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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스는 범죄자였다. 그는 증언을 해주는 대가로 형을 면제받고 석방된다.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 평범한 것을 동경하는 그 속에서, 빈스라는, 조금은 약하지만, 정의롭게 살고 싶어 했던 남자의 액션을, 한번에 쭉 읽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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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스 캠든은 FBI 증인보호프로그램의 보호를 받고 있는 전직 범죄자이다. 뉴욕에서 마피아에게 도박 빚을 지고 갚지 못한 상태에 이르자 자신의 보스를 넘기게 된 것인데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는 끊임없이 주위를 살피고 사람들을 의심하며 강박증에 가까운 상태로 살아가고 있었다. 제빵교육을 받은 후 도넛을 만드는 가게에 취직했지만 그가 돈을 모으는 방법은 따로 있었다. 제 버릇 남 못준다고 뉴욕에서 하던 신용카드 위조 사업을 워싱턴에서도 이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일은 한 팀으로 이루어져있는데 카드를 복제하는 더그, 불법 복제된 카드의 유통을 맡은 레니, 그리고 신용카드를 가로채 빈스에게 넘겨주는 집배원 클레이와 이 모든 일을 계획하는 빈스. 그러던 중 냉혈한 살인마 레이가 등장한다. 그도 빈스처럼 정부의 증인보호프로그램을 받고 있다. 뉴욕에 있을 때 마피아의 뒤처리를 맡았던 그가 워싱턴 주 스포캔이라는 소도시에 정착하게 된 것인데 우연히 카드위조의 돈 냄새를 맡고 레니를 선동해 빈스를 제거하고 그 자리를 차지할 계획을 세운다. 때는 마침 미국 대통령 선거철이었다. 이란에 인질이 억류되어 있는 상태에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은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고 공화당의 젊은 후보 레이건이 부상하고 있었다. 빈스는 빈스 캠든이라는 이름으로 선거인 등록증이 나오게 되자 어느 후보를 찍을지 고심하게 되고 그런 와중에 카드를 복제하던 더그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는 3년 전 자신이 FBI에 마피아를 넘긴 것과 관련한 복수로 오인하고 레이의 두목이었던 마피아 두목 자니를 찾아 뉴욕으로 떠난다. 언제 자신이 살해될지 모른다는 강박증을 갖게 된 주인공인 빈스 캠든의 생존기가 이 책의 큰 줄기라고 보면 되겠다. 이 책은 작가가 본래 영화의 시나리오로 쓴 작품이라고 한다. 그 때문인지 상황묘사가 잘 되어 있다. 극적인 장면이나 자극적인 요소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서서히 고조되는 긴장감과 등장인물들의 대화 속에서 나타나는 조금은 반사회적인 위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미드 <소프라노스>가 생각나는 건 아마 그 때문이 아니었을까…….^^ 빈스는 선거가 자신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줄 거라 믿는 어찌 보면 아직은 순진한 사람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창녀 베스와 그녀의 아들을 위해 집을 사주고 싶어 하고 냉혈한 살인마 레이의 마음을 돌려놓고 싶어 한다. 짝사랑하던 여인에게 잘 보이고 싶어 이해하기도 어려운 책을 읽기도 하며 그녀와 불륜관계에 있던 주의원 후보자의 정치적 견해에 열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에게 투표가 갖는 의미는 참 크다. 투표에 참가함으로써 그는 비로소 마티 하겐을 버리고 진정한 빈스 캠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비겁함과 소심함에 지쳐 있었다. 그래서 생애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용기를 내어 본다. 자신의 삶을 되찾을 수 없다면 죽음을 선택하겠다는 마지막 결정이었다.
자니는 빈스를 죽이지 않는다. 그가 빚을 갚겠다고 말한 것 때문인지, 아니면 범죄자라면 무관심한 게 당연한 대통령 선거에 보이는 열정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모든 걸 떠나 솔직함을 내보인 것 때문인지. 그의 그런 솔직함은 거짓만이 가득한 조직원들에게는 신선함을 떠나 신뢰감을 준 것 같다. 빈스에게 레이를 죽이라고 명령한 것도 사실은 그가 그러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앤지에게 끌려가던 레이를 보며 빈스가 느꼈던 감정은 더 이상 자신의 목숨을 위협할 게 없다는 후련함뿐이 아니다. 그에게는 다시 꿈꿀 수 있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내일이라는 희망 말이다. P371-372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말야, 레이. 그건 돈이나 마약, 여자 아니면 권력을 얻으려고 한 짓이 아니야. 그건 우리가 채우려고 안간힘을 쓰는 구덩이이지. 빌어먹게 큰 구덩이 말야. 더 많은 점수, 일……, 그리고 더 많은 술이랑 여자, 돈으로 그 구덩이를 채우려고 해. 하지만 구덩이는 절대 안 채워져. 우리는 무법자로 살아가니까 아주 똑똑하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레이, 이렇게 산 사람치고 늙어서 행복한 사람 본 적 있어? 우리처럼 산 사람이 손자손녀들이랑 현관 앞에 앉아 있는 걸 본 적 있냐고? 왜 그런 사람이 없는 줄 알아? 우리가 늙었을 때 남는 건 구덩이밖에 없거든.” P372-373 빈스는 몸을 돌려서 레이를 마주보았다. “우리는 자유를 받은 거야, 레이! 감옥에서 풀려난 게 아니라 과거의 우리한테서 풀려난 거라고! 그 사람들은 우리한테 새사람이 될 기회랑 구덩이를 메울 기회를 준 거야. 레이, 기회가 얼마나 귀한 건지 알아? 그걸 잡는 게 얼마나 어려운 줄 알아? 그건 우리가 지금껏 해온 것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한 거야. 하지만 원한다면 그 기회를 우리 걸로 만들 수 있어, 레이. 우리가 할 일은……,아침에 일어나서 일하러 가는 거야.” 빈스는 고개를 돌려 베스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밤이 되면 집에 돌아가서 가족을 돌보는 거지.” 그는 다시 레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리는 투표만 하면 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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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로 살아가던 소시민 범죄자 마티. 신용카드 위조, 마리화나 밀매, 물론 나쁜 짓이지만, 진짜 무심시한 갱스터들에 비한다면 뭐 귀여운 범죄들. 허나, 이래저래 조직의 돈을 얼마 해먹고 변호사의 동생을 사랑한 죄로 증인보호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워싱턴주의 스포캔으로 사라진다. 마티는 사라지고 새로운 이름 빈스로.
그가 생애 최초로 갖게 된 '투표권'. 시시껄렁한 범죄자였던 그에겐 정치는 무관심할 수밖에 없었고, 누가 선거에 나오는지, 투표권이 있던지 말던지 무심할 수밖에. 허나, 자기 집에 '빈스'의 이름으로 날아온 생애 최초의 선거권. 마침 일주일 후면 레이건과 카터의 대통령 선거가 있고, 이란에서의 미국인 인질사건으로 선거쟁점이 되고 있다.
빈스는 여전히 워싱턴에서도 신용카드 위조질을 하면서 돈을 버는데, 그 잇권을 먹으려 온 새로운 악당(들). 허나 창녀 출신 베스와 소박한 결혼을 하며, '시민'으로서 평범한 투표를 하는 사람이 되길 원하는 빈스.
마티, 아니 빈스의 누구나 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하기엔 너무나 빡센 소시민 '시티즌 빈스'로서의 투표 행사하기, 그 눈물겹고 소박한 움직임, 혹은 발버둥에 대한 이야기.
HBO에서 판권을 샀다는데, 딱 미국식 24부작 드라마로 만들면 재밌을 이야기. 2006년 미국 추리작가협회 상인 에드가 엘런 포 상 수상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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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살의 빈스 캠든은 이름과 이번에 받은 투표권 외엔 아무런 기록도 없는 사람이다. 이유는 그가 증인보호프로그램으로 새로운 삶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빈스는 제빵기술을 배워 도넛가게에서 제빵사로 일하며, 과거 마티로의 삶의 잔재인 신용카드 위조와 마리화나를 밀매하는 일을 아직도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티비로 대통령 후보들의 연설을 듣게 된 빈스는 깨달음을 얻는다. 4년 후에 자신은 어떤 모습이길 바라느냐는 물음 앞에.... 그 어떤 전과기록도 없는 깨끗한 백지의 빈스라는 새로운 이름의 삶 속에서 자신이 바라던대로 일상적인 평범한 삶을 살 것인지, 혹은 4년 후에도 여전히 과거 마티였던 자신의 삶의 그늘 속에서 마리화나 밀매와 신용카드 위조나 하는 변하지않은 삶을 이어갈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삶의 기회를 과거의 잔재를 끌어안으며 포기하며 살 것인지, 기회를 기회로 바라보며 새로운 인생을 출발할 것인지를 고뇌하며 소설은 시작된다. 새로운 빈스라는 사람의 삶을 살고싶은 그에게 뜻하지않은 꼬인 인생이 찾아온다. 그 꼬인 실타래를 풀수록 더욱 꼬여만 가는 인생사를 빈스는 참으로 슬기롭게 매듭을 풀어내는데, 이 책은 에드거 앨런 포 상의 수상작이라는 범죄추리 소설이다. 시종일관 박진감 넘치는 추리소설을 바란다면, 이 책을 선택함으로 실망을 안을 것이다. 그러나 서서히 달구어지면서 오랜 열전도율을 가진 뚝배기같은 조용하고 은근한 박진감을 원한다면 이 책을 선택하길 바란다. 마티로 살았을 때는 전과자의 삶만이 있어 달리 평범한 일상으로의 삶으로 살아갈 수 없었던 그였지만, 빈스는 투표권도 가지게 되며, 자신의 목소리를 하나씩 낼 수 있고, 일상으로의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면 4년후는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아갈 수도 있는 기회를 부여잡을 수 있는 사람의 삶인 것을 깨달은 빈스가 책임과 권리라는 것을 이루어가는 소설이다. 자신의 살아온 과거를 백지처럼 지우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 명이나 있을 수 있을까. 누구나 잘못된 과거는 지우고 싶어한다. 그러나 백지처럼 지울 수 없다면, 그 과거에 유령처럼 얽매어 살기보다는 다가올 미래를 위해, 달라질 4년 후 혹은 1년 후를 위해, 오늘을 열심히 살아내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빈스에게 주어진 새로운 삶에의 시각과 기대를 바라보며 내 삶을 더 아끼고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임과 권리 속에서... 처음엔 따분하게 읽기 시작했지만,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는 범죄추리 소설이었으매도 여운을 만날 수 있었다. 또한, 전혀 예상치 못한 빈스의 문제 해결방법이 무척이나 반갑고, 흐뭇했으며, 내 단순한 생각의 결말을 실소하게 만드는 작가의 결말이 좋았다. 빈스는 죽게 될지도 모르는 인질의 상황 속에서도, 투표권을 행사하려고 투표장으로 향한다. 그만큼 이 소설 속에서 투표권의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빈스가 말하고자하는 함축적 표현이라고 할까...
"FBI가 나를 이 프로그램에 올렸을 때 난 새사람이 되고 싶었어. 달라지고 싶었지. 그런데 예전에 하던 일에 또 손대고 만 거야. 난 빌어먹을 하나도 달라진 게 없었어. " 빈스는 지갑을 꺼냈다. "그런데 일주일 전에 이걸 받았어. " 그는 꾸깃꾸깃한 선거인 등록증을 레이에게 건넸다. "그리고 생각했지. '달라지려고 노력도 안 하면서 이대로 산다면 어떻게 될까? 만일 등록증에 적힌 이 남자가 되기로 마음먹는다면 어떨까? "
372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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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살맞은 대화, 톡톡튀는 캐릭터, 물 흐르는 사건전개. 그러면서도 진지한 정치적인(?) 주제의식을 담은 추리소설.
읽어보니 대략 이렇다.
1980년 미국 대선 정국. 그리고 서부 워싱턴 주에서 새벽 2시에 잠에서 깨는 어느 전과자.
올해 36살인 이 남자는 난생 처음 선거권을 얻었다. 어떻게 이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할까? 아니 투표는 누구에게 해야 하는 걸까?
이 어려운 질문을 앞에 두고 옆에서는 킬러가 뒤에서는 형사가 그를 쫓는다.
결국 동부 뉴욕으로 날아가고 좌충우돌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는 쿨(?)한 내용.
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무언가 찡하게 다가오는 것이 있다. <남쪽으로 튀어>와 비슷한 느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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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추리소설들은 대부분 살인사건이 중심이었고, 사건이 일어나면, 사건해결자가 증거를 하나하나 찾아가며 마지막에 해답이 나오는 식으로 모두 비슷비슷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형식은 무시하고라도, 사건 해결하는 과정이 멋져보이고, 게다가 범인이 누군인지가 너무 궁금해서 추리소설은 한번 잡으면 끝을 봐야만 했다. 어느 순간, 추리라는 장르가 범인을 잡는 데 국한되지 않고, 말 그대로 추리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 추리소설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사회추리분야라는 말을 처음 들은 것도 많은 시간이 지나진 않았다.
이 책 역시 엄밀히 말하면, 사회추리소설이었다. 단순히 사람을 죽고, 그 범인을 가리는 이야기가 아닌, 얼핏 보기엔 전혀 추리소설 같지도 않는 사회문제를 이야기하는 소설인 것이다. 범인도 증거도 모두 나타나 있지만, 줄거리는 아주 흥미있게 진행된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미국이란 사회에서 가지는 범죄자들의 인권과 사회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의 생활 그리고, 마피아내의 음모와 의리 정도이다. 하지만, 실제 이 책을 접한다면, 어떤 문장으로 정리하기 힘들게, 많은 부분을 배우고 느끼게 된다.
증인보호 프로그램에 등록되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빈스 캠든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온 건 그가 피해망상증이라고 불리는 병이 걸리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조직의 비밀을 누설하고, 시골마을로 도망쳐서 도넛가게 관리인으로 일하는 빈스는 이사를 오면서 마티라는 예전 이름에 등록되어 있는 모든 부분을 삭제당하고 새로운 사람으로써의 인생을 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주 수입원은 신용카드를 위조하고, 창녀들에게 마리화나를 저렴하게 팔아서 이익을 남기는 아직은 완전 개화가 되지 않은 인물 인 것이다. 하지만, 그는 머리가 똑똑해서, 위조나 절도같은 일을 벌일 뿐이지만, 사람을 살해하거나 하는 큰 죄를 저지른 건 아니다. 어느 날, 레이라는 인물이 빈스를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빈스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가지는 선거권에 대해서 자랑스러운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뉴스를 열심히 보고, 대통령과 주지사를 누구를 뽑을 것인가를 많이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그의 친구들은 대부분 창녀이거나, 사회에서 잊혀진 인물들이라서 모두 선거권이 없는 상태이다.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중간중간에서 만날 수 있는 정치에 대한 빈스와 빈민층 인물들의 생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선거일 당시의 상황이라든지, 정치에 관한 관해 이 책은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고, FBI라든지 경찰에 대해서 좋은 이야기만을 서술하고 있진 않았다. 말 그대로 부조리를 솔직하게 줄거리속에 담아놓고 있는 것이다.
선거에 대한 이야기, 유권자들을 바라보는 시각이라든지 하는 부분이 추리소설에 잘 등장하지 않는 소재들이여서 더욱 이 책이 재미있게 다가온 것 같다. 내용도 쿨하고, 진지한 부분도 여러곳 있어서, 책 읽는 재미를 더욱 높여준 것 같다. 주인공 빈스에 대한 연민과 함께 나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만큼, 솔직하고 진지한 사람이라는 느낌도 받았다. 추리소설이 아닌, 사회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너무나 재미있는 추리소설을 한 편본 듯해서 기분이 좋았다. 이 책을 읽고나면, 진보하고 있는 추리소설에 대한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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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차분하고 다부진 추리소설을 만났다. 이 작품에 대한 말들이 모두 거짓이 아님을 책 몇 장을 읽다보면 금방 깨닫게 된다. 추리소설로 읽어도 좋고 한 시민의 이야기로 읽어도 좋다. 작품 속 모든 구절들이 우리 삶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어 버릴 단어 하나, 인물 한 명 발견할 수가 없는 탄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제목이 시티즌 빈스, 즉 시민 빈스인 것이 시민 케인에서 따온 것이라는 것과 이 작품이 시민 케인과 비교된다는 점은 빈스나 케인이나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늦게 깨닫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권력의 무상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것도...
때는 1980년, 카터와 레이건이 선거를 앞둔 시점 조그만 도시에서 도넛을 만드는 빈스는 새벽에 일어나 독특하게도 자신 곁을 떠난 죽은 사람의 숫자를 센다. 그리고 마을의 도박장에 들러 포커를 하고 매춘부들을 만나 마리화나를 팔고 신용카드를 위조하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잘 보이고 싶은 여자를 만나 자신을 고급스럽게 포장하기 위해 헌책방에서 그녀의 눈길을 끌만한 책들을 앞의 몇 페이지만 들춰보며 살던 어느 날, 협박을 당하게 되고 자신과 동업하던 사람이 살해되자 누군가 자신을 헤치러 보냈음을 알게 되고 자신이 떠나온 곳으로 찾아가 빚을 청산하려 한다. 그는 증인보호프로그램에 의해 다시 태어난 유령 같은 존재였으므로.
빈스가 사는 마을의 사람들과 뉴욕에서 몰락한 마피아와 신흥 마피아 세력, 그리고 그의 친구인 변호사, 그가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뉴욕까지 따라온 신출내기 경찰과 그의 파트너가 된 뉴욕의 부패한 경찰, 선거 이틀을 앞두고 고뇌하는 카터와 여유 만만한 레이건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우리를 보고 우리의 현실을 떠올리게 된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내일의 소중함을 모른다. 내일은 자고 나면 올 날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매번 투표를 하거나 정치에 염증난 사람들은 투표 한번 못해본 사람의 심정을 알 수 없다. 또한 자신의 예전 모습을 지우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야 할 때 또 다시 예전 모습 그대로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느끼는 공포도 알지 못한다. 작은 것, 남들은 다 가지고 있는데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 우리는 결코 알 수 없다. 그것은 우리가 변화를 원하면서 누가 변화를, 우리가 원하는 변화를 이끌어낼 것인지도 모른 채 투표를 하는 것과 같다. 알 수 없으면서 아는 듯 투표하고 그리고 후회하고 다시 투표하고 후회하고... 이것이 지금의 우리 모습이며 빈스가 기회가 있었을 때 잡지 못하고 날린 뒤 늦은 후회를 하는 모습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얼마나 놀라운가. 역사가 되풀이 된다는 것. 우리가 한치 앞도 알지 못한다는 것. 그들이나 우리나 늘 가라 타면 더 나을 생각하지만 그것은 그때뿐이고 차라리 동물원 이름을 바꾸고 단장하자는 공약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는 것이... 또한 당시 이란에게 취했던 미국의 행동들이 지금 북한에게 취한 것과 똑같은 패턴이라는 점은 더욱 주목하게 만들고 있다. 그들에게는 미국만이 가장 중요하다. 대통령 후보에서 마피아 보스, 시민 빈스까지도. 당연한 일이다. 그들은 미국인이므로. 그럼 우리에게는 우리가 가장 중요해야 하지 않을까?
추리와 스릴과 웃음과 풍자, 우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이 작품 안에 들어 있다. 올 해가 대통령 선거 해다. 선거하기 전에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선술집 막걸리와 담배 연기, 그리고 작은 즐거움을 간직한 작은 범죄자들 속에 있는 것이 왜 편안한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읽어야 하는 세계와 우리가 원하는 소중하게 지켜야 하는 것이 여기에서 살아 숨 쉬기 때문이다. 더 큰 위선과 거짓보다 작은 위선과 거짓이 그래도 나은 법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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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가 앨런포 상 받은 작품이라네요.. 권위있는 상이라 후보작이 만만찮다는데 이책의 저자는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떨어지는 신인급 작가라 어떤 평론가가 보스턴레드삭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것만큼 놀랍다고 했답니다. 상의 권위와 책의 품질이 꼭 비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재밌습니다. 읽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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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암시하는대로 시민이 되어 보는 것이 소원인 한 남자의 이야기다. <시티즌 케인>에서 기자들이 재벌 케인에게 " 당신은 도대체 누구냐?" 고 묻자, " 난 그저 평범한 일개 시민일 뿐이다." 라고 했던 것과 정반대 의미라고 보면 된다. 케인이 말한 '시민' 이란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겸손떨기 위해 말하는 것이었다면, 여기 빈스는 범죄자였던 사람이 (즉 아래에서 올려다보면서) 언젠가는 나도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아봤음 좋겠다는 소망을 담은 것이니 말이다.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하고, 따분한 직장에 출근하며, 투표 시즌이 오면 누구를 찍을까 설전도 펼치다, 투표를 하러 투표장으로 향하는...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영위하는 일상을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들이마시는 공기만큼이나 간절하게 원하는 이 남자, 과연 그의 간절한 소망은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
소설은 출근하러 가는 길에 자신이 알고 있는 죽은 사람의 숫자를 세고 있는 빈스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도덧가게 제빵사인 그는 근처 술집에서 도박을 하는 것으로 출근 전의 시간을 때운다. 지나가는 길에 들려오는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 잘 아는 사이인 창녀의 목소리라는걸 알게된 빈스는 어물쩍 빠져나가려 한다. 자신의 몸에 손을 댔다면서 화를 내는 창녀, 몸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하는 창녀가 어딨냐며 실갱이를 하는 고객...하는 수 없이 빈스가 나서서 중재를 한다. '이 여자 정말로 몸에 손대는걸 싫어한다고...' 그녀는 정말로 특이한 창녀였다. 누군가의 아이를 가졌다는걸 알게 된 뒤 독하게 마약을 끊었고, 지금은 지극 정성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으며, 언젠가는 부동산 중개업자가 되는 것이 꿈인, 몸을 파는건 괜찮지만 몸에 손을 대는 것은 사양하는 창녀였으니 말이다. 여기까지 듣고 나서 그녀에게 연민이 생기지 않거나 그녀의 편을 들지 않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무사히 중재에 성공한 빈스는 행여나 창녀에게 엮일까봐 서둘러 자리를 피한다. 그녀가 그를 좋아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4살때부터 범죄를 저지르며 살아왔던 빈스는 형을 면제 받는 조건으로 갱단 두목의 범죄를 증언하게 된다. 증인면제 프로그램 대상으로 한적한 마을 스포켄으로 보내진 그는 이름도 직업도 바꾸고,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리를 잡아 나가게 된다. 어느 정도 새 삶에 적응이 되자 빈스는 과거 자신의 주 경력이었던 카드 위조를 시작한다. 그것이 자신의 발목을 잡을 거란 걸 알지 못한 채.... 때는 1980년 , 카터의 재선이냐, 레이건의 초선이냐를 두고 미국 전체가 들썩이는 가운데 처음 투표명부를 받게 된 빈스는 누구를 뽑을까 고민이다. 도넛 가게에 자주 오는 짝사랑하는 여자 손님의 눈에 들려고 항시 책을 들고 다니는 빈스는 어쩌면 자신이 꿈에 그리던 평범한 삶을 살게 되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자신을 향해 총부리를 겨눠대는 암살범이 등장하기전 까지는 말이다. 뉴욕의 갱단이 자신의 소재를 알아챈거라 판단한 빈스는 과거의 빚을 청산하기 위해 뉴욕으로 향한다. 그때 빈스의 카드 위조를 도와주던 사진사 사장이 살해된 채 발견되고, 피살자와 빈스와의 관련을 눈치 챈 신입 형사는 그를 쫓아 뉴욕으로 향한다. 목숨을 건지고 감격적인 첫 투표를 마칠 수 있길 바라는 빈스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살인 사건을 쫓아 뉴욕으로 달려간 어리버리 형사는 공항에서 자신을 마중나온 뉴욕 형사가 부패할 대로 부패한 자라는 사실에 경악하고는 그것부터 바로 잡겠다고 마음 먹는다. 과연 그의 정의는 실현될 수 있을까?
불우한 가정에서 자라 아무 생각없이 범죄자의 길로 나선 빈스는 한때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개과천선할 길을 찾아보려 했으나 결국 증인면제 프로그램 대상 신세가 되어 생판 다른 사람으로 살고 있는 자다. 비록 범죄자의 굴레에서 벗어나진 못했으나, 그 누구보다 평범한 삶을 갈구하던 그가 어떻게 자신의 삶을 되찾아 가는 과정을 흡인력있게 보여주던 책으로, 추리 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기는 했지만 줄거리보단 살아있는 캐릭터가 인상적인 소설이었다. 무뚝뚝하지만 인정 많은 빈스, 그런 그를 사랑하는 괄괄한 성격의 창녀, 빈스가 짝사랑하는 아름다운 변호사 비서, 그녀와 불륜 관계인 주지사 후보, 빈스의 친구를 자처하는 변호사, 정의감만은 투철하기 그지없는 어리버리 형사, 딸을 병으로 잃고는 부패 경찰이 되어버린 뉴욕 경찰, 포악함으론 따라갈 상대가 없지만 상황을 읽어 내는데 누구보다 날카로운 갱단 두목등... 한마디로 신선한 캐릭터의 향연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책이었다. 더군다나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어찌나 설득력 있던지, 지어낸 소설이라는 것이 안 믿겨질 정도였다.
무엇보다 이 책이 다른 추리 소설과 차별되던 것은 미 대선 일주일 전 풍경을 잡아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민주 공화당을 둘러싼 당시 논쟁거리들을 풀어내면서 추리 소설로써는 드물게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도 던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난생 처음 투표권을 받아들고 곰곰히 누구를 뽑아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하던 빈스,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냉소적인 그가 여전히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물론 그의 한 표가 사회에 어떤 여파를 줄 것이라고는 그도 나도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처음으로 주어진 권리를 무가치하게 버리는게 아니라, 소중하게 행사하려는 것이 참 보기 좋았다. 뭐랄까. 그에게서 어떤 삶의 철학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그런 면에서 빈스에게 매력을 느끼지 않기란 무척 어려울 것이다. 한마디로 나완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지만 공감하기 어렵지 않도록 매끄럽게 서술되어 있던 매혹적인 책이었다. 제때 터지는 저자의 유머 감각도 일품이다. 하니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들의 개성 넘치는 이야기가 고픈 독자분이나, 이 더운 여름 괜찮은 추리 소설을 읽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한다.
추신-- 닉 혼비의 < 런던 스타일 책일기> 에서도 닉 혼비가 이 책을 칭찬하는 장면이 나온다. 같이 읽으면 흥미로우실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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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주 스포캔이라는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시민' 빈스는 평범한 삶을 지향하지만, 결코 평범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갈 수 없었던 존재였다. 몇 번의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의 당장은 괜찮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얽히고 섥혀있는 갱 단체에서의 불미스러운 일로 빈스는 (예전의 이름은 '마티'였다.) FBI의 증인보호 프로그램 목록에 오르게 된다. 뉴욕에서 살고 있었던 마티는 증인 보호 프로그램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고나서 스포캔으로 오게 되었다. 그에 관한 범죄 기록이나 신상정보 모두 깨끗하게 지워진 채 말이다.
새 삶을 시작하고 싶은 빈스의 바람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끝내 이루어지지도 않았지만 말이다. 도넛가게에서 일하는 빈스의 모습은 쉽게 상상되지 않았다. 큰 키와 말끔한 외모를 가졌지만 신용카드를 복사해서 판매하는 업자로도 일하는 그와, 도넛가게의 종업원으로 매일새벽에 출근하는 그의 모습은 내 머릿속에서 적절히 어우러지지 못했다.
추리소설이라서 읽기 시작했는데 나는 추리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떤 트릭에 의해서 뭔가 비밀스럽게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아직도 빈스에 대해 모르고 있는 게 많구나'하는 생각을 더 많이 했다. '빈스'라는 사람을 알아가는 것과 그가 그렇게도 '죽은 사람의 수'를 세면서 불안감에 휩싸이게 되는 장면들이 책장을 자연스럽게 넘기는 원동력이 되었다. 소설 속 배경이 되는 1980년대의 미국을 생생히 떠올리지 못하는 나였지만 대충 그 시대 상황을 가늠할 수는 있었다. 마침 내가 이 책을 읽고 있었을 때도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로 떠들썩 했던 때이고, 소설 속에서도 마찬가지로 미 대통령을 뽑기 위한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때였다. 그로인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생각할 수 있을 만한 (이야기)거리나 작은 단위의 지역 대표로 출마하는 시의원 후보자들의 고뇌를 엿볼 수 있었다. 부정적인 인식으로 가득했던 '선거'에 대해서 좀 더 알아가는 과정이 되었던 것만 같다. 또한 선거 도우미들의 역할과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여러가지의 사안 중 하나의 사안에 대해서라도 관심을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범죄자였기 때문에, 사랑을 하기 전에 두려움이 앞서야하고 새로운 삶을 살기에도 힘들어야 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을 것이다. 말이 되지 않지만 빈스에게는 그러한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났다. 빈스 뿐만 아니라 교도소에서 수감되었던 사람이 사회에 다시 발을 들였을 때 전반적으로 겪는 고통인 것만 같았다. 예전에 자기가 했던 잘못이나 좋지 않은 기억을 싸그리 잊고 싶은데, 아직도 자기를 괴롭히고 있는 무언가가 계속 존재하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은 그렇게 빨리 잊혀지지 않았을테다. 그래서 빈스 또한 괴로웠고 그 주변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괴로웠다.
나는 <시티즌 빈스>를 읽으면서 여러사람에 대해 참 생각을 많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소설 속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이 등장하고, 그 사람들 모두 하나같이 존재할 가치가 충분해 보였기 때문이다. 빈스에게 정말로 필요한 사람들처럼 보였다. 그 사람들 또한 빈스를 필요로 하고 사랑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사소한 이야깃거리가 빈스가 자주 들리는 바에 가득하고, 소소한 일상이 빈스는 영원하길 바랐다. 나도 그의 바람을 원했다. 책의 이야기가 계속되갈수록 나는 빈스의 작은 소망에 더욱 집착했고, 책이 끝날 때에도 그 집착이 더욱 심해졌다. 36살에 처음으로 '투표권'을 부여받은 빈스 캠든에게 투표권은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첫 번째 희망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어려운 협상의 현장에 있을 때 조차 투표권을 버리지 않았다. 자신을 죽일지도 모르는 자와 함께 있었지만 빈스는 자신이 바라는 그 누군가에게 한 표를 던졌다. 우리는 지금 만 19세가 되면 받는 투표권을 그는 30대 후반에 받고서도 충분히 만족을 했다. 단지 '평범한 시민'으로서 살아가고 싶었던 빈스에게 투표권은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 많은 이유 때문인지 나는 올해 부여받은 '투표권'으로 생애 처음 대통령 투표를 하러 갔다. 투표권을 행사하는 시간은 짧게 이루어지지만, 정말 많은 시간의 과정이 필요했던 대통령 선거이지 않은가. 빈스도 마찬가지였다. 오랜시간동안 대통령 후보감을 신중하게 고르는 데 열중했고 이후에 기표소 안에서 한 표를 던졌다. 찰나였다.
그리고 빈스 캠든은 다시 경찰에게 잡혀간다. (얘기가 길어질까봐 책에서 존재하는 큰 줄기의 사건은 생략)또 다른 잘못을 하지 않았을거라고 경찰이 생각해줄 줄 알았는데, 나만의 착각이었다. 행복한 결말은 아니었지만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일 기억나는 말은 이런 것이었다.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정말 당연한 것이냐'고 묻고 있는 캠든의 말.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질 때에 이 말을 덧붙인다. "내일 또 봐-" 그런데 내일 그 사람을 당연히 볼 수 있다는 그 생각이 정말 맞는 것일까. 어째서 당연히 그 사람을 내일 또 볼 수 있다고 장담하는 거냐고 묻는 빈스의 말은 일리가 있다. 그에게 '당연시 여기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리라. 혹은 어떤 불안감으로 인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일 어떠한 사람에게 "또 봐-", "또 볼거지?"라고 물을 수 있을까. 물론 지금은 가능할거라 믿는다. 나에게 빈스 캠든처럼 물을 사람이 있다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