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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투성이가 되든, 고난을 짊어지게 되든, 비밀에 의해 유지되는 위해로운 것이든, 짧고 덧없는 것이든, 설령 저주를 받는다 해도, 그곳은 그것을 추구한 사람의 낙원이다" '모방범'의 사건이 벌어진지 9년이 지난 어느 날 사건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자 시게코에게 열두 살 된 아들을 사고로 잃은 도시코라는 여자가 찾아온다. 도시코는 아들 히토시가 예지력이 있었으며, 그것을 그림으로 남겼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증거로 히토시가 그린 그림들을 보여준다. 도시코는 마루 밑에 묻혀 있는 소녀의 그림을 보여주며 실제로 16년 전에 벌어진 사건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시게코는 히토시가 이 살해사건을 알게되어 그림으로 남긴 것인지 정말 예지력이 있어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인지 조사를 시작한다.
부모에게 살해당해 묻혀있던 중학생 소녀'도이자키 아카네' 어째서 그녀는 다른 사람도 아닌 부모님의 손에 죽어야만 했을까. 자식을 죽여야만 했던 부모님의 마음은 정말 그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자식을 죽이고 그 시체와 함께 십수 년을 살아가면서, 남은 한 명의 딸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그들이 공소시효가 이미. 지난 사건을 자수했던 건 아카네에 대한 속죄였을지도 모른다.
조금은 비현실적인 예지력이란 소재를 더해서 풀어나간 이번 소설의 결말 부를 보면 약간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별 거부감 없이 예지력에 대한 이야기를 받아들였지만,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한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 속에 숨어있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잘 풀어내면 대단한 반전 없이도 강한 여운을 남긴다. 그것이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번 소설에서도 그런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어서 책 장을 덮으면서 다 읽어버렸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조만간 모방범과 낙원, 솔로몬의 위증을 잇는 새 소설의 탄생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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