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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ke and I와는 달리 이 책에선(극성스러운 바이올렛의 모습은 여전하지만^^)the Bridgertons의 비중이 조금 줄었더군요. 물론 작가가 대프니와 그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어떻게 보면 어리숙하게 보여지는 사이몬을 잠시 등장시킴으로써, 전작에 대해 여운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을 배려했지만, 그 귀여운 꼬마들이 보이질 않아 섭섭하더군요. 하지만 레이디 휘슬다운의 입심만큼은 변하질 않았으니 염려 놓으시길..
사이몬이 동생과의 결혼을 거부하자 즉각 결투를 신청했던 브리저튼家의 맏이 앤소니를 기억하시죠? 바로 그가 이 책의 주인공인데 가족들조차 모르는 혼자만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답니다. 성장하는 동안 우상화하다시피했던 아버지가 38살의 젊은 나이에 벌에 쏘여 사망하자, 자신도 똑같은 나이가 되면 죽을 것이라고 못을 박아 버린거죠. 너무나 완벽했던 아버지보다 오래 살 순 없을 것이라 되뇌이면서요. 그로 인해 10년 가까이 방탕아로 생활하지만, 결국에는 집안의 수장으로서 대를 이를 의무 때문에 결혼을 결심합니다. 어차피 곧 떠날 몸이기에 어느정도 매력적이고 영리하지만, 결코 자신이 사랑에 빠질 위험이 없는 여성을 신부감 대상으로 정해놓은 상태에서요. 그런 이유에서 선택된 신부감은 사교계의 꽃으로 부상하고 있던 에드위나 쉐필드. 그녀에게 구애를 시작하려던 앤소니는 당장 언니가 승인하지 않는 남자와는 결혼하지 않겠다는 에드위나의 선언에 대해 알게 되지만,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 그녀의 언니를 사로잡는 것은 쉬울 것이라고 장담하기까지하죠.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케이트는 이미 브리저튼 자작을 어찌할 수 없는 방탕아로 규정하고 동생과 맺어져서는 안될 첫 번째 인물로 낙인을 찍은 상태였으니, 둘의 만남이 좋은 결실을 낳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질 않는답니다. 만날때마다 서로에 대한 감정을 유감없이 내보이며 앙숙같이 다투죠.
하지만 로맨스의 특성상 싸우는 과정에서 둘은 상대에 대해 미묘한 감정의 싹을 틔우기 시작합니다. 생각했던 만큼 구제불능의 타락한 인간이 아닌, 상대를 배려하고 예의를 다하는 신사로, 철학을 혐오하고 무엇보다도 가족을 최우선시하는 등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다 동생의 화려함과는 다른 숨겨진 매력의 소유자로 서로를 재평가하기에 이르거든요.
그러던 와중 켄트에 자리잡은 브리저튼家의 저택 오브리홀에서 사고(?)가 일어나죠. 벌에 쏘인 케이트를 구하겠다는 일념에서 사방이 노출된 곳임에도 앤소니가 그녀의 옷을 풀어헤치고는 독을 제거하겠다고 가슴 위쪽에 입을 갖다 대는 장면을 사교계의 유명한 gossiper인 페더링턴 부인을 비롯한 바이올렛, 케이트의 계모 등 3인이 목격한 겁니다. 이유가 무엇이든간에 사교계에서 결혼전의 남녀사이에는 있을 수 없는 모습을 들켰기에 둘은 결혼을 발표하게 되는데...
앤소니는 퀸의 남주가 모두 그러하듯 카리스마의 소유자는 아닙니다. 상대를 지나치게 압도 내지 억압하거나 방탕아라고는 하지만 정작 그런 면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은 거의 없거든요. 잘생긴 외모는 차치하더라도 그냥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함을 가지고 있기에 오히려 더 정이 가는 캐릭터죠. 게다가 겉으로보기엔 아무런 걱정없는 전형적인 상류층남자인 것 같지만 그는 자신의 mortality를 하나의 숙명으로 여기로 살아왔다는 점 때문에 연민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벌에 쏘여 생을 마감한 아버지나 그냥 갑작스럽게 사망한 삼촌을 연관지어서 자신도 젊은 나이에 분명히 죽을 것이라고 단정짓는 모습을 이해할 순 없었지만요. 그는 언제든 맘만 먹으면 다정다감해질 수 있는 남자에요. 톡톡 튀는 케이트를 어찌하지못해 안달하던 그가 천둥을 무서워해서 책상 다리 밑에 잔뜩 웅크린채 떠는 그녀를 달래주기 위해 같이 기어 들어가 한참을 괜찮을거라고 안심시키는 장면은 기억에 특히 남아요.(케이트가 이토록 천둥이나 번개에 심한 공포감을 느끼는 이유는 결혼 후 밝혀진답니다)
케이트 역시 겉으로는 현실적이고 독립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비춰지지만 내면 깊숙이는 동생의 매력과 비교해볼 때 스스로가 열등하다고 느낀답니다. 당시의 기준에 비추어볼 때 우아하지도 않은데다 외모 또한 화려하지 않다는 사실때문에요. 그런 이유로 아름답다는 남편의 말에 자신을 보면서 혹시 에드위나를 떠올리는 건 아니냐고 반문하기까지 한답니다. 하나의 잣대에 비추어 등급이 매겨지는 여성들을 보자니 당시 그들이 인격체가 아닌 물건처럼 취급되었던 것 같아 좀 그렇더군요.
여하튼간에 화려한 조연들 덕에 주인공들이 다소 빛이 바래긴 했지만 앤소니와 케이트의 심리를 자세히 표현하고 있기에, 위트로 일관하던 기존필체와는 또다른 퀸의 구성능력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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