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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으로 아는 것들(이하 느낌)>이란 책을 주저없이 주문한 건 ‘호어스트 에버스’란 이름 때문이었다. 그의 전작인 <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의 기억은 그만큼 강렬했다. 책을 읽다가 소리를 내서 웃기란 쉬운 일이 아닐진대 그 책은 여러번 날 배아프게 만들었다. 그 웃음을 다른 이와 나누고자 전화를 걸어 책을 읽어주다가, 내가 미리 웃어버리는 통에 “뭐냐?”는 핀잔을 들은 기억도 난다.
그렇다면 그의 두 번째 책인 <느낌>은 어떨까. 영화판에 제대로 된 속편이 드문 것은 전편의 명성에 기대어 엉성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탓도 있지만, 관객들이 전편의 스토리에 익숙해져 웬만큼 기대를 뛰어넘지 않는다면 불평을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웃기려고 별 짓을 다한 <캐리비안의 해적 2>이나 <슈렉2>를 보고서도 “1편이 낫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어쩌면 그들은 영화를 보기 전부터 “1편만 못해”란 대사를 준비해 놨는지 모르겠다. ‘그들’에 속하지 않는, 그러니까 속편을 볼 때는 이미 전편을 다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는 나는 제법 공평하게 1편과 2편의 재미를 판단하는 편인데, 그런 내가 보기에도 <느낌>은 유머의 총량에서 1편에 미달한다. “몇 번은 웃기겠지” 하며 책장을 넘기다 점점 초조해져 갔고, 다소 허탈한 기분으로 마지막 장을 넘겼다. 먼젓번 책이 게으름에 대한 우리의 욕망을 대리만족시켜 준 반면, 이번 책에서 호어스트의 유머는 좀 더 황당해졌고, 그래서 그런지 공감이 잘 안갔다. 도시의 특성을 가지고 얘기하는 게 많았던지라 독일에 살았다면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을지 모르겠다.
번역이 막혀 호어스트에게 메일을 보냈는데 다음날 새벽에 바로 답장이 왔다는, 게으르다고 생각한 호어스트에게 배신당했다는 옮긴이의 말이 더 재미있었다고 하면 내가 너무 혹평을 하는 걸까. 그럼에도 내가 호어스트의 다음 책을 무조건 살 생각인 이유는 “걱정 말고 일단 누워 봐. 금방 피곤해질 테니까”라는 그의 생각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보너스로 노후 대비 보험을 들라는 안내원과 호어스트의 대화를 옮겨온다. 그의 재치는 이 책에서도 여전하다.
안내: (보험에 들면) 노후에 대해 걱정하실 필요가 없거든요.
호어: 노후에 대해 왜 걱정을 해야 하는데요?
안내: 신문 안봐요?
호어: 보죠. 그런데 신문을 보면 노후보다는 요즘 일이 더 걱정스럽던데요.
안내: 그러시군요. 저희가 일단 이 주제에 대한 흥미로운 안내책자를 보내드리겠습니다.
호어: 그걸 읽고 나면 제가 노후에 대해 걱정을 하게 될 거란 말씀이지요?
안내: 네, 아주 잠깐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곧바로, 어떻게 하면 노후에 대한 걱정을 확실히 놓을 수 있는지 설명해 드리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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