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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읽는 독자에 대한 주의사항
어디까지나 내맘대로 풀어본 것이고 사실 나는 음악에 대해서는 까막눈이다.
그래서 아마도 음악적으로 문제가 있는 단어를 선택하거나 똑같은 단어를 여러번 반복한 부분이 많을것이다. 그런점은 적당히 알아서들 익스큐즈해서 볼 것.
1, 하얀거탑 - 2회 이거 참 웃기는 놈이네. 10. Last Stand
다들 편집에러라 하지만 나는 이상하게 이 장면에 들어간 하얀거탑이 마음에 든다. 거탑을 넘어보려 했던 장준혁이 속은 부패해서 구린내가 풀풀 나지만 겉으로는 인자하고 정의로운 분위기로 포장된 거탑에 부딪혀서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하얀거탑은 그 권위가 모두에게 인정받는 듯이 장중하게 깔리는 저음과 인자하고 정의로운 느낌의 현악기가 조화되어 일반인이 의사라는 직업과 종합병원에 대해 평소 가지고 있는 긍정적 이미지를 표현해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같은 멜로디에서 파생된 Last Stand같은 음악도 있다. 비정한 트렌치코트 마피아들로 가득한 뒷골목의 어두운 밀실에서의 밀담을 보여주는 듯한 Last Stand와 하얀거탑은 병원이라는 거대 관료조직이 가진 이면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Last Stand를 들으면 나한테는 아래와 같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어두운 밀실에서 그들만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어떤 중요한 목적으로 모였지만 속으로는 서로 다른 마음을 품고 있다.
(무거운 분위기의 저음과 현악기)
쟤네들 다 죽여야 내가 살아남을 텐데...
점점 더 깊은 어둠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사람들. 어둡고 깊어서 더이상 들을 수도 볼 수도 없다.
마침내 드러나는 빙산의 일각.
한 사람이 거기서 빠져나와 깊은 생각을 했다. 여기 다 부숴버리고 나 혼자 살아남겠다.
본방송분의 엔딩 장면은 볼 때마다 분노게이지가 가득 차올라서 폭발지경에 이르러 마침내 초싸이어로 변신하기 일보 직전인 만화 주인공이 생각난다. 장준혁 주위에서 뭔가 연기같은것이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효과는 하얀거탑의 모든 엔딩씬에서 쓰인다. 아무래도 과장 승진을 앞두고 브랜치로 쫓겨나가야만 하는 장준혁이 가진 분노가 엔딩씬 효과에 우연하게 결합된 것이 변신장면이 있는 애니메이션과 같은 분위기를 내서 그랬나 보다. 무언가 엄청 화나는 일이 있다면 몸에 열부터 오르고 만화에서는 이를 캐릭터 신체 전체를 둘러싼 화염으로 표현하지. 제작진이 의도하지는 않았 을테지만 덕분에 그의 폭발할것만 같은 심리상태를 눈에 보이는 이미지로 알아챌 수 있었다.
2. The Great Surgeon - 1회 오프닝
오프닝에서 긴박한 분위기를 전하는 음악과 더불어 편집된 화면은 음악과 완전히 일치되어 거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돈을 쏟아부은 것이 역력해보이는 완벽한 공개수술실 세트와 강력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들어오는 장준혁, 완벽히 서열화된 외과 의국을 보여주는 장면이 긴장감 넘치는 음악과 결합되자 몇번을 다시봐도 질리지 않는 오프닝 명장면이 탄생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라고 자칭하는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멋들어진 오프닝이다. 이 OST는 오프닝 씬 외에도 그 외 10회 교차편집씬, 11회 부검방해시도씬에서도 잘 어울렸다.
3. Pavilion - 1회 아무리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을 가졌어도 아니라면 아닌거야.
B Rossette의 초반부 현악기는 강렬해서 강력한 권력을 지닌 누군가에게 대항하는 자가 품은 반항심을 표현한다. 이것이 잘 표현된 장면은 5회 수술 배틀 도입부에 Dunkin 술식으로 하겠다는 장준혁 발언 이후에 깔린 B Rossette이다. Pavilion은 B Rossette 멜로디를 변주한 것이며 박자가 훨씬 빠르다. 이 빠른 박자가 1회 장준혁의 폭발 장면에 깔리면서 그의 심리를 절묘하게 표현해냈다.
장준혁은 그때까지만 해도 이주완 다음 외과 과장은 자신이라는 생각을 하며 의술만 키우면 알아서 자기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확신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이런 확신은 강희재가 전해준 외부후보 이야기에 와인병이 깨지듯 무너진다. 그러자 그는 매우 당황해서 이주완에게 반기를 들기 시작한다. 그 첫 반기가 1회 술집 난동씬이다. 제대로 된 반항이라면 B Rossette이 깔려야 했지만 준비되지 못해 당황하기만 한 심리상태는 그저 감정의 폭발로 이어지고 주먹질만 나올 뿐이다. 그래서 빠른 박자로 쉼없이 몰아치며 약간은 재기스럽기도 한 Pavilion이 깔린 것이다.
4. 날개 - 진주가 등장하는 씬 전부
너무 직접적으로 휴머니즘을 드러내는 장면이라서 다들 지루하다 생각했겠지만 세상일을 장준혁처럼 하루하루를 전쟁만 하며 살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가끔씩은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 대한 본질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블록버스터 영화만 보지 말고 감정을 건드리는 아트하우스용 예술영화도 보고 사는 것이 좋다.
5. 소나무 - 15회 짐싸서 병원을 나가는 최도영
10회 발광하는 염동일 장면에 소나무가 들어간것은 분명한 오류였다. 음악은 어울렸지만 어쨌든 환자가 사망한 비극적인 장면이었으므로 小醫治病 中醫治人 大醫治國 변주를 넣던가 MR로만 틀었어야 했다. 소나무라는 노래 가사는 그 어떤 굴욕과 시련이 있더라도 언제나 푸른 빛인 소나무처럼 살아가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내부고발자로 찍혀서 병원을 나와야만 하는 최도영이 자기 실험실을 정리하는 장면과 잘 어울렸다.
6. Green Winter - 6회 하은혜 어깨를 만져주는 염동일
Green Winter는 거의(전부인가?) 하은혜와 염동일 사이의 사랑을 표현하는 음악으로 쓰였다.
원래 시놉시스에서는 하은혜가 염동일의 위증에 실망하여 절교를 선언하지만, 염동일이 재판정에서 자신의 증언을 번복한 후에 국경없는 의사회 봉사활동을 떠나고 하은혜는 끝까지 기다리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녹색 겨울이라는 것은 사실상 모순적인 말이지만 이들의 사랑이 한겨울의 푸르름처럼 그만큼 숭고하며 아름다움을 은유하는 것이다. 따라서 Green Winter는 내부고발자라는 가시밭길을 싸늘하기만 한 한겨울로 은유하고 서로간의 사랑을 통해 그 고난속을 헤쳐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원래 시놉시스에 맞게 나아갔다면 Green Winter는 이들간의 아름다운 사랑을 그려내는 음악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겠지만 내부고발자로 찍혀 병원에서 쫓겨난 염동일이 별다른 심적 갈등과 생활고도 없이 너무 쉽게 보건소 의사로서 살아가는 모습은 아쉽기만 했다. 정말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으며 극적인 심경변화를 보여줘야 할 장준혁의 재판이 질질 늘어지다가 급 마무리로 돌아서면서 가장 어정쩡해져버린 트랙이 Green Winter라고 생각한다.
7. La Voie De La Justice - 13회 병원을 바라보는 최도영
La Voie De La Justice라는 프랑스어를 한글로 번역하면 '정의의 길'이라는 뜻이라 한다. 이전까지 자신의 운명으로 점지어진 내부고발자라는 중책을 어떻게든 피하고 눈을 돌려보려 했던 최도영은 드디어 마음을 굳힌다. 내부고발자로서의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병원을 바라보자 그동안 내가 평생 환자와 연구에 몸바치겠다 다짐했고, 내 처자식을 먹여살릴 돈줄이었던 명인대병원 건물이 넘어서야 할 거대한 장벽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최도영은 앞으로 나아간다.
La Voie De La Justice의 도입부는 둔중한 저음으로 이루어져서 무거운 철학적 주제를 다루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 이후 무거운 분위기에서 조금은 벗어나는데 어디까지나 약간일뿐 아직도 분위기는 그대로 남는다. 저음으로부터 벗어난 첫부분에서 음악은 높은음으로 치솟았다가 다시 낮은음으로 내려가고 다시 높은음으로 상승한다. 저음으로부터 벗어난 것은 도입부의 무거운 주제(정의의 길)에 대한 판단을 내렸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멜로디는 이 결정이 아주 조심스럽고 힘든 심적 고통속에 내려졌다는 뜻이다. 뒤이어 흐르는 여가수의 목소리(깊숙한 감정을 건드리는데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그가 결정을 내린 후에도 여전히 고민중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행진곡풍의 타악기를 통해 환부를 찌르는 듯한 아픈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린 최도영이 강한 결심을 세운 채 트랙 제목처럼 정의의 길을 향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계속 깔리는 여가수의 목소리는 그가 아직도 마음속 고민을 떨쳐버리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12. B Rossette - 11회 굳은 표정으로 회진도는 장준혁과 변사신고서를 받는 유가족 교차편집
B Rossette은 권력자에게 맞서는 도전자가 마음속으로 품은 굳은 의지를 나타내는 음악으로 적절하지만 전체적으로 처량하고 쓸쓸한 음악 분위기와 합쳐지면 자기편 들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절해고도에서 자기 혼자만의 싸움을 시작하는 사람을 표현하는데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11회에서 권순일씨가 사망한 후 병원 부원장이 장준혁편을 안들어주려는 상황에서 깔리는 도입부 현악기 솔로 부분은 나는 죄가 없음을 항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이후 굉장히 처량하고 쓸쓸한 분위기를 주는 악기 솔로가 깔려서 장준혁이 해야 할 싸움은 그가 혼자서 스스로 막아내야 할 것으로 표현된다.
그런데 여기서 흐르는 B Rossette은 장준혁의 싸움에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니다. 장준혁만 대변하고 있다면 11회에서 B Rossette이 배경으로 깔릴 때 장준혁의 회진, 수술장면만 등장해야 했겠지만 같은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장준혁과 유가족을 번갈아가면서 보여준다. 따라서 이 장면에서 B Rossette은 성공으로 나아가는 가도 앞에 나타난 장애물과 싸우는 장준혁을 대변하고, 또한 거대한 병원권력과 싸워야만 하는 유가족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장준혁과 유가족의 앞길에 놓인 장애물은 길가에 삐죽 튀어나온 재수없는 돌부리같은 사소한 것이 아니다. 먼저 장준혁 쪽을 봤을 때 11회에서 유가족이 그를 상대로 소송걸었다는 소식이 신문에 보도된다는 것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이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되었음을 뜻한다. 얼마전에 순천향대병원에서 일어난 유가족과 병원측 대치에 대해 잘 아실 것이다. 이에 대한 인터넷과 사회 반응은 병원이 잘못했다는 쪽으로 거의 여론재판 수준처럼 기울어졌다. 따라서 장준혁이 유가족에 대한 사과를 거부하고 단독행동에 나섰다는 것은 이 세상 전부를 적으로 돌려놓고 싸움을 시작했다는 뜻이다. 장준혁의 앞길에 놓인 암담함은 그의 반대편에 선 가난한 유가족도 마찬가지이다. 장준혁이 혼자라고 하지만 그에게는 민충식이 가지고 있는 돈과 유필상과 우용길이 가지고 있는 인맥, 권력이 있다. 그에 반해 유가족에게는 그저 죽은 권순일씨의 원한을 풀어야 한다는 의지만 있을 뿐이며 막상 재판을 시작한다 해도 그들의 능력으로써는 재판에서 증언해 줄 증인, 실력있는 변호사와 오로지 병원만이 가지고 있는 증거물을 구해내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봤을때 하얀거탑 11화에서 서로 싸우게 되는 장준혁과 유가족은 각자 거대한 상대방에 대해 자기 스스로 혼자만의 어렵기만한 싸움을 벌여야 하는 위치에 놓인 것임을 알 수 있다. 제작진은 B Rossette을 장준혁과 유가족 둘 모두에게 사용해서 그들이 사실상 똑같이 힘든 위치에 서있다고 강조하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11회 이전까지 장면에서 장준혁만을 비춰주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에게 완전히 감정이입되어 연민감을 갖게 했었지만, 갑자기 9회서부터 등장한 권순일씨 유가족들의 가정사에 대해 많은 설명이 없었기에 보는 시청자들에게는 장준혁을 압박하는 도구로만 비춰져서 그들을 탐탁지 않게 바라봤을 사람들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분명한 제작진의 실수이며 이후에 재판을 진행하는 유가족의 행동에 대한 당위성이 조금 상실된것처럼 보이는 이유로 판단된다. 이 때문에 한때는 유가족이 3천만원 보상금 타낸 것 가지고 그 돈 받았으니 잘먹고 잘살으라는 비아냥까지 나올았었지.
14. 小醫治病 中醫治人 大醫治國 - 6회 오경환과 최도영의 대화
제목을 직역하면 작은 의사는 병을 고치고, 중간 의사는 사람을 고치고 큰 의사는 나라를 고친다는 뜻이다. 이것은 오경환 교수 실험실에 붙어있는 액자에 적혀있는 내용이다. 정확히 오경환 교수 스타일의 문장이다. 이 음악에서 바비킴 소나무가 파생되었지만 소나무가 한사람의 감정표출을 위한 단선적 음악이라 친다면 이 小醫治病~~은 수많은 감정이 복합적으로 얽혀진 음악이다. 진주에 대한 치료를 놓고 벌이는 최도영과 오경환의 대화, 최도영의 심적 갈등, 결론이 모두 표현되어 있다.
초반부는 진주를 보고 느끼는 최도영의 심적 고통이다. 조용한 분위기로 이어지면서 오경환 교수를 찾아가서 이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최도영의 모습이 떠오른다. 음악은 점점 격정적으로 발전하며 오경환 교수의 포기하라는 말을 듣고 최도영이 어떻게 방법이 없겠냐면서 오경환 교수를 붙잡고 늘어지고 마음속 고통을 모두 풀어내는 모습이 오버랩된다. 중반부는 갑자기 다른 악기가 사라지고 현악기 솔로 하나만 남아서 고음으로 올라가는데 이는 최도영의 마음속 고통이 최고조에 달한 것을 의미한다. 결국 안된다는 것을 깨달은 최도영이 체념하는 분위기로 이어지지만 엔딩에서 La Voie De La Justice 엔딩같은 행진곡풍 분위기는 그가 아픔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여기서 타악기들의 볼륨은 현악기보다 한참 작고 끝에 가서는 슬픈 현악기 소리에 묻힌듯 사라져서 들리지 않는다. 아마도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보다 진주를 잃게 된다는 슬픔이 더 커서 그런거겠지.
16. 바보산수 - 바보산수 등장씬
뭐라 설명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바보산수 장면에 잘 어울리는 음악이다. 다른 곳에 의미 깊게 쓰이지도 않고...
18. 하얀슬픔 - 3회 단란주점에서 나와 최도영을 찾는 장준혁, 9회 쓸쓸한 이주완, 11회 장준혁 회상씬
B Rossette, Pavilion과 같은 멜로디이지만 두 종류의 악기로만 구성되었고 매우 느린 박자이다. 앞의 두 곡이 많은 악기를 사용해서 화려하고 풍성한 느낌을 줬다면 하얀슬픔은 단 두개의 악기를 아무런 기교도 부리지 않고 연주해서 직설적으로 밀고나가며 중간 중간 텅 비어버린듯한 느낌을 준다. 뭐라 더 부연설명할 필요가 없이 그저 듣고만 있어도 피곤해지며 슬픔이 온몸으로 밀려와서 우울함의 늪에 빠져든다. 만약 고달픈 인생살이의 막장까지 다다른 사람에게 이 곡을 들려준다면 자살충동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할지도 모르겠다.
병원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동안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질펀한 술자리에서 윗사람 접대를 하게 된 장준혁을 보여준 3회, 가난했던 어린 시절과 병원 안에서 악전고투를 벌이며 부교수 자리에 올랐던 과거를 회상하는 11회에서는 '장준혁 테마'라고 해도 될 정도였지만 이 음악이 권력과 명예를 모두 잃어버린채 쓸쓸히 낙마했던 이주완을 보여준 9회에서도 쓰였다. 원래 하얀슬픔 앞에는 장준혁이 천길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진 계기가 된 우용길의 '이거 아주 웃기는 놈이네'가 삽입되었는데 이게 이주완의 쓸쓸함을 표현하는 BGM으로 쓰였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19. 오빠! 희재가 누구야? - 5회 강희재가 찍힌 핸드폰을 보는 민수정
DC 거탑갤 겨울나무님 말대로 이 음악은 고양이가 담장을 살금살금 기어올라가는 듯한 분위기이다. 수정아씨는 희재가 누구인지 의문스러울 테지만 그녀의 질투심은 극중에 거의 표현되지 않고 있다. 9회에서 술취해 장준혁에게 안기는 모습은 강희재에 대한 질투심 표현이라기 보다는 오빠에게 매달리기, 강희재의 존재를 모르는 채 일방적 사랑갈구로 보였다.
21. Doct to Mucosa - 5회 선관위원 투표
5회 수술배틀 장면에서 완소한 췌장액을 통해 시청자들은 장준혁에게 완전히 감정이입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꼿꼿한 대쪽같은 성품을 보이며 장준혁의 적으로 간주된 오경환 교수가 선관위원장으로 선출됨으로써 긴장감을 최고조로 올려놓았다. 여기서 음악과 영상이 가장 잘 어울렸던 장면은 피리소리같은 현악기 솔로 부분에 맞춰 오경환 교수가 선관위원장을 수락하며 우용길에게 걸어가는 장면이다. 장준혁에게 이입된 모든 시청자들을 이제 과장 자리는 물건너갔구나 하는 체념의 늪으로 빠져들게 하는 훌륭한 음악연출이다.
무슨 음악이 나올지 모르는 감상자가 플레이어의 재생 버튼을 누르자마자 음악은 갑자기 쾅쾅 쳐대며 감상자를 코너로 몰아부친다. 마치 권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이 어두운 링에 올라가자마자 갑자기 헤비급 챔피언이 나타나 원 투 스트레이트를 날리는 듯한 느낌이다. 빠른 박자와 둥둥 치는 타악기는 단지 이 음악을 재생하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긴박감을 가져온다. 거기에 음악 전체적으로 들어간 달그락거리는 소리는 마치 시한폭탄에 장착된 시계가 째깍거리면서 점점 폭발 1초전까지 다가가는 분위기를 형성한다. Doct to Mucosa와 연결된 화면을 보는 시청자들은 손에 땀을 쥐면서 그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이 긴박한 상황을 떨쳐내고 안전한 곳으로 빠져나오기를 원할테지만 음악은 그들의 기대를 배신하며 끝으로 갈수록 오히려 더욱 더 빨라지며 긴박감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음악이 최고조의 긴박감을 형성할때 '쾅'하며 갑자기 끊어버린다. 장준혁에게 감정이입된 상태에서 5회를 봤던 시청자들은 아마도 거대한 쓰나미가 자신에게 쏜살같이 밀려오는 듯한 충격과 공포에 빠져서 6회를 기다리게 됐을 것이다. 이런 것을 우리는 흔히 '낚시질'이라고 하지.
22. In Honour - 8회 회진을 도는 장준혁
8회 마지막에 장준혁은 드디어 외과과장이 된다. 마치 개선장군같은 BGM이 깔리면서 등장하지. 다들 여기서 깔리는 In Honour에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장준혁이 앞으로도 승승장구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런데 그가 그런 대접을 받아서는 안될텐데... 결국 돈과 권력싸움에서 승리한거니까. 그래서 나는 여기에 깔리는 In Honour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기에 In Honour는 하얀거탑이라는 드라마에 그닥 어울리지 않는다. In Honour는 제목 그대로 명예에 대한 순수한 칭송을 나타내는 음악이다. 1번트랙 하얀거탑이 2화 엔딩씬에서 반어적으로 쓰인것처럼 In Honour도 그랬다면 인정하겠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본래 의미 그대로 쓰인 장면들 뿐이다.
8회 엔딩씬에 흘러나오는 In Honour도 외과 과장이 된 장준혁의 앞길을 밝혀주고 칭송하는 훈훈한 분위기로 사용되었고 20회에서도 마찬가지다.(혹시나 안타까운 장준혁의 죽음을 보여주는 20회에서 적당했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을수도 있겠지만 죽은 사람이라고 해서 무조건 경건해야 할 이유는 없다. 하얀거탑 20회는 환자에 대한 성실 의무, 과학과 인권의 대립등 그동안 던져놓았던 수많은 의제들을 '죽었으니까 옛날 일은 잊자'로 묻어둔 잘못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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