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54)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48%
  • 리뷰 총점8 46%
  • 리뷰 총점6 6%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8.0
  • 40대 8.0
  • 50대 8.0

포토/동영상 (8)

리뷰 총점 종이책
[2015 결산]3.5미터로 대변되는 억압과 자유.『룸』
"[2015 결산]3.5미터로 대변되는 억압과 자유.『룸』" 내용보기
삶은 언제나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으로 가득하다. 현실을 자각하고 인식하면서부터 기쁨보다 고통과 슬픔이 몇 곱절 큰 게 삶이라는 것을 감지하며 살아왔다. 수용할 수 없는 범위의 해악이 가득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아니 이해할 수도 없는 일로 가득한 곳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이해의 차원을 넘어서 인간의 잣대를 들이밀 수도 없는 사건, 사고를 보면 좌절감은 더 커진
"[2015 결산]3.5미터로 대변되는 억압과 자유.『룸』" 내용보기

 

삶은 언제나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으로 가득하다. 현실을 자각하고 인식하면서부터 기쁨보다 고통과 슬픔이 몇 곱절 큰 게 삶이라는 것을 감지하며 살아왔다. 수용할 수 없는 범위의 해악이 가득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아니 이해할 수도 없는 일로 가득한 곳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이해의 차원을 넘어서 인간의 잣대를 들이밀 수도 없는 사건, 사고를 보면 좌절감은 더 커진다. 최소한 인간이라면 저래서는 안 되지, 최소한 인간이라면 저럴 수는 없는 거야, 라는 말을 되뇌며 오늘도 현실 속 비현실 같은 경악할 사건, 사고 소식을 듣는다. 『룸』은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소설이다. 2008년 오스트리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근친상간, 감금, 7명의 자녀, 24년... 한 글자 한 글자, 단어로만 보아도 소름이 돋는 것을 어쩔 수 없다. 그때에도 기사를 찾아보며 입을 다물 수 없었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큰 이슈가 되는 것은 소설의 좋은 소재가 되기에 알맞다. 모두를 이롭게 하는 이슈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를 충격에 빠뜨린 실화가 소설로 탄생하는 것은 호기심 이전에 불편한 마음이 먼저인 건 당연하다. 완독하기 쉽지 않을 거라 예상했다. 예상대로 잘 읽어지지 않았다. 소설은 5살 어린 소년의 시각으로 모든 것을 묘사하고 있다. 자극적인 요소는 최대한 배제한 채 사실만을 묘사하고 있지만 그들이 처한 상황을 거의 알고 있는 상황에서 따라오는 불편함은 배제되지 않았다. 잭의 엄마는 19살 등굣길에 올드 닉에게 납치됐다. 7년 동안 그의 뒷마당 개조된 헛간에서 감금된 채 지낸다. 최소한의 생활용품, 천장 가까이 높은 채광창으로 들어오는 최소한의 빛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엄마는 잭을 누구보다 소중하게 키웠고 사랑했으며 둘의 유대는 끈끈하다. 잭은 TV 속에 보이는 세상이 가짜 세상이며 환상이라고 믿고 있는 아이다. 아직 어린아이가 감당할 수 없는 사실을 숨겨야만 하는 엄마의 심정이 어떠할까. 가로세로 3.5미터 크기의 독방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처한 그들의 사정에 어떤 위로와 위안도 할 수 없는 답답함이 컸다. 

 

잭의 5살 생일을 기점으로 모든 게 달라진다. 아이를 위해서 더 이상은 그 작은 공간에서 살아갈 수 없다고 판단한 엄마는 목숨을 건 모험을 감행하고 그토록 꿈꾸던 바깥세상의 삶이 펼쳐진다. 소설은 감금된 채 영위되는 생활보다 탈출한 후 그들이 바라보는 바깥세상의 변화 위주로 묘사된다. 그러니까 잭이 4살까지 살아왔던 독방의 삶, 5살부터 겪게 되는 거짓 혹은 환상이라고 믿었던 바깥세상을 아이가 경험하면서 겪게 되는 모순과 혼란의 감정이 주이다. 자유로운 세상으로 나왔지만 말만 자유일 뿐 그들이 견뎌야 하는 세상의 관심은 독방에 갇혀있을 때와 비슷한 강도의 괴로움을 동반하게 한다. 누구나 똑같이 경험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경험을 했다는 이유로 말이다. 살면서 중요한 것은 3.5미터로 대변되는 방의 크기가 아니다. 자유의지로 살아갈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다. 방을 탈출한 후, 분재소년으로 불려지며 대단한 영웅으로 칭송받는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을 보면서 불편한 심기를 감출 수 없었다. 아이의 시각으로 묘사되기 때문에 답답한 경우도 있었고 과연 5살 아이가 저런 사고를 하고 그와 같은 상황을 겪으면 저런 표현을 할까 하는 의아함이 든 경우도 더러 있었지만, 폐쇄된 환경에서 살아본 당사자가 아니면 확신할 수 없고, 작가는 최대한 아이의 심정과 시선으로 표현하려 한 것일 테니 그러려니 할 수밖에.

 

네 살 때는 텔레비전에 있는 모든 것이 그냥 텔레비전인 줄 알았지만, 다섯 살이 되자 엄마는 텔레비전 안의 많은 것들이 진짜 물건들의 그림이고 바깥세상도 정말 진짜라고 알려주었다. 한데 이제 바깥세상에 나와보니 그중에 많은 것들이 진짜가 아니었다. -441쪽

 

밤에 나는 침대가 아닌 침대에 누워서 예전의 담요보다 더 푹신한 담요를 문질러보았다. 네 살 때 나는 세상에 대해 전혀 몰랐고 그냥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엄마가 진짜 세상을 들려주었을 때는 모든 걸 다 알았다고 생각했다. 한데 이제 늘 세상에서 사는데, 나는 사실상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늘 혼란스러웠다. -501쪽

 

3.5미터로 대변되는 억압과 자유, 3.5미터 크기의 방 안에서는 억압으로 모든 걸 자유롭게 할 수 없었지만 그 방의 경계를 허무는 순간 자유로워진 이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뛰어넘어야 할 것은 단지 방과 바깥세상을 허무는 물리적인 문이 다가 아니다. 마음의 문을 허물 수 있기를 응원하고 독려해주는 게 우리의 몫이고 물리적인 문이 아닌 마음의 장벽이야말로 그들이 뛰어넘어야 할 경계이지 않을까 한다. 어린 나이에 너무도 다른 삶을(당연하게) 살 수밖에 없었던 분재소년 잭과 자유에서 억압으로 이행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엄마, 그들의 혼란 속에서 지금까지 내가 누려왔던 자유에 대해 생각해 본다. 자유로운 삶이 당연하고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믿고 있는 삶이, 어쩌면 당연한 게 아닐 수도 있을 거라는 자각이 드는 순간, 아찔함이 앞선다. 자유의 소중함을 망각하며 살아가고있는 게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하게 된다. 그들은 지금 잘 살고 있을까. 세간의 지대한 관심이 오히려 부담과 스트레스일 것이다. 이제는 바깥세상에서 자유롭게 잘 살아가고 있을 거라 믿으며, 소중한 삶을 만끽하고 있기를 바라며, 나도 내 삶의 자유, 소중함에 감사하며 살아가야 함을 깨닫는다.

 

책을 읽는 내내 영화로는 어떻게 표현됐을까, 하는 궁금증이 컸다. 아무래도 5살 아이의 시점으로 그려지는 소설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영상화된 게 더 쉽게 다가올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소설로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고 꼭 영화로 만나고 싶은 소설이기도 하다. 개봉하면 한걸음에 달려가서 볼 것 같다.

 

 

 

  

w*****8 2015.12.18. 신고 공감 13 댓글 14
리뷰 총점 종이책
상상도 하기 싫은 이야기 [룸]
"상상도 하기 싫은 이야기 [룸]" 내용보기
읽는 게 힘들었다. 실화를 기반한 소설이라는 홍보 문구 때문에 읽고 싶었던 소설이지만 막상 그것을 인지하고 소설을 읽다보면 이런 상황들을 상상하는 것이 고통스러워 읽기를 중단하고 싶었다.   19살에 올드 닉에게 납치당한 한 여성이 있다. 올드 닉은 이 여성을 납치하여야겠다고 구체적으로 미리 지명한 건 아니다. 납치 전 자신의 집 뒷마당에 감금을 목적으로
"상상도 하기 싫은 이야기 [룸]" 내용보기

 

 

 

 

읽는 게 힘들었다. 실화를 기반한 소설이라는 홍보 문구 때문에 읽고 싶었던 소설이지만 막상 그것을 인지하고 소설을 읽다보면 이런 상황들을 상상하는 것이 고통스러워 읽기를 중단하고 싶었다.

 

19살에 올드 닉에게 납치당한 한 여성이 있다. 올드 닉은 이 여성을 납치하여야겠다고 구체적으로 미리 지명한 건 아니다. 납치 전 자신의 집 뒷마당에 감금을 목적으로 헛간을 지은 후 저지른 범행이기 때문이다. 하필 잭의 엄마가 걸린 거다.

 

납치, 감금, 강간, 폭생, 그리고 임신, 출산까지. 좁은 방에서 그녀는 7년 간 세상과 격리되어 살아낼 수 있었던 단 하나의 이유. 아들 잭이다. 몸서리치게 싫은 올드 닉이지만 잭을 위해 얌전해졌다. 잭은 아빠라는 존재를 모른다. 생물학적인 아빠라는 것이 있는지도 모른다. 하늘의 천사가 씨앗을 주어 엄마 뱃속에서 자라 태어나는 것으로 안다. 엄마는 한번도 올드 닉에게 잭을 보여준 적이 없다. 잭의 침실은 옷장 속이다. 잭에게 진짜 세계는 이 방이다. TV에 나오는 세상은 가짜다. 그런데 어느날, 그러니까 잭이 다섯 살 생일을 맞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로부터, 태어나 가장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들어봐. 우리가 텔레비전에서 보는 건.....진짜 물건들의 그림이야."(95쪽)

 

잭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지식과 경험을 총동원해봐도 이 모든 것이 혼돈이다. 질문들이 머릿 속에서 요동을 친다. 벽 너머에 진짜 세상이 있다니. TV 속에 나오는 것들이 가짜가 아닌 진짜라니. 잭은 호기심과 질문에 답해줄사람은 엄마 밖에 없다. 엄마도 한계에 봉착한다. 몇 년 동안 머릿 속으로 곱씹으며 시물레이션한대로 대탈주를 시도하게 된 계기다.

 

이 소설의 절반은 가로 세로 3.5m 방안에서 잭의 다섯 살 생일 이후부터 탈출할때까지 며칠 간의 모습을 담고 있다. 며칠이었지만 잭과 엄마가 어떤 삶을 살았을지, 어떤 상태인지 충분히 전달할만큼 세세하게 대화 형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잘 읽히는 이유다. 잭과 엄마가 올드 닉으로부터 탈출이 성공한 후  그 정도면 됐다, 여기서 소설이 끝나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고작 이 책 분량의 절반 가량일 뿐이었다. 탈출 이후 두 사람의 모습을 나머지 절반에 담은 것이다. 조사와 치료 받는 과정은 지루했다. 상상가능한 상황들이었기 때문이다. 그치만 치료와 치유의 과정을 다룬 내용도 절반을 넘어서자 왜 작가가 공을 들여 뒷부분을 서술해나갔는지 슬슬 이해가 됐다. "사람들은 온갖 방식으로 감금돼 있"다고 절규하는 엄마의 분노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읽는 것이 괴로웠다. 어쩔 수 없이 잭에다 나의 아들을 대입시켜 자꾸 상상하였기 때문이다. 막장 드라마나 범죄 스릴러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유사한 사실에서 더 큰 이야기들이 파생되었기 때문이다. 드라마보다 더한 현실들이 많다는 걸, 점점 알아간다. 나이 들면서 안좋은 점 중 하나, 알기 싫은 것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남은 삶 동안,  끔찍한 것들을 더 많이 접하게 되겠지. 점점 잘 안웃게 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이 소설의 화자는 다섯 살 잭이다. 그의 언어, 그의 사고, 그의 관점을 절묘하게 이끌어 간다. 다섯 살 꼬맹이 맞아?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다섯 살 다운 모습을 바로 보여주는 식이다. 작가가 만든 가상의 인물 잭이 독자들에게 제대로 먹힌 이유다.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잭. 잭의 관점에서 서술되는 이 끔찍한 이야기를 독자가 그나마 지치지 않고 읽게 되는 이유다. 어린 아이일수록 더 살아남아야 하며 제대로 자라길 바라는 일반적인 인간의 감정을 툭툭 건드렸기 때문이다. 이런 점이 바로 작가의 힘이다.

 

 

 

 

 

 

42쪽. "춘분이 뭐야?"

"똑같다는 뜻이야. 빛과 어둠의 양이 똑같은 날."

 

60쪽. 그림이 사라지고 화면이 다시 회색으로 변할 때가 제일 싫다. 잠깐이지만 늘 울고 싶다.

 

96쪽."들어봐. 우리가 텔레비전에서 보는 건.....진짜 물건들의 그림이야."

지금까지 들어본 말 중에서 가장 놀라운 말이었다.

 

102쪽. 방은 정말로 진짜지만, 어쩌면 바깥세상도 동화 속의재커잭 왕자처럼 투명 망토를 둘렀을 뿐 진짜 아닐까? 아기 예수는 엄마랑 사촌, 할머니와같이 그림 속에 있는 아기 예수만 진짜인 것 같았지만, 채광창을 통해 노란 얼굴로 내려다보는 하느님은 진짜다. 오늘만 없을 뿐, 채광창은 회색이었다.

 

115쪽. 이야기는 종류가 다른 진실이란다. 

 

122쪽. 질문은 머릿속에서 계속 뛰어다니고 있었다.

 

133쪽."엄마가 그 앨리스 같은 사람이야."

 

172쪽. 터널처럼. 실제 터널이 아니라, 내 말은, 포로들은 아주 용감해야 하고 한 번에 한 사람씩 나가야 한다는 뜻이야.

 

293쪽. 엄마는 자꾸 그렇게 말했지만(걱정마) 나는 걱정하지 않을 방법을 몰랐다.

 

349쪽. 박사는 내 두뇌가 봄 청소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379쪽. "제가 한 건 살아남은 것뿐이에요. 잭도 상당히 잘 키워냈고요. 충분히."

"아뇨. 난 솔직히 짜증이 나요."

여자는 두 번 눈을 깜빡였다.

"이 모든 존경......난 성자가 아니에요."

엄마의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

"난 사람들이 우리가 끔찍한 일을 겪은 유일한 사람들인 것처럼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인터넷을 보면 정말 믿기지 않는 사연들도 많이 있어요."

"당신과 비슷한 다른 사건들 말인가요?"

"네. 하지만 그 외에도 많아요. 내 말은, 물론 그 헛간에서 눈을 뜰 때면 나처럼 지독한 경험을 하는 사람은 없을 거라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노예제도는 새로운 발명품이 아니잖아요. 감금도 그래요. 미국에서 독방에 갇혀 있는 죄소가 2만 5000명이 넘는다는 거 알고 계세요?"

엄마는 손으로 여자를가리키고 있었다.

"아이들도 그래요......입에 젖꼭지를 물고 고아원 침대에 다섯 명씩 누워 자는 아이들, 아빠에게 매일 밤 강간당하는 아이들, 감옥에 갇혀서 눈이 멀도록 카펫을 짜는 아이들....."

잠시 아주 조용했다. 여자가 말했다.

"그동안 겪은 일들 때문에 이 세상의 고통받는 아이들에게도 엄청난 공감을 갖게 되신 것 같습니다."

"아이들뿐만이 아니에요. 사람들은 온갖 방식으로 감금돼 있어요."

 

497쪽. 난 요즘 항상 넘어져. 세상에는 발을 거는 게 많아.

 

 

 

 

 

 

 

YES마니아 : 로얄 g********s 2016.02.02. 신고 공감 10 댓글 22
리뷰 총점 종이책
[2015결산]『룸 ROOM』좀더 작은 것에 만족하고 매 순간을 즐겨야 하지 않을까.
"[2015결산]『룸 ROOM』좀더 작은 것에 만족하고 매 순간을 즐겨야 하지 않을까." 내용보기
정확히 5년 전에 분재소년에 대한 이 책을 읽었다. 읽으면서 너무 가슴이 아파 우느라 한동안 책을 놓아야 할 정도로 안타까워하며 읽었던 책. 이 책이 내년 영화 개봉소식과 함께 새옷을 갈아입고 다시 나왔다. 그때의 감정을 다시 느껴보고자 다시 이 책을 읽을수 밖에 없었으리라. 처음 읽었던 것과 5년이 지난 뒤에 읽어도 왜 감동은 비슷한 것일까. 내가 책의 제목으로 써놓았던
"[2015결산]『룸 ROOM』좀더 작은 것에 만족하고 매 순간을 즐겨야 하지 않을까." 내용보기

  정확히 5년 전에 분재소년에 대한 이 책을 읽었다. 읽으면서 너무 가슴이 아파 우느라 한동안 책을 놓아야 할 정도로 안타까워하며 읽었던 책. 이 책이 내년 영화 개봉소식과 함께 새옷을 갈아입고 다시 나왔다. 그때의 감정을 다시 느껴보고자 다시 이 책을 읽을수 밖에 없었으리라. 처음 읽었던 것과 5년이 지난 뒤에 읽어도 왜 감동은 비슷한 것일까. 내가 책의 제목으로 써놓았던 문장도 비슷했다. 책의 세세한 부분까지는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새롭게 읽었던 가슴먹먹했던 시간. 오랜만에 흡입력 강한 소설을 다시 읽었다.

 

  이 소설 『룸 ROOM』은 2008년 오스트리아에서 지하 밀실에 24년간 감금된 채 엄마가 된 한 소녀의 실화를 모티프로 한 소설이다. 소설 속 엄마는 열아홉 살에 개가 아프다며 도와달라는 한 남자를 도우려다가 납치되어 7년간 감금생활을 하며 아이를 낳은 여성이다. 그 아이 잭이 다섯 살 생일을 맞았다. 가로 11피트, 세로 11피트의 조그만 공간의 방에서 5년을 산 소년은 방이 자신의 온 세상이었다. 그의 바깥세상은 채광창으로 보이는 하늘 뿐이었다. 그리고 텔레비젼 속에 나오는 그림들. 소년 잭이 가지고 있는 책이라고는 다섯 권의 그림책. 많은 책을 읽고 싶었지만 올드 닉은 인색했다. 어디 책 뿐일까. 음식이며 옷가지, 그 모든 것에 인색했다. 그 외에는 엄마가 해준 이야기로 바깥 세상을 상상하고 그렸다. 

 

  생각해본다. 우리는 보통의 삶을 살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것에 대한 인식을 잘 하지 못한다.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인다고 할까. 우리가 느끼는 감정,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 우리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만약 잭과 엄마처럼 납치 감금되어 몇 년 간의 생활을 해왔다면 우리 삶은 너무도 비통하리라. 그래서 잭과 잭의 엄마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느낀다. 비로소 말이다.

 

  어느 날 올드 닉이 전기를 며칠째 끊고 가지고 있던 음식마져 바닥이 날때 엄마는 잭을 이용해 탈출을 결심했다. 전날 아픈 척 하게 했던 잭을, 이제는 죽었다며 그를 묻으러 갈 올드닉이 잭을 트럭에 태울 것이고, 신호등에 걸리는 때 탈출해 불이 켜진 집이나 사람에게 구해달라고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제 잭은 바깥세상으로 가게 되었다. 실제 바깥세상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거대했다. 쌩쌩 달리는 차들에 어지러워 눈을 감았고, 병균이 옮을까봐 마스크를 하고 다녀야 했고, 무엇보다 롤리팝 사탕을 마음대로 골라 먹을수도 있었다.

 

바깥세상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창문이었다. 볼 때마다 조금씩 달랐다. 새 한 마리가 오른쪽으로 휙 하고 날아갔다. 무슨 새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림자가 다시 길어졌고, 내 그림자가 녹색 벽 위를 가로질렀다. 나는 하느님의 얼굴이 천천히, 천천히 더 진한 오렌지색으로 저물어가는 것을 보았다. 구름은 온갖 색깔을 띠고 있었고, 그런 다음 줄무늬가 생기더니 어둠이 찾아왔다. 한 번에 너무나 조금씩 조금씩 변했기 때문에 다 끝날 때까지 알 수가 없었다. (301~302페이지)

 

 

 

 

 

  엄마랑 잭이 머물던 방이 제일 안전했을까. 아님 바깥세상이 제일 안전한 걸까. 바깥세상을 향해 탈출했지만 정작 바깥세상에서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아이는 엄마와 떨어지면 분리불안증세를 보이고, 다섯 살이 되었는데도 엄마 젖을 찾았다. 엄마 또한 아이 잭을 위해 인터뷰를 하는등 바깥세상에 적응하려고 했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처음 읽었던 소설에 비해 이번에 읽을때 내 마음에 더 들어오는 부분이 있었다. TV 매체의 진행자와 인터뷰를 하는 부분에서 진행자는 엄마에게 이런 질문을 했던 것이다. 잭이 태어났을때 올드 닉에게 아이를 데려가 다른 가정에 입양을 시킬 생각은 하지 못했느냐는 질문에서다. 잭이 사랑이 넘치는 가정에서 정상적이고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낼 수 있지 않았을까, 잭이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지, 더 넒은 세상을 배워야 하는데 매일 좁아지는 세상밖에 줄 수 없었다는 것에 엄마 또한 말문이 막힌 것이다.

 

  이 부분에서 드는 질문 한 가지. 방송 진행자의 질문이 가슴 아리게 다가오는 이유도 그것일 것이다. 아이를 위한게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결국엔 엄마 자신을 위한 것이었을까. 자신이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아이라며 자신의 곁에 두고 싶었던 걸까. 글쎄,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진행자의 질문처럼 아이의 정상적인 삶을 위해 올드 닉에게 입양시켜달라고 했을까. 행복한 가정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그랬다면 이 조그만 방에서 5년씩이나 갇혀 살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그렇다고 엄마에게 나쁘다고 말할 수도 없다.

 

우리 안의 어린아이는 모두 각자의 방에 갇혀 있습니다. (469페이지)

 

  잭은 어린시절을 잃어버렸다. 물론 아직 어린나이라서 이곳 바깥세상에서 충분히 적응할 수 있을 것이며 다섯 살 이전의 일들을 잃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방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바깥세상에 점점 적응해 갈 것이다. 엄마와 잭에게 서로의 세상이었던 방. 그들의 방을 찾아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잭의 말에 다시 먹먹해진다.

 

안녕, 벽아. 안녕, 바닥아. 안녕, 침대야.

안녕, 옷장아. 안녕, 천장아.

안녕, 방아.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2015.12.17. 신고 공감 9 댓글 10
리뷰 총점 종이책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슬픈 이야기, 아이의 공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슬픈 이야기, 아이의 공간" 내용보기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는 것은 참으로 신선하다. 깨끗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고 판단이 들어 있지 않기 때문에 독자가 자신의 생각을 가미해 읽을 수가 있다. 참으로 맑은 눈이 언어에 스며 나타나는 기법이다. 우리는 이런 시선의 글을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란 주요섭의 글을 통해 읽은 적이 있다. ‘옥희’란 어린아이의 눈을 통해 그려지는 어머니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슬픈 이야기, 아이의 공간" 내용보기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는 것은 참으로 신선하다. 깨끗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고 판단이 들어 있지 않기 때문에 독자가 자신의 생각을 가미해 읽을 수가 있다. 참으로 맑은 눈이 언어에 스며 나타나는 기법이다. 우리는 이런 시선의 글을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란 주요섭의 글을 통해 읽은 적이 있다. ‘옥희’란 어린아이의 눈을 통해 그려지는 어머니와 사랑방 손님의 행위를 통해 그들의 마음이 수채화처럼 나타나던 모습을 우리는 본 적이 있다. 이 글도 그런 시선으로 그려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 시선의 글이 조금은 어려운 표현 방법이다. 어린아이를 때론 애어른으로 만들어 버리는 우를 범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다섯 살이 되는 잭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그는 조그만 밀실에서 태어나 그곳만이 세상의 전부인 것으로 알고 살아간다. 그에게는 엄마와 채광창으로 만나는 작은 하늘 그리고 방 하나가 모든 세상이다. 아니 그들의 생활에 필요한 물질을 넣어주는 올드 닉이 한 명 더 있다. 그것만이 현실이고 다른 것들은 모두 상상의 날개를 펴 알아가고 기억해 가는 세상이다. 즉 책 속의 세상, TV를 통해서 만나는 세상 등이 잭의 눈에 새롭게 만나지는 곳이다. 그러나 그들은 잭에겐 사실로 인식되지 않는 허구의 세상이다. 그것들이 그래도 잭의 생각의 폭을 넓혀 주는 구실을 한다. 잭은 그것 외에는 인식할 수가 없다. 세상의 이상한 공기가 방에 들어오는 것은 올드 닉이 올 때다. 그가 올 때는 엄마가 긴장을 한다. 잭은 그런 때는 옷장 속에 들어 가 잔다. 그런 가운데서도 엄마의 따뜻한 품 안에서 힘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 많은 놀이도 하고, 많은 대화도 나누면서 그렇게 살아간다. 참으로 신기할 정도로 건강한 삶의 모습을 보인다. 아마 그것은 자신에게 다가온 것이 그것뿐이고, 그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리라. 다른 것들에 대한 사실적인 지식이 전혀 없기에 그런 삶이 될 수가 있으리라. 독자가 보기엔 답답하고 안타까운 삶, 아이의 입장에서는 문제없는 삶이 이루어진다.

 

잭의 삶에 유일한 친구는 tv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도 한다. 책도 그런 기능을 한다. 그 외에는 요리를 해먹고, 엄마와 마음을 나누는 등의 삶을 이루어간다. 이런 삶이 지극히 당연한 것이며 달리 다른 방법이 있다고 생각도 못한다. 가끔씩은 쥐나 벌레 등도 들어와 친구 노릇을 한다. 그런 것들이 생명체라고 잭에겐 소중한 벗이 된다. 그러는 사이에 잭은 커가고 방 하나가 아이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가 된다. 그래서 엄마는 탈출을 계획하게 되고 결국 밖으로 나오게 된다. 나와서도 그들의 삶은 참으로 세상의 호기심에 무력하다. 엄마는 오히려 적응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이는 세상을 다시 배워야 하고, 배우게 된다. 그러면서 차츰 세상에 적응해 나가게 된다. 하지만 엄마는 세상의 관심과 눈길 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 결국 잭이 성장하면서 가지게 되는 세상에 대한 이해에서 엄마는 아픔을 이겨나간다. 아이의 사랑과 삶의 모습이 엄마를 구원으로 이끄는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 잭이 그 방과 이별하는 장면은 새롭게, 새로운 자리로 나가는 감동적인 부분으로 기억에 남는다.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납치, 성폭행, 감금, 출산으로 이루어진 비극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24년간 지하 밀실에서 감금된 채 엄마가 되어야 했던 소녀의 실화는 이 이야기의 모태가 되었다. 소설이 그 내용을 시간이나 폭력의 정도를 많이 완화시켰는데도 읽어나가면서 전율을 느끼게 된다. 그것이 아이의 눈으로 말해지기에 더욱 안쓰럽고, 처절하다. 인권이 말살된 비극적인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의 인류들을 생각하면서 쓰린 마음이 된다. 지극히 비정상적인 것이 이야깃거리가 되는 모습도 그렇게 달갑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글은 깨끗하다. 단편적인 이야기 전개와 따뜻한 마음의 표현은 독자들을 흡입하기에 충분하다. 잘 읽혀지고 엽기적인 삶들이 비교적 미화되어 우리에게 전해진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피어난 예쁜 마음들과 삶을 보면서 저자의 마음도 생각해 보게 된다. 치유의 마음을 담아내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소설이든, 그냥 이야깃거리이든 행하지 않을 수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읽고 난 뒤에도 가슴이 찡하고 한겨울 추위 속에 있는 듯 마음이 떨린다. 경계의 글로 많이 읽기를 바란다. 영화로 기대가 되는 작품이라고 표지에서 말한다. 아마 영화로 제작되면 세상에 많은 경종이 되리라 여겨진다.

j****3 2018.04.12. 신고 공감 7 댓글 8
리뷰 총점 종이책
7년 감금생활을 청산한 모자의 용기와 바깥세상살이의 서막
"7년 감금생활을 청산한 모자의 용기와 바깥세상살이의 서막" 내용보기
혼자 머무를 수 있는 방이 없을 때 내 방이 있는 친구들을 부러워했던 적이 있다. 한 방에서 식구들이 함께 기거하여 사생활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일상이 마뜩하지 않아 속상할 때면 헛간 옆에 딸린 작은 방에 혼자 들어가 시간을 보낼 때가 있었다. 겨울철에는 군불을 때지 않아 이내 발이 시려 오래 머무르고 싶어도 머무를 수 없는 골방에서 비밀스런 편지를 쓰고 나와 내밀한 이
"7년 감금생활을 청산한 모자의 용기와 바깥세상살이의 서막" 내용보기

   혼자 머무를 수 있는 방이 없을 때 내 방이 있는 친구들을 부러워했던 적이 있다. 한 방에서 식구들이 함께 기거하여 사생활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일상이 마뜩하지 않아 속상할 때면 헛간 옆에 딸린 작은 방에 혼자 들어가 시간을 보낼 때가 있었다. 겨울철에는 군불을 때지 않아 이내 발이 시려 오래 머무르고 싶어도 머무를 수 없는 골방에서 비밀스런 편지를 쓰고 나와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라는 1음절의 소설책에서 비밀스러운 향취를 느낄 새도 없이 그곳에 갇혀 지낸 여인이 견뎌야 했던 인권 유린은 그곳을 탈주하는데 성공해서도 심인성 장애로 남아 새로운 삶을 사는데 더 많은 용기를 필요로 했다.

 

   하교하는 길 올드 닉의 술수에 넘어간 열여덟 살 소녀는 그에게 납치되어 7년간 바깥세계와는 단절된 작은 방에 갇혀 지냈다. 정원 오두막을 개조해 난공불락의 공간을 만들어 감금한 소녀를 폭행하고 출산한 아이까지 그곳에 가두고 최소한의 음식물을 공급하여 왔다. 다섯 살인 잭과 함께 지내는 엄마는 비밀번호를 알아내야 바깥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을 찾을 수 있는데 비밀번호를 밝혀낼 재간이 없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주문한 상품을 배달해주고 그가 머무를 때면 소리를 질러 외부에 그 사실을 알리려 해보지만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햇볕도 쬘 수 없는 갇힌 공간에서 갑갑하게 지내는 모자는 동화책 속의 주인공을 불러 모아 이야기를 엮어 갔고 체육 시간에 근육을 풀어줌으로써 기초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운동 시간을 확보해갔다. 다섯 살인 잭은 엄마 젖을 빨면서 공포를 견디고 외로움을 달래는 방법을 찾았다. 빠진 이를 간직하고 있다 그것을 매만지며 숫자를 세는 일로 두려움을 상쇄해 갔다. 엄마가 소리를 지르면 화를 참지 못하는 올드 닉은 전기를 끊어버렸고 먹을 것을 공급하지 않는 일로 분노를 표출했다. 바깥세상과 절연한 채 아들과 둘망이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엄마는 하루라도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바랐다. 엄마의 뜻을 알아차리면서도 용기 있게 시도하기에는 용의주도한 전략이 필요했다.

 

   탈주 계획을 세운 뒤 첫 번째 시도는 무위로 돌아가자 두 번째는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뒤 여러 번의 훈련을 통해 반복하며 수정할 부분을 보완해 갔다. 영리한 속임수로 올드 닉의 시선을 따돌릴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한 뒤 수순을 밟아 목숨을 건 탈출에 성공한 모자는 경찰서로 달려가 이 사실을 알리고 반인륜적 범죄자인 올드 닉이 수감됨으로써 7년간의 감금 생활을 종식되었지만 이들 모자가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기까지는 치료와 치유를 병행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컴블랜드의 클레이 박사를 만나 상담 치료를 받으며 적절한 약물 복용으로 안정을 찾아가기를 원하였지만 쉽지 않았다. 7년이라는 시간은 생의 소중한 부분을 빼앗아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어버렸다. 언론에서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대서특필했지만 모자는 밀실에 갇혀 지냈던 시간의 찌꺼기를 순식간에 덜어내기 힘들었다.

 

   안에만 있으면 탈주를 안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아들 잭을 달래보지만 엄마 스스로는 밀실에서 빠져 나온 뒤 현실의 무게를 감당하기 버거웠던지 약물을 남용하고 의식을 잃고 말았다. 할머니의 보살핌 아래 회복세를 보이던 잭이지만 엄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현실은 감당하기 힘들어서인지 침대 밑에 감춰 준 이빨을 꺼내 입에 넣고 빨면서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려했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 삶의 원기를 회복하는 동안 흩어진 퍼즐 조각을 맞추어 완성품을 만들어 가듯 엄마와 잭은 그들만의 독립 공간을 마련하여 필요할 때면 열고 드나들 수 있는 방에서 우리의 시간을 공유하며 바깥세상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익혀 나갈 것이다. 비록 성폭행으로 낳은 자식이지만 그 역시 소중한 생명체로 사랑받아야 할 유기체임을 엄마는 잘 알고 있다. 바깥세상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도 갖가지 곤충들과 이이야기를 나누며 책 속의 주인공들을 불러내 노래를 부르는 시간 속에 고단한 감금 생활을 잠깐이라도 잊을 수 있었던 것도 서로를 향한 사랑이 자리하였기 때문이다.

n*****9 2015.12.21. 신고 공감 5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2015결산] 엄마, 우리가 진짜일까요? 『룸』
"[2015결산] 엄마, 우리가 진짜일까요? 『룸』" 내용보기
엄마의 눈빛은 벽 너머를 쳐다보고 있었다. 바깥세상에는 모든 것이 있었다. 스키나 불꽃놀이, 섬, 엘리베이터, 요요 같은 것이 생각날 때마다, 그것들이 전부 진짜라는 것이, 바깥세상에 모두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 생각을 하니 머리가 피곤했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소방수, 선생님, 도둑, 아기, 성자, 축구선수 등등, 모두 바깥세상에 진짜 있다. 하
"[2015결산] 엄마, 우리가 진짜일까요? 『룸』" 내용보기

 

 

엄마의 눈빛은 벽 너머를 쳐다보고 있었다. 바깥세상에는 모든 것이 있었다. 스키나 불꽃놀이, 섬, 엘리베이터, 요요 같은 것이 생각날 때마다, 그것들이 전부 진짜라는 것이, 바깥세상에 모두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 생각을 하니 머리가 피곤했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소방수, 선생님, 도둑, 아기, 성자, 축구선수 등등, 모두 바깥세상에 진짜 있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없다. 나랑 엄마는. 우리만 거기에 없다. 우리는 정말 진짜일까? (114페이지)

 

이제 막 다섯 살이 된, 작은 방에서 엄마와 둘이 사는 게 세상의 전부인, TV에서 보는 것들로 지식과 재미를 채우고, 그마저도 온전하지 않다는 것조차 모르는 한 소년의 시선으로 서술되는 소설, 엠마 도노휴의 『룸』이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방 밖으로 나가지 못했고,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조차 모르는 소년을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에 이입해본다. 스무 살 가까이 엄마가 살았던 세상. 모두가 정상이라고 부를만한 그 시간이 그리운 건 당연하다. 누구나 그렇게 산다. 그게 보편적이고 평범한 삶의 모습이다. 그걸 아이에게 가르쳐주지 못하고, 방안에 갇힌 채로 살아가는 게 아주 큰 문제라는 것을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다. 이제 겨우 이십 대 중반인 엄마가, 엄마도 부모의 사랑 받으며 커가는 시간일 그때를. 치유할 수 없는 고통과 상처로 보내는 시간을 더는 계속할 수 없음을 인지한 순간, 엄마는 목숨을 건 마지막 모험을 시도한다.

 

소년 잭의 눈에 비친 작은 세상. 방 안의 모든 것을 머릿속으로 잠깐 그려보지만, 아무리 그려봐도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집이 좁아서 답답하다는 표현과는 다르다. 잭이 엄마와 단둘이 감금된 채 사는 곳은 집이 아니라 '방'이다. 그 작은 방 안에서 엄마는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잭을 세상 속의 사람들과 비슷하게라도 키우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 그 방 안에서 잭은 정상인으로 성장할 수도, 살아갈 수도 없다. 엄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필요하다. 그들이 그곳을 벗어나야만 하는 일이. 그 방을 탈출하기 위한 엄마의 시도가 불발로 끝날까 싶어 걱정스러웠는데, 다행이다. 처음부터 그 결말을 알고 읽기 시작했지만, 그들이 그 방에서 나왔으니 해피엔딩이겠지만, 그래도 불편한 마음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들의 진짜 탈출은 방 안에서 나온 순간이 아닌, 방 밖의 세상에 다시 발 디딘 그 순간부터라는 것을 아니까. 진짜 고통스럽고 힘들고 버텨야 하는 시간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한 번도 땅을 딛고 걸어본 적이 없는,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서로에게 어떤 예의를 갖추면서 살아가는지 배운 적 없는 잭. 사람들의 시선을 이겨내고 다시 세상 속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 엄마의 시작은 쉽지 않다. 살아가는 법을 다시 배우고 적응해야 한다. 그들의 진짜 탈출은 그때부터 시작된 거다.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탈출, 엄마에게는 7년 동안 갇힌 시간으로부터 탈출이다. 잭에게는 지난 5년의 세월은 버리고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아기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배우고 커가는 시간을 시작해야 한다. 그게 가능할까? 아니, 가능하지 않다고 해도 가능한 일로 만들어야만 하는 의무가 그들에게 지워졌다. 살아가야 하니까. 온전하게 세상 속으로 스며들기 위해 지독한 시간이 시작될지 모르지만, 그래야만 하니까 말이다.

 

엄마는 나를 꽉 안았다.

"잭, 엄마 이번 주에 좀 이상하지. 안 그래?"

모르겠다. 모든 것이 이상했다.

"계속 엉망이야. 너한테는 엄마 노릇을 해야 하는데, 동시에 어떻게 해야 내가 될 수 있는지 기억해내려니까 자꾸만 이상해져."

하지만 엄마는 여전히 똑같은 엄마였다. 나는 바깥에 나가고 싶었지만, 엄마는 피곤하다고 했다. (354페이지)

 

밤에 나는 침대가 아닌 침대에 누워서 예전의 담요보다 더 푹신한 담요를 문질러보았다. 네 살 때 나는 세상에 대해 전혀 몰랐고 그냥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엄마가 진짜 세상을 들려주었을 때는 모든 걸 다 알았다고 생각했다. 한데 이제 늘 세상에서 사는데, 나는 사실상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늘 혼란스러웠다. (501페이지)

 

매일 뉴스에서 보도되는 수많은 사건을 보고 들으면서 점점 그 충격의 강도에 익숙해져서일까. '세상에 이런 일이'라며 놀라는 순간은 잠깐이다. 우리 사는 세상이 '이런 일'도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곳이라는 게 놀랍지 않다. 그런 일들을 접하면서 점점 커지는 불안을 감당해야 한다는 게 남았을 뿐이다. 5년 전, 처음 이 소설의 출간 소식에 충격이었던 건 내용 보다는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 때문이었다. 73세의 노인이 24년간 친딸을 밀실에 가두고 지속해서 성폭행해왔다는 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게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라는 물음만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자기 친딸을? 그것도 딸이 자기 자식을 일곱 명이나 낳았다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았을까? 아니지. 처음부터 그게 옳지 않음을 아는 사람이라면 딸을 밀실에 가두는 것조차 하지 않았을 테지. 최악도 이런 최악이 있을까.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게 우리가 실제 사는 세상'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는데, 이 소설을 읽고 보니 이런 드라마는 정말 보고 싶지 않다. 소설을 넘어선 실제 사건의 충격은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그 안에서 소년 잭이 보는 세상과 인간에 대해 조금은 따뜻하고 순수하게 그리려 애쓴 흔적이 보인다. 살면서 당연하게 잃은 순수의 감각을 잭의 눈으로 따라가 보게 된다.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처음 배우는 예의, 거절의 말, 표현의 서투름이 답답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어떤 기분을 만들기도 했다. 백지 하나 주어진 상태에서 삐뚤빼뚤 그리기 시작한 어설픈 그림 같은. 그렇게 조금씩 그리다가 점점 제대로 된 그림으로 채워질 백지의 여백이 기대된다. 잭이 배우면서 변하고 성장해가는 모습이 기다려진다. 잭은 누군가가 저지른 범죄로, 세상을 몰랐던 소년일 뿐이니까. 엄마와 잭 모두에게 곧 다가올 안정의 시간과 세상을 재밌게 살아가는 한 사람의 모습을 바라본다.

 

 

n******i 2015.12.13. 신고 공감 4 댓글 4
리뷰 총점 종이책
룸 - 엠마 도노휴
"룸 - 엠마 도노휴" 내용보기
올드닉으로 불리는 사람에게 감금당한 채 작은 방안에 갇쳐 5살이 된 아들 잭과 생활하는 엄마. 작은 물건 하나도 큰 의미를 부여하고 책 한권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텔레비젼 속의 세상밖에 모른채 살아가던 잭은... 5살 생일을 맞은 이후 엄마에게 텔레비젼 밖의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작은 방안이 전부인 잭에게 엄마는 탈출을 시켜주고자 차분히 계획을 얘기하고
"룸 - 엠마 도노휴" 내용보기

올드닉으로 불리는 사람에게 감금당한 채 작은 방안에 갇쳐 5살이 된 아들 잭과 생활하는 엄마.

작은 물건 하나도 큰 의미를 부여하고 책 한권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텔레비젼 속의 세상밖에 모른채 살아가던 잭은... 5살 생일을 맞은 이후 엄마에게 텔레비젼 밖의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작은 방안이 전부인 잭에게 엄마는 탈출을 시켜주고자 차분히 계획을 얘기하고...

겨우 세상밖에 나온 잭은 엄마를 구하고 올드닉을 잡히게 만든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잭과 엄마는...처음 만난 세상...다시 만난 세상이 낯설고 힘들지만...

두 모자의 끈끈한 사랑으로 한 걸음씩 나아간다.


추천영화로 알게 된 소설이라 읽어봤는데...알고 보니 이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오스트리아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요제프 프리즐" 이라는 사람이 자신의 친딸을 감금하였는데...

자신의 지하실을 개조하여 딸을 24년동안 감금한 채 7명의 아이를 낳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일들이 세상에서 일어나도 있다니...!!!

f*****1 2017.04.30. 신고 공감 3 댓글 1
리뷰 총점 종이책
(2015년 결산) 룸
"(2015년 결산) 룸" 내용보기
뉴스를 통해 세상에 저런 일이 정말 있구나 싶은 충격적인 사건을 접할 때가 종종 있다. 얼마 전에도 무슬림의 아주 어린 소녀가 할아버지뻘 되는 남자랑 결혼하는 모습을 담은 것을 보며 많이 불편하고 저런 일이 언제나 사라질까? 걱정스런 마음으로 보았다. 이밖에도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짐승만도 못한 일을 벌이는 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자신의 친자식을 상습적으로 성폭
"(2015년 결산) 룸" 내용보기

뉴스를 통해 세상에 저런 일이 정말 있구나 싶은 충격적인 사건을 접할 때가 종종 있다. 얼마 전에도 무슬림의 아주 어린 소녀가 할아버지뻘 되는 남자랑 결혼하는 모습을 담은 것을 보며 많이 불편하고 저런 일이 언제나 사라질까? 걱정스런 마음으로 보았다. 이밖에도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짐승만도 못한 일을 벌이는 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자신의 친자식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는 일이 지구촌 곳곳 아니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 충격을 받았는데 이번에 아르테에서 나온 소설 '룸' 역시 납치, 감금, 성폭행, 출산 등의 섬뜩하고 무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헌데 이 책의 주인공은 이제 겨우 다섯 살 소년 '잭'이다. 한 번도 바깥에 나가지 못하고 방 한 칸에 사는 5살을 맞은 소년에 비친 세상은 자신을 너무나 사랑하고 자신 역시 너무나 사랑하는 소년의 엄마와 엄마의 곁에 있는 남자 '올드 닉' 뿐이다.


오늘 소년은 다섯 살 생일 맞았다. 자신의 모습을 담은 그림을 선물한 엄마... 엄마는 잭에게 자신의 뱉어놓은 침처럼 생겼다는 내가 이해하기에는 조금은 황당한 이야기지만 잭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주는 엄마의 모습에서 그녀가 잭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잭은 비록 바깥세상에는 나간 적이 없지만 엄마와 함께 있고 늘 재밌는 놀이가 있다고 여기는 아이다. 5권의 책 속에는 잭의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


엄마와 늘 함께 있고 싶은 잭이지만 올드 닉이 찾아오는 시간에는 옷장 속에 있어야 한다. 엄마는 절대 올드 닉에게 잭을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는다. 허나 잭은 올드 닉으로부터도 다섯살 생일 선물을 받고 싶은 어린 아이다.


충격적이고 무서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스토리가 다섯 살 소년의 눈을 통해 풀어가고 있어 독특한 감정을 일으킨다. 항상 밖으로 탈출을 꿈꾸는 엄마는 우울한 기분에 휩싸일 때가 종종 있지만 이 모든 상황을 잭은 담담히 받아들인다. 마침내 엄마가 원하는 디데이가 되었다. 잭의 주머니의 쪽지를 통해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밖에 알리고 싶은 엄마... 잭은 엄마의 말대로 행동하려 노력하지만...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오랜시간 힘들어하는 일이 많다. 잭의 엄마가 그러하다. 물론 세상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한 몫 한다. 세상 밖으로 나왔지만 갇힌 시간동안 겪은 일로 인해 자신을 컨트럴하지 못하는 엄마의 보면서 그녀의 정신이 얼마나 피폐해졌는지 충분히 공감이 된다.


7년이란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아름다운 대학생인 잭의 엄마가 보인 선의의 행동이 그녀를 암흑속으로 몰아 넣었다는게 안타깝다. 저자가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란 말처럼 책에 담고 있는 내용은 가볍지 않지만 다섯살 잭을 통해 보여지는 세상은 어두운 내용속에서도 살짝 살짝 다른 모습을 느끼게 해주는 묘한 책이다. 충분히 스토리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상되지만 그럼에도 책이 가진 가독성이 뛰어나 한 번 잡으면 단숨에 읽게 된다. 아일랜드 소설은 그리 많이 접하지 못했고 저자 역시 낯설지만 주인공 모자의 모습이 계속해서 연상이 되는 매력적인 책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니 우리나라에서 상영이 된다면 꼭 볼 생각이다.

 

q******5 2015.12.12. 신고 공감 3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룸" 내용보기
가끔 뉴스에서는 소설보다, 혹은 드라마보다, 영화보다 더 잔인하고 무서운 일들이 벌어진다.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사건들은 왜 일어나는 것인지.. 2008년. 세상을 놀라게 했던 일이 있었다. 73세의 노인이 24년간 자신의 친딸을 밀실에 가두고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해 자녀를 낳게 한 것.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뭐 이런 미친 XX가 다 있어. 라고 거품을 물고 욕할지 모르겠지
"룸" 내용보기

가끔 뉴스에서는 소설보다, 혹은 드라마보다, 영화보다 더 잔인하고 무서운 일들이 벌어진다.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사건들은 왜 일어나는 것인지.. 2008. 세상을 놀라게 했던 일이 있었다. 73세의 노인이 24년간 자신의 친딸을 밀실에 가두고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해 자녀를 낳게 한 것.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뭐 이런 미친 XX가 다 있어. 라고 거품을 물고 욕할지 모르겠지만...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같은 하늘 아래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하다. 이 사건이 강렬하기는 했던 모양이다.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하는 책이 출간되었으니까. 이 책의 서평단 모집에 응모했지만 보기 좋게 떨어지고 이 책을 살까 말까 고민을 했다. 그러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내 호기심이 승리를 했으니까. 그렇게 읽게 된 책이지만 기대를 많이 해서 일까? 착착 감기지 않고, 조금은 어수선한 느낌이.. 조금 아쉽다.

 

열아홉 살. 학교 가던 길에 납치된 소녀. 그녀는 7년간 가로 세로 3,5미터의 작은 방에 갇혀 살게 되고 엄마가 되었다. 그녀에게 아들 잭은 이 작은 방에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자 삶의 빛이다. 갇힌 방에서 아이는 텔레비전을 통해 세상을 알고, 많지 않은 책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이런 아들 잭의 모습이 안타까웠을까? 여러 번 탈출 시도를 했지만 실패하기만 했던 엄마는 다시 생각한다. 잭이 다섯 살이 되고 잭을 바깥세상으로 내보내기로. 태어나 한 번도 엄마와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아들 잭. 잭은 두렵고 떨리지만 엄마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드디어 바깥세상으로 나간다. 잭은 엄마를 위해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을까? 그리고 엄마는 그 지옥 같은 공간에서 구출 될 수 있을까 

 

사건 자체가 워낙 뜨아해서 일까? 책과 함께 영화로도 만들어진다니. 책은 사뭇 지루한 부분도 있었는데 영화는 그런 부분들을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해진다. 엄마의 감정과 아들 잭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으므로. ^^ 그리고 생각해 본다. 만약 나라면.. 그 상황 속에서 어떤 결정을 내렸을지. 코끼리는 덩치가 커도 한 번 묶인 줄을 스스로 풀지 못한다고 한다. 그게 반복되어 학습되어지면.. 어쩜 동물과 인간의 차이는 그런 것들 아닐까? 나에게 닥친 인생의 고통을 어떤 식으로 이겨나가는지에 대한 생각들. 누군가는 순응하지만 누군가는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써나가는 것. 어쩜 잭이 있었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조그마한 공간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자라는 잭. 텔레비전의 가상공간에서 벌어지는 게 다라고 생각하는 잭을 보며 엄마는 생각했을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가야 한다는 것.

 

탈출에 성공했지만 바깥세상이라는 곳도 잭에게는 결코 쉬운 곳이 아니다. 새롭게 익히고, 견디고, 알아가야 할 것들이 너무 많으니까. 엄마 밖에 몰랐던 잭에게 새로운 가족(엄마의 가족들)들이 생기지만 잭에게 모두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특히나 엄마의 아버지였던, 잭에게는 외할아버지는 잭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찌되었건 잭은 그 놈(?)의 아들이니까. 그래서 더 묘하다. 분명 그 남자 때문에 갇혔고, 힘든 삶을 살았지만 그 사람의 아들 덕분에 삶의 의욕을 꺾진 않았으니까. 인생이란 그래서 늘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것 같다. 지속될 것 같은 어려움도 어느 순간 꺾이게 되고, 늘 행복할 것 같은 나날에도 먹구름이 끼게 되니까. 그럼에도 우리가 삶을 놓지 않는 건 그 삶이 나 혼자만의 삶이 아니기 때문 아닐까? 지켜야 하고 보살펴야 하는, 내 가족이 있다는 것. 내 삶의 원동력이 아닐까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k*****3 2016.01.15. 신고 공감 3 댓글 5
리뷰 총점 종이책
가슴 아픈 답답한 이야기
"가슴 아픈 답답한 이야기" 내용보기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는 것은 참으로 신선하다. 깨끗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고 판단이 들어 있지 않기 때문에 독자가 자신의 생각을 가미해 읽을 수가 있다. 참으로 맑은 눈이 언어에 스며 나타나는 기법이다. 우리는 이런 시선의 글을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란 주요섭의 글을 통해 읽은 적이 있다. ‘옥희’란 어린아이의 눈을 통해 그려지는 어머니와
"가슴 아픈 답답한 이야기" 내용보기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는 것은 참으로 신선하다. 깨끗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고 판단이 들어 있지 않기 때문에 독자가 자신의 생각을 가미해 읽을 수가 있다. 참으로 맑은 눈이 언어에 스며 나타나는 기법이다. 우리는 이런 시선의 글을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란 주요섭의 글을 통해 읽은 적이 있다. ‘옥희’란 어린아이의 눈을 통해 그려지는 어머니와 사랑방 손님의 행위를 통해 그들의 마음이 수채화처럼 나타나던 모습을 우리는 본 적이 있다. 이 글도 그런 시선으로 그려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 시선의 글이 조금은 어려운 표현 방법이다. 어린아이를 때론 애어른으로 만들어 버리는 우를 범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다섯 살이 되는 잭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그는 조그만 밀실에서 태어나 그곳만이 세상의 전부인 것으로 알고 살아간다. 그에게는 엄마와 채광창으로 만나는 작은 하늘 그리고 방 하나가 모든 세상이다. 아니 그들의 생활에 필요한 물질을 넣어주는 올드 닉이 한 명 더 있다. 그것만이 현실이고 다른 것들은 모두 상상의 날개를 펴 알아가고 기억해 가는 세상이다. 즉 책 속의 세상, TV를 통해서 만나는 세상 등이 잭의 눈에 새롭게 만나지는 곳이다. 그러나 그들은 잭에겐 사실로 인식되지 않는 허구의 세상이다. 그것들이 그래도 잭의 생각의 폭을 넓혀 주는 구실을 한다. 잭은 그것 외에는 인식할 수가 없다. 세상의 이상한 공기가 방에 들어오는 것은 올드 닉이 올 때다. 그가 올 때는 엄마가 긴장을 한다. 잭은 그런 때는 옷장 속에 들어 가 잔다. 그런 가운데서도 엄마의 따뜻한 품 안에서 힘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 많은 놀이도 하고, 많은 대화도 나누면서 그렇게 살아간다. 참으로 신기할 정도로 건강한 삶의 모습을 보인다. 아마 그것은 자신에게 다가온 것이 그것뿐이고, 그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리라. 다른 것들에 대한 사실적인 지식이 전혀 없기에 그런 삶이 될 수가 있으리라. 독자가 보기엔 답답하고 안타까운 삶, 아이의 입장에서는 문제없는 삶이 이루어진다.

 

잭의 삶에 유일한 친구는 tv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도 한다. 책도 그런 기능을 한다. 그 외에는 요리를 해먹고, 엄마와 마음을 나누는 등의 삶을 이루어간다. 이런 삶이 지극히 당연한 것이며 달리 다른 방법이 있다고 생각도 못한다. 가끔씩은 쥐나 벌레 등도 들어와 친구 노릇을 한다. 그런 것들이 생명체라고 잭에겐 소중한 벗이 된다. 그러는 사이에 잭은 커가고 방 하나가 아이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가 된다. 그래서 엄마는 탈출을 계획하게 되고 결국 밖으로 나오게 된다. 나와서도 그들의 삶은 참으로 세상의 호기심에 무력하다. 엄마는 오히려 적응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이는 세상을 다시 배워야 하고, 배우게 된다. 그러면서 차츰 세상에 적응해 나가게 된다. 하지만 엄마는 세상의 관심과 눈길 때문에 고통스러워한다. 결국 잭이 성장하면서 가지게 되는 세상에 대한 이해에서 엄마는 아픔을 이겨나간다. 아이의 사랑과 삶의 모습이 엄마를 구원으로 이끄는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 잭이 그 방과 이별하는 장면은 새롭게, 새로운 자리로 나가는 감동적인 부분으로 기억에 남는다.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납치, 성폭행, 감금, 출산으로 이루어진 비극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24년간 지하 밀실에서 감금된 채 엄마가 되어야 했던 소녀의 실화는 이 이야기의 모태가 되었다. 소설이 그 내용을 시간이나 폭력의 정도를 많이 완화시켰는데도 읽어나가면서 전율을 느끼게 된다. 그것이 아이의 눈으로 말해지기에 더욱 안쓰럽고, 처절하다. 인권이 말살된 비극적인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의 인류들을 생각하면서 쓰린 마음이 된다. 지극히 비정상적인 것이 이야깃거리가 되는 모습도 그렇게 달갑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글은 깨끗하다. 단편적인 이야기 전개와 따뜻한 마음의 표현은 독자들을 흡입하기에 충분하다. 잘 읽혀지고 엽기적인 삶들이 비교적 미화되어 우리에게 전해진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피어난 예쁜 마음들과 삶을 보면서 저자의 마음도 생각해 보게 된다. 치유의 마음을 담아내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소설이든, 그냥 이야깃거리이든 행하지 않을 수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읽고 난 뒤에도 가슴이 찡하고 한겨울 추위 속에 있는 듯 마음이 떨린다. 경계의 글로 많이 읽기를 바란다. 영화로 기대가 되는 작품이라고 표지에서 말한다. 아마 영화로 제작되면 세상에 많은 경종이 되리라 여겨진다.

j****3 2017.03.22. 신고 공감 2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