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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도 감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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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사>에서 펴낸 <사람, 사람을 만나다>는 코리아 헬스로그의 도서이벤트를 통해서 받게 된 책입니다. ‘의사가 만난 환자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신문 <청년의사>의 신년호에 발표되는 한미수필문학상 제3, 4, 5회에서 수상한 서른여덟개의 글을 <의사, 이렇게 일한다>, <환자에게 배운다>, <의사, 사람, 그리고 사회>로 나누어 엮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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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사>에서 펴낸 <사람, 사람을 만나다>는 코리아 헬스로그의 도서이벤트를 통해서 받게 된 책입니다. ‘의사가 만난 환자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신문 <청년의사>의 신년호에 발표되는 한미수필문학상 제3, 4, 5회에서 수상한 서른여덟개의 글을 <의사, 이렇게 일한다>, <환자에게 배운다>, <의사, 사람, 그리고 사회>로 나누어 엮은 책입니다.

 

의사는 의료를 매개로 하여 환자를 만나기 마련입니다. 물론 의사들 가운데 눈초처럼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과대학에서 의과대학생을 교육하고, 연구하는 기초의학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턴과정을 통하여 환자를 만나는 기회는 있습니다.

 

저 역시 인턴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일들로 책을 써도 몇 권은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방에서 근무할 적에 부검의로서 일하면서 겪은 사건마다 한편의 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글쓰는 재주가 별로라서 인지 써놓은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아 처박아 둔 것도 여러 편입니다.

 

책을 읽어가면서 글쓴이가 만난 상황과 사람들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역시 비슷한 경험을 가졌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책의 모두를 차지한 글은 환자 이야기가 아니라 사망한 가족을 직접 부검한 병리의사의 이야기를 참관한 신경과 전공의가 기록한 것입니다. 외과의사들 가운데 가족을 수술하는 것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혹시 결정을 잘 못하여 가족의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글에서는 나오는 병리의사는 세상에 나오자마자 죽음을 맞은 자신의 조카를 직접 부검하고 있습니다. 나는 내 가족을 부검할 수 있을까 다시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많이 바뀌기는 했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유족이 부검에 동의하는 경우가 매우 드뭅니다. 유교적 전통에 따라 죽음에 다시 칼을 대는 것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서양의학이 동양의학을 앞질러 나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 르네상스시대를 맞아 금지되었던 부검이 허용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사망원인을 규명하기 위하여 부검을 하고, 부검의 결과를 임상소견와 견주어 질병을 분류하고 치료방법을 찾아내는 의학의 체계가 완성되었기 때문입니다. 20세기 초반에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병원에서 사망하는 환자의 60%이상이 부검을 실시하였습니다. 스웨덴에서는 왕족도 예외없이 부검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글쓴이가 글의 모두에 인용하고 있는 글 “Hic est locus ubi mors gaudet succurso vitae(여기는 죽음이 기쁜 마음으로 삶에 도움을 주는 곳이다.)”라는 말처럼 죽음의 원인을 밝혀 다음에 같은 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실마리를 찾아내는 절차가 바로 부검입니다. 미국에서는 최근에 부검율이 10%로 떨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영상의학의 발전으로 환자가 사망하기 전에 진단이 확정되기 때문이며, 만만치 않은 부검비용을 직접 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최근에 부검이 늘어나고 있는 질환이 바로 치매로 앓다 사망하는 환자의 경우입니다.

 

글쓴이는 죽은 채 태어나는 영아를 부검하는 경우에 봉합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처럼 적고 있습니다만, 그렇지 않다는 말씀을 적고 싶습니다. 제가 인턴 때 교통사고를 당하여 사망한 채로 응급실에 실려 온 주검의 상처를 예쁘게 봉합하여 영안실로 보내라는 지시를 받고 진땀을 빼가면서 봉합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어떠한 주검이라도 소홀하게 대하지 말라는 가르침으로 생각했습니다.

 

<어느 시골 여의사의 기도>에서 적고 있는 병원에 버려지는 아이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는 부평에서 근무하던 응급실에 실려 온 아이에게 주사 놓을 돈도 없는 보호자가 안타까워 병원규정에는 어긋나는 일이었지만 제 주머니를 털어서 약국에서 주사약을 사다 놓아주던 기억도 납니다. 시골보건소에서 환자와 싸운 이야기에서는 지방병원에서 근무할 적에 중환자실에 입원하신 할아버지와 목청을 돋구어가면서 싸우던 생각도 나고, 산부인과에서 한달 근무를 마치고 다음 근무지로 떠나는 마지막 밤을 꼴깍 새우면서 아이를 받던 추억도 생생합니다. 그날따라 밤새 비까지 내렸던 것까지도 기억납니다. 인턴으로 처음 근무하던 병원에서는 응급실에서 고비를 넘긴 환자를 두고 숙소로 올라가는 것이 미덥지 못해 환자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서 잠을 청하던 생각도 납니다.

 

제가 수련을 시작하던 해부터는 무의촌 파견근무가 없어지는 바람에 시골 보건소에서의 근무를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 지방에서 병리과장을 지내면서 개설한 치매센터에 신경과선생이 없어 몇 달 동안 치매환자를 치료하면서 시골할머니들과 수다를 떨던 기억도 납니다. 언젠가는 글로 써봐야 하겠다는 생각은 절절한데 여전히 글로 옮기지 못한 채 이젠 기억마저도 가물거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글로 옮겨보겠다는 욕심은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y*****2 2010.05.19. 신고 공감 0 댓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