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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저자의 '고구려, 전쟁의 나라' 때문에 이 책을 알게 되었고, 또 읽게 되었다는 것을 알려둔다. 나당전쟁사는 사실 삼국통일이란 카테고리에 적당히 어물쩍 넘어가는 것은 우리나라 역사교육의 실정이고, 그 때문에 일반의 관심도 매우 적은 편이다.
하지만 나당전쟁을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강대한 고구려, 신라를 거의 멸망의 위기로 몰고갔던 백제를 사실상 멸망시킨 당나라와 신라가 전쟁을 벌여결국은 승리한 것이 나당전쟁인 것이다. 교과서에서 단 몇줄도 다루어 지지 않는 이 나당전쟁을 저자는 생생하게 복원해 놓고 있다.
다만 이 책 자체가 학술서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쉽게 읽어가기는 어렵지만 일독의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신라의 삼국통일에 따른 고구려, 백제계 주민을 통합하는 정책을 대표하였던 9서당을 나당전쟁에 따른 병력부족에 따른 어쩔수 없는 선택으로 본 견해는 참으로 새로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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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합지졸같은 조직을 흔히 '당나라 군대'같다고 한다. 고구려에 대패한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고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다. 당나라는 개방성과 세계성을 특징으로 동아시아를 호령했던 세계 제국이었다. 당나라 군대 또한 세계 최강이었다. 그런 당의 군대를 한반도에서 몰아낸 신라의 힘은 정말 대단하였다.
어떻게 그런 군대를 몰아낸 일이 가능했을까? 군사의 질이나 무기 면에서 신라는 당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첨단 무기로 무장한 대규모 부대. 말갈, 거란, 연타발 등 유목민들을 흡수하여 편제한 우수한 기마병 부대. 그간의 설명은 신라의 자주성을 부각하여 왔다. 당은 백제를 무너뜨리고 웅진도독부를 설치했다. 고구려 지역엔 안동도호부를 설치하여 산하 도독부를 관할하도록 했다. 후엔 신라지역에 계림도독부를 설치하려 신라를 흡수하려 했으나 신라가 백제, 고구려 유민들과 힘을 모아 당의 음모를 분쇄했다. 그 사이에 당의 서쪽에서 전쟁이 일어나 신라에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었다고 한다.
당나라의 억지주장에 너무 분해서 전쟁을 결정했다고 보기엔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내 생각에도 애들 싸움도 상대가 겨룰만해야 가능하다.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을 상대에게 덤비는 아이는 거의 없다. 그 아이가 팔을 다쳤고 한눈 팔고 있다면 그땐 복수할 수 있다. 그것도 그 아이가 다 나으면 뒷탈이 엄청 걱정된다. 당 고종은 고구려 멸먕 후 신라를 치려고 계속 군대를 보냈다. 신라에게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당이 동쪽에서 군사작전을 수행하고 있던 수십 년 동안 감시망이 작동하지 못 했던 서쪽에서 티벳이라는 강자가 성장하여 당에 반기를 들었다. 실크로드가 덜컥 막혔다. 아무리 강국이라도 양쪽에서 전쟁을 수행할 수 없었던 당은 신라전에 투입한 군대를 뽑아 티벳과 싸우게 했다. 신라는 당의 요 약점을 알고 선제공격을 하는 적극성도 보였다. 그래서 더 이를 갈았다. 당은 서쪽 전선이 안정되면 다시 동쪽 신라를 쳤다. 서쪽에서 계속 전쟁이 발발하다 보니 신라쪽은 결국 손을 놓게 된 것이었다. 신라도 군비를 증강하면서 전쟁에 대비했다. 9서당을 설치하였고 군수물자 확보 차원에서 진골들의 양보도 얻어냈다. 사료의 한계로 신라군이 어떻게 싸웠는지 구체적인 전투상황은 알 수 없다. 당의 혼란한 주변 정세를 알아낸 첩보전, 일본에 대한 시기적절한 저자세 외교, 기병부대와 맞서기 위한 전술 개발, 보급선의 차단 등 신라가 전쟁에 대비한 면모들은 대단했다. 신라의 자주적 대응은 돋보였지만 그 보다 중국의 서쪽 전쟁이 동쪽 문제에 영향을 끼쳤다는 얘기다.
국사 교과서엔 단 몇 줄로 끝나는 이야기를 이렇게 책 한 권 분량으로 연구해내는 저자의 능력이 정말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