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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는 삶속에 해피엔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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Униженные и оскорбленные :: Фёдор Михайлович Достоевский 옛 동화들을 보면 대체로 [결혼] 이 해피엔딩이라고들 한다. 백설공주든 신데렐라든 인어공주든 두 남녀의 상호 만남은 얼마 되지도 않는데 그저 첫인상의 호감만으로 선뜻 결혼을 결정 짓는다. 그러고선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았다] 고 단정한다. 정말 그랬을까? 평생 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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Униженные и оскорбленные :: Фёдор Михайлович Достоевский

옛 동화들을 보면 대체로 [결혼] 이 해피엔딩이라고들 한다. 백설공주든 신데렐라든 인어공주든 두 남녀의 상호 만남은 얼마 되지도 않는데 그저 첫인상의 호감만으로 선뜻 결혼을 결정 짓는다. 그러고선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았다] 고 단정한다. 정말 그랬을까? 평생 살면서 서로간의 이견 차이가 전혀 없었을끼? 서서히 발견되는 서로의 단점 때문에 실망하거나 사랑이 식지는 않았을까? 갖고 있는 거라곤 고운 성품밖에 없었던 여자 주인공이 높은 신분의 왕자 집안에 시집 가 눈에 보이지 않은 차별과 멸시로 마음 고생한 적은 없었을까? 아무런 갈등없이 무조건 행복한 것은 현실에선 거의 불가능한데도 우리 어린 시절엔 그 가능성을 눈가리고 아웅한 채 [사랑] 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환상에 호도되어 온 것은 아닌지.

그래서일까. 사람들이 호응하는 드라마는 항상 두가지로 분류된다. 한결같이 여주인공의 리스크를 감안해주는 백마 탄 왕자와의 연애 스토리 아니면 고부 갈등을 골자로 하는 처절한 투쟁 스토리로. 현실에선 삐걱거림 하나 없는 결혼이 없는 만큼 후자의 드라마에 깊이 공감하다가도 어떻게든 현실을 도피하고 위로받고 싶은 마음에 전자의 드라마에 열을 올린다. 전자의 경우야 당연하지만 시청자들은 후자의 경우에도 해피엔딩을 바란다.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현실적 고민에 대한 해답을 대신 받고싶거나 불안을 잠재우고 싶은 심리탓이다. 항상 똑같은 내용과 패턴의 드라마가 반복되어도 꾸준히 시청 되는 것은 그 불안과 고민이 사람에겐 끝나지 않는 숙제이기 때문일런지도.

그것은 국경과 시대도 초월하나보다. 저명한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읽으면서 마치 아침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철없는 딸이 앞뒤 재지못한 사랑에 빠져 부모의 반대도 무릅쓰고 무턱대고 가출하여 연인과 살림을 차렸더니만 신분 높은 남자 집안에선 어떻게든 그 결혼을 무효화시키기 위해 그녀를 괴롭히고, 한술 더 떠 그녀의 우유부단한 연인은 가난한 살림을 못견뎌 흥청망청 무기력하게 지내다가 종반에는 바람까지 피며 여자를 떠나버리며, 만신창이가 된 그녀는 집으로 돌아와 부모의 용서를 빌고 온가족이 상처를 통해 화해를 한다는 내용으로 마무리 되니 통속 드라마도 이만한 통속 드라마가 또 없다. 아니, 시대가 앞서 있으니 모든 드라마의 원형격이 된 이야기 라고 해야할까.

그런데 따지고 보면 슬프게도 이게 사람 사는 이야기다. 인정하기 괴로울 정도로 현실에선 해피엔딩 이라는 것이 좀처럼 없다. 엔딩 이라는 것은 곧 사람의 죽음을 뜻하는 것일텐데 죽기 직전까지 행복하지 않으면 그것은 결코 해피 엔딩이 아니게 된다. 그렇다고 열렬히 사랑하는 두 연인이 모든 고난을 뒤로 하고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동시 죽음을 택하자니 세간에선 그것도 행복한 결말은 아니라고 한다. 사랑을 확인한 두 연인이 그 온도를 죽을 때까지 유지한 채 아무 분란없이 살다 천수를 누리며 함께 죽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해피 엔딩일텐데 그런 운을 타고 태어난 쌍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세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기에 사람들은 [해피엔딩] 의 이야기를 어거지로나마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런지.

발표된 당시에도 통속성 때문에 그다지 문학적 가치는 인정받지 못한 작품이라 하지만 과거 러시아 소시민의 이야기로만이 아니라 바로 현재 우리네의 이야기 마냥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분이 커 오락성면으로는 꽤 재미있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만만치 않은 두께여도 그야말로 드라마적 장치가 곳곳에 배치 되어있어 요즘같은 드라마 세대에게는 읽는 동안 눈앞에 영상이 펼쳐지는 것 같은 박진감으로 읽는 데 어려움이 없다. 오히려 최고 문호의 섬세하고 뛰어난 심리 묘사에 영상으로보다 더 여운이 긴 감흥을 받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론 도스토예프스키가 이렇게나 페미니스트적인 안목을 갖고 있다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한 작품 이었더랬다. (심지어 작품 말미에는 예상치 못한 놀라운 반전까지 숨겨져 있다!)

다만 긴 독서가 된 만큼 완독 후의 허탈함과 스산함도 오래 간다. 해피엔딩 이었으면 좋았을걸, 하고 생각하는 것은 아무래도 소설을 여전히 현실 도피의 수단으로 여기기 때문일까. 짧은 인생을 불행하게만 살았지만 죽기 직전 한없는 사랑을 받았던 넬리의 이야기는 해피엔딩 이었을지도 모른다. 몸과 마음이 다 망가졌지만 부모의 이해와 옛 연인이 기다리고 있던 나따샤는 그 이후에 해피엔딩을 맞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사람은 살아봐야 아는 일이다. 당장의 고통에도, 당장의 기쁨에도 일희일비 하지 않고 오로지 인내하고 하루하루에 담겨 있는 작은 것에 감사하면서. 

YES마니아 : 로얄 q****e 2007.10.04.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