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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은 어떻게 글의 소재를 얻을지 이 책을 읽으면서 궁금해졌다. 사회라는 틀 안에서 살아가고, 그 틀안에 소위 말해 유행이라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면 작가도 사람인 이상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그 유행 속에서 할 수도 있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도, 마음으로는 쉬이 이시다 이라의 요즘 출간되는 글은 찝찝한 것이 그를 처음부터 봐온 한 독자의 마음이다. 이시다 이라, 그의 행적과 지금 일단 지금 내가 이야기하는건 전적으로 한국에서 출간된 책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래 그가 책을 낸 순서와는 다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점을 감안을 반드시 해야할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에 나온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로 그는 데뷔를 했지만 한국에서 그의 처녀작은 <4teen>이었다는 것 같은 사실들 말이다. 아무튼, 그는 한국에서 <4teen><아름다운 아이> 40대 여인의 인생 이야기 이 소설은 40대 여인과 20대 청년의 어마어마한 나이차이를 극복한 사랑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그보다는 40대 여인의 인생 이야기라고 부르는 편이 더 좋지 싶다. 이 책에서 정말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녀와 그의 사랑이라기 보다는 40대에 폐경기에 이른 한 여인이 어떻게 자신의 삶에 활력을 되찾고 또 다른 자신을 찾게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 연상 연하는 이야기 거리도 되지 않지만 나이차이가 엄청나게 나는 연상연하는 종종 소설과 영화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특히 일본에서는 이런 류의 이야기가 제법 인기인지 이 책 이전에도 <도쿄 타워>같은 소설과 동명 영화가 있기도 하다. 이시다 이라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40대 여인은 미혼에 자신의 일을 가지고 있고, 경제적인 어려움도 없고 간간히 만나는 애인도 있는 전혀 문제일게 없다. 그러던 그녀가 단골 카페에서 20대 청년을 만나게 되면서 한 사람에 대한 '욕망'에서 크게 나가 삶에 대한 '욕망'으로 발전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주인공 이외에도 20대 여인들을 배치시켜서 40대 여인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그야말로 '여인의 향기'를 전달하려고 한 점이 가장 큰 주안점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그녀의 변화 과정을 비교적 섬세하게 볼 수 있는 점에서 이시다 이라의 전매 특허격인 제법 섬세한 감각과 그를 표현하는 글재주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고 나서 든 생각은 어떤 씁쓸함이었다. 이전 책들에서 느껴지는 이시다 이라는 14살 소년들이나 20~30대 여인과 남자들에 대한 작은 소소한 이야기들었다. 작고 소소한 이야기 속에 번뜩이는 기막힌 문장을 써놓는게 그의 전매특허였다. 독자들은 그의 소재들이 뻔한 것이라고 느끼지만 읽으면서 상큼하다고 생각하고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는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다. 하지만 <잠들지 않는 진주>에서는 그런 작가의 전매특허가 부족하지 않았다 싶다. 물론 나쁜 소설은 아니고 이 정도면 읽어줄만 하다. 하지만 <4teen>이 소장을 해서 하늘에 구름 낀 날이나 혹은 지나치게 청명한 날 꺼내서 다시 읽어보고 싶은 욕망을 나에게 일으켰다. 그러나 <잠들지 않는 진주>는 끝까지 한번에 읽었지만 기억나는 구절도 없었고 40대 여인의 이야기였다는 점만 기억나는걸 보면 꽤나 이전에 읽었던 작품과는 다른 변화이지 싶다. 이시다 이라의 가장 최근 작품이 이 작품이라면 다음 작품에서는 좀 더 힘을 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난 일본 소설 특유의 감각적인 면이 제대로 살아난 그의 글이 더 좋으니 말이다. +이건 웃자고 하는 이야기지만, 모든 동화는 그들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이 난다. 결혼 생활을 어떻게 하는지는 동화에 들어가지 않는다. <잠들지 않는 진주>에 엔딩을 읽고 나서 이런 생각을 했다면 내가 너무 매마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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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다 이라, 그를 만난 건 <1파운드의 슬픔>이었다. 30대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며 나는 얼마나 안심했던가! 반짝반짝 빛이 나는 20대만이 사랑을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적이 있었던 내게 그가 보여준 30대의 사랑은 서른으로 가는 길목이 두렵지 않게 해주었다. 아직은 서른이 아닌 나지만, 비틀거리며 20대를 보내고 있는 나지만, 이시다 이라의 말대로 진정한 성인식은 서른살에 하기로 결심했다.
"30대는 드디어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세상이란 게 어떤 건지 슬슬 보이게 되는 나이죠. 그제서야 처음으로 뭔가를 시작할 수 있게 된 사람이 아마 많을 겁니다. 그래서 전 성인식은 역시 서른살에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1파운드의 슬픔, 작가의 말)
30대의 사랑을 그린 이시다 이라가 이번에는 40대 중반의 여성의 사랑을 이야기 한다. 이시다 이라를 좋아하는 이유를 말하라고 한다면 그가 나이가 들듯 그의 주인공들도 나이가 드는 것이다.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그렇기에 그 나이가 될 때에도, 그 나이가 되기 전에도 두려움이 몰려오기도 한다. 그 나이의 내가 뜨거운 사랑을 하며 살 수 있을까? 내 일을 사랑하며, 삶을 감사해 하며 살고는 있을까?란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그런 내게 이시다 이라는 행복한 미래를 꿈꾸게 해준다. 그것이 소설 속 이야기만이어도 좋다. 그 이야기 속에 들어가있는 내가 있기에! 그 속에서 나는 마음에 희망을 불어넣고 행복이란 포장지로 예쁘게 포장해서 현실로 가지고 나왔기에!
#검은색을 닮은 그녀-우치다 사요코
바다가 아름다운 쇼난이란 곳에 45세의 판화가 우치다 사요코가 혼자서 살고 있다. 검은색과 흰색 종이로만 작품을 완성하는 그녀의 별명은 '검은 사요코'. 한번의 결혼에 실패한 후로 줄곧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그녀는 검은색을 닮아있다. 얼핏보면 정지된 것 같은 그녀의 삶은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움직이고 있으며 표면적으로는 단조로울 것 같은 삶은 들여다보면 여러가지의 감정들로 소용돌이 치며 어느 나이보다 마음에 울림이 강하게 들린다.
45세 이전의 그녀의 삶은 책 속에서도 비중이 크지 않다. 그녀의 과거는 이미 45세의 그녀에게 들어있기 때문에. 이 점이 참 좋았다. 그녀의 과거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지금의 그녀의 모습이 과거의 젊은 그녀가 담겨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기에 그녀는 젊은 그녀와 나이든 그녀로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그녀'는 '그녀'인 것이다.
#진주같은 여자-우치다 사요코
<"그래. 세상에는 두 종류의 여자가 있지.
우치다 사요코를 잘 알며 그녀에게 엄마와 같은 존재인 마치에는 그녀가 진주 같은 여자라고 말한다. 진주는 다이아몬드와 달리 빛을 반사하며 내뿜는 것이 아니라 빛을 내면으로 끌어들여 소중하게 간진한다. 속에서 빛을 내고 있기에 그 빛을 알아 보는 남자는 드물다. 사요코는 가끔 몸을 섞는 화랑의 매니저 이외에는 남자가 주위에 없다. 일하느라 집에만 있는 그녀가 남자를 만날 기회가 없으니 그녀 속에 품어진 진주를 발견할 남자 역시 없다. 사랑이라 부를 남자들은 전에는 몇 번 있었지만 현재의 그녀에게는 사랑이라고 부를 남자가 없었다. 모토키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진주와 검은색은 모두 사요코를 잘 설명해준다. 둘의 공통점 역시 같다. 모든 것을 흡수한다는 것! 검은색은 모든 색을 흡수해서 만들어진 색이기에 단색으로 보이지만 다양한 색을 뿜어내고 진주 역시 빛을 안으로 흡수하기에 더 은은하고 매력적인 빛을 보여준다.
#시리도록 맑은 사랑을 하는 여자-우치다 사요코
45세의 우치다 사요코가 사랑하는 남자는 28살의 도모키이다. 영화감독을 하다가 한번의 실패를 맛본 후에 사요코가 자주 가는 카페에서 일하는 도모키는 사요코에게 오랜만의 두근거림과 기대를 안겨준다. 이미 객년기 증상인 핫플래시를 경험하는 나이인 사요코는 설레임이란 감정만으로 삶의 활력을 갖게 되지만 그 이상은 바라지 않는다. 도모키가 다가오기 전까지. 도모키가 내민 손을 잡는 사요코를 보며 읽는 동안 왜 한번도 말도 안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걸까!
미래를 약속하지 않는 사랑, 현재에 충실하며, 타인을 위한 사랑을 하는 그 둘은 경험하게 된다. 사랑이라는 것만큼 사람을 행복하게, 열심히 살게하는 것은 없다고. 아픔이 가득함을 예고한 사랑은 눈이 시리도록 높은 가을 하늘과 가을 바다를 닮았다. 아름답지만 눈이 아파서 제대로 볼 수 없는 가을 하늘과 바다를 닮은 그들의 사랑에 몇번이나 가슴 졸이고 숨을 가다듬었는지 모른다. 사요코의 마음이 내 마음 같아서, 그녀가 아파서 그들의 사랑에 박수만을 보내고 싶어서, 현실이란 시간을 그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게 해주고 싶었다.
#어느 나이여도 아름다울 여자-우치다 사요코
45세의 우치다 사요코를 보며 인간이란 나이에 걸맞는 모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시간들이 합쳐져 자신의 나이에 맞는 모습으로 보여지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나이, 내가 살아온 시간, 어느 한 순간도 소중하지 않은 시간이 없는 것이다.
한때는 빛이 나는 시기가 따로 있다고 생각했다. 20대의 사랑만이 빛나고 아름다울 거라는 생각을 했었고, 20대의 젊음만이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기일 거라고 믿었던 적도 있었다. 책을 통해, 주변을 돌아보며 알게 된다. 가장 아름다운 나이는 바로 지금의 나이라고. 가장 아름다운 나이의 사랑은 언제나 빛이 난다고. 사요코와 모토키의 사랑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마도 그들의 사랑은 가장 빛나는 나이, 현재까지 오기 위해 열심히 살아왔을 시간들이 쌓여진 곳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얼마나 멋진가! 지금의 내 나이가 가장 빛나는 시간이라는 것! 더 멋진 건 나이가 들면서 내 미래의 나이는 분명 전보다 더 빛이 날 것이라는 것!
가슴을 울리는 사랑이야기와 함께 내가 얻은 것은 스스로 나를 사랑해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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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다 이라의 신작 소설 ‘잠들지 않는 진주’를 읽었다. 17살 차이가 나는 연상연하 커플의 이야기를 45살의 미혼 판화가 사요코의 입장으로 그리고 있다. 작품은 크게 나쁘지 않았지만 ‘블루 타워’에 이어서 작가인 이시다 이라에게 다시 한 번 실망하게 만들었다. 작가 개인에게 맞는 타입의 이야기와 소재가 있을 것인데 이런 이야기는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 타워’에서 이미 다루어졌던 것이고 그녀가 훨씬 더 잘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작가의 기대치에 따른 것이지 이 작품이 특별히 나쁘다고는 할 수없는 그런 책이었다.
이 작품에는 몇 가지 반복되는 코드들이 등장하고 그것을 기초로 하는 다양한 이미지들을 독자에게 각인시키려 한다. 45살이라는 여자의 나이, 진주, 검은색 등이 그러한데 그런 이미지가 쉽게 그려지지 않고 조금 억지스럽게 다가온다. 특히 초반에 45살이란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지나치게 부각시켜서 반복하는데 내용의 몰입에 방해할 정도로 조금 심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의 진행과는 상관없이 그런 이미지를 주입한다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로 이야기를 다루는 작가의 능력이 못 미덥게 느껴졌다. 미리 생각해놓은 컨셉이 있는데 그것을 마음이 아닌 머리로 접근해서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느낌이었다. 이 소설이 다른 소설들보다 부족하게 느껴진 것은 그런 것들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에 반해 이야기는 상당히 진부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17살이란 나이 차의 커플은 흔하지 않지만 이루어질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사랑이 어느 날 자신에게 찾아오는 연애 소설의 내용 전개는 너무 뻔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것은 그런 전개가 주는 흥미로움이 여전히 통한다는 뜻이 아닐까. 아무리 읽어도 읽을 때마다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이야기를 작가는 사요코라는 원숙한 나이의 인물을 통해 그려내고 있다.
이 소설의 매력은 사요코와 모토키의 연애보단 사요코 그녀 자신에게서 드러난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사요코가 인정받는 판화가로서 일하는 모습이었고, 또 하나는 모토키가 찍은 사요코의 다큐멘터리 비디오였다. 어쩌면 이 책은 그들의 연애보다는 사요코란 여성이 가지는 매력과 그녀의 나이가 보여주는 원숙함을 중점으로 홍보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정도로 ‘검은 사요코’란 캐릭터는 많은 나이에도 한 명의 인물로서 매력적이었고 모토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하다고 느껴졌다. 특히 검은 스웨터를 입고 아이디어 구상과 크로키부터 시작해서 직접 프레스로 찍어내기까지 하는 판화 작업은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일이란 것이 그녀에게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단지 돈을 위한 수단이 아닌 삶의 일부분으로써 그녀가 힘들 때 일에 의지하여 이겨낼 정도로 가까이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일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글을 통해 영상을 다루는 것은 참 매력적이다. 단어의 조합을 통해 존재하지 않는 영상의 매력을 설명하는 것은 어쩌면 그 영상 자체보다 더 매력적일 수 있다. 모토키가 만들어내는 영상이 그랬다. 결국 다큐멘터리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을 받는다는 설정은 너무 억지스러워서 안 받느니 못했지만 다시 그녀가 사랑을 추억하는 매개물로서 남아있는 비디오테잎의 존재감은 훌륭했다. 실제 비디오의 내용처럼 인터뷰 내용들과 바닷가에서 흘리는 사요코의 눈물은 이 소설에서도 가장 절정으로 내비치는 부분이었다. 흔들리는 화면으로 들어오는 해변가 가득한 햇살과 사요코의 미소를 직접 감상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진부하고 뻔한 내용의 연애 소설일 수 있지만 어쩌면 그보다 다른 것에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사요코의 감정 상태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내용의 전개도 매끄러웠고 다쿠지와 아유미 같은 인물들도 꾸준히 등장해서 사요코와 모토키의 관계에 내용이 치우치는 것을 막아주고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게 해주었다. 하지만 정작 사요코에게서 진주 같은 여자라는 느낌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 없는 것은 이 책의 제목을 무색하게 만드는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사랑 이야기를 다루는 작가의 솜씨는 부족함을 보이지만 그 내용은 빠져들기에 충분한 연애 소설 ‘잠들지 않는 진주’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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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다 이라. 명성은 익히 들어왔지만 실상 그의 책을 접하는것은 처음이었다.
광고 제작 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다는 이력때문일까? 그가 사람의 심리를 읽어내고 묘사해내는 능력은 가히 탁월하다고 이야기할만 한 것같다. 중견 판화가 사요코와 다큐멘터리 작가 모토키의 사랑이야기. 하지만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17년이라는 무시못할 나이차이. 연상 연하가 유행이잖아 하며 웃어 넘길수 있는 나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접해보지 못한 삶이기에 이 책속에 더욱 흥미롭게 빠져들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어찌보면 뻔한 이야기랄까. 그런 뻔한 소재임에도 그것을 다루는 작가는 남성이면서도 철저한 여성의 심리묘사로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간다. 현실에서 그것도 과연 우리나라였다면 가능한 이야기일까 생각하게 만드는. 하지만 너무나도 현실적인 스토리 구성에 몰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전에 오쿠다 히데오의 "걸" 이라는 책을 읽으며 혹시 이 작가 여자가 아니야?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도 역시 그만의 놀라운 여성심리 묘사. 여성을 꿰둟고 있는듯한 느낌에 당혹감을 느끼기도 했다.
나는 이별에 대한 두려움이 강한 편인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이별에 대해 그리고 시작하는 사랑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하지만 이 책에선 이별에 대한 생각보다 지금 자신에게 찾아온 사랑에 충실한 모습을 본다. 그리고 그 사랑이 간절하고도 진짜인 사랑이기에 그 모습에 눈물을 머금게 되는것 같다. 책은 또 다른 인생 경험이라고 하던가. 아마도 내가 평생 겪어 볼 수 없는 경험을 책을 통해 한것이 아닌가 싶다. 17년이라는 숫자에 불과할지모르는 나이. 그리고 비단 그 17년이라는 수치뿐만 아닌 사랑의 걸림돌. 어쩌면 진부할지 모르는 소재였지만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한 나로써는 그의 탁월한 심리묘사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전 어렸을적 이었다면 이런 사랑을 연애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것 같다. 나도 성장한걸까 아니면 성숙한걸까 아무튼 이러한 사랑이야기를 한편의 아름다운 연애소설로 재미있게 읽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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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로맨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글쎄 내 삶에서 일어나는 로맨스라면 모를까 사랑을 말하는 소설, 수기, 영화, TV드라마에는 먼저 손을 뻗는 일이 좀처럼 없다. 아무튼 나는 이 로맨스라는 것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 석연치 못한 구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시다 이라'는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나본 일본 작가다. 이 책을 선택하며 처음이라고 말하는 나에게 혹자는 '처음이시면 조금 선정적인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고 살포시 경고의 메세지를 띄워주었다. 선정적이라 한들 구태여 피해야 할 나이는 아니지만. 비슷한 이야기를 하자면 '노르웨이의 숲' 이라는 원제를 가진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읽고 깊은 상실감에 빠진 기억이 있다. 그 당시 나는 순진무구한(?) 십대소녀였으니 그런 성인들만의 살벌한 영역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어딜가도 그 작품은 호평을 받는 듯 했다. 그런 거대한 하루키 무리들 앞에서 나는 어찌할 줄 몰랐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디가 그리 칭찬해 줄 만하다는 겁니까? 저는 그저 성욕에 호소하는 더러운 삼류소설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라는 말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어린 나는 그들에게 식견없는 자로 보이는게 두려워 입을 닫았더랬었다. 한간에는 평론가 유종호씨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는 음담패설집에 불과하다고 일축하며 시원하게 혹평을 한 바 있다. 그 기사를 읽는 내내 반가운 마음이 그리 들 수가 없었다. 아무튼 하루키와 나의 이런 첫 만남부터가 삐걱였던 탓에 나는 그 이후로도 아직까지 하루키를 반기지 않는다. 어쩌면 내 마음 한 켠에서 여전히 푸대접을 받고 있는 그를 대할 자신이 없는 것일지도. 아무튼 그 선정적이라는 것이 부디 외설의 다른 이름이 아니기를 바랬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이 책을 받기 전 나는 이 책의 작가가 여자이리라 짐작했다. 책의 표제가 주는 느낌 그리고 심지어는 그의 이름에서도. 책을 받아들고서야 그가 남자인 줄 알았지만. 그리고 책는 동안도 여자라고 생각되기까지 했다. '섬세한 손끝으로 새긴 러브 어페어' 라는 카피처럼 그의 글에서는 섬세한 표현과 푸른빛이 도는 문장들에서는 예술가적 감성이 느껴졌다. 물론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이 판화가, 아마추어 영화감독이라는 것이 이런 묘연한 분위기를 자아낸 것일지도.
물론 '선정적일 것' 이라는 경고는 적절했다. 이 경고는 나를 무장하는데 큰 효력을 발휘했을까? 역시 선정적이다는 말로 표현됨직한 장면들 앞에서도 의외로 초연한 자세가 될 수 있었다. 나는 선정적이다고 해서 무조건 지탄하는 편은 아니다. 작가가 이야기를 끌어감에 있어 인물을 표현함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묘사라면 적극 수용할 수 있다. 그런데 아류작이라 불리울 수 밖에 없는 것들은 이것에 치중한 나머지 스토리는 온데 간데없고 만나기만 하면 몸을 섞고 침대가 들썩이는 난리 요동을 부린다는 것이다. 그리고서는 잠시 쉬어가는 이야기를 넣는다. 이 쯤되면 친절하게도 독자가 분출해 버린 욕망의 찌꺼기들을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배려해 준다. 그러나 분명 <잠들지 않는 진주>에서의 적나라한 표현들은 전자쪽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왜 그런 것인지는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아니, 지금 내가 더 하고픈 이야기들을 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역시 다소 격한 그들의 육체적 사랑에서는 역시 일본다운 냄새가 물씬 났다. 어쩌면 많은 문화컨텐츠들이 일본을 오해하게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사춘기 시절 가장 많이 본다는 영상, 일본판 야동에 길들어져서 일까. 여하튼 기발하고 창의적인 일본인들은 침대위에서도 참으로 난해한 기발한 행위들을 즐기는 것은 사실인 듯 하다.
사요코에게 많은 공감이 갔다. 나도 여자여서 일까? 늙어버린 여자이지만 여전히 여자인 그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열 입곱살 차이의 연하 남자와의 로맨스라면 누구나에게 '주책스런 할망구' 정도로 비춰질 것이다. 사실 이런 시각이 일반적일 터이지만 그녀를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녀안에 '사랑' 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큰 착각을 한다. 마치 어머니와 아버지는 누군가를 사랑할 나이는 지났고 할아버지, 할머니는 누군가를 사랑할 힘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이 땅에 생존하는 모든 생명체들은 목숨을 부지하는 동안에는 무엇이든 사랑할 수 있는게 아닐까? 오히려 '사랑은 더 이상 그들에게 없어' 라고 치부함으로 그들안에 분명이 존재하고 있는 그 사랑을 못 본채 하려는 건 아닐까? 그러면서 그들의 사랑을 이미 늙어버린 자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장신구쯤으로 여기고 싶은 것이 아닐까?
나는 이야기를 다 읽고 책 제목에 감탄했다. '잠들지 않는 진주'는 바로 쉬지 않는 사랑이다. 젊은 모토키와 노아에게는 어울리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늙어가는 여자 사요코와 다쿠지에게도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랑이 광기어린 집착이 되어버리는 아유미 중에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아, 다쿠지가 과연 진정한 사랑을 아는 사람이었던가 하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으나 분명 그가 가진 모든 것들(여자들이지 뭐.)에게 스스로 버려지고 나서는 사요코에 대한 진정한 안위와 사랑을 느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사랑은 절대 잠들지 않는 것이다. 우리 내면에 무한히 꿈틀대고 있는 그 감정을 단지 우리는 '이제는 그럴 때가 지났지' 라고 억누르고 있을 뿐이다. 생명으로 존재하는 한 하나의 육신으로 이 땅에 존재하는 한 우리 가슴안의 사랑은 여전히 깨어있다. 오색빛깔을 밖으로 뿜어내는 다이아몬드와는 달리 은은한 광채가 안으로 맴도는 고즈넉한 빛깔의 진주처럼. 휘황찬란하지는 않지만 무시할 수 없는(또 무시해서는 안되는) 광채의 그 무언가가 우리 가슴안에 존재하고 있다. 한 시도 잠들지 않는 진주의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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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잔잔한 배경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지며 깊은 여운이 남는 사랑이야기에 정신없이 푹 빠져들었다. 독자로 하여금 저도 모르게 몰입하게 만드는 흡입력을 가진 이시다 이라에게도 빠져든듯 싶다. 이렇게 그의 다른 모든 작품들이 읽어보고 싶어지니 말이다.
17살 나이차이를 극복한 사요코와 모토키 이 책을 접하기 전엔 그런 사랑이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얼마지 않아 정말 그런 사랑이 가능하겠구나, 그들이 부럽다 아니 사요코가 부럽다하는 감정까지 들었다. 마치 내가 17살 어린 모토키를 사랑하는 사요코가 된듯한 착각에 빠져 새로운 사랑에 대한 망설임, 사랑하기 때문에 놓아주어야하는 가슴 아림,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며 느끼는 행복감을 함께 느끼는 시간이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은 지금도 그녀가 느끼는 가슴 아림이 좀처럼 가시질 않는다. 사요코와 같은 사랑의 감정을 느껴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N과 S극이 저절로 끌리듯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의 내면을 이해하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랑을 하고 싶다.
"너는 아주 좋은 진주 같은 여자야. 화려하게 빛을 내뿜는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빛을 내면으로 끌어들어 소중하게 간직하는 진주 같은 여자란 말이지." 사요코는 진주 같은 여자다 화려하진 않지만 깊은 아름다움을 간직한... 마흔 다섯이 되어도 내면의 아름다움이 뭍어나 아름다운 사요코. 다이아몬드 같은 여자가 되기 보단 사요코 같은 진주 같은 여자가 될 수 있길 소망해본다.
"우리한테 미래는 없어." "하지만 현재가 있습니다."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현재의 사랑에 충실할 수 있는 그들의 용기가 부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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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다 이라,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한국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이지만 내가 그를 만난 건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에 이어 두 번째이다. 사실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는 속도감 있게 잘 읽혀지기는 했지만, 추리소설이라는 타이틀에는 어울리지 않는 책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반면에 『잠들지 않는 진주』는 연애소설이다. 45세의 동판화 작가 사요코와 29세의 영화감독 모토키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사요코가 처음으로 남자를 알게 된 17세 되던 해에 모토키가 태어났지만, 그들 사이에서는 장애가 될 수 없었다. 사랑은 17세의 소녀에게든, 점점 여자의 기능을 잃어가는 갱년기 여성에게든 반짝 반짝 빛나게 만들어 준다. ‘검은색’은 빛을 잃은 색이다. 사랑을 시작하기 전 그녀는 빛을 잃은 ‘검은’ 사요코였지만, 사랑 덕분에 그녀는 빛을 얻어간다. 이 책은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만큼 속도감 있게 읽혀지지는 않는다. 대신 감정 표현이 보다 섬세해져서 마음 속으로 되새기며 떠올려보게 된다. 만약 책 표지에 작가의 얼굴이 없었다면, 아마도 에쿠니 가오리와 같은 성별의 작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만큼. 책을 읽는 동안 한권의 책이 자꾸 오버랩되어 떠올랐다. 유부녀인 연상녀와 청년의 사랑을 다룬 『도쿄타워』. 그 정도로 이시다 이라의 표현력이 좋았다는 것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연상녀와의 사랑이 이미 식상한 소재가 되어버렸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직 보석에는 관심이 없어서 그것이 지니고 있는 속성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보통 다이아몬드는 갓 결혼하는 신부에게, 진주는 중년 여성에게 어울리는 보석이라고 알고 있다. 사요코는 진주가 어울리는 진주 같은 여자이다. 만약에 작가가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사요코의 나이와 갱년기 증상을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멋지게 살고 있는 젊은 여성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쩌면 사요코는 이시다 이라가 젊은 시절 꿈꾸던 연상의 여인에 대한 이상형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여자가 있지. 다이아몬드 같은 여자와 진주 같은 여자. 밖으로 광채를 뿜어내는 타입의 여자와 광채를 안으로 품는 타입의 여자. 행복을 손에 쥐는 것은 누구한테나 금방 눈에 띄는 화려한 다이아몬드 같은 여자지. 좋은 진주를 알아보는 안목이 있는 남자는 매우 드물거든.” “다이아몬드 같은 여자는 간단히 행복을 손에 넣지만, 진주 같은 여자는 여간해선 힘들어.” “인생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지. 나처럼 다이아몬드와 진주가 다 어울리는 여자도 쉽게 행복을 손에 쥐지 못하잖아?” “잘 들어, 사요코. 넌 아직 젊어. 내 나이가 되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야. 너의 오늘을 소중히 여기란 말이야. 오늘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아. 또 내일보다 하루 젊은 날이잖아.” (p. 57~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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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두 종류의 여자가 있지. 다이아몬드 같은 여자와 진주 같은 여자. 밖으로 광채를 뿜어내는 타입의 여자와 광채를 안으로 품는 타입의 여자. 행복을 손에 쥐는 것은 누구한테나 금방 눈에 띄는 화려한 다이아몬드 같은 여자지. 좋은 진주를 알아보는 안목이 있는 남자는 매우 드물거든. -P58-
"잘 들어. 사요코. 넌 아직 젊어 . 내 나이가 되면 반드시 후회하게 될거야. 너의 오늘을 소중히 여기란 말이야. 오늘은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아. 또 내일보다 하루 젊은 날이잖아. 연애는 이걸로 하는 게 아니라...." 나카하라 마치에는 뺨에 대었던 손을 핑크색 트레이닝복의 가슴께로 가져갔다. "이걸로 하는 거야" -P59-
45살, 블랙의 여자 사요코 그녀의 확실히 진주같은 여자이다. 겉으로 다이아몬드임을 자부하고 있는지 몰라도 진실한 진주같은 여자이다.
프로판화가이자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멋진 몸매에 아티스트라는 매력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는 그녀. 하지만 늘 그늘졌던 그녀의 작품에서 밝음이 느껴진다.
"다쿠지. 당신은 머리가 좋은 사람이니까 당신 말이 다 맞는거야. 그 남자는 호기심에서 재미로 나한테 관심을 보이는 걸지도 몰라. 혹시 사귀게 되더라도 오래가지 못할 테고, 그렇지만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그 사람이 나를 제일 잘 이해해주기 때문이라거나 가장 적당하기 때문이 아니야. 잘 모르겠지만 함께 삶을 나구고 싶다. 그 사람의 일부가 되고 싶다. 그런 마음 때문이 아니겠어? 당신과 그 사람이 얘기하는 것을 보고 확실히 깨달았어. 내가 지금 삶을 나누고 싶은 사람은 그 사람이라는 것을." -P130-
바로, 28살의 순백색의 모토키.
"이번에 당신을 만나고서야 비로소 깨달았어요. 이런 상처와 불안은 확실하게 정면으로 결하지 않으면 결코 낫지 않는다는 것을. 그냥 마주 하는 것뿐만 아니라 누군가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이런 말 하면 바보라고 할지 모르지만 사랑의 힘은 정말 대단한 거예요. 자기가 아닌 타인을 생각하고 걱정하는 동안, 자신의 상처와 약점이 자연히 사라져버리니까요." -P256-
영화감독을 꿈꾸다 친구의 잘못으로 은둔생활을 하는 그 모토키. 블랙의 사요코에게서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리고 두 사람. 머리로 생각하고 결론을 내리지 말고 답은 몸에게 맡겨버리자. 살다보면 앞으로 상처받을 일도 생기겠지. 자기 자신을 학대하며 저주하고 싶은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분명 이 청년이 미워질 때도 있으리라.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자. 오늘은 내일보다 하루만큼 젊지 않은가? -P326-
모토키의 미래를 위해 밖으로 밀어냈던 사요코는 결국 그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사랑 그 주제는 남여관계에서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영원불변의 딜레마이자 축복이자 행복이다. 사랑으로 힘들어하기도 하고 행복해지기도 하지만 절대 모른체 할 수 없는 것이다. 나의 모토 또한 일어날지도 안 일어날지도 모르는 내일의 걱정보다는 지금 현재를 만끽하고 즐기자는 것이다. 안하고 후회하는 것 보다는 일단 해보고 후회하자는 주의이다.
사요코는 힘겹게 모토키를 받아들인다. 물론 그녀 또한 저 안에서 그를 간절히 원하고 있지만 그에게 아무것도 해줄수 없음을 알기에. 하지만 사랑은 무엇인가 해주기 보다 그저 옆에만 있어도 행복한 그것이지 싶다. 나 또한 요즘 사랑이라는 것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같이 있기만 해도 웃음이 나고 순간 가슴이 설레기도 하고. 이쁜 것만 보면 사주고 싶고 입혀보고 싶고.
난 사실 이 책이 해피엔딩으로 끝이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읽는 내내 가슴 졸이며 읽었다. 어쩜 지금 내 사랑이 해피엔딩이기를 바라는 나의 마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허나 야한 부분은 심히 내 얼굴을 붉게 만들었고 도서관에서 읽던 나는 내내 누가 보기라도 할까봐 노심초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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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연애소설을 읽었다. 책꽃이에 꽂혀있는 책더미들을 둘러봐도 보이지 않는 유일한 장르. 바로 로맨스 소설이다. 언제였을까.. 이십년쯤 전, 사춘기 소녀시절에 수없이 읽었던 할리퀸로맨스에 시들해져서 일까.. 언젠가부터 내게 로맨스는 책이든, 영화이든..가슴 먼곳으로 버려져 있었다. 성인이 되어가며 '사랑의 설레임'을 믿지 않게 된 것이 그 이유중 하나일지도.
처음으로 접하는 작가 이시다 이로.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라는 추리소설로 이름만 알고 있는 작가이다. 한쪽의 장르만 일관성있게 파대는 우리나라 작가들과는 달리 일본의 작가들은 장르를 넘나들며 매력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편지', '비밀'등의 잔잔한 이야기와 함께 '용의자 x의 헌신'등의 매혹적인 추리소설을 펼쳐내는 히가시노 게이고도 그랬고, 이사카 코타로도, 미야베 미유키도,,, 장르를 불문하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일본작가들을 떠올리며 여전히 손이 가지 않는 우리나라 문학을 생각하며 작은 한숨을 쉬어본다.
책은 45세의 동판화 예술가인 사요코와, 스물아홉의 청년인 영화감독 모토키와의 미래가 떠오르지 않는 사랑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답이 보이지 않는 사랑, 하지만 한번쯤은 상상처럼 떠올려 보고픈 사랑. 젊은 청춘남녀의 풋사랑이 아닌, '알것 다 아는' 그런 나이임에도 마치 첫사랑을 겪는듯한 설레임을 안겨준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여자가 있지. 다이아몬드 같은 여자와 진주 같은 여자. 밖으로 광채를 뿜어내는 타입의 여자와 광채를 안으로 품는 타입의 여자. 행복을 손에 쥐는 것은 누구한테나 금방 눈에 띄는 화려한 다이아몬드 같은 여자지. 좋은 진주를 알아보는 안목이 있는 남자는 매우 드물거든. " -58쪽. 그녀를 아주 잘 나타내는 단어가 아닌가 싶다. 진주 같은 여자. 책속에서의 사요코는 화려한 아름다움은 없지만 내내 그 깊고도 잔잔한 광채가 은은하게 주변과 어우러져서 함께 아름다움을 표현해내는 가공되지 않은 진주같았다. 검은색 하나로 모든것을 담아내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검은사요코'. 마흔다섯 나이의 그녀에게 다가와 얼음처럼 굳게 닫혀져 있는 마음의 문을 하나씩 녹여내며 다가서는 29세의 청년 모토키. 그로 인해 '하얀사요코'가 되어가는 그녀의 미소가 내게도 전해져 온다.
"바닷물의 흐름에 실려 오랜 세월 헤매고 다니다 온 조각들에게 왠지 모를 무한한 애정이 느껴져. 상처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닳고 닳았고, 원래 무슨 색이었는지 알아볼 수도 없게 바랬으면서도 기본적인 모습은 간직하고 있는 걸 보면 아, 이 녀석들, 죽기 살기로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 -314쪽. 사람들의 인생이 저러하지 않을까. 괴로운 삶의 순간순간들을 이겨내고 넘어가며 도착한곳은 어떠할까. 45세의 눈으로 바라본 인생의 정의를 들려주는듯 하다. 십여년후, 내가 바라보는 사물들도 내게 그런 인생의 이야기를 들려줄까.
"우리한테 미래는 없어." ... ... "하지만 현재가 있습니다."
열일곱이라는 숫자. 사랑에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말들을 하지만 현실은 이 책에서도 말하듯 힘든일이다. 갱년기를 맞은 여자와 29세의 청년의 사랑을 그린 이 책은, 잊고 있던 로맨스소설 특유의 설레임을 안겨주었다. 작가가 남자라는 것조차 잊어버릴만치 섬세한 표현과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는듯한 여자의 마음을 그린 이야기. 책을 덮으며 눈물이 한방울 흘러내린다. 오랫만의 사랑이야기가 마음을 흔들어버렸는지.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나 같은 중년 세대에게는 공감 가는 이야기일거야. 괴로운 순간들을 인내하며 살아남아서 때로는 풍랑에 휩쓸리고 바닷물도 수없이 마셔가며 드디어 여기까지 온 거야. 잘 봐. 그래도 이 녀석은 제 모습을 간직하고 있잖아? 아니 옛날보다 더욱 아름답고 강해져 있어. 나는 이런 표착물들을 보고 있으면 항상 그런 생각이 들어. 이건 물건이 아니다. 여기 있는 것은 흐르고 흘러서 드디어 도달한 빛이다. 하는." -315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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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 있어서 여류화가라는 직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엇일까....?
본인이 이런 화두를 던지는 것은 너무나 우연의 일치라고 치부할 수 없는 독서의 경험때문이다.
우리나라 문학사상 최초로 사실적인 동성애를 다룬 서영은의 '그녀의 여자'
얼마전 새로운 필법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박범신의 '주름' 등에서의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파격적인 감정을 지닌 여류화가였는데 이 책에서 또한 그러한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예술적 감정을 승화시키기 위하여는 작가만의 독자적인 영역이 있어야 하고 그 영역은 일반인들에게 굳이 이해시킬 필요가 없는 고유의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그들의 사랑도 일반 상식적인 선상에서 이해되어져서는 아니될 것이다.
화려하면서 눈부신 빛깔을 발하는 다이아몬드같은 사랑이 아닌....
은은하면서도 내면적인 색을 비치는 진주와 같은 사랑을 하는 판화전업화가인 사요코!
하지만 그녀는 열일곱살 연하의 남자를 사랑하면서 멈추지 않는 세월의 무서움을 극복하고 찰나적이지만 자신만의 만족과 세계를 가지려 한다.그 세계는 한편으로는 극히 이기적일 수 있지만 그녀는 대등하면서도 보완적인 것으로 간주하면서 사랑하는 순간만큼은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내 보인다.
일반적인 사랑이 아니기에 그녀의 사랑은 본질적으로 더 아프고 슬픔을 동반한다.
하지만 그 속성은 어쩌면 우리 인간이 원초적으로 지녔던 순수한 사랑의 모습일지도..!
이러한 사랑의 모습은 비단 소설에서만 단지 허구로 보이는 것일까...?
진정한 사랑은 가식적인 모습과 굴레를 과감히 벗어던질 때 비로서 우리에게 진실된 모습으로 다가온 다는 것을 저자는 말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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