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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재판의 결과가 한마디로 정리되지 않고 끝났다. 그건 여러 생각이 공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콘돔이 없이 관계하고 싶다는 생각과 그런데도 지켜야 할 규칙 같은 게 같은 선상에서 고민되기에 말이다. 어쨌든 한바탕 바람을 일으킨 스즈키 재판은 서로의 생각을 읽고 책임감을 느끼고 나아갈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답은 없어도 조용히 지나갈 수 있었다.
여기서 선생님의 입장을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생기는데, 다루코 선생님의 발광이다. 스즈키 선생님의 일로 아이들에게 어떻게 성교육을 해야 할지 혼란에 빠진 다루코 선생님의 심리가 단순하게 보이지 않는다. 문제가 한두 가지는 아니었다. 점점 쌓여왔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갑자기 악화된 상황이다. 아이들을 대하는 선생님의 자리에서 생기는 일이라고 간단하게 생각할 게 아니다. 3학년 아이들이 다루코 선생님의 수업에 파업하고, 다루코 선생님은 감정적으로 폭주한다. 아무렇지도 않은 게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다. 내가 하는 수업을 아이들이 거부한다는데 아무렇지 않을 수가 없다. 그때 필요한 건 무엇보다 대화일 텐데, 서로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는 어떤 것도 시도하기 어렵다. 교장 선생님까지 나서지만, 극과 극을 달리는 견해 차이는 좁혀지기 어렵다. 차분하게 시작하는 게 필요한데 아직 그런 상황이 만들어지지 못한 듯하다. 아이들은 거부, 다루코 선생님은 폭주. 마음을 정돈할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은 각자 자기가 서 있는 위치에서 행동하게 된다. 3학년 학생들이 다루코 선생님의 수업의 어떤 게 불만이어서 그렇게 된 건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다. 최선을 다해왔음에도 몰라줄 수 있고, 뭔가 더 채워지길 바라는 마음에 불만을 터트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화가 오가기에 앞서 터지기부터 한 거라면, 나는 이 상황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궁금하면서도 두렵다. 학교라는 곳에서 선생님의 존재가 무엇이라고 새로운 개념이 써질지 몰라서 말이다. 그저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 정도로 여긴다면 기계적일 것 같고, 한없이 인간적이기만 하기에는 적당한 통제와 규제가 필요한 곳이기에 과한 것 같고... 다루코 선생님의 폭주하는 표정이 고통스러워 보이면서도 그 마음 한 번 자세히 듣고 싶어졌다. 선생님의 자리에서 가장 힘든 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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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권에서도 이 만화책은 나에게 충격을 가져다준다. 가와베 "여자도 콘돔 없이 하는 게 훨씬 기분 좋다고!" 루미 "됐으니까 이제 그만해! 그런 민감한 얘기... 다른 사람들 앞에서 구구절절 떠들면 안 되는 거야!" 가와베 "나도 딱히 그게 기분좋다고만 하는 게 아냐! 물론 콘돔이 없으면 느낌이 전혀 다른 게 사실이지만.. 마음이라고!! 끼우고 하면 마음이 괴로우니까! 섹스란 거... 싫은 걸 죄다 잊고 좋아하는 사람만 생각하고 싶으니까 하는 거잖아. 그런데 도중에 멈추고 바스락거리면서 그걸 끼운다거나.. 넣은 다음에도 느낌이 이상하니까 끼웠다는 사실을 절대 떨칠 수 없다고! 그러면 이런 저런 싫은 일들도 잊을 수가 없어! 아이가 생기면 큰일 난다고 말했던 순간의 상대방 얼굴이라든가.. 끼우지 않고 하면 혼날 줄 알라는 엄마 얼굴이라든가. 그런 걸 잊지 못한 채로 하면 마음이 괴롭다고!" 루미 "그렇지만 아이가 생기면 큰일이잖아? 폐를 끼칠 거야." 가와베 "어째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열심히 키우면 되잖아! 민폐 어쩌고 하는 녀석들은 내버려 두면 되잖아! 그런 말만 하는 더러운 세상이 싫으니까... 그러니까 다 잊게 해 주는 섹스를 하고 싶은 거야! 그러니까, 콘돔 없이 해도 좋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좋다고!" 루미 "말도 안돼. '키우면 된다'라고 쉽게 말하지만... 돈만 해도 큰일인걸? 상대가 비슷한 또래라면 두 사람 다 일할 수 가 없잖아!" 가와베 "그런 생각을 하니까 다들 돈 많은 아저씨들이랑 사귀는 거잖아, 아이가 생겨도 상관없도록! 그러면 되는 거야?" 루미 "병은 어쩔 건데? 에이즈 같은 거 걸리면 죽는데다가... 거기서 만약 애가 생기면 아이도 죽는다고!" 가와베 "그딴 거 무섭지 않아!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콘돔 없이 해서 죽는다 해도 상관없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랑은 하고 싶지 않아!" 루미 "그럼 아기는?" 가와베 "내가 만약 그 아이였다면 용서할 거야! 아이가 죽으면 영혼이 되겠지. 그러면 내가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알게 될 거고! 그렇다면 분명히 용서해 줄거야! 나라도 용서할 거니까! 그러니까 나는 그런 일로 망설이지 않아!" 루미 "그만 둬! 선생님, 그만하게 해요! 이대로 이런 이야길 계속 들으면 모두가 이상해질 거예요! 왜 멈추지 않죠? 이미 늦은 건지도 몰라! 저, 전 절대 아니지만, 이런 얘길 계속 들으면 성병이나 임신이 무섭지 않다든가 그걸 고민하지 않는 쪽이 순수하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분명 나올 거라고요!" 스즈키 선생님 "여기서 중요한 것은 피임 교육으로 콘돔 사용률이 떨어지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어느 쪽이든 중간 과정에 있어서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수업을 실시하기 전보다 콘돔 없이 하는 사람이 3명 줄었다고 해도 그 수치의 실상은 100명에게 콘돔 없이 하는 걸 그만두게 했다는 의미인 동시에 또 다른 97명이 콘돔 없이 하는 걸 덮어버릴지도 몰라." 가와베 "그런 위험한 수업, 없애버리면 돼요!" 스즈키 선생님 "그거야말로 머리가 굳은 감정적인 의견이다. 피임교육이 없어진다면 97명에게 콘돔 없이 하는 걸 부추길 위험이 사라지는 대신에 콘돔 없이 하는 100명을 멈추지 못하게 될 테니까." 가와베 "그러니까 제대로 낳아서 기르면 되잖아요!" 스즈키 선생님 " 그 생각이 진심이고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그렇겠지! 좀 전부터 화제에 올라왔듯이 애초에 학교에서 피임 교육이 이뤄지게 된 첫 번째 이유는 미성년자의 임신 증가가 사회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만일 임신이 증가했다고 해도 모두가 마음 단단히 먹고 아이를 낳아 결심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정말 훌륭한 아이를 길러 내 어른들을 납득시켰다면 지금처럼 문제가 되진 않았을 거야! 처음부터 대단한 각오도 없이 결행했든지, 아니면 방금 미사키가 말한대로 자신을 순수하고 용기있는 사람으로 착가해서 나중에 현실의 괴로움에 부닥치자 자기 과신이 꺾인 것이든지, 어느 쪽이 진실일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에 그런 젊은이가 많이 있다는 뜻이 아닐까? (...) 이런 저런 계산을 할 필요없이 오로지 순수함을 추구하는 섹스... 그거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말하자면 영혼의 명예로움과 세상을 생각하는 마음이 화합한 도덕적 섹스다. 계산할 필요가 있는데 순수함을 바란다.. 즉 책임 질 힘도 없는데 콘돔없이 하는 건 여기에 포함되지 않겠지. 만약에 그게 들어맞는 상대와 상황, 그리고 자신이라는 세 요소가 갖춰졌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 콘돔을 끼우고 한다는 건 그게 갖춰지지 않은 사람들에게 허용되는 무엇인 거야. 결코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닐 만한 일도, 자랑할 만한 일도 아닌 거다. 그리고 그런 단순히 허용되는 것을 하고 있을 뿐인 인간이 콘돔 없이 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거나 매도하거나 경멸하는 건 전혀 도덕적이지 않아!" 단자와 "그래도 그걸론 아무것도..." 스즈키 선생님 "물론 아직도 그 자격이 부족해 보이는 친구가 콘돔 없이 하는 것을 알았다면.... 친구나 선배로서 성의껏 걱정해 주거나... 나아가 조심스레 사정을 들어주고 조언하는 모습은 나쁜 게 아니야. 결코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일은 아닌 거다." 나는 서른이다. 아직 성경험이 없는 서른 살의 여자다. 그것이 부끄럽지도 않고, 자랑스럽지도 않다. 그냥 내가 이름이 김유현인 것처럼 그냥 그런 거. 난 보수적인 건 아니지만, 그렇게 마음을 열만한 상대를 만나지 못했다. 섹스라는 거 자체도 기분 좋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도 그렇게 몸과 마음을 열 수 있는 상대가 생긴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첫 경험은 기분 좋기 보다는 아프다는 경우가 훨~~~씬 많지만) 이런 이야기를 왜 하냐면, 중학생 아이들이 나의 나이에 절반인 아이들이 섹스에 관해서 그리고 콘돔 없이 하는 것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를 나눈다는 것이 만화지만 나에게 얼마나 충격적인지를 말하고 싶어서. 아... 충격적이다. 나도 루미 처럼 가와베의 입을 막고 싶었다. 가와베가 중학교 때의 나처럼 알 거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모르고 있는 부분들이 많을 거라고 느껴지기도 했고. 성경험이 있는 것만으로 어른이 되었다고 느끼고 있을 것 같은 불안도 생겼다. 그렇지만 스즈키 선생님은 일단은 뒤에서 아이들의 이야기가 조금 더 진행되기를 기다린다. 그러고서 말을 꺼낸다. 생각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생각의 여지를 주는 스즈키 선생님의 방식이 피임, 콘돔에 관한 이야기에서도 드러난다. (스즈키 선생님의 속도위반 결혼에 대해서 학급회의 결론을 내리려는 중) 쓰바키 "안되겠어! 나, 머리가 나빠서 생각이 안 돼! 어째서야! 대체 왜 우리가 이런 귀찮은 걸 해야만 하는 건데? 교사가 속도 위반 결혼이라니.. 사회적으로 허용되지 않으니까.. 우리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으니까 유죄로 하면 되잖아! 무슨 얘긴지 모를 변명을 하고... 자신을 정당화하고... 뭐가 콘돔없이 하는 '노콘'파야! 할 거면 콘돔을 쓰면 되잖아!" 나시모토 "그걸로는 해결이 안 되니까 지금까지 열심히 토론을 한 거잖아! 도대체 넌 뭘 들은 거야! 의견을 말할 거면 다른 사람의 말도 제대로 듣고 생각해! 그게 불가능한 거라면, 지금 쓰바키 너한텐 의견을 말할 자격 따위 없다고!" 쓰바키 "그래도... 그래도! 그럼 나시모토는, 아니 너희들 모두는 확실히 답할 수 있단 말이겠네?" 나시모토 "그...그건! 지금 열심히..." 쓰바키 "봐! 못하잖아! 그러면 너네랑 모두 나랑 뭐가 다르다는 거야. 하나도 다르지 않아. 똑같다고!" 쓰치다 "달라! 수학만 해도 풀이 과정만 맞으면 우지 선생님이 반이라도 점수를 주잖아! 처음부터 포기해 버리는... 이야기를 듣기 전이랑 똑같은 불평만 늘어놓는 사람이랑 똑같은 취급당하고 싶지 않아! 게다가 지금은 생각하는 시간이잖아?! 들어야 할 때 듣지 않은 주제에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 방해하지 마!" 쓰바키 "지... 짓밝고 있어, 내 의견을 모두가 짓밟고 있다고!" 다른 학생들 "적당히 좀 해! 의견을 짓밟으려 하는 건 너잖아!" "선생님의 진지한 설명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라는 말로 대충 넘기려 하고..." 가바야마 "됐어! 쓰바키는 우리의 말을 들어주지도 않았는 걸! 나... 쓰바키의 천진난만한 성격 좋아했다고... 그렇지만 사람 얘기를 이렇게나 안 듣는 사람이라고는 생각 못했어! 왜 그렇게나 자신과 다른 생각을 인정하지 못하는데? 왜 세상을 자기 생각 하나만으로 덮어 버리려 하는 건데? 나도 처음엔 쓰바키와 똑같았지만... 이야기를 잘 들어보니까.. 이해가 되더라! 선생님 얘긴 탕수육이랑 똑같아! 선생님은 모든 급식 메뉴를 탕수육으로 바꾸고 싶었던 게 아니야. 메누에서 탕수육이 없어지는 걸 막아 주고 싶었던 거라고!" 스즈키 선생님 "가바야마가 알기 쉬운 예를 들어 줬다. 쓰바키! 선생님은 너희들이 그저 햄버그밖에 모르고 햄버그 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인간이 되지 않길 바라는 것뿐이야. 수많은 요리가 메뉴에 있고, 그것들을 전부 다 맛보고 알게 된 다음에 자신의 입장을 차분하게 결정해 가는 것. 그런 기회를 빼앗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다. 현대는 '다양성'의 시대라 불린다. 각자 다양한 가치관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지. 그러나 그 결과 개개인의 마음속은 어떻게 되었을까? 갈등을 피한 채 나는 이거, 나는 저거라고 단 하나의 생각을 각각 선택하고는 그걸로 끝이야. 개개인의 마음속으로 본다면 현대는 '단일성'의 시대라고 해야 할 거다. 그렇게 되면 타인과의 사이에서는 싸움이나 무관심, 무간섭 밖에 없다.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마음속에 많은 가치관을 품고... 귀찮고 괴롭더라도 진지하게 갈등하고.. 그 가치관의 공존을 모색하기 시작한다면 다른 길이 열리게 되지! 결국 이 토론과 같은 거야! 토론으로 다양한 가치관을 공유한 지금, 우리 반 각자의 얼굴은 토론 전보다 훨씬 더 닮아 있을 거야. 나는 그것이 몰개성 하거나 기분 나쁜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속에 있는 것들은 비옥하고 다양하게 풍부해져 있기 때문이지! 훨씬 무서운 건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속이 전제국가처럼 단일한 쪽이다. 그리고 만약 단일한 사람들 중에... 어떤 같은 색깔을 가진 사람들이 우연히 늘어나 자기들의 빈곤한 의견을 '사회적'인 의견으로 간주해 독주하고.. 자기들 외의 사람들을 적이나 이해불능의 이방인으로 보고 짓밟는다면... 그게 가장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소통을 끊어버리고 서로 동의하지 않으면 싸우기만 하는 극단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이렇게 서로의 생각을 비옥하게 해주는 소통은 7권 리뷰에서도 적었지만 인터넷으로는 힘들다. 그리고 인터넷에서는 자기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찾아서 모아서 같은 의견을 강화시키거나, 아니면 아예 싸움을 걸고 다니거나 하는 방향으로 보통 진행이 된다. 내가 하는 말이 상대에게 어떤 상처를 입힐 지 모르는 체 쏟아부어버리기도 하고, 익명성에 숨어서 강한 척 하기 위해서 욕을 휘두르기도 한다. 아, 어느새 나 또 화살을 남들에게 돌리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하기 쉬운 실수.. 난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 만큼 말하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나는 얼마나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왔을까. 쓰바키 처럼 행동한 적은 없었을까? 최근에는 별로 없었을 수 있지만 대학생 때는 상당히 있었던 것 같다. 남에게 그 생각을 강요하기도 하고, 내 머릿속의 단일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 '나에게 옳은 얘기니까 아무도 내 생각에 건드리지마! 니 생각도 안 건드릴 테니까!!' 하고 뱉어버리기도 하고. 이제는 스즈키 선생님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내 머릿속과 마음 속의 문을 좀 열어서 비옥하게 만들어야겠다. 이 만화책.... 진짜 매권 마다 나에게 충격을 안겨주는 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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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생각이 없다'고 쉽게 말하곤 합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해서도 평소에 아무 생각이 없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막연하게 당연한 거 아니냐며 따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을까 싶군요. 그래서 뭔가 잘못됐음을 느껴도 웬만해선 의문을 갖거나 거부하기가 힘듭니다. 우리는 그렇게 사람을 억압하는 낡은 관습을 모두 전통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스즈키 선생님은 다르게 구분합니다. 전통을 그럴듯하게 왜곡한, 시대에 따라 변하는 잣대인 풍조일 수도 있다고 말이죠.
스즈키 선생님의 속도위반 때문에 벌어진 재판 수준의 학급회의에서는 성에 대한 토론이 벌어진 만큼 전통적인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서로의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점차 다른 사고방식을 수용할 수 있게 됐지만 일부 아이들은 여전히 고집을 꺾지 않고 마땅히 지켜야 할 규칙을 어긴 것 아니냐며 비난을 서슴지 않습니다. 이에 스즈키 선생님은 전통이 전통으로 자리잡은 데에는 우리가 모르는 나름의 중대한 쓰임새가 있기 때문이지만 표면적인 이유만 남아서 착각하기 쉽다고 대답합니다. 성에 관해서는 생명의 중요성보다 문란함의 방지에만 몰두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게 '정해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해진대로 하지 않는 사람들을 간섭하고 비난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머릿속에서 한 번 옳다고 선택한 가치관을 바꾸기도 어렵죠. 그래서 스즈키 선생님은 관점을 바꾸라고 말합니다. '반드시 따라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허용됐을 뿐'이라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저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라는 겁니다. 그래야만 서로 다른 생각이 부딪히지 않고 양립할 수 있다면서 말이죠. 아이들의 표정 만큼이나 저 또한 숙연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꽤나 길고 무겁게 진행된 스즈키 재판은 그렇게 일단락됐지만, 이번엔 스즈키의 교육법에 반대하는 선생님이 히스테리를 부리면서 교사들과 전교생의 갈등으로 번지고 맙니다. 8권에서는 공존을 위한 진지한 갈등을 이상으로 여기는 스즈키 선생님과 듣기를 거부하고 자기 할 말만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3학년 학생들이 마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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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선생님의 일로 학생들에게 성교육의 과제를 안은 다루코 선생님 학생들이 선생님의 수업에 파업한다니? 우리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는 문제아로 낙인이 찍힐게 뻔하다! 우리는 대학에 들어가기전에는 어떠한 말썽도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주한 선생님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된 파업은 학생들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한 행동이다. 물론 서로의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이루어진 상황이지만..
선생과 학생 둘다의 대화의 기술이 필요한 순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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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권에서 이어진 스즈키 재판이 그 마지막을 향해 달려간다. 아이들간의 충분한 의견교환과 함께 스스로 이 재판의 의미를 찾아가는 아이들의 성장이 돋보였던 6권이었지만, 사실 그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 워낙 컨트롤하기 어려운 중학생들이기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7권을 펼쳤다. 어느 정도 아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히 이야기되었다고 생각했던 순간, 스즈키 선생은 앞으로 나서 중재를 시작한다. “끝장토론”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나 자신의 추악함이 드러날 것이고, 그 추악함은 아이들의 세계로 전이될 것이 걱정되었던 스즈키 선생은 이런 말을 던진다. 인간들 사이의 시스템은 아직 불완전해. 어떤 유해한 언행이 동시에 대체 불가능한 유익한 효과를 낳는 경우, 그 언행에 대한 벌을 없앤다거나 느슨하게 해야만 하는 상황은 언제든 존재한다. 그러나 설사 벌을 없앨 수 있다 하더라도 죄 그 자체가 사라지진 않아. 한정된 시간 속에서 하나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가능하면 여기에 있는 전원에게 나의 행동을 이해받기 위해서는 듣기에 따라서 상당히 괴롭다고 느낄 정도까지 이야기해야만 할지도 몰라. 이해받기 위해서 자세하게 이야기하면 할수록 내 죄의 추악함은 깊어진다. 그러나 그것 자체는 내가 견딜 수 있고 또 견뎌야만해. 진짜 문제는 내 죄가 늘어난다는 것은 나에게서만 끝나는 일이 아니라 세계를 더럽히고 상처 입히는 것과 등호로 묶인다는 사실이야! 이런 스즈키 선생의 진심을 알았기 때문일까? 아직 충분하다 충분하지 않다며 공방을 벌이던 아이들 중 이즈미는 이런 결론을 내린다. 이만큼 단단한 토론을 공유했잖아요? 우리의 의견은 아마 이미 상당히 서로 겹쳐졌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완전히...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하나의 판결을 만들어 내는 건, 그렇게 간단하게는 안 될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확실하게 자신을 갖고 일치된 답을 낼 수 있을 때까지! 무기한으로 시간을 주시면 안 될까요? 스즈키 선생은 드디어 안도하며 아이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전한다. 그리고 회의는 모두의 박수로 마치게 된다. 물론 완전한 결론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시한폭탄을 안고 가는 것이긴 해도, 어떻게 보면 이 토론 또는 재판이 결론에 이르려고 시작한 것은 아님을 안다면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과오라는 하나의 화두를 두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교환했던 것이고, 그것은 하나의 결론으로 모아질 수 없는 것이었다. 이즈미가 말했듯 토론의 공유를 통해 아이들은 한뼘 성장했고, 스즈키 선생은 아이들에게 도덕적으로 진심어린 사과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므로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어느 정도 개인사가 정리되고 안정을 되찾는가 싶었지만 갑자기 이상해져버린 다루코 선생 때문에 학교가 술렁인다.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는데다, 3학년 학생들과 파업 수업진행이라는 파격적인 수업을 시작한 다루코 선생. 특히 스즈키 선생에게는 “잘 지내요? 아기는 건강하고요?”라는 판에 박힌 인사만 되풀이하며 자신을 이렇게 만든 것은 스즈키 선생이라고 중얼거리고 다닌다. 그녀가 시작한 파업수업이란 대화가 없는 수업, 반응이 없는 수업으로 일방적 수업에 반발한 아이들이 반응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파국에 치닫는 수업이 되고 만다. 그것 뿐아니라 그녀는 감정적으로도 폭발하며 전혀 제어가 되지 않는데... 스즈키 선생은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8권이 기대된다. 사람의 인생이 고난의 연속이라지만 참 바람잘날 없는 스즈키 선생이 아닌가 싶다. 겨우 개인적인 문제가 해결되나 싶었는데 동료가 문제를 일으킨다. 스즈키 선생을 보면 선생님들도 사람인지라 이런저런 문제를 갖고 살아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생각해보면 학창시절 교무실에 모인 선생님들끼리도 수많은 문제와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지 않았을까 상상이 된다. 아이들도 느낄만큼 서로 친해보이는 사이도, 어색해보이는 사이도, 좋아보이는 사이도 있었으니 어른들끼리는 어땠을지. 지금은 이렇게 회상해보며 웃음지을 수 있지만 그때는 나름 심각한 문제도 많았던 것 같다. 선생님들 사이가 좋지 않아 괜히 어떤 선생님만 들어오면 반 전체가 주눅이 들었던 적도 있었으니 말이다. 학교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인간군의 갖가지 이야기, <스즈키 선생님 7>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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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재판의 결말 그리고 2학기의 시작점. 6권의 리뷰를 통해 이야기 했지만 아이들이 스즈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격분했고 과격한 이야기들이 이어져 나갔지만 이내 그들이 낸 문제제기가 또다른 아이들의 가정의 예라는 것을 직시한 그들은 점차 자신들이 갖는 생각의 오류를 느끼고 조금 더 논리적인 토론을 하게 된다. 이것이 그의 교육 방침이고 아이들이 그 방향에 대해 잘 가고 있지만 때론 삼천포로 빠져 이야기의 논점을 흐리기를 반복하며 사건의 결말에 도달하게 된다. 어쩌면 아이들이 스즈키 선생님과 토론하는 것이 그에게는 교육자로서의 위기이지만 한 인간으로서, 어른으로서, 교육자로 대표하며 그의 사정과 함께 아이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6권과 함께 이야기가 이어져 나간다. 쉽지 않는 결말이자 토론이었고 반 아이들을 설득시키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스즈키 선생님은 자신이 가졌던 청춘의 호기심과 남자로서의 마음, 이성과의 깊을 관계를 보다 사실적으로 설명하며 아이들과 이야기한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이야기이기에 스즈키 선생의 마음도 아이들의 마음도 깊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예전과 달리 어른이 하는 사랑을 모자이크 없이 사실적으로 알아가는 요즘 세대에게 이론적인 교육이 아니라 사실적인 교육, 제대로된 사랑을 말하며 가르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다. 과연 우리에게도 현재 이런 선생님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지만 아직도 나에게 학교는 만화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학교 전체 선생님들과 반 아이들의 협조를 얻어 토론할 수 있는 시간과 문제제기와 설득, 판결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주어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갖곤하다. 만약 우리나라의 선생님이라면 이보다 더한 문책이 따랐을 것이다. 교육자로서 사명감과 자질을 거론했을지도 모르겠다. 무튼, 스즈키 선생님의 이야기는 학교에서 큰 사건으로 비화되지 않았고 아이들의 학급회의를 통해 그 문제를 수그러 들었다. 피하지 않고 정면승부를 해서 그도 학생도 크게 다치지 않았고 무엇보다 직접 목격한 아이들의 당혹스런 마음과 선생님의 뒷 이야기를 말끔하게 들은 개운함 또한 그들의 걱정거리를 그들의 머릿속에서 산뜻하게 정리해 주었다. 2학기의 시작과 함께 아이들과 선생님의 또다른 시작점의 문이 열리며 7권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