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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나의 모습은 어떠한 모습일까?" 라는 의문을 던져 준 소설이다. 1,2권을 합쳐 800여 쪽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을 보며 순간 멈칫 하기도 하였지만 한낮 사소한 걱정에 지나지 않았음을 곧 느낄 수 있었다. 주위의 소란스러움이나 산만함도 그 위력을 발휘 할 수 없게끔 만들어 버리는 마력이 있다고나 해야 할까? 소설을 많이 읽지 않는 편이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반드시 그러한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단 생각이 든다. 최근 읽었던 소설들 중 충분히 최고라 여겨질 만한 소설이라 말하고 싶다.
랠프 엘리슨의 《보이지 않는 인간》 제목 만으로 봐서는 여느 SF 소설도 연상케 하기도 한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SF적인 요소는 찾아 볼 수조차 없고 오히려 미국의 남북전쟁 이후의 시대상황 속에서 펼쳐지는 정치적인 이념과 갈등의 요소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렇다고 해서 소설의 내용이 딱딱하거나 틀에 박혀져 있지는 않다. 오히려 다음장면이 궁금해 쉽사리 책을 내려놓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 끌어당기는 힘이 강렬하다.
랠프 엘리슨 (Ralph Waldo Ellison)의 처녀작이며 유일한 장편소설인 《보이지 않는 인간》은 세계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그를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미국 흑인의 삶을 첨예한 지성과 강렬한 감정으로 투시하고 있는 이 소설은 어느 누구도 그 존재를 인정하지 않아 어둠 속의 그림자로 전락한 흑인이 자기 정체성을 깨닫기 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 하였을 때에는 단순히 피부색으로 인한 인종차별을 주제로 컴컴한 밤에 잘 보이지 않는 흑인을 형상화 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선입견을 갖기도 하였다. 하지만, 곧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의 이름이 궁금하여 온통 정신을 집중해가며 완독 하였지만 주인공의 이름을 찾아 볼 수는 없었다. 아마도 자신의 정체성을 온전히 찾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인간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물음이 생기게 만들기도 하였다.
그래, 나는 '존재했으나' 보이지 않았다. 근본적인 모순은 그것이었다. 나는 존재했으나 눈에 보이지 않았다. 소름 끼치는 일이었다. 나는 거기에 앉아 또 하나의 소름 끼치는 가능성의 세계를 느낄 수 있었다. -P285 (2권)
《보이지 않는 인간》의 주인공은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자기를 규정받는다. 그러나 외부에서 부여된 역할들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그 역할들이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정체성도 없이 출세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앞만 보고 달려 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 혹여 나 또한 소설 속의 주인공 처럼 나에 대한 정체성도 없이 출세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 시키는 대로 앞만 보면서 달려 온 것은 아닐까?...나의 모습도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주인공의 각성은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이루어진다. 다른 사람이 시키는 대로만 살던 그가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여태까지 남들에 의해 부여되었던 자신의 모든 신분과 환상을 태워 버려야만 어둠을 물리치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그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았는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 단순한 어둠이라는 상황이나 피부 빛깔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다움이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누구이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알기 위해선 자신을 믿고 사랑하며 세상 속에 드러내야만 한다. 출세를 위해 남들이 시키는 대로만 달려가지 말고 잠시 멈추어 서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은 어떠한 것인지 찾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 하고싶은 작품이다.
우리의 운명이란 하나가 되는 것이면서도 다수가 되는 것이다. - 이것은 예언이 아니라, 사실의 기술이다. 그리하여 세계 최대의 익살 중 하나는 백인이 검은 것을 피하느라고 급급하면서도 나날이 더 검어가고, 흑인이 흰 것을 향해 바둥대며 나아가느라고 아주 어중간한 회색이 되어가는 광경일 것이다.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자기가 누구이며 자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아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P378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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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존재를 깨달게 하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