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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Marry a Marquis>을 읽은 분이라면 퀸이라는 이름이 낯설지는 않을텐데요. 그녀의 놀라운 유머감각은 이 작품에서 더욱 빛을 발하더군요.
30세가 되는 생일 이전에 결혼을 해야만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 남주 빌링턴 백작 찰스 와이컴은 계모가 될 여자의 갖은 속박으로 곤경에 빠진 여주 엘리노어 린든과 계약결혼을 하게 됩니다. 로맨스소설 속에 자주 등장하는, 상대의 약점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강요된 계약이 아닌, 말 그대로 상호의 이익을 위해 치뤄진 결혼이었죠. 그런 만남이다보니 자연히 둘 사이엔 약간의 충돌이 일어나는데, 대개 엘리가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저지르는 일을 찰스가 수습하는 것으로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그럼 엘리가 돌아다니는 사고뭉치일까요? 전혀 아니에요. 몰래 남주를 연모하던 그의 사촌 클레어의 약간 도를 넘은 장난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했던 건데, 나중에 진상을 알게 된 찰스의 반응은 놀랍더군요. 그야말로 사랑에 빠진 남자의 모습이었던든요. 물론 클레어의 장난으로 여주가 화상을 입은 상태여서 남주의 반응이 더 격했겠지만요.
게다가 분위기가 무르익은 찰나에 갖가지 사고가 일어납니다. 클레어의 동생인 주디스가 푸딩을 가정교사가 가로챘다며 울며 그들의 방을 두드리거나, 독약이 든 커스타드를 먹은 엘리가 쓰러지는 등의 사건으로 열정적인 순간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죠.
전반적으로 재치가 넘치는 대사와 유머가 뛰어난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언어유희가 두드러집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집안을 이끌어나갈 만한 능력을 갖춘 엘리나 기타 여러 조연급 인물도 인상적이었지만, 찰스야말로 이 작품의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였던 것 같습니다. 그는 전형적인 당시의 womanizer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그런 면이 부각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너무나 귀여웠습니다. 모든 일에 리스트를 만들만큼 논리정연하게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억지투성이거든요. 그렇지만, 평범하기 그지 없는 빨간 자신의 머리색깔에 실망하는 엘리에게 당신의 머리에는 특별한 뭔가가 있다는 말을 계속 하다가 태양보다 더 밝은(brighter than the sun: 바로 이 책의 제목이죠^^) 색이라고 결론짓는 장면에선 그가 상당히 로맨틱하게 보이더군요. 아참, 찰스의 머리색깔도 reddish-brown이었는데, 보통 흔히 보이는 검은 머리의 어두운 남주보단 평범해서 더욱 친근감이 가더군요.
암튼 가끔씩 보이는 어설픈 구성이 약간의 티로 보이긴 했지만, 멍청하기 그지없는 악당역의 세실마저 귀여운 구석이 느껴지는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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