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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실은 오히려 원제에 가까운)는 '현대 역사학의 거장 9인의 고백과 대화'다. 9명의 저명한 역사가들의 인터뷰인데, 각자의 논문을 모아놓은 논문집과는 당연히 판이한 느낌을 준다.
인터뷰에 있어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어떤 질문을 어떤 타이밍에서 던지느냐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꽤나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이 책의 저자(?)인 마리아 루시아 G. 팔라레스-버크는 그 자신이 역사가인만큼 각각의 인터뷰 대상들에게 날카로운 질문들을 날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9명 모두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 '맞는' 질문을 함으로써 독자가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잘 이끌어내고 있다.
이 책은 '재미'를 위한 독서를 하고자하는 독자보다는 아무래도 역사를 전공하거나 남다른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것이다. 비록 독자층이 넓진 않을 책이지만 이 책을 집어들만한 독자들에게는 분명 '좋은' 책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나도 그랬지만, 역사학자 9명의 인터뷰를 읽어나가면서 지금 '나'는 어떠한 '역사가'인가(혹은 어떠한 역사가가 될 것인가)를 조금 더 명확하게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퀜틴 스키너나 아사 브릭스보다는 나탈리 저먼 데이비스나 잭 구디, 로버트 단턴의 인터뷰가 훨씬 흥미로웠다. 특히 '교육의 환상'에 대한 잭 구디의 소박한(그러나 너무나도 절실한) 자기반성이나, 자신을 가장 자랑스럽게 한 업적으로 아이들과 손주들을 남겼다는 것을 꼽는 데이비스를 보노라면 '역사학'에 대한 이미지가 더욱 구체화되어 다가오는듯한 느낌이다.
기존의 이미지와는 달리 역사가의 투박한 작업을 강조하는 로버트 단턴, 왠지 중언부언하는 듯하지만(물론 여기에는 독자인 나의 개인적인 취향 탓이 크다.) 너무 쉽게 동의하기에 '가디언'지를 멀리하고 피가 거꾸로 솟는듯한 느낌을 준다는 '이코노미스트'지를 구독한다는 스키너의 말들도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중간중간 삽입된 해상도 떨어지는 사진과 굳이 제목을 '탐史'라고 지어낸 것에 대해서는 고개를 약간 갸우뚱하게 되지만(이 책의 원제는 'The new history: confessions and conversations'다), 9명의 저명한 역사가들의 이야기(글이 아닌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지금 나 자신이 어디쯤 서있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될 뿐만 아니라 '통찰'이란 것이 과연 어떤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앞서 이미 이야기했지만, 역사를 전공하는 사람이거나 조금은 전문적인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할만한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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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사람들로부터 통찰력을 키우는 방법이 무엇이냐고 간혹 묻는다. 나는 주저없이 역사와 철학을 알아야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바로 할 수 있다고 믿고 그렇게 답해준다. 누구나 느끼는 바이겠지만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만약에 다시 후배가 그런 질문을 한다면 나는 우선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은 9인의 역사가가 자신의 역사관을 심도있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그 9인은 통사뿐 아니라 민중사, 문화사, 인류학, 역사정치학까지 전공했기 때문에 보다 다양한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보게 하고 있다. 통상 우리는 정복왕조 위주의 역사를 배우고 나중에 민중사를 접하고 그러다가 다양한 관점의 역사를 바라보기도 한다. 개인에 집중하기도 하고 권력에 집중하기도 하고 정치적인 조직에 집중하기도 하고.... 이 책을 보면 이런 다양한 시각을 한번에 맛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약간 아쉽다면 대부분 영국의 학자들인데 아마 아시아나 다른 역사학자가 참가하였다면 더욱 다양했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대개의 편파적인 책과 달리, 독자에게 어떤 결론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들이 진정한 역사학자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점이 좋았다. 사실 불완전한 통찰을 지닌 사람들은 통상 교조적인 방법을 동원함을 많이 보아왔고 다들 알았으면 좋겠다.
말이 좀 벗어났지만 어쨌든 이 책에서는 역사학계의 흐름도 훑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역사를 통해서 사회와 문화까지 의견을 들려준다. 물론 역사를 논함에 있어서 사회와 문화를 역사와 분리하기도 힘들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른 서술도 이루어지고 있고 혹은 비교론적 접근도 이루어지고 있어 참 좋은 책이라고 평가한다.
이러한 다양한 시각과 방법으로 독자에게 강요가 아닌 깨달음을 유도하는데 가장 큰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무리 명저라도 읽는 사람이 느끼는 바가 없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로 일독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