 교양이 풍부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특유의 인품으로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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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권인데 이 책은 아직 개정판이 안 나오네요. 개정판이 나오면 한 질로 색깔을 맞춰 모으기가 좀 난감해지지만, 독자들을 위한 서비스인데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죠. 이 5권부터 후한 시대의 시작인데, 지나치게 이상화되는 감이 없지 않으나 여기서부터 광무제 유수의 믿을 수 없는 충정, 복벽의 활약이 펼쳐집니다.

왕망은 학식과 교양이 풍부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특유의 인품으로 감화시키는 유교적 인격자이기도 했었습니다. 이러던 그가 왜 전해 오던 풍습과 제도를 다 갈아없고 파괴적 혁신을 단행하려 했는지 사가들의 눈에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습니다. 오늘날은 좀 다른 시각으로 보죠. 인화와 덕치로 칭송되었던 방식은 알고 보면 정실주의와 부정 부패의 만연이며, 융통성으로 권장되었던 건 원칙 없는 인치, 전횡에 불과했다는 쪽으로 말입니다. 당사자 간에 합의만 이뤄지면 부정도 덮여지고, 일관된 공정한 판결이 이뤄지긴커녕 배후의 인맥과 흑막에 의해 사법이 문란해지는 꼴을 보고, 왕망은 특유의 독선과 아집에 자신만의 정의감까지 곁들여져 기존의 제도를 일신(그의 입장에서)하는 어떤 결단이 필요하다 여겼을 만도 합니다.

저는 이런 실패한 개혁이 마치 갑신 정변의 미숙함과 경솔함을 연상케 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갑신정변은 이후 한반도를 병탄한 일본에 빌붙어 추진하려 한 쿠데타이니 더욱 큰 비난을 받게 되죠. 왕망은 뭐 협조 세력 없이 한 개인이 혼자 밀어붙인 변법이므로 그럴 소지는 없습니다만, 여튼 어떤 정파나 세력과의 컨센서스 없이 개인의 각성과 의지만으로 대대적인 변혁을 추구한 점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둘 다 역적으로 몰려 오명을 쓴 것도 같은 결과인데, 이미 이 시기에 달하면 전한의 여러 통치 시스템이 (후한만큼 심각하지는 않더라도) 한계를 드러낸 게 사실입니다. 멀쩡히 잘 굴러가던 걸 왕망 개인의 축재 때문에 체제가 전도된 거라곤 보지 않습니다. 그렇게 역사를 관찰하는 건 개인의 팩터에 지나치게 기우는 구시대적 사관이죠.

유수는 개인적으로 역량이 뛰어났을 뿐 아니라, 창업주 고제보다 더 안정된 감성과 인격을 갖추었던 게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란 중 경시제와 대처하는 과정이나, 정권을 잡고 민심을 위무하며 행정을 챙기는 모습에서도 무리수를 두는 모습이 전혀 없습니다. 넉넉한 환경에서 자라나 적절한 자긍심을 갖고 평탄하게 살아 온 인생의 장점이 그대로 드러나죠. 게다가 용모도 빼어난 인물이었으니, 이런 인걸을 그토록 결정적인 난세에 맞이할 수 있었던 당시의 중화 제국이 진정 누린 홍복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후한은 이런 명군을 가지는 행운뿐 아니라, 잠시 동안의 혼란기에 전쟁을 통해 체제의 적폐를 다 쓸어내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마치 루스벨트 체제의 뉴딜처럼 경제적 이점도 누릴 수 있었습니다.

v*****7 2016.07.1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