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 '아버지가 있었다' <父親在世時>가 이 영화의 원제목이다. '아버지가 계시던 때>가 맞으려나? 영어로 된 제목은 'There was a father'이다. 아무튼, 1942년에 만든 이 영화를 보며 십여년 전 돌아가신 내 아버지가 생각나 많이 울었다. 추석을 맞아 엄마가 집안 여기저기 정리를 하다 나왔다면 습기로 눅눅해진 DVD플레이어를 갖고 나오셨다. 꽤 오래전 동생네 회사에서 직원들 선물로 준 것이었는데, 다행히 비닐에 싸여있어 박스는 눅눅함을 지나 젖어있었지만 내용물은 쓸만한 것 같았는데 동생이 필요 없다고 하여 집으로 들고왔다. 작동이 설마 되려나 하는 마음으로 연결해보니 아직 쓸만했다. 6~7년 전 쯤 예스24에서 세트로 판매한 오즈 야스지로 컬렉션 중 도서관 플레이어로 몇 개는 보았지만 다 못보고 남겨두었던 것 중 이 영화를 넣고 플레이를 누르니 신기하게도 흑백화면과 음성이 나왔다. 부인과 사별하고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을 둔 중학교-고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을 인솔하여 갔던 수학여행에서 보트가 뒤집히는 바람에 학생 한 명이 숨지는 사고를 겪고는 더이상 교사를 할 수 없다면서 사직하고 아들을 데리고 고향에 와 면사무소 같은 데서 일하다가 아들의 학비를 벌겠다며 도쿄로 가서 공장 관리자로 일하며 아들은 시골의 기숙학교에서 중.고교를 거쳐 대학교를 마치고 지방의 고등학교 교사로 가는 바람에 오랜 기간 헤어져 살아오다 아들이 휴가를 받아 아버지 집에서 일주일간 같이 지내던 중에 아버지가 사망하기까지가 지루하지 않게 그려진다. 속도감있는 이야기 전개와 이야기를 짐작하게 만드는 화면전환 등이 감독이 이름에 걸맞다는 느낌을 주고, 군데군데 아버지의 별명이 '너구리'라는 걸 아들이 싫어했는데 새로 간 학교의 친구들도 똑같은 별명으로 아버지를 부른다거나, 어릴 때 강가에서 부자가 낚시하던 모습이 커서 잠깐 둘이 만날 때도 똑같은 자세를 보인다거나, 원칙을 중시하면서도 따뜻한 아버지의 모습 등 이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가 아무것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이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 참 착하고 자식을 위해 열심히 일하면서도 원칙을 지킬 줄 아는 모습이 우리 아버지 모습과 어찌 그리 닮았는지, 울면서 아버지가 더 그리웠다. 남겨뒀던 나머지 영화도 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