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류는 지난 역사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삶에 한 걸음씩 다가서는 경험을 해 왔다. 하지만 인간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여도 자연의 위대함은 여전히 거대하다.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이 땅은 지구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 모두는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충분히 활용한다 하여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세상을 맛보는데 실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안고 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다소 무모해 보이는 도전에 열광하는 까닭은 자연을 정복하겠다는 욕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보다 넓은 그리고 많은 세상을 접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기에 그 가치를 매길 수 없다. 다들 알다시피 지구는 둥글다. 그리고 배나 비행기를 타고 어느 쪽으로 가더라도 결국에는 자신이 출발한 지점에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 사실을 인간이 깨달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리고 어떠한 수단을 이용하더라도 세계 일주는 쉽사리 도전할만한 것이 아니다. ‘적도 일주’라는 제목을 접했을 때 위도 0도선이 지나는 점에는 대륙도 있고 바다도 있기에 저자가 어떤 방식을 취했을지 심히 궁금했다. 아니,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적도 일주라는 게 가능하기나 한지가 묻고 싶었다. 아프리카 대륙의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더위가 가장 먼저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의 이러한 시도가 불가능하다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보란 듯이 해냈다. 배를 타고 대서양과 태평양, 인도양을 차례로 건넜다. 땅에서는 자전거를 타거나 걸었고, 카누를 타고 아마존 급류를 따랐다. 악어와 원숭이를 잡아 식사를 해결하고 뱀에 물려 신음하는 그의 모습은 아마도 우리네 선조들의 예전 생활 모습과 닮았을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선조들은 그것이 일상인 반면 저자는 그것이 특별한 도전이라는 사실이었다. 역시 자연은 위대했다. 수시로 바뀌는 바람은 바다 위에 떠 있는 배를 출렁이게 했고, 약간의 바람만으로도 배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방향을 향하기 마련이었다. 혹 암초라도 만나 배가 파손된다면, 육지는 보이지도 않는 망망대해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죽음을 기다리는 것 외에 없었다. 40도에 육박하는 기온, 발이 닿는 곳마다 독기를 뿜은 듯 올라오는 열기는 또 얼마나 뜨거웠을까? 5199미터에 달하는 케냐 산의 바티안 봉은 또 얼마나 험난했을지… 하지만 자연의 위대함보다 더욱 도전을 힘겹게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의 추악함이었다. 마약을 위해서라면 사람 하나 죽이는 것 정도는 너무도 쉬운 사람들, 2년 넘게 월급을 받지 못해 약탈자가 되어버린 경찰, 공무원, 수시로 점령군이 바뀔 정도로 치열한 내전이 진행 중인 국가들. 아이들은 세상이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을 갖기도 전에 부모나 친지의 죽음을 목격하고, 무기를 만들어 상대를 죽이는 시늉을 하며 미리부터 죽음을 연습한다. 그런 곳을 통과하기 위해 저자는 수없이 많은 서류를 준비해야 했고, 때론 뇌물로 상대를 무마해야만 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상대편의 첩자로 오해 받아 목숨을 잃을 뻔한 경우도 있었다. 지구상에 전쟁이 끊인 날이 얼마 되지 않을 정도임을 감안한다면, 이는 비단 위도 0도 선상에 위치한 국가들만의 문제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이 인간을 증오한다는 것만큼 서글픈 일은 이 세상에 없다는 생각을,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할 수 있는 이들이 내 주변에 있다는 사실을 저자는 분명 일주 내내 감사했을 것이다. 책을 읽는 나도 그랬으니 말이다. 여행의 마지막은 늘 그렇듯 언론사들의 열띤 취재 경쟁이다. 매스미디어에의 노출은 마치 누군가에게 자신을 드러내기 위함이었던 것처럼 도전을 변질시키기도 한다. 물론 저자의 도전도 많은 언론의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저자가 17개월, 514일만에 적도 일주를 마칠 것이라는 예상을 한 이는 아무도 없었기에 출발선에 다시 선 그를 맞이한 취재진은 아무도 없었다. 취재진에게 그의 도착은 도전의 끝을 의미했지만, 그에게 이는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고 했다. 직업적인 모험가나 여행가가 아닐지라도 우리 모두는 ‘인생’이라는 도전에 매일 직면해 있다.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하나의 선택으로 인해 원치 않는 결과와 만나기도 하면서… 어쩌면 우리 모두는 위도 0도의 어딘가를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전이 도전인지도 모른 체 주어진 시간을 소비하면서 말이다. |
|
처음 이 책을 접하고서 책의 두께가 만만치 않아 망설였다. 그러나 내 경우에는 하루 밤에다가 아침 출근길에 몽땅 읽어 버릴 정도로 경쾌하게 읽혀지는데 놀랬다. 또 그 만큼 숨가뿐 모험이 펼쳐지기도 한다. 대서양을 건너고 남미의 아마존, 그리고 태평양과 인도, 인도양 아프리카까지 마치 내가 적도일주를 하고 있는 듯 했다. |
|
한 번 읽기 시작하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다음 장을 넘기면 또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른다. 내가 직접 적도를 따라 여행하는 것도 아닌데 막 숨이 차고 안도의 한숨도 내 쉬고... 정말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단숨에 읽히는 여행기다.
도대체 이렇게 힘든 여행을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이 사람 전직 군인이란다. 그래도 그렇지, 사람하고 싸우는 건 그렇다치고 거대한 자연 앞에서 맞닥뜨린 위기를 헤쳐나가는 순간은 정말이지 아슬아슬하다.
그런데 이 사람, 가끔은 또 아이처럼 천진한 모습까지 보여준다. 태평양 한복판에서 전체 여정의 절반에 도착하게 되었을때 GPS에 아무 지명이나 입력해 보면서 장비가 오락가락 하는 걸 보고 즐거워하는 장면이나 카누를 타고 노를 저어가다가 악어무리를 발견하고는 가까이 다가가 노를 가지고 악어머리를 딱! 때리는 장난을 치는 장면에서는 피식, 웃음이 난다. 내내 긴장하며 책을 읽다가 한시름 놓는 순간이다.
숨이 찰 정도로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 속에 우리가 한 번도 부딪쳐보지 못한 자연에 대해, 지구 저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화에 대해, 전쟁과 기아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얘깃거리들이 곳곳에 녹아 있다. |
|
리뷰를 쓰려 검색을하니 이 작가의 다른 책 <불가능의 정복 (20,000km 북극 도보 일주 성공기) <Conquerant de l'impossible>가 보인다.한숨이 나왔다.도무지 이 사람 피속엔 어떤 유전 인자가 들어 있길래 적도를 일주한 것도 모자라 북극도 도보로 걸어보자는 환상적인 생각을 해낸 것일까. 가장 먼저 머리속에 떠오르는 말은 자살 충동인데 멋진 아내와 귀여운 두 딸을 둔 성실한 가장에게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는 점만 뺀다면 참으로 그럴 듯한 설명이 아닌가 한다. 물론 그건 웃자고 하는 말이고,아마 이 사람보다 더 험난한 여행을 잘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망망대해 쪽배타고 가기,정글 맨몸으로 걸어가기,산악 자전거로 고산 넘어가기,자전거로 대륙 횡단하기를 한꺼번에 해내는 능력이 되는 사람은 거의 드물테니 말이다.거기에 남보다 탁월하다는 이유로 남들이 상상도 못하는 일을 벌이고 다니는 무모함도 한 몫 했겠지만서도...
실은 이 책도 내 기대와는 전혀 다른 책이었다.난 배불뚝이 지구의 중심,적도를 여행한다는 말이 문자 그대로 직접 걸어가는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그냥 적도의 곳곳을 비행기도 타고 기차도 타고 버스도 타고 하면서 간간히 내려 토착민들과 사귀고 이야기를 들어 주면서 적도 아래에선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고 풍경은 어떤지 보고 하는 정도일거라고만 생각했었다.다정하고 인간적인 시선으로다가...그런데 마이크 혼 이사람,알고보니 무지막지한 사람이더마.이 사람의 목표는 그야말로 적도를 발로 뛰겠다는 생각뿐이였다.말하자면 인간은 애초에 그의 관념 안에 들어 있지 않았었던 것,단지 있는 거라면 죽지 않고 적도를 일주 하겠다는 것 정도?그러다보니 당연하게도 다정한 시선은 끼여들 여지가 전혀 없었다.
그리하여 그가 여행한 적도 4만 킬로 미터의 여행을 간략(?)하게나마 견적 내어 본다면 바로 이렇다. *대서양--두어번 바다에 빠져 죽을 뻔함.당시는 심각했지만 앞으로의 여정에 비교하면 애교 수준임. *아마존 정글--이름 모를 독사에 물려 나흘동안 사경을 헤멤.콜롬비아군,게릴라,마약 카르텔 셋 다에게 붙잡힘. *태평양--쪽배 타고 2달간 혼자 표류함,바람이 불지 않아 노를 저어 갔을 만큼 지루했지만 그래도 죽은 고비는 안 넘겼음. *인도양--거대한 싸이클론 두개를 맞이하여 그야말로 간신히 살아남. *아프리카--각 나라의 반군,게릴라,정부군,세관원,경찰,경비대,아프리카 거지 등등에게 계속적으로 붙잡혀 시달림.뇌물은 기본이고,사형 선고는 옵션!인간이야말로 최악의 동물이라는 확신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됨.
이리하여 장장 17개월만에 적도 일주를 끝낸 작가 마이크 혼,죽지 않고 여행을 끝냈다는 것에 책을 읽는 나마저도 놀랠 정도였으니 정말 생고생의 절정을 제대로 음미하게 해주던 책이 아니었던가 싶다.가끔은 귀엽고 성실하고 장난스러웠던 점도 있긴 했었지만은...그래도 그의 너무도 고통스럽던 여행 덕분에 한가지는 확실하게 건졌으니,적도는 지구의 중심이고,위도 0도라는 것! 왜냐면 " Latitude zero"즉 위도 0호가 그가 타고 대양을 누빈 쪽배의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내 이젠 절대 헷갈리지 않으리다,위도와 경도,으핫핫하...켁켁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