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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기자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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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기자들이 파업 중에 책을 썼다. 덕분에, 평소엔 서로 바빠 얼굴조차 볼 수 없던 동료들이 무릎을 맞대고 옛이야기를 하게 됐다. 전직 선배들도 찾아와 얘깃거리가 더욱 풍성해졌다. 힘 있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겁도 없이 까불었는지, 또 서로를 얼마나 격렬하게 부딪치며 갈등했는지, 희미해진 기억들을 되살렸다. 그 얘기들을 모든 이 책에는 '기자로 산다는 것'의 기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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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저널 기자들이 파업 중에 책을 썼다. 덕분에, 평소엔 서로 바빠 얼굴조차 볼 수 없던 동료들이 무릎을 맞대고 옛이야기를 하게 됐다. 전직 선배들도 찾아와 얘깃거리가 더욱 풍성해졌다. 힘 있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겁도 없이 까불었는지, 또 서로를 얼마나 격렬하게 부딪치며 갈등했는지, 희미해진 기억들을 되살렸다. 그 얘기들을 모든 이 책에는 '기자로 산다는 것'의 기쁨과 고통과 보람이 모두 녹아있다. 전현직 기자 23인에게 시사저널이란 매체는 바로 그 자신이었다."

  시사저널 사태가 시작된지 벌써 8개월이다. 이 사태를 접한건 얼마 되지 않은 것만 같은데, 파업에 참여한 기자들의 그동안의 노고가 얼마나 컸을까 짐작이 간다. 이 책은 2006년 6월 16일에 있었던, 시사저널 870호의 삼성 이학수 부회장의 인사전횡을 다루던 3쪽 짜리 기사를 시사저널 금창태 사장이 인쇄소에서 몰래 들어내면서 시작되었다. 편집장의 사표수리와 이후 계속되는 기자들에 대한 감봉, 정직, 대기발령 등의 징계조치는 오늘에 이르게 하였다. 

  타 언론에서는 이를 다루지 않았다. 한겨레와 오마이뉴스 등 몇몇만이 사태에 대한 언급을 했을 뿐. 메이저 신문사들은 모두 침묵했다. 동종업계 종사들이 당한 무자비한 테러 앞에 그들은 모두 침묵했다. 이 책 속의 누군가에 따르면 이는 언론계의 불문율이라 한다. 타사의 편집권이 어떻게 운영되든 그건 그 회사만의 일이라는게다. 시사저널 기자들은 나홀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그들이 아무리 끈질기고 깡따구가 쎄다고 하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소송을 통해 밀린 월급을 죄다 돌려받고 복귀했으면 좋겠다는 바램만 해본다.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모임(이하 시사모)의 대표 고종석씨는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우리가 자본주의의 공기를 숨쉬고 있는 한, 매체의 보도와 논평에서 자본과 경영의 그늘을(다시 말해 '장사'의 그늘을) 말끔히 걷어 낼 수는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나는, 다른 한편으로, 자본주의의 그 고귀한 자유가 불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거기에 민주주의적 가치가 결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편집권을 편집국 기자들이 공유하고, 어떤 사안을 기사화할 것인가에 대한 최종판단이 편집국장에게 맡겨져야 한다는 것은 그런 민주주의적 가치의 일부다." 라고 말했다. 고로 고종석은 편집권의 편집국 귀속을 지지한다고 결론 내린다.

  사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고종석의 시각은 그가 시사모의 대표라는 주관적 입장을 불식시키고도 남는다. 어떻게 70-80년대 군사정권도 아닌, 대통령이 농담따먹기의 대상이 되고 개그프로의 소재로 다뤄지는 이 시점에, 이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이 자본주의의 논리가 점점 더 우리가 사는 이 땅에 굳건하게 발붙였기에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독재정권에 의한 압박이 아니라 자본에 의한 압박으로 대치되었을 뿐이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었다고 하지만, 독재로부터 벗어났다는 의미의 민주화일 뿐, 우리가 어느 방으로 들어가는지는 생각지 못한 것이다.

  삼성의 힘은 막강하다. 이 책에는 삼성 이건희 회장 취재를 위해 스파이짓(?)을 하던 기자들의 활약상(?)이 들어있다. 한국에서는 최강, 세계에서는 소니에 맞먹는 이 기업은, 오로지 개발과 돈벌기에 주력할 뿐, 스스로의 위치에 걸맞는 존경을 받고 싶진 않은 듯 하다. 삼성에 조금이라도 안좋은 기사가 나가려들면 홍보부와 회장단이 압력을 가하거나 돈을 바르는 식으로 어떻게든 막아내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안되면 해당 기사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바꾸기 위해 후속기사를 내보내도록 한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에만 신경을 썼지 안은 잔뜩 곪아있다. 김훈은 이를두고  '인문적인 생각, 교양 있는 태도' 가 결여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 책은 그간의 시사저널 사태에 대한 파업기자들의 현장스케치와 생각을 담아내고 있으며, 다른 한편 기자로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가를 담아내고 있기도 하다. 시사저널의 작금의 사태에 대한 브리핑과 더불어 '기자'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손석희는 뒷날개를 통해 절반의 축하를 보낸다고 한다. 나머지 절반은 이들이 편집권을 되찾는 날 해주고 싶다며. 책을 낸건 축하할 일이나 언론으로부터 소외된 자신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풀어내기 위해 책을 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한때 기자가 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1지망 철학자, 2지망 기자, 3지망 교사, 4지망 출판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1지망은 아주 막연하게 다가가고 있고, 3지망은 직업이 되었으며, 4지망과 2지망은 머리에서 지웠다. 기자가 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조사하고 준비하던 때 기자로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간접체험했기 때문이다.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힘겨워보였고, 그들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나는 기자로서의 삶을 감당할 그릇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난 여기 한꼭지씩 글을 쓴 23명의 시사저널  기자들이 존경스럽다. 부디 그들이 편집권을 되찾아 다시금 '사실과 진실의 등불을 밝'히고,  '이해와 화합의 광장을 넓'히며, '자유와 책임의 참 언론을 구현'하길 바란다. 시사저널의 정기구독자는 아니었지만, 꾸준히 꼬박꼬박 구입하던 성실한 독자도 아니지만, 진정 한국의 타임이라 생각하던 불량독자로서 응원의 메세지를 보낸다. 시사저널 기자들 화이팅!!  

  


 

d*****t 2007.02.24. 신고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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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산다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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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냥 어떤 글들일까 궁금한 마음에 책이 펼쳐지는데로 읽어보다가..   점점 빠져들어가는 내 가슴을 느꼈습니다. 얼마만일까..   사회생활 이젠 10년 넘어가면서 내 열정은 희미해지고 내 가슴은 이제 정말 어른이 되어버린 이 상황에..   다시 불을 지펴준 글들.. 기자들의 이야기이긴 했지만.. 누구나 자기 일에서의 열정이 새빨강색이었던적이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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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냥 어떤 글들일까 궁금한 마음에 책이 펼쳐지는데로 읽어보다가..

 

점점 빠져들어가는 내 가슴을 느꼈습니다.

얼마만일까..

 

사회생활 이젠 10년 넘어가면서

내 열정은 희미해지고

내 가슴은 이제 정말 어른이 되어버린 이 상황에..

 

다시 불을 지펴준 글들..

기자들의 이야기이긴 했지만..

누구나 자기 일에서의 열정이 새빨강색이었던적이 있지 않았을까..

 

난..

다시 책표지색깔 빨강처럼..

이 세상에 태어난 명분을 만들고 싶다.

 

내 이름을 퇴색시키지 말아야지..

마음이 뜨겁다!!!

 

한번도 본적은 없지만..

신호철기자의 글을 읽을땐 눈물이 마구마구 흘러나왔다.

어른들이 만든 키티다이어리가 생각나며

모든것이 원점으로 돌아와버렸을때

아마 하늘을 쳐다보며 담배연기를 뿜지 않았을까...

l******3 2007.02.26.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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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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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기자들의 파업 이후 나온 책이라 반가웠습니다. 좋아하는 기자분들, 그것도 이미 예전에 기자 생활을 접으신 분들의 글도 볼 수 있어서 더욱 그랬죠. (김훈 씨 팬입니다. ^^)  각각의 기자분들이 기자 생활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와 단상 위주입니다. 기자 지망생이나 시사저널 애독자들뿐만 아니라 시사저널을 잘 모르던 사람들도 술술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편하게 읽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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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기자들의 파업 이후 나온 책이라 반가웠습니다. 좋아하는 기자분들, 그것도 이미 예전에 기자 생활을 접으신 분들의 글도 볼 수 있어서 더욱 그랬죠. (김훈 씨 팬입니다. ^^) 

각각의 기자분들이 기자 생활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와 단상 위주입니다. 기자 지망생이나 시사저널 애독자들뿐만 아니라 시사저널을 잘 모르던 사람들도 술술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편하게 읽히지만, 그렇다고 내용이 그냥 그런 에세이 묶음집처럼 가볍지도 않습니다. 여러가지 의미로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해요.

u***1 2007.02.2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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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디수첩이 새삼 생각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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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피디수첩에서 방영한 <삼성과 언론>을 보고 시사저널 사태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날의 피디수첩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돈으로, 광고로 언론을 좌지우지하려는 삼성의 행태도 충격이었지만 대부분의 한국언론이 이런 행태에 저항하기는커녕 알아서 기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제게는 더 충격이었습니다. 알고보니 삼성은, 그리고 이건희회장은 한국언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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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피디수첩에서 방영한 <삼성과 언론>을 보고 시사저널 사태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날의 피디수첩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돈으로, 광고로 언론을 좌지우지하려는 삼성의 행태도 충격이었지만

대부분의 한국언론이 이런 행태에 저항하기는커녕 알아서 기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제게는 더 충격이었습니다.

알고보니 삼성은, 그리고 이건희회장은 한국언론에 있어 해리포터에 나오는 볼드모트 같은 존재인 모양이더군요. '그 이름을 입에 올리기조차 두려운' 그런 황송한 성역말이예요.


그나마 위안을 받은 것은 이에 굴하지 않고 저항하는 기자들도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시사저널이라면 저도 가끔은 지하철 가판대에서 사보던 잡지인데,

숫자도 별로 많지 않을 것같은 미니매체 기자들이 자기 밥그릇을 내걸고 저렇게 거대한 성역과 싸우고 있다는 사실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며칠전 교보문고에 나가보니 바로 이 책이 새로 나와있더군요.

"당신의 선배들은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이제는 당신들이 펜이 돈보다 강하다는 것을 증명할 차례입니다"라고 쓰여있는 책띠지를 보자마자 바로 책을 샀습니다. 피디수첩에서 가장 감동적으로 기억에 남은 구절이었던데다 그렇잖아도 그날 방송을 보면서 어떤식으로든 저 기자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시사저널 기자들은 파업 중에 이책을 썼다고 하더군요.

책 서문에 "이책은 벼락처럼 기획되었다"고 써있기에 날림으로 만든 책은 아닐까 의심했는데

집에 와서 보고 곧 그것이 기우였음을 알았습니다.

한마디로 음...재미있더군요. 

한두편만 읽고 자야지 했는데 그만 새벽 2시까지 책의 2/3 가까이를 읽고 말았습니다.


굉장히 여러사람이 쓴 책이어서 어수선할줄 알았더니 웬걸,

한편한편 개성이 살아 숨쉬는게 잘 차려진 한정식같다고나 할까요?

왜 그런거 있잖습니까? 얼핏 봐서 화려해보이지는 않는데 집어먹는 반찬 하나하나 제각기 깊은맛을 자랑하는 그런 한정식을 한상 잘 받아먹은 기분이었습니다. 한때 시사저널 편집국장을 지냈다는 <칼의노래> 김훈씨에 얽힌 에피소드를 찾아읽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더군요.


다읽고 혹시나싶어 고등학교 다니는 조카한테 한번 읽어보라고 던져줬더니

그녀석 반응도 저와 별로 틀리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우리조카는 기자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더군요. 멋있어 보인다나요?

잠시 생각하다 웬만하면 기자는 하지 말라고 말렸습니다. 자본의 압박이 앞으로 더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약해지지는 않을것 같아서요.  


그래도 누가 압니까? 시사저널 기자들이 승리하면 제 생각도 바뀔지.

시사저널 기자들, 화이팅입니다요~~.


y******9 2007.02.2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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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왜 ‘기자’가 되고 싶으신가요?, 기자로 산다는 것
"당신은 왜 ‘기자’가 되고 싶으신가요?, 기자로 산다는 것" 내용보기
-시사저널 기자들과의 데이트       지난 여름의 기억    “왜 기자가 되고 싶은건가요?”    가슴이 턱 막혀온다. 별 생각없이 참가한 강연회에서 연사로 나오신 여기자가 나를 향해 왜 기자가 되고 싶냐고 물어보고 있다. 잠시 당황한 나는 이내 예전부터 준비해왔던 말을 꺼낸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사람 만나는 것이 좋아서입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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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기자들과의 데이트

 

 

 

지난 여름의 기억

 

 “왜 기자가 되고 싶은건가요?”

 

 가슴이 턱 막혀온다. 별 생각없이 참가한 강연회에서 연사로 나오신 여기자가 나를 향해 왜 기자가 되고 싶냐고 물어보고 있다. 잠시 당황한 나는 이내 예전부터 준비해왔던 말을 꺼낸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사람 만나는 것이 좋아서입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다만 숨겨둔 말을 모두 다 하지 않았을 뿐. ‘적당히 편하게 글을 써도 돈은 꽤나 들어오거든요.’라는 말이었다.

 

 내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작년 여름 때부터였다. 지난 여름, 모 언론사에서 인턴기자 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나는 어쩌면 권력의 비리를 낱낱이 파헤치는 기자를 상상했었는지도 모른다. ‘내 기사를 보고 기업체에서 협박 전화가 들어오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했었던 듯도 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기자 생활이 힘들진 않았다. 사회부, 정치부로 간 선배들은 때마침 터진 바다이야기 사건 때문에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내가 들어간 부서는 조용하기만 했다. 나와 내 담당 기자선배가 하는 일이라곤 메일에 온 보도자료 중에 괜찮은 것을 추려내서 기사를 쓰던가, 아니면 기업체 홍보부 사람이 써달라는 기사를 쓰는 것이 전부였다. 취재원들은 잘 좀 써달라며 우리에게 적당한 정도의 대접을 해줬고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충실히 써주면 됐다. ‘좋은 게 좋은 것’이었으니까. 그다지 힘들게 일한 것 같지 않지만 월급은 내가 쉽사리 만져보지 못할 정도로 큰 돈이었고 그만큼 한 달의 기자 생활은 나에게 ‘유쾌한’ 사회 경험이었다.

 

 그렇게 인턴기자 생활을 끝내고 ‘기자도 제법 할만한 직업이군’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조금 이상한 소식이 들려왔다. 시사저널 기자들이 파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자가 파업을 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 호기심을 갖고 이런저런 정보를 찾아보았다.

 

 시사저널 기자들의 파업을 하게 된 계기는 2006년 6월에 있었던 기사 삭제 사건 때문이라고 한다. 편집국에서는 삼성 이학수 부회장의 인사 전횡 의혹을 다룬 기사를 올려 보냈는데 금창태 사장이 아무런 통보도 없이 삭제해 버린 것이다. 이에 항의한 이윤삼 편집국장은 사표를 제출했고 다른 시사저널 기자들도 사장에게 항의를 했다. 금창태 사장은 항의를 주도한 장영희, 백승기, 노순동 기자에게 출근 금지 징계를 내렸고 시사저널 기자들은 노조를 조직해 사장과 맞섰다. 12월 15일 기자 측과 사 측간의 단체 협상이 결렬되면서 시사저널 기자들의 총파업이 시작된 것이다.  

 

 신기했다. 내가 상상해왔던 거대 권력을 비판하는 기자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 신기했고 고작 기사 한 꼭지 사라졌다고 편집국장이 사표를 내고 기자 전체가 파업을 하는 것도 신기했다. 나는 그들에게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들이 펴낸 《기자로 산다는 것》이란 책을 샀다. 책의 첫 페이지를 여는 순간, 그들과 나의 데이트는 시작되었다.

 

 

 

첫째 주, 기자로 산다는 것

 

 “김은남 씨, 스스로 밥값은 한다고 생각해?”

 

 나와 시사저널 기자들과의 첫 만남은 거칠었다. 서명숙 편집장의 직설적인 비판은 김은남 기자의 눈가에 눈물이 핑 돌만큼 혹독했다. 뒤에서 우물쭈물하던 나는 김은남 기자의 자리로 가서 말을 걸었다.

 

 “괜..찮으세요?”

 

 “괜찮아 괜찮아. 한 두 번도 아닌 걸 뭐. 내가 글을 못써서 그러거지.”

 

 눈가에 눈물을 닦은 김은남 기자는 이내 다시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인터뷰이에게 다시 전화를 걸고 다시 취재를 나갔다와서는 글을 완전히 새롭게 고쳤나갔다. 다른 회사였으면 퇴근하고도 남았을 시간인데도 김은남 기자는 자정이 지나도록 퇴근을 하지 않고 글을 써내려갔다. 서 편집장의 불호령이 두려운 것은 다른 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기자들도 ‘밥값’을 하기 위해 자정을 넘겨가며 취재를 하곤 했다. 김상익 전 편집장은 시사저널 기자들은 3~4시에 퇴근해 잠깐 눈을 붙이고 바로 8시에 출근하는 날도 숱하게 많다고 귀뜸해 줬다. 다음날 서명숙 편집장은 다시 김은남 기자를 부른다. 어제보다 목소리 톤이 더 높다.

 

 “김은남, 이리 와봐,”

 

 서 편집장의 목소리 톤을 듣곤 얼굴이 활짝 핀 김은남 기자는 서 편집장에게 기사에 대한 조언을 받으며 생글생글 웃었다. 그리고 잠시 쉬는 시간에 나에게 서 편집장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김은남’과 ‘김은남씨’의 차이가 이런거야. 김은남이라고 부를 때에는 서 편집장이 기사에 만족했다는 뜻이거든. 완벽주의자 서 편집장에게 칭찬 들을 때면 그동안의 괴로움이 싹 사라져 버리지.”

 

 “아무리 그래도 어제는 말이 좀 심했어요. 밥값은 하냐니..”

 

 “아냐. 김국은 더 심했어. (이들은 김훈 전 국장을 ‘김국’이라 부르고 있었다.) 입사한 첫해 여름날 집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전화가 온거야. ‘지금 자빠져 잠이 오냐? 너네가 그러고도 기자야?’라고 말야. 수해가 났는데 밤을 새서라도 현장에 달려갔어야지 어떻게 집에서 잘 생각을 하냐는 거지.”

 

 “기자도 사람인걸요. 잠은 자야죠~. 솔직히 보도자료 나오는 것만 가지고도 수해가 났다는 기사는 쓸 수 있을텐데..”

 

 “김국은 그런 걸 싫어했어. 현장을 떠나 탁상에서 논한 글을 ‘기사’라 우기는거 말야. 기사의 출발은 현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편집장들이 우릴 다그치는 거야. 기자는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하거든.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니까.”

 

 “그렇게 힘든 생활, 견뎌낼 수 있으세요? 기자로 산다는 것은 그렇게 힘든 일인가요?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하고, 사건이 터질 때마다 현장으로 달려 나가고, 글을 쓰느라 퇴근도 못하고, 돈도 그렇게 많이 받지 않잖아요!”

 

 김은남 기자가 말없이 웃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성우제 기자가 이런 말을 해주었다.

 

 “견뎌내니까 이렇게 살아있는 거겠지.(웃음) 우린 돈을 생각하며 기자를 하는 사람들이 아냐. IMF때 시사저널이 망했을 때 대부분의 기자들은 월급도 제대로 못 받으면서 기자 생활을 했어. 돈을 위해서 기자를 하는 것이라면 대부분 회사를 나갔겠지. 사람들이 왜 이렇게 고된 생활을 하면서도 시사저널에 남아있을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거야. 시사저널 기자들에게는 ‘기자로서의 자존심’이 있다고, 그게 시사저널을 시사저널답게 만들어주는 힘이지.”

 

 그들과의 첫째 주 만남은 이렇게 끝났다. ‘기자로서의 자존심’이 무엇인지, ‘기자로 산다는 것’이란 도대체 어떻게 사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나에게 전해주면서 말이다.

 

 

 

둘째 주, 기자가 고생해야 독자가 행복하다

 

 두 번째로 나를 맞이해준 사람은 이은석 사건을 취재하고 있었던 고제규 기자였다. 나는 고제규 기자를 따라 이은석 사건을 취재하러 갔다. 당시 이은석은 부모를 토막살해한 혐의로 사람들의 집중을 받고 있었다. 경찰서를 가득 채운 기자들은 이은석에게 질문을 쏟아냈고 이은석은 아무 말도 못한 채 “죄송합니다”만 연발할 뿐이었다. 질문을 던지는 것은 기자였지만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리는 것 역시 기자였다. 이은석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지만 기자들은 마감시간에 맞추어 기사를 작성하고는 모두 경찰서를 나왔다.

 

 “음,, 아무래도 이은석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 것 같아요. 형사가 정신 이상인 것 같다고했는데 우리도 그렇게 쓰고 다른 취재 가는 건 어떨까요?”

 

 골똘히 생각에 잠긴 고제규 기자에게 내가 가자고 말을 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혼잡했던 경찰서에는 이제 경찰 몇 명과 고제규 기자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취재나올 때 문정우 편집장이 그런 말을 하더라. ‘등록금을 안준다고 부모를 죽인다라,, 이상하지? 한번 확인하고와’라고. 우린 지금 이은석이 부모를 죽였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 사실을 만든 사실, 그러니까 ‘팩트’를 못 찾았잖아. 가자. 한번 확인해볼 게 있어.”

 

 우리는 해가 지도록 이은석의 집 주변을 돌아다녔다. 이은석의 집은 물론이고 이웃집, 출신 고등학교, 대학교, 주변의 비디오 대여점도 샅샅이 뒤져보았다. 말 그대로 발로 뛰는 취재였던 것이다. 함께 돌아다니면서 고재규 기자는 시사저널의 ‘팩트 중심주의’에 대해 말을 해줬다. 시사저널에서는 ‘팩트 중심주의’라는 원칙을 지킨다.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서 기사를 쓸 순 없다는 것이다.

 

 이은석의 단골 비디오 가게에서 그가 보았던 영화 목록을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은석이 가입한 영화 동호회를 알아내어 그의 일기를 읽어볼 수 있었다. 이은석의 친구, 이은석의 형과도 이야기를 하면서 사건의 퍼즐을 차례차례 만들어갈 수 있었다.

 

 몇 일이 지나고 고제규 기자의 기사는 시사저널의 커버 스토리로 실렸다. 기존 일간지들의 ‘정신 이상자 이은석은 등록금을 안준다고 부모를 죽였다’라는 기사와는 다른 “이은석은 어릴 적부터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았다. 이은석은 가해자지면 또한 피해자이다”라는 기사가 나간 것이다. 이러한 기사와 함께 연세대 이훈구 교수 및 김수환 추기경 등의 이은석 구명 운동이 시작되었고 이은석은 사형에서 무기 징역으로 감면받게 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순전히 고제규 기자 덕분은 아닐 테지만 ‘사실’을 찾아내기 위해 발로 뛴 고제규 기자가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고제규 기자를 보며 한참동안 곰곰히 생각하던 나는 문정우 편집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근데 만약 이은석이 정말로 정신 이상이었으면 이 모든 게 헛수고가 되지 않았을까요? 다른 기자들처럼 기정 사실로 확인된 것은 그러려니하고 받아들이면 되는데 굳이 모든 사건에 대해서 이렇게 힘들게 발로 뛰어야 하나요?”

 

 문정우 편집장은 이런 말을 해줬다.

 

 “기자가 고생해야 독자가 행복한 법이다. 기자가 설렁설렁 취재하고 기사 써봐라. 그걸 읽는 독자는 괜히 시간만 낭비했다는 생각에 낭패감만 들 거야. 당신이 그렇게 고생해서 취재하고 쓴 기사라면 독자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 거야.”

 

 기자가 고생해야 독자가 행복하다,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너무나도 쉽게 잊어버렸던 진리였다.

 

 

 

셋째 주, 언론의 정도를 걷겠다는 이상한 기자들

 

 “이거 받으면 우리는 회사에서 잘리니까, 이왕 주실 거면 평생 먹을 월급을 주시오.”

 

 다른 언론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일이었다. 기업체 사장과의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 자연스럽게 봉투를 들고 온 비서에게 성우제 기자는 봉투를 거부하며 평생 먹을 월급을 달라고 말했다. 기자에게 촌지를 주는 것은 사회에서 관행처럼 이루어진다. 이렇게 촌지를 거부하는 기자는 오히려 ‘유별난’ 사람이다.

 

 회사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나는 다른 기자들도 이러는 지 성우제 기자에게 물어보았다.

 

 “이숙이 기자가 그러 말을 하더라. 하루는 호텔에서 DJ와의 만찬을 가졌데, 그날 방에서 쉬려고 하는데 DJ 비서가 봉투를 들고 찾아왔다는 거야. 이숙이 기자는 그냥 가시라고 하고 비서는 그냥 받으시라고 하고 한참동안이나 실랑이를 벌였나봐. 결국 끈질긴 비서에 굴복한(?) 이숙이 기자는 봉투를 받고는 거기에 자기 돈을 조금 더 보태서 DJ에게 만년필을 선물했데. 허허허.”

 

 “그냥 주겠다는데 받으시죠. 왜 굳이 거부하는 거에요?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요? 하하”

 

 “시사저널에서는 촌지 받는 것을 금지한다니깐. 뭐, 그 쪽에서 평생 먹을 월급만 준다면 받겠지 하하. 한 가지 재밌는 것은 내가 봉투를 안받겠다고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더 큰 돈을 원하나?’라고 생각한다는 거야. 사람들이 훨씬 더 두꺼운 봉투를 갖고 올 때가 제일 난감하다니깐.”

 

 회사에 도착하고 나서 오늘 겪었던 독특한 일을 다른 기자들에게 이야기해주는데 사람들은 내 말에 별 관심이 없었다. 하긴, 인터뷰이가 촌지를 주고 그 촌지를 거부하는 것은 그들에게는 일상이었을 테니 말이다. 내 말에 맞장구를 쳐준 것은 한병구 광고부장이었다.

 

 “시사저널은 촌지를 거부하는 정도가 아냐. 눈 앞에 있는 광고도 걷어찬다니깐. 다른 언론들처럼 적당히 좋게 좋게 써주면 광고도 쉽게 들어올 텐데, 우리 기자들의 글 속에는 언제나 가시가 있다니깐. 내가 그래서 편집장들에게 ‘이런 기사 쓰면 광고를 어떻게 받으라는 겁니까?’라고 따지면 그 쪽 반응이 더 황당해. ‘광고를 끊든 말든 할 말은 해야죠’라나 뭐라나. 거참. 허허”

 

 한병구 부장의 장난스러운 꾸짖음에 문정우 편집장은 익살스럽게 변명을 했다.

 

 “아시잖아요. 시사저널 기자들은 ‘아직도 언론의 정도를 걷겠다는 이상한 기자들’이라는거.”

 

 

 

넷째 주, 비(非)를 비(非)라 말하는 것

 

 시사저널 기자들과의 마지막 데이트, 하지만 나는 마지막 날까지도 원하는 대답을 찾지 못했다. 도대체 무엇이 당신들을 그렇게 살게 만드는가. 잠을 못 자면서까지 휴일 날까지 일하고, 쉽게 쓸 수 있는 기사를 발로 뛰면서 힘들게 쓰는지, 좋은 게 좋은 건데 왜 촌지를 안 받는지. 그렇게 당신들을 고행 속에서 살게 하는 ‘신념’이 혹은 ‘기자로서의 자존심’이 무엇인지 말이다.

 

 “Welcome to the Real world. 이 말이 어디서 나온 지 알아?"

 

 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나를 깨운 것은 신호철 기자였다. 같은 학교 출신, 그것도 대학신문 편집장이기도 했었고 서울대 언론사이트 스누나우의 창립자.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가깝다고 느꼈던 선배였다. 잠시 생각하던 나는 이내 정답을 찾을 수 있었다.

 

 “알아요! 네오가 현실 세계에서 눈을 떴을 때 모피어스가 하는 말이잖아요. ‘Welcome to the Real world’.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였는걸요.”

 

 “그래, 내가 시사저널을 처음 접했을 때의 심정이 그러했다. 1992년 내가 처음 입학한 K대학 도서관에서 우연히 시사저널의 표지를 봤었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그때 커버스토리는 ‘대권 주자들의 언론 장학생’이었어.”

 

 “언론,,, 장학생이요?”

 

 “그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자신이 미는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기자들이 왜곡된 기사를 쓴다는 것이었지. 내가 지금까지 봐왔던 뉴스가 실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가공되고 편집된 것이라는 뜻이었다. 신문이 전하는 허상의 세계를 감지하고 나서 나는 어느새 시사저널의 애독자가 되어버렸다. Welcome to the Real world. 시사저널은 나에게 모피어스였고 오라클이었으며 주류 언론이 만들어 낸 매트릭스에 맞설 수 있는 해독제였다. 겉으로 드러나는 사실만 다루는 기사, 기득권층과 타협 속에서 만들어지는 기사는 그저 매트릭스 속에 안주하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기에 나는, 아니 우리는 시사저널 기자로 살아가는 것이다.”

 

 ‘매트릭스는 오늘도 돌아가고 네오는 모피어스가 된다’고 말하는 그의 눈빛에는 굳은 신념이 엿보였다. 이것이 그가 기자로 살아가는 이유, 아니 시사저널 기자들이 기자로 살아가는 이유였다.

 

 “맞는 말이다. 이번 시사저널 파업사태도 그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갑작스레 한 인물이 나타났다. 한달동안의 데이트 동안 한번도 직접 마주하지 못했던 사람. 바로 김훈이었다. 그는 멈추지 않고 말을 했다.

 

 “이번 사태는 단지 ‘편집권은 누구의 권한인가’라는 사소한 논쟁이 아냐. 자본 권력 속에 억눌려있던 한국 언론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사건이며, 언론의 정도를 바로세우는 싸움이다. 비(非)를 비(非)라 말하는 것. 그것은 너무도 단순명쾌한 일이지만 아직까지 언론에서는 하지 못한 일이다.

 

 30년 전, 나는 유신 정권을 찬양하는, 신군부를 찬양하는 기사를 썼다. 내가 무너졌던 30년 전 그 자리에 후배들이 서있다. 내 후배들이 다시 같은 자리에서 무너진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일이다.”

 

 과연 그들은 또다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꿋꿋이 일어날 것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의 역사는 만들어지고 있다.

 

 

 

만남의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

 

 김훈의 글을 마지막으로 나는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얇은 책이기에 금방 읽을 수 있었지만 내 머리 속에서는 마치 한달 동안 그들과 함께했던 것처럼 또렷한 기억으로 남았다. 책을 덮고 나서 한참동안 ‘기자’에 대해 생각하던 나는 불현듯 무엇인가가 떠올라 컴퓨터를 켰다.


 언론은 물이어야 한다. 뜨겁거나 미지근한 물이 아니라 얼음처럼 차가운, 칼보다 더 날카로운 물이어야 한다. 물이 사물의 빈틈에 스며들 듯이, 언론은 현실의 잘못된 부분을 날카롭게 비판해야 한다. 언론이 현실의 잘못을 짚어주지 않는다면 아무도 그 빈틈을 보지 못한 채 지나쳐버리고 말 것이다.


 예전 미니홈피 다이어리에 올렸던, 아마도 고등학교에 올라가며 썼던 글. 나의 글이 세상을 변혁시킬 기폭제라도 될 줄 알았던 걸까. 그때만 해도 나는 내가 뭔가 거대한 일을 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어느새 달콤한 파란 약을 먹어버렸고 편하게 세상을 대하는 방법을 익혔던 듯 싶다.

 

 내 나이 스물, 다시 한번 불타오르는 펜을 잡는다. 누군가가 또 나에게 묻겠지. “왜 기자가 되고 싶은건가요?”라고. 그러면 나는 주저하다가 멋쩍게 웃으며 말할 것이다. “저는 제 글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바보거든요”라고.

 

 

 

2007.

YES마니아 : 로얄 m********8 2009.02.23.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고놈 제목 참 섹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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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갱이만 콕 집어서 보여주는 제목을 보고 기자들은 '고놈 제목 참 섹시하다'고 한다. <기자로 산다는 것>, 사실 평범하기 짝이없는 제목이다. 그런데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는 빠알간 바탕에 콕 박힌 하얀 글씨가 왜 그렇게 강렬하게 느껴지던지. 얼핏 보기에 기자들 이야기를 담아놓은 책 같다. 실제로도 기자들 이야기이긴 하다. 다만 '어떤' 기자들이냐가 중요하다. 이 책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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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갱이만 콕 집어서 보여주는 제목을 보고 기자들은 '고놈 제목 참 섹시하다'고 한다.


<기자로 산다는 것>, 사실 평범하기 짝이없는 제목이다. 그런데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는 빠알간 바탕에 콕 박힌 하얀 글씨가 왜 그렇게 강렬하게 느껴지던지.


얼핏 보기에 기자들 이야기를 담아놓은 책 같다. 실제로도 기자들 이야기이긴 하다. 다만 '어떤' 기자들이냐가 중요하다. 이 책은 시사저널 기자들---지금은 대부분 시사IN에서 참언론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이다---의 처음과 끝, 아니 끊임없이 새로운 처음을 준비하는 '고행기'를 담고 있다.


왜 '고행기'인가. 시사저널(사실은 경영진) 또한 권력의 부르심을 '거역'하지 못했고 그 와중에 편집'권리'를 지키려던 기자들은 사표를 던졌다. (사표를 던지는 게 말이 쉽지 결코 멋있지 않다는 건 대한민국의 월급쟁이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신기하게도 사표는 제깍제깍 수리되더라.


밥그릇 싸움일까? 글쎄다. 우리는 보통 제 한몸 먹고살자고 이기주의로 무장한 사람을 보고 '밥그릇 투쟁'한다고 말한다. 시사저널 기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 할 수 있는건, 책 속살만 들여다보아도 알 수 있다.


안희태 사진기자, 이건희 삼성 회장의 '황제스키'를 찍고자 K-2소총마냥 카메라를 손에 들고 눈밭에서 포복했다. 서명숙 편집장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 톤에 따라 하루종일 울고웃지만 그래도 시사저널이 좋다는 김은남 기자. 국회의원이 기사 빼달라고 머리맡까지 찾아오자, 원고지에서 눈 한번 떼지 않은채로 '나가라'는 손짓만 한 '김국(김훈)'국장. 그래서 시사저널에선 광고국장의 입김은 그냥 하얀 수증기일 뿐이다.


지금 그 기자들이 모여 만든 언론이 <시사IN>이다. 처음부터 이 책이 기획된 의도가 <시사IN> 정기구독자를 늘리려는 것 아닐까? 아차, 그러고보니 이 책은 <시사IN>이 창간되기 전에 쓰여졌구나. 그런데도 이런 의구심이 드는 건 이 책을 읽고난 뒤 이들의 언론정신에 무섭게 매료되었단 사실 때문이다. 실제로 이 책 덮자마자 정기구독자가 되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이미 의료계에서 사문화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언론인 직업윤리도 이 바닥에서 이미 내팽겨친지 오래다. 그래서 기자라고 부를 자격이 없는 이들이 참으로 많다. 참언론을 수호하고자 아직도 투쟁중인 시사IN기자들. 이들을 바로 '기자'라고 부른다. <기자로 산다는 것>이 진짜 기자의 삶을 담고 있는 이유다. 그들의 땀이 송글송글 맺힌 이 책을 향해 난 이렇게 말하고 싶다.



"고놈 제목 참 섹시하다!"



 

h*****n 2008.07.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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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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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은 자본보다 강하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아닐까 싶다. 나는 시사저널을 자주 보지는 않았고, 가끔씩 보다 보면, 지루한 느낌에 덮기도 했었다. -_-; (지금 생각 해 보면 정말 찔린다.) 하지만, 그들은 기사 하나를 쓰기 위해서 엄청난 취재정신을 발휘 해 가면서 썼다. 그런데, 삼성 이라는 거대한 자본은 한 언론사의 인생을 망쳐 놓았다. 그리고, 기자들은 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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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은 자본보다 강하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아닐까 싶다.


나는 시사저널을 자주 보지는 않았고, 가끔씩 보다 보면, 지루한 느낌에 덮기도 했었다. -_-;

(지금 생각 해 보면 정말 찔린다.)


하지만, 그들은 기사 하나를 쓰기 위해서 엄청난 취재정신을 발휘 해 가면서 썼다.


그런데, 삼성 이라는 거대한 자본은 한 언론사의 인생을 망쳐 놓았다.


그리고, 기자들은 파업에 돌입 했다.


정당 출신도, 운동권도 기자 중에서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노조를 만들어서 싸우고 있다.


"펜은 자본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


그리고, 그들은 이 책을 썼다. 한 달 만에...


시사저널에 대한 추억, 그리고 힘겨운 싸움.


미국의 TIME지를 꿈꾸며 만들어진 시사저널 이라는 성은


삼성 이라는 거대한 성에 의하여 무너지고 말았다.


그리고, 기자들은 그 무너진 성을 다시 견고히 쌓으려고


삼성 이라는 성과 시사저널 성 안에 있는 관료들을 향해서 싸우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이 사태를 알리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


힘겨운 싸움이지만 그들은 전혀 힘들지 않다.


그 이유는, "시사모"라는 시사저널 성 안의 국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독립언론을 지키기 위한 싸움, 그들의 승리를 빈다.

q******b 2008.05.14. 신고 공감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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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쓰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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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쓰는 리뷰 - 1. 서문   사실 이 글의 제목은 ‘가슴으로 쓰고 싶은 리뷰’이다.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시사모’)의 행사가 있던 날, 지각한 나는 빈자리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몇몇 사람들이 참여하는 조촐한 모임이라 생각하였는데, 대부분의 시사저널 기자들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시사모 회원 즉 독자들도 모여 있었다. 공식 행사 중 복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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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쓰는 리뷰

- 1. 서문

 

사실 이 글의 제목은 ‘가슴으로 쓰고 싶은 리뷰’이다.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시사모’)의 행사가 있던 날, 지각한 나는 빈자리에 자리를 깔고 앉았다. 몇몇 사람들이 참여하는 조촐한 모임이라 생각하였는데, 대부분의 시사저널 기자들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시사모 회원 즉 독자들도 모여 있었다.

공식 행사 중 복학을 앞둔 독자의 편지 낭독이 진행 중이었다. 상처받은 사람들은 순수한 걸까. 저마다 눈시울이 젖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나에게 인사를 건네 달라고 권했다. 준비된 멘트가 없이 나는 ‘내가 안일했다’는 말만 반복하며 우리들의 만남을 근사하게 만들어 가자고 제안했다. 뒤이은 술자리에서 문정우 기자님이 나에게 ‘가슴에서 우러난 이야기’를 잘 들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사실 가슴이 콱콱 막혀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번 시사저널 사태에 대한 나의 분노와 우리 언론의 처지에 대한 슬픔이 교차되어 숨을 고르며 이야기했던 것 같다.

사실 이 책은 일독했지만, 시사모 모임 이후 자세를 곧추어 잡고 다시 읽게 되었다. 덕분에 나는 이 책을 가슴으로 읽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가슴으로 쓰는 리뷰’의 ‘서문’에 해당한다. 그러니까 리뷰 형태로 만들어진 ‘긴 서문’이다.

이 글은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써보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리뷰’의 첫 장이다. 나는 이 글을 완성하기 위해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하나하나 만나볼 요량이다. 만나서 그들의 심사와 그간의 사정을 묻고 이를 생생히 기록하고 싶다.

그 전에 이 책이 가지고 있는 의미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1. 반성의 기록

 

반성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는 ‘명백한 잘못에 대한 회한’이며, 다른 하나는 ‘냉철한 성찰로 인한 자아의 발견’이다. ‘반성’이라는 것은 ‘용기’와 ‘성찰’의 절정이다. 보라. ‘명백한 잘못’에도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으냐. ‘기자로 사는 법’은 ‘반성의 기록’이다. 이것은 ‘반성문’과는 구별된다. 차라리 시사저널의 역사와 정신을 잊지 않기 위한 ‘묵시록’이다. 이 책의 한 기자는 ‘시인 김수영’을 반성의 거울로 삼았다.

 

그의 산문은 원고지 네댓 장짜리 조각 글 하나도 허투루 쓴 것이 없는데 스스로에게는 ‘글을 팔아먹지 말자’고 채찍질하고 있다. 치열한 시인의 문학 정신과 오죽한 기사 문장 따위를 비교하는 것이 어디 가당키나 하겠냐마는 어쨌든 그 날로 당장 나는 원고 장사를 마감했다.

- 김상익 전 편집장, 21~22쪽

 

이들은 왜 반성의 글을 남겼을까. 이들이 무엇을 잘못했을까, 아니면 냉정히 성찰할 것이 있을까. 나는 그 이유를 모른다. 다만 시사저널의 한 기자가 복잡한 심사를 기탁한 칼럼의 조각으로나마 반추해볼 뿐이다.

 

“내몰려 본 자는 안다. 그 황량한 무력감과 들끓는 분노와 어이없음과 수시로 떠오르는 회한들을. 정치적 올바름과 윤리적 정당성과는 무관하게 역시 한 세상이 돌고 또 돌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의 실현. 모난 돌이 정 맞는다거나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패배주의적이면서도 냉소적인 처세담화의 절정을.”

- 문학평론가 이명원, 한겨레 칼럼(기자가 시사모 사이트에 인용함)

 

언제 끝날지 모르는 파업의 현재 상황에서 그들이 두려운 것은 바로 스스로의 마음이다. 가슴의 열정은 식지 않았지만, 뛰어다니고 정신없이 마감을 해야 하는 터전에서 내몰려 고독하고 피로한 싸움을 하다가 혹시나 현실에 굴복해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파고들 때 이들이 부여잡을 수 있는 ‘부적’이란 바로 열정과 정신이 보존되어 있는 이 기록일 것이다.

사람은 목마를 땐 목을 축이고, 눈앞이 막막할 때는 영감을 주는 ‘뿌리’가 필요하다. 시사저널 기자들에게 이 책은 온전한 ‘뿌리’의 역할을 할 것이다.

 

 

2. 대간(臺諫)이라는 자의 사명과 언론의 매너리즘

 

사간원(司諫院) : 조선 시대에, 삼사 가운데 임금에게 간(諫)하는 일을 맡아보던 관아. 태종 원년(1401)에 설치하여 연산군 때 없앴다가 중종 때 다시 설치하였다.

대사간(大司諫) : 조선 시대에 둔, 사간원의 으뜸 벼슬. 품계는 정삼품으로, 임금에게 정사의 잘못을 간(諫)하는 일을 맡았다. <표준국어대사전>

 

이들이 하는 일은 주로 임금이나 웃어른에게 잘못된 일에 대하여 직접 말하는 일, 즉 직간(直諫)이었다. 때문에 신변의 위협은 물론 멸문지화를 당할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는 것이 이들의 운명이었다. 오늘날에는 이러한 관직이 사라졌지만, 이들과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직론직필(直論直筆)을 일삼는 사람들, 바로 기자들이다.

진실은 때로 매우 큰 위험을 동반한다. 소송이 빈번하고 살해 위협이 상존하고, 실제로 살해되기도 하는 이들이 바로 기자이다. 유럽에서 코소보 사태가 발발했을 때 공항이 폐쇄되었는데, 수십 시간 대기해야 하는 탑승 순서를 기다리지 않고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사람은 단 둘밖에 없었다고 한다. 바로 작가와 기자이다. 그만큼 유럽인들이 이들에게 가지는 존경심은 대단하다.

민주주의 사회의 일원, 즉 기자가 모시고 받드는 왕의 한 사람으로서 나는 머뭇거리지 않고 이들에게 대사간이라는 관직을 허락한다. 다만 나 같은 왕이 수천만은 된다는 것. 이 관직이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많은 왕들의 관심과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문제다.

나는 실은 경향신문의 애독자이자 열독자이다. 직론직필(直論直筆)은 다름 아닌 경향신문의 사시(社是)이기도 한데, 2~3년 전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기사를 서캐훑이하고 스크랩을 해놓은 것이 1만개가 넘는다. 신자유주의와 천민자본주의가 사회의 모든 영역을 지배한 척박한 환경에서 비판적이고 균형적인 논조를 유지하고 있는 얼마 안 되는 매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자들만큼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직업이 없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시사모 뒤풀이에서 만난 한 기자에게 ‘매너리즘에 가장 어울리는 직업이 바로 기자’라고 서슴지 않고 얘기했던 것이다.

기자님들이여, 신문의 독자와 함께 옛일을 돌이켜보자. 마감에 쫓겨 설익은 기사를 송고하다 못해 그런 일에 무감한 적이 없었는가. ‘~라고 밝혔다’, ‘~한 대목이다’, ‘~라고 회고했다’와 같은 상투적인 표현 안에 무책임을 감춘 적이 없었는가. 독자들은 안다. 이 기사가 발로 뛰면서 만들어낸 기사인지, 기자의 타성에서 배설된 것인지. 대다수의 언중은 속일지언정, 한 사람의 독자는 속일 수 없다. ‘정부 당국자에 의하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과 같이 익명의 취재원을 남용한 적이 없었나. 혹은 스스로 그 익명의 취재원이 된 적은 없었나. 금창태 사장이 말한 ‘익명 취재원 불가론’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익명의 취재원에 대한 남용은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매너리즘은 기자가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태도이다. 이에 대한 한 기자의 고백을 들어보자.

 

돌이켜보면 언론의 무관심이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CBS 사태 혹은 ‘경인일보’ 사태 때 나는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그 사태에 대해서 알아보았나? 아니면 시사저널 사태와 비슷한 시기에 발발한 ‘시민의 신문’ 사태와 ‘인천일보’ 사태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나? 그렇지 못했다. 그러므로 다른 언론사 기자들이 시사저널 사태에 무관심한 것도 이해할 수 있다.

- 고재열 기자, 237쪽

 

기자들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이유는 또 있다. ‘새로움’을 보여주지 않아도 살아남을 수 있는 ‘관료적 특성’을 다소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이나 작가는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시장에서 또는 독서계에서 도태된다. 하지만 기자들은 무심한 시청자, 관객, 독자들의 새로운 취향을 좇으면 그만이다. 구조적으로 기자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에 대해서 면역성이 취약하기 때문에 스스로의 성찰을 통해 매너리즘을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고통스러운 이야기이지만, 나는 시사저널의 기자들이 대한민국 언론의 ‘매너리즘’에 대한 십자가를 짊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3. 진실은 자수하는 법이 없다

 

김훈, 아니 김국은 시사저널 기자들의 ‘비빌 언덕’이다. 김국은 고백한다.

 

오늘 시사저널의 사태는 저 개인의 삶과 관련된 것입니다. 30년 전 내가 젊은 기자였던 시절에 우리나라 언론들이 바로 이 자리에서 무너졌습니다. 그 때는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 정권 시절이었고 대부분의 언론이 이 자리에서 무너졌던 것입니다. 저도 그 때 무너진 기자 중 하나입니다. 오늘 이 사태에 대해 아무런 할 말이 없어야 마땅한 사람이죠. 그러나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내 후배들이 다시 같은 자리에서 무너진다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일입니다. 이것은 30년의 세월을 무효화하는 것이고 인간의 진화와 발전을 부정하는 사태이기 때문에, 나는 내 후배들이 여기서 무너지지 않고 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끝없이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 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 김훈의 인터뷰, 223쪽

 

김훈은 1995년 후배 기자에게 하나의 지시를 내린다. 때는 김영삼 대통령이 5.18 특별법 제정을 명하고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했던 시기였다.

“5.18 당시 언론이 얼마나 웃기는 보도 행태를 보였는지 되짚을 때가 됐으니 관련 내용을 취재하라”는 그 요지였다.

 

‘새 역사 창조의 선도자 전두환 장군’(경향신문), ‘역사의 혼이 키워 낸 신념과 의지의 30년’(중앙일보), ‘우국충정 30년-군 생활을 통해 본 그의 인생관’(동아일보), ‘전두환 장군 의지의 30년’(한국일보) 같은 기사들을 보며 나는 실소했고 또 분노했다. 기사를 일람한 뒤 당시 언론 상황에 밝은 전현직 언론인들을 취재하고 돌아와 단숨에 기사를 써 내렸다. 나는 의분에 차 기사를 썼고, 실제로 기사가 나간 뒤 반응도 뜨거웠다. 1980년의 언론 행태를 비판적으로 보도한 매체는 당시 시사저널이 거의 유일했다.

그런데 기사가 나가고 난 뒤 김국이 폭탄선언을 했다. 한국일보의 신군부 찬양 기사를 자신이 썼다는 것이었다. 한국일보 기사의 바이라인(기사에 필자 이름을 넣는 일)이 ‘특별취재팀’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는 김국이 그 일에 연루돼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분노하기보다는 허탈했다. 그 뒤로 나는 김국이 세상에 대해 보이는 ‘위악(僞惡)’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1980년 당시 그는 5년차 기자였다고 했다. 편집국 위계에서 5년차 기자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이었을까.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 봐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것은 이제 막 날개를 펴려던 청년 기자에게 너무도 가혹한 트라우마로 남았을 것이다.

- 김은남 기자, 111~112쪽

 

정의와 진실은 항상 뒤늦게 발동한다. 또는 영원히 파묻힐 수도 있다. 하지만 진실과 정의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양에 따라 사회적 성숙도가 결정된다. 진실을 숨기려는 자들은 알아야 한다. 진실을 숨기는 것은 소수에게 이익을 가져다줄지 모르지만 거대다수에게는 좌절을 안겨준다. 때문에 ‘진실’의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진실을 ‘감히’ 숨기지 않는다. 진실을 숨기는 사람들은 진실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이 입증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집에 돌아가지 못한 진실과 정의를 집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책무이다. 진실과 정의가 늦게 발동되는 이유는 사람들이 이를 헷갈려 하기 때문이다. 진실 판단에는 시간과 성찰이 필요하다. 만약 당신이 생각보다 일찍 진실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성찰할 필요가 있거나, 아주 오래 전부터 진실이 몸에 밴 경우밖에 없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너무 늦게 진실을 알았거나 정의와 너무 멀어졌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그들의 고유 특성이므로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

최악의 경우는 지금과 같은 경우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정의가 사라지고, 매체도 기자도 진실과 정의에 불감할 뿐만 아니라 이것이 ‘상식’으로 통할 때이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고 그것으로 밥을 먹는 언론과 이들의 비즈니스에 존경을 표하는 사회에서 ‘언론정신’이라는 것은 사치에 가깝다. 이때의 진실과 정의는 ‘뒤늦은 것’인지 ‘없는 것’인지 잘 구별되지 않는다.

하지만 진실과 정의는 스스로 자수하는 법이 없다. 위험을 무릅쓰고 이를 잡으려는 사람에 의해 끌려나올 뿐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목숨을 걸고 진실을 잡으려다가 진실에 채여 상처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시사모 행사에서 보았던 기자들은 상처받았고, 오랜 시간 시달렸기 때문에 맑은 정신이 눈에 보였다. 나는 이 아름다움이 어떤 아름다움인지 너무나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이 아름다움을 지향하고 싶다. 왜냐하면 진실과 정의는 뒷발로 채이면 몹시 아프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d*****7 2007.03.2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기자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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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새로 이직한 직장에서 편집장님이 ‘기자가 곧 매체다.’ 라는 말씀과 함께 책 한권을 추천해 주셨다. 이른바 ‘시사저널 사태’로 결국 길거리로 내몰린 기자들이 의기투합하여 함께 써 낸 책 바로 <기자로 산다는 것>이다. 제목이 끌려 서점에 가서 구입한 후 단박에 읽고 난 후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도 가슴 안에 커다란 울림이 남아 있다. 이 책에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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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새로 이직한 직장에서 편집장님이 ‘기자가 곧 매체다.’ 라는 말씀과 함께 책 한권을 추천해 주셨다. 이른바 ‘시사저널 사태’로 결국 길거리로 내몰린 기자들이 의기투합하여 함께 써 낸 책 바로 <기자로 산다는 것>이다. 제목이 끌려 서점에 가서 구입한 후 단박에 읽고 난 후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도 가슴 안에 커다란 울림이 남아 있다. 이 책에서 나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보았고 불의에 항거하고 정론에 핵심가치를 두고 최후의 생존의 보루인 밥그릇조차도 두려워하지 않은 채 진실에 눈물겹게 호소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보았다.

 

‘사실과 진실의 등불을 밝히고 이해와 화합의 광장을 넓힌다.’라고 시작되는 사시가 그들의 예전 직업 정신을, 지금 일상을 웅변적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불가근불가원 원칙’을 고수하며 그들은 언론의 정도를 걷고자 무던히도 애쓰는 흔적들이 책에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전국언론노동조합의 말을 빌려서 표현하자면 시사저널 사태를 일러 “자본 권력이 정치 권력을 능가하는 ‘제1의 권력’으로 등장했음을 보여 주는 상징적 사건인 동시에 자본 권력에 유린당하고 짓눌려 있는 한국 언론의 현 주소를 보여 주는 압축 파일”로 거대 자본 권력 앞에 무참히도 패배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그들은 승리했다. 하나는 이 책이 나올 수 있음이요 나머지 하나는 정당하게 그들을 지지하는 수많은 이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언론 기자로 산다는 것’은 참으로 많은 자기를 깎는 인고의 싸움이다. 기자가 고생해야 독자가 행복한 법이다. 기자가 설렁설렁 취재하고 기사를 쓴다면 그걸 읽는 내공 있는 독자들은 괜히 시간만 낭비했다는 생각에 낭패감만 들기 때문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 써야 한다. 설령 나름 마무리가 되어 글을 송고 한다 손 치더라도 자신의 글에 수많은 빨간 펜의 흔적들을 발견하는 순간 전의를 잃은 패잔병처럼 한없이 실의에 빠지기도 한다. 어디 그뿐인가! 팩트 위주의 사실관계를 다루기에 정서는 점점 메말라져만 가는 것 같고 불규칙한 생활로 인해 삶의 리듬 또한 엉망일 것은 명약관화일터.

 

하지만 드러난 현상만을 좇지 말고 큰 물줄기가 어디로 가는지 예측해 그 길목에 서 있다가 큰 월척(?)을 낚았을 때의 그 쾌감은 기자만이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다. 또한 고정관념과 예단을 거부하고 사실과 진실을 추구하는 동료들을 만나 깊은 전우애(?)를 느낀다면 그 만족은 가일층 더 할 것이다. 단, 위 내용들은 사회적 강자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 있게 자신의 정도(正道)를 걷고 있는 소수의 언론 기자들에 대한 국한된 말이다. 권력욕에 불타는 언론사일수록 현실을 오도하고, 논점을 전도하는 신문일수록 독자도 많고 영향력도 엄청나다. 그러기에 그런 언론사에서 일하는 기자들은 위 내용의 부분은 될지언정 전부는 될 수 없다.

 

올 겨울, 집근처에서 일인시위를 하고 있는 이를 우연히 보았다. 그런데 지금 와 생각해보니 그가 시사저널 기자였다니! 생각 할수록 괜스레 미안한 마음뿐이다. 바쁜 일상이라는 핑계로 나를 비롯해 우리들은 그렇게 억울함을, 부당함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인색해져만 가는 것 같다. 어디 그들뿐이겠는가! ‘CBS 혹은 경인일보’ 사태를 비롯해서 ‘시민의 신문’ 사태와  ‘인천일보’ 사태 등 우리 주변엔 무수히도 많은 집단과 개인들이 정치적 사회적 종교적 강자들의 횡포에 눌려 착취당하고 유린당하는 경우들이 비일비재하다.

 

책 뒤편에 부록으로 부당하게 해고된 시사저널 기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시사모(시사저널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이 남긴 글 중에 눈에 띄는 글이 있어 그 글을 남기며 글을 마치려 한다. ‘말(?)言이 곧 자기(己)가 되는 이들이 기자記者’라고 한다. 진정 이 세상에 자유와 책임의 참 언론을 구현하는 매체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진정 헛된 공명심에 사로잡혀 있거나 메이저 언론사에 소속되어 있는 것으로 안주하는 기자가 아닌 ‘기자가 곧 매체다’ 즉, 기자 개인이  각 언론사 안의 또다른 매체로써 각자의 자리들이 더욱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진정 ‘땀 냄새, 발 냄새 풀풀 풍기는 기사’로 세상의 어둔 부분을 헤집고 공론화 시키며 또한 훈훈한 기사들로 메말라가는 세상 속에 시원한 냉수 한 그릇 전해 줄 수 있는 그런 기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북데일리 시민기자 신용철 visung@newsnjoy.co.kr]

v****g 2007.09.2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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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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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기자로 산다는 것>은 시사저널 기자들이 썼다.  길게는 18년 동안 시사저널에 몸담았던 기자들이 몇 페이지씩 맡아 글을 썼다.  내용은 언론사 생활에 관한 것들…  어떻게 기자가 됐고 어떤 과정을 거쳐 무슨 기사를 썼다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그 내용에 취재와 기사 작성의 아픔이 배어나온다.  각 기자의 성품과 특징도 펄떡 살아있다.  또 기자들 사이에 끈끈한 끈을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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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기자로 산다는 것>은 시사저널 기자들이 썼다.
 길게는 18년 동안 시사저널에 몸담았던 기자들이 몇 페이지씩 맡아 글을 썼다.
 내용은 언론사 생활에 관한 것들…
 어떻게 기자가 됐고 어떤 과정을 거쳐 무슨 기사를 썼다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그 내용에 취재와 기사 작성의 아픔이 배어나온다.
 각 기자의 성품과 특징도 펄떡 살아있다.
 또 기자들 사이에 끈끈한 끈을 느낄 수 있다.
 기자 지망생이나 신출내기 기자가 읽으면 딱 좋을 내용이 구석구석 보인다.
 
 그러나 몇 가지 아쉬운 부분도 있다.
 책 표지가 빨갛다. 튀어도 너무 튄다.
 물론 시사저널의 전통 색상을 살린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하지만 말이다.
 또 모든 기자들이 글을 쓰지 않았다.
 몇몇 기자들만 글을 썼다는 점이 아쉽다.
 
 사족을 붙이자면 이렇다.
 시사저널 사태는 빼고 기자로 사는 것만 묶었다면 좋았겠다.
 자칫 책이 시사저널 사태에 초점을 두는 듯한 인상을 줄 수도 있기에.
b*****m 2007.11.1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