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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츠카 에이지 <초심자를 위한 문학> 2강에 다자이 오사무의 <여학생>이 나와서 찾아보다가 여러 번 오츠카 에이지 책에 나왔던 다야마 가타이의 <이불>과 모리 오가이 <무희>도 함께 들어 있어 이거 좋구나 싶어 사보았다. 책 사양은 외국의 근대문학을 소개하는, 약간 학술적일 수도 있는 책치고는 나름대로 깔끔한 표지였다. 책의 전체적인 번역은 그냥저냥 무난한 편인데 가끔 몇 줄이 두 번 겹치는 경우가 딱 두 번 있었다. 정말 교정 좀 보자. 제발. 출판사가 문예춘추라니 일본 출판사를 떠올렸다. 우리나라 순문학 쪽 책이 어떤 식으로 외국에 번역되어 출판되었을지 상상이 간다. 에고. 이래서 순문학 쪽 책은 번역서로 잘 안 팔리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먼저 이 책을 읽은 본래 목적인 다자이 오사무 <여학생>부터 말하자면 여학생의 닭살 돋는 말투에서 전형적으로-주로 인터넷에서- 남자가 여자인 척 꾸밀 때 느껴지는 심각하게 과도한 여성성, 꾸며진 여성성을 느꼈다. 결국, 거기서 여학생은 다자이 오사무가 여학생의 가면을 쓰고 말을 하는, 일종의 확성기에 불과하다. 그냥 원서로 읽어도 무난할 듯한 단어들이 죽 늘어서서 원서로 살 걸 그랬나 싶기도 했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은 꽤 공감하면서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이 소설은 좀 미묘했다. 그래도 읽는 데 지루하진 않았고 속도감이 있었다. 함께 실린 <고소합니다>는 유다가 나리란 사람에게 예수를 고발하면서 앞서 예수와 있던 일들을 줄줄 늘어놓는 게 중심으로 예수가 죽기 직전 상황을 유다의 눈을 통해 이야기해서 흥미로웠다. 유다가 예수를 고발하기까지 심리적 흐름이 잘 드러났다. 다야마 가타이 <이불>에선 소설가인 주인공 남자의 가식과 찌질함, 망상에 잠시 어이없어했다. 주인공에게 편지를 보낸 한 여성을 제자로 맞아들이면서 그 여제자가 고향으로 돌아가기까지 일어난 일들이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되었는데 당시 일본 신여성이 어떻게 나타나고 어떻게 살았는지 잠깐 엿볼 수 있었다. 번역에서 아쉬운 점은 여제자의 마지막 편지가 아주 문어체인 게 원서에선 확실히 드러나 외국인인 나는 해독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였는데 여기선 문어체라고 해도 좀 쉬운 말로 쓰여있어서 전에 보낸 편지와 다름을 잘 느낄 수 없었다. 좀 더 사극풍으로 써도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모리 오가이 <무희>에선 독일 유학생의 찌질한(...) 독일 현지 연애담을 들을 수 있다. 아, 근대 남성들은 이런 식으로 여성을 호리고 자기변명을 늘어놨었구나 느꼈다. 하하하. 나쓰메 소세키의 <취미의 유전>은 우리나라 지방 여순이 잠시 나와 신기한 마음 반, 복잡한 마음 반을 갖고 읽었다. 우리나라 땅에서 딴 나라들이 저들끼리 싸운 전쟁이 그 러일전쟁이니까 말이다. 소설가가 화자로 러일전쟁에 나가 여순에서 전사한 친구 고의 이야기를 하는데 그의 무덤에 어떤 여인네가 꽃을 두고 간 일을 쫓는 게 중심 줄거리다. 주제는 여성에 대한 취미도 유전된다일까. 기쿠치 간의 <무명작가의 일기>에선 작가 지망생인 주인공이 친구인지 원수인지 알 수 없는 야마노의 편지에 안달복달하면서 자신도 어떻게든 정식작가로 데뷔하고 싶어하지만 결국 실패하는 과정의 심리가 잘 드러나 주인공에게 엄청나게 감정이입을 하고 읽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작품은 두 개 실렸는데 원래 옛날이야기 풍 소설은 안 좋아해서 그런가 <라쇼몽>은 그냥 그랬고, <어느 바보의 일생> 역시 소설가, 문학인이란 사람들의 자괴감 어린 소설도 별로 안 좋아해서 심심했다. 유명한 작가인데도 내 취향은 아니었다. 예술지상주의 작가라니 원서를 읽어야 작품의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는가 싶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일본의 유명 근대작가 작품을 골고루 잘 선별해 일본문학에 흥미가 있으나 어떤 것부터 읽을까 고심하는 일본문학 초보자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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