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32)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41%
  • 리뷰 총점8 53%
  • 리뷰 총점6 6%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8.0
  • 50대 8.0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바늘
"바늘" 내용보기
기괴한 분위기의 소설일까 생각하며 읽었는데 역시 그런 분위기였다. 무섭거나 징그러울지 모른다는 생각도 했지만 문장과 분위기가 묘한 무서움이 있다. 고딕소설 같은 느낌도 나고 짧지만 강한 내용이라 집중하면서 읽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바늘, 숨, 월경, 눈보라콘이 제일 좋았다. 눈보라콘은 어린 시절의 추억과 유머가 느껴져서 좋고 바늘은 추리소설처럼 범인은 누굴까?
"바늘" 내용보기

 

기괴한 분위기의 소설일까 생각하며 읽었는데 역시 그런 분위기였다. 무섭거나 징그러울지 모른다는 생각도 했지만 문장과 분위기가 묘한 무서움이 있다. 고딕소설 같은 느낌도 나고 짧지만 강한 내용이라 집중하면서 읽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바늘, 숨, 월경, 눈보라콘이 제일 좋았다. 눈보라콘은 어린 시절의 추억과 유머가 느껴져서 좋고 바늘은 추리소설처럼 범인은 누굴까? 생각하는 재미가 있다. 치밀한 문장과 묘사가 돋보이는 멋진 소설이다.




내 손에 들려 있는 고양이는 작고 여리고 아름다웠다. 새끼고양이를 변기 속으로 집어던지기까지 단 일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육체와 그 위에 새겨진 글귀 사이에 공존하는 어떤 것. 그것은 아름다운 상처, 혹은 고통스러운 장식이다.



나와 두 번의 거래를 통해서 깨우칠 만도 했지만 거미나 전갈 따위를 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 남자는 두려움을 침묵으로 이겨내지 못했다. 남자에게 독한 꼬냑을 얼음 없이 한잔 가득 따라준다. 내 앞에서 약이나 대마초는 절대 사용할 수 없다. 고통을 이겨내는 사람만이 협각류의 외피를 얻을 자격이 있는 것이다.


 


말끔하게 정리된 스님의 머리통은 곧 솟아오를 태양과 같았으며, 그 위엄이 넘쳐 어찌 보면 동물적인 냄새가 나기도 했다.

어둠속에서 포성이 울린다. 화약 냄새가 코를 찌른다. 발밑에서 불빛이 번쩍거리고 머리 위로 총알 지나가는 소리가 난다. 군인들의 고함과 비명, 지원을 청하는 무전소리, 작전을 지시하는 상사의 외침……치열한 전투가 진행되는 어둠속에서 문득 서늘한 바람이 느껴진다. 발작의 전조증상과 같은 미세한 전율. 그것은 어둠속에서 사냥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맹수의 움직임과 같았다. 은밀하고 긴장된 숨소리. 뒷덜미에 소름이 돋는다. 두터운 귓불에 뜨뜻한 입김이 느껴진다. 숨소리는 점점 더 거칠고 빨라진다. 포격이 멎는다. 동시에 숨소리도 멎는다.



엄마가 바늘을 가지고 옷감에 수를 놓았다면 나는 인간의 연약한 육체에 수를 놓겠다. 김사장은 내 탈피를 도와줄 빛이었다.
27

"나는 전쟁이 좋아. 전쟁은 강하거든. 강함은 힘에서 나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힘이야."
29

"그때 난 알았지.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건 두 가지. 거세를 하거나 강해지는 것.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뭐라 생각해? 강해지는 것밖에 없어. 넌 그걸 해줄 수 있잖아."

30


마늘을 씹으며 바위에 찢긴 엄마의 모습을 상상한다. 그러나 상처투성이 여자의 하얀 알몸만 떠오를 뿐 엄마얼굴이 생각나지 않는다.

31


"바늘을 잘게 잘라 매일 마시는 녹즙에 넣어봐. 가늘고 뾰족한 바늘 조각은 내장을 휘돌아다니면서 치명적인 상처들을 만들지. 혈관을 따라 심장에 이르면 맥박을 잠재우며 죽음을 부르는데, 아무런 외상도 없어."
32


나는 그의 가슴에 새끼손가락만한 바늘을 하나 그려주었다. 티타늄으로 그린 바늘은 어찌 보면 작은 틈새 같았다. 어린 여자아이의 성기 같은 얇은 틈새. 그 틈으로 우주가 빨려 들어갈 것 같다. 그는 이제 세상에서 가장 강한 무기를 가슴에 품고 있다. 가장 얇으면서 가장 강하고 부드러운 바늘.

33


칼을 손에 쥔 채 위턱과 아래턱을 벌린다. 다라락, 경쾌한 소리가 나며 뼈가 벌어진다. 이빨 사이로 나와 있던 혓바닥이 위로 벌떡 선다. 혀끝을 한손으로 잡고 혀뿌리를 끊는다. 혀를 빼내어 바구니에 따로 담는다. 입천장과 입바닥을 갈라내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칼집만 내놓으면 손으로 잡아당겨도 쉽게 분리된다. 아랫입술을 뼈에서 떼어내고 머리뼈를 앞으로 잡아당긴다. 머릿가죽과 살덩이가 한덩어리로 뼈에서 떨어진다.

47


 

미연은 먼데 시선을 두고 가늘게 숨을 쉰다. 눈 아래 길게 살집이 오른 와잠 부분에 작은 경련이 인다. 마치 통통하게 살이 오른 누에벌레가 잠에서 깨 무서운 식욕으로 뽕나무 잎을 찾고 있는 것 같다.

57


알몸이 된 그녀가 이번엔 내 옷을 모두 벗겨낸다. 갑자기 따뜻한 기운이 휘감기더니 온몸이 간지러워진다. 여리고 부드러운 싹이 살갗을 밀고 올라오는 것 같다. 나는 팔과 다리를 활짝 펴고 그녀를 안는다. 가슴팍에서 가늘고 여린 이파리들이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그녀가 내 수풀을 한입 가득 베어문다

58


 

곰장어의 꼬리에서 피가 새어나온다. 꼬리에서 나온 검붉은 피가 분비물과 몽알몽알 뭉쳐진다. 곰장어의 배를 가르고 심장과 쓸개를 도려낸다. 무딘 칼끝이 쓸개를 터뜨린다. 쓸개는 형태도 없이 초록색 액체만 남기고 사라져버린다. 곰장어 몸뚱이는 누렇게 떠 있다. 나는 한참 동안 곰장어의 벗은 몸을 쳐다보았다.

135

남자는 자신의 등을 한번도 제대로 바라본 적이 없었다. 누군들 자기 등을 제대로 볼 수 있겠는가.
146


어느 누구도 자신의 등을 쓰다듬을 수는 없는 법이다. 타인만이 그 등을 쓰다듬고 보듬어 줄 수 있다.
148

 

 

b****y 2018.02.01.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