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대에 이런 책을 쓰다니, 하르트와 네그리가 유명한 학자들인 건 알았지만, 이 책을 출간 이후 25년이 지나서 읽는 나로서는 경이로울 수밖에 없었다. 바로 오늘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책을 인용한, 이 책에서 시작된 얼마나 많은 연구들이 있었을까? 다 훑어봐야 하나... 대지성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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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안토니오 네리그 마이클 하트/ 윤수종/ 이학사/2001 자신들만의 독특한 용어 개념과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의 제국입니다. 엠퍼러라고 했지만 사실 왕관도 없고 절대 권력도 아닌 전 지구적 네트워크, 모든 인류 보편으로 인정되는 질서과 규율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대중 그러나 그 질서과 규율의 강제성에 또한 항거하는 대중이 중심이 되는 제국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겠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구요? 저도 이해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지금도 잘 이해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요. 다만 얼핏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정도이겠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대중은 보통 말하는 군중, 비슷한 의견을 가지고 있는 단체의 의미가 아니라 모두가 다른, 차이가 있는, 그렇게 때문에 평등한 개개인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다른 책에서는 네그리의 대중을 다중이라는 의미로 번역하기도 합니다. 또한 여기에서 말하는 제국은 제국시대의 제국이 아니라 전지구를 하나로 묶어내는 의미의 지구촌 자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여간 아렌트 처럼 이들이 쓰는 용어들도 보통의 용어들과는 다르기 때문에 읽기에 어려움이 적잖게 있긴 합니다.
서구 유럽의 제국주의적 시스템 즉 제국이 있고 식민지가 있었던, 즉 제국이 유지되기 위해서 식민지가 필요했던 제국 중심의 이원적 시스텝에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먼저, 유럽의 국민국가 즉 국민주권에 대한 인식이 발달하고 이것은 식민지 국가의 자각으로 옮겨갑니다. 그리고 전쟁이후 세상은 냉전시대를 거쳐 미국적 가치관이 세계를 지배하는 (듯한) 양상으로 옮겨갑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과거 로마와 같을 수는 없지만 미국적 훈육정치, 법률과 가치관의 기반 하에 국민들을 질서있게 통제하는 시스템이 확산되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어떤 정치세력도 어떤 시스템도 막을 수 없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전 세계를 유주하는 자본과 기술 발달로 인해 더 빠른 속도로 전달되는 정보입니다. 한 나라의 사건은 한 나라만의 일로 치부될 수 없고, 새로운 기술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며 국민들의 주권의식이 강해짐에 따라 각 국가들의 정책과 법률도 영향을 받습니다. 국민국가의 영역은 점차 엷어지고 국제적 네트워크의 확장이 가속화됩니다. 우리는 그 네트워크 안에서 살게 되고 이제 뫼비우스의 띠처럼 안도 밖도 없는 제국에 포함될 것이지만 또한 우리 스스로 그 법률에 따라 통제되겠지만 또한 차이가 있으므로 평등한 대중의 한사람으로서 또한 통제와 억압에 항거해야 할 것입니다. 네그리가 말한 제국의 모순, 우리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우리를 질서와 훈육으로 통제하려하는 그 성질. 하긴 모든 존재가 자기 모순적이긴 합니다만... 어쨌거나 우리는 벌써 제국의 초입에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아직 국가주의가 팽배하고 차이를 평등으로 인정할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먼 훗날의 일인 걸까요? 아리송송합니다.
이 책은 사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네오 코뮤니즘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물론 우리가 과거에 알고 있던 그런 코뮤니즘과는 다르겠지만 하여간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놀라운 책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슘페터는 언젠가 이 세상을 사회주의가 될 것이라고 씁쓸한 어조로 쓴 글이 생각나네요. 네그리는 그보다는 훨씬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언젠가 저도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다고 생각했으나... 이미 그 길을 한참 걷고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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