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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과 섬이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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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 사업장, 연대, 조합원… 채널예스의 취재를 위해 참석한 북토크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가 들려왔다. 2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공연과 소개와 질문이 이어졌지만 집에 가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이걸 어떻게 기사로 쓰지, 괜히 갔나…’ 일단 참석한 이상 기사는 써야 했다. 그래서 취재를 위해 받은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다 읽은 지금, 이해하지 못했던 단어의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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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성, 사업장, 연대, 조합원채널예스의 취재를 위해 참석한 북토크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가 들려왔다. 2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공연과 소개와 질문이 이어졌지만 집에 가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이걸 어떻게 기사로 쓰지, 괜히 갔나…’ 일단 참석한 이상 기사는 써야 했다. 그래서 취재를 위해 받은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다 읽은 지금, 이해하지 못했던 단어의 느낌이 손끝에서 느껴진다. 기사를 쓸 수 있게 됨은 물론 거리에서 마주쳤던 섬들이 떠올라 한동안 먹먹했다. 섬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글과 만화는 그 자체로도 좋았다. 뜨겁고도 뜨거운 현장을 담담하게 기록했다고 느껴지는 것은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읽기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그제야 유쾌했던 북토크가, 재치와 유머가 넘쳤던 두 사회자가 대단했음을 깨달았다. 진행이 매끄럽지 않아 기사를 쓰기 어렵다고 투덜댄 지난 내가 얼마나 어렸는지 모른다. 르포를 잘 쓰는 게 본인의 몫이라 느꼈다던 강혜민 작가의 말처럼 이 리뷰를 잘 쓰는 것이 나의 몫은 아닐까 하여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담아 써보려 한다.

 

  『섬과 섬을 잇다2』는 그러니까 1권도 있다는 말인데 2015 12월 출간되었다. 1권은 2014 5월에 나왔다. 섬처럼 고립된 채 장기투쟁 중인 사업장들을 이어 주기 위한 프로젝트로 기획된 책이다. 작가들은 이를 줄여 섬섬 프로젝트라고 하고, 책은 섬섬1, 섬섬2라 부른다. 섬섬1에는 콜트-콜텍, 쌍용자동차, 코오롱, 재능 교육,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밀양 송전탑, 제주 강정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중 현재 투쟁에 승리한 곳은 재능 교육 노동자들뿐이다. 많은 이들에게 잊혀져 가고 있지만 지금 이순간도 그들은 싸움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다. 섬섬2에는 광화문 장애인 농성장, 전주 버스, 스타케미칼, 기륭전자,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있다. 책이 기획되어 출간될 때까지 투쟁에 승리한 곳은 스타케미칼 한 곳이다. 역시 다른 곳은 이순간에도 투쟁 중일 것이다.

 

  광화문역에서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해 3년째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장애등급제는 장애인을 1~6급으로 나누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인데 당사자에게는 가혹하다. 내가 필요한 서비스가 아닌 주어지는 서비스만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사자로서 납득할 수 없어 재심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 부양의무제는 서류상 부양해줄 가족이 있다면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을 수 없도록 되어있다. 많은 장애인들이 가족과 단절되어 있지만 서류상 이를 증명할 수 없다면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여러 장애인들이 세상을 떠났다. 활동보조인이 없는 시간, 집에서 불이나 침대 위에서 생을 마감한 분, 등급의 재심에서 오히려 하락한 등급을 받자 스스로 생을 마감한 분 등이다.

 

  전주 지역 버스 회사 노동자들은 회사가 임금을 떼먹고 있었다는 것을 안 후 민주노조에 가입한다. 이를 안 회사는 민주노조에 가입한 기사들에게 기본 10시간이 넘는 노동과 노후된 차량을 배치하고 부당한 해고도 서슴지 않는다. 시민이 무임승차를 한 것인데 회사의 자금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한 한 기사는 대법원까지 가서야 부당한 해고를 인정받고 복직한다. 하지만 장거리코스에 몸이 상해버린 기사는 세상을 떠나기도 하고 부당한 업무에 마음이 상해버린 기사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기사들의 안전은 물론 시민들의 안전마저 위협하는 버스 회사의 만행에 대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쉽게 승복하지 않아 대법원까지 갈 것이라는 예상이 있지만 꼭 승리하시길 바란다. 버스 기사들이 대우받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는 말씀처럼 머지 않아 그런 세상이 오길 바란다.

 

  스타케미칼은 408일 굴뚝 농성으로도 유명하다. 회사의 굴뚝에서 408일 동안, 그러니까 1년이 넘게 투쟁하신 거다. 그 고됨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복직에 합의한 후 내려오셔 다행이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 잘나가던 회사가 무리한 확장으로 파산하고 매각된다. 높은 가치를 가진 회사를 싸게 사서 다시 파는 부자들의 재테크로 인해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떠나야 했다. 하지만 11명의 노동자는 이에 투쟁을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굴뚝 농성이었을 것이다. 경영진의 무책임이 얼마나 큰 나비효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준다.

 

  기륭전자는 10년 째 거리에서 싸우고 있다. 대부분 여성노동자인 조합원들은 불법파견인 줄 모르고 일을 시작했다. 직장 내 차별과 폭언을 견디다 노조를 만들었지만 회사는 해고를 일삼는다. 아이가 아파 나오지 못해도 해고, 몇 분 지각해도 해고, 문자로 해고, 일을 잘해도 계약 기간이 끝나면 해고였다. 이들은 이에 투쟁을 시작했다. 그러나 회사는 곧 매각되고 일자리를 잃는다. 조합원들의 긴 투쟁 끝에 복직을 합의했지만 회사는 이들에게 일을 주지 않고 투명인간 취급한다. 이마저도 오래 가지 못하고 회사는 야반도주한다. 야비하다는 말보다 강한 말이 어울릴 듯 하다. 조합원들은 안 해본 투쟁 없이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유성기업은 높은 가치의 회사였다. 이는 노동자들의 고된 노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노동자들은 심야 노동 폐지를 위해 주간2교대와 월급제를 원했다. 회사와 합의한 듯 했으나 사측은 불성실한 모습을 보였고 노동자들은 파업 한다. 이에 회사는 창조컨설팅의 민주노조 파괴 시나리오로 대응한다. 용역깡패를 동원하여 노동자들을 다치게 하고 노조 내에서 갈등이 일어나게 하기도 한다. 노조 파괴 시나리오가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던 나에게는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언론과 정부가 쉬쉬하는 동안 많은 노조들이 깨져나갔다. 하지만 끝까지 노조를 지키고 있는 유성이라는 섬에 꿈이 피어나길 바란다.

 

  책을 읽는 초반에는 왜 그렇게까지 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개인주의적인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투쟁하는 대신 다른 일을 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나와 내 가족을 위해서 뭐 밟았다 생각하고 잊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점점 그런 생각들이 흐려졌다. 소심했던 이가 적극적인 성격이 되고, 좋은 사람들과 뜻을 함께 하여 잊지 못할 기억을 만들고, 너무 힘들지만 동료들을 위해 참았다고 말한다. 이는 더 나은 세상을 바라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이렇게 기록되는 거였다. 나는 이 책을 기자를 꿈꾸는 친구에게 주려 한다. 내가 느꼈던 떨림이 그 친구에게 닿으면 커다란 울림이 될 것이다. 책을 읽지 않을 분들에게 그 내용은 알리고 싶은 마음에 내 역대 리뷰 중 가장 긴 글을 썼다. 물론 책에 더 좋은 글과 만화가 있다. 이 글을 기억해도 좋고 책을 사면 더 좋겠다. 섬과 섬이 이어지는데 내가 쓴 글이, 미래에 내 친구가 쓸 글이 보탬이 되면 좋겠다.

m*****7 2016.03.0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