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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랑은 어떤 것일까? [에덴의 동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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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엘리아 카잔 감독이 1955년에 만든 <에덴의 동쪽 East of Eden>은 집안에서 아버지가 어떤 사랑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어머니와 아이들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잘 담아낸 영화였다. 사랑에 따라 사람이 달라지는 건 영화 속 칼과 애런의 집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어느 집에서나, 어느 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세월을 이겨내고 있었다.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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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엘리아 카잔 감독이 1955년에 만든 <에덴의 동쪽 East of Eden>은 집안에서 아버지가

어떤 사랑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어머니와 아이들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잘 담아낸 영화였다.

사랑에 따라 사람이 달라지는 건 영화 속 칼과 애런의 집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어느 집에서나, 어느 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세월을 이겨내고 있었다.

참사랑을 해주면 행복하게 살 것이지만, 껍데기 사랑이면 피붙이들이 모두 가슴 아파할 일만 생긴다는 것.

 

2. 좋았다.

 

고등학교를 마치게 될 칼 트래스크(제임스 딘)가 어른들의 얘기를 무턱대고 받아들이지 않는 게 좋았다.

엄마가 죽었다고 알고 있는 형 애런(리처드 다바로스)과 달리, 아버지한테 묻는다.

"엄마는 돌아가신 게 아니죠?"

인디언과의 싸움에서 생긴 오래된 상처라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도, 따지듯 말한다.

"(아버지) 어깨의 흉터는 어쩌다 생기셨어요?" "엄마가 아버지를 쐈나요?"

 

칼이 헝클어진 제 삶을 바로 잡으려 애쓰는 모습이 좋았다.

"말해 보세요, 아버지. 내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겠어요."

엄마를 찾으러 술집에 갔다가 되려 보안관에게 끌려간 칼은 보안관 샘한테 캐묻는다.

"아버진 엄마를 어떻게 했죠? 엄마를 해쳤나요?"

 

칼의 엄마인 케이트(조 반 플릿)가 제 울타리를 박차고 놔왔어도 꿋꿋해서 좋았다.

아버지가 엄마를 사랑했는데 왜 떠났냐고 묻는 칼에게 말한다.

"냄새나는 목장에 잡아두고 혼자 날 독차지하려 했지. 난 그런 건 질색이야...

사랑? 날 가지려고만 했어. 어린애로 보면서. 내 일에 끼어들었어. 아무도 그럴 순 없어..."

 

저도 엄마를 일찍 여의고 새엄마 때문에 괴로움을 겪었지만,

영화 속에서 가장 어른스럽게 풀어가는 애브라(줄리 해리스)가 있어 좋았다.

"난 아빠가 날 사랑하지 않는 줄 알고 걱정했어...아빠가 새엄마한테 준 (3,000달러짜리) 가락지를 찾아서

강물에 버렸어...(그 뒤) 아버지를 알게 된 때 기분이 좋아졌어. 이제는 잘 지내..."

 

3. 보기 싫었다.

 

아버지인 애덤 트래스크(레이몬드 매시)가 좋은 말씀에만 빠져 사는 건 보기 싫었다.

큰 아들 애런이 집을 나와 헤매던 개를 가져다 주었을 때는 기뻐했지만,

작은 아들 칼이 제 힘으로 돈을 모아 주머니 칼을 사주었을 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애덤의 생일에 애런이 약혼하겠다고 했을 때는 좋아했지만,

칼이 아버지가 잃은 돈을 갚으라고 머리를 써서 돈을 벌어다 주었을 때는 나무란다.

"아들아, 내게 기쁜 선물은 네 형이 준 것 같은 거다. 뭔가 바르고 사람다운 것..."

 

사람의 마음은 보지 못하고 건네주는 물건만 성경 말씀으로 재보는 아버지의 모습은 보기 싫었다.

남한테서 빼앗아온 것도 아닌데, 무엇을 주든 그냥 "고맙다. 잘 쓰마" 하면 될 것을,

괜스레 칼의 마음을 갈갈이 찢어놓을 게 뭐람.

 

같은 아들인데 그 아버지 되는 이가 다른 사람 앞에서 한 아들을 나무라는 꼴은 보기 싫었다.

"(칼 저놈은) 남 생각은 도무지 하지 않아. 모르겠어. 저 아이라면 이가 갈려..."

"애런은 어릴 적부터 착했는데..." 이게 아버지가 할 소리인가?

 

아버지가 칼에게 성경 구절을 읽어주고, 칼이 읽게 하고는 "이제 죄가 사라졌느니..." 하는 건 보기 싫었다.

칼이 얼음창고에서 애런과 애브라 때문에 성이 나서 아까운 얼음을 2층에서 마구 굴려 떨어뜨렸을 때다.

죄를 지었으면 죄값을 치루고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아야 끝이 날 텐데,

그냥 뉘우치거나 제 잘못을 털어놓기만 하면 끝이 나는가? 하나님 앞에, 성경을 읊기만 하면 되는 일일까?

참 쉽게 사는 사람들로 보였다. 요즈음도 이런 이들이 많이 있지만...

 

4. 안쓰러웠다.

 

칼이 아버지 눈밖에 났는데도 자꾸만 눈안에 들어가려고 애쓸 때가 안쓰러웠다.

아버지의 마음을 사려고 남의 물건을 훔쳐서라도 잘 했다고 칭찬을 받고 싶어 한다.

나중에 들통이 나서 욕만 한 바가지 얻어먹을지라도.

또 칼이 없는 돈을 빌려서라도 돈을 벌고 싶어하는 까닭은 다른 데 있지 않다.

"아버지가 돈을 많이 잃어서 (제가) 많이 벌어서 갚아드리고 싶어요."

아버지의 사랑이 고팠던 칼은 오로지 아버지한테 좋은 소리를 듣고 싶다.

 

처음에는 애런을 더 사랑했지만, 갈수록 들풀같이 꿋꿋한 칼에게 마음이 끌리는 애브라가 안쓰러웠다.

"애런이 말하는 사랑도 좋지만, 그 이상의 것이 있는 거 잖아. 너한테 이러면 안 되는데..."

"애런은 엄마가 없어서 어머니를 가장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고...내가 그런 엄마 같은 줄 알아..."

 

아우인 칼을 좋아하고, 제 마음에 드는 애브라를 사랑하지만, 제 뜻대로만 되지 않는 애런이 안쓰러웠다.

아버지를 닮아, 아니 아버지의 마음에 들고 싶어서 아버지가 바라는 대로 따라간 애런이므로,

아버지 사랑을 놓고 칼과 다투지 않을 수 없고, 더 나아가 애브라의 사랑을 두고 칼과 겨뤄야 하는 게,

나로서는 안타까웠다. 그렇게 보이도록 길러진, 버릇 들여진 애런을 어떻게 나무랄 수 있으랴.

 

5. 아쉬웠다.

 

영화 속에서 칼이 아버지의 사랑에 목말라 있었다면, 애런은 엄마를 잘 알지 못했다.

칼이 아버지의 사랑을 얻으려 무척 애를 쓰고 아버지에게 다가가려고 땀깨나 흘렸다면,

애런도 엄마를 알아보려 나서고 엄마와 그 사이의 틈바구니를 메우려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칼은 제 삶을 잘 풀어내려고 나아갔지만 애런은 엉뚱한 모습으로 끝맺음을 하는 건

어쩐지 저울이 고르지 못한 듯해서 아쉬웠다.

 

성경 말씀처럼 착하고 바르게만 살고자 했던 아버지인데,

그런 아버지 때문에 엄마와 아들들이 헤매는 삶을 살게 되었다면,

그 아버지가 그렇게 살아가는 뿌리는 무엇인지도 나타내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모든 잘못은 아버지한테 던져버리고 아버지를 그저 몰아세우기만 하는 듯해서 아쉬웠다.

 

1917년 미국의 캘리포니아 북쪽 산타루치아 산맥을 사이에 두고,

농사를 짓는 마을인 샐리나스에 사는 아버지와 아들들과, 거칠고 어수선한 바닷가 마을인 몬터레이에서

술집을 꾸려가는 엄마의 이야기를 존 스타인벡의 소설을 바탕삼아 영화로 만들었다는데,

샐리나스와 몬터레이가 영화에 나오는 이들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는 뚜렷하지 않아 아쉬웠다.

 

칼이 아직 대학에 들어가지 않는 학생으로 나오는 영화에서

아버지한테 성이 난다고 술집에서 술을 시켜 마실 수가 있을까? 칼에게 술을 파는 대목은 아쉬웠다.  

 

6.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영화에 나오는 이들을 엮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좋았다가, 보기에 싫었다가,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게 하는 감독의 솜씨가 마음에 들었다.

 

아버지와 아들 칼이 엄마를 놓고 따지듯 묻고 답할 때는

카메라는 칼의 어깨 너머로 아버지가 괴롭게 말하는 얼굴을 보여주기도 하고

치켜뜬 눈으로 쳐다보며 칼이 아버지를 몰아가는 얼굴을 보여주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찍은 것을 잘 짜맞춰 잘라내고 골라 붙인 덕분이리라.

 

이런 카메라의 움직임은 칼과 애브라가 들판가 나무토막 위에서 반쯤 누워서 이야기를 나눌 때도 마찬가지.

애브라가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고 새엄마를 미워하던 마음을 털어놓을 때,

듣고 있는 칼의 얼굴을 가까이서 카메라가 잡아 보여주고,

칼이 그에 맞장구를 칠 때는 애브라의 얼굴을 가깝게 잡아 보여주는데,

두 사람의 마음을 잘 보여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오로지 바름과 착함으로 똘똘 뭉친 아버지에게 맞서 대들기도 하고, 눈을 치켜뜨면서 제 생각을 우기거나,

떠난 엄마의 사랑은 찾지 않지만 곁에 있는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칼 노릇의

제임스 딘이 마음에 들었다. 스물네 살의 나이에 고등학생을 맡았지만, 풋풋하게 보였다.

 

아버지를 위하는 마음을 몰라주는 아버지를 혼자서 껴앉으려 하다가 떨어져 나가면서

"아~아~으~아빠가 미워요! 으-으-으" 하며 흐느끼며 뛰쳐나갈 때는

그의 슬픔을 같이 하게 되면서 가슴에서 울컥하며 눈물이 올라올 수밖에 없었고,

나도 그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랑 못 받는 건 끔찍해요.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죠." 하며 영화 속에서 애브라가 말했듯이,

어버이가 아이들을 고루 사랑하지 않는다면, 참사랑을 주지 않는다면,

내 가까이에서도 끔찍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잘 깨우쳐준 영화라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별은 다섯으로 올렸다.

 

7. 디뷔디는

 

만든 지 일흔 해가 다 되어가는 영화지만 디뷔디는 괜찮았다.

화면은 깔끔한 컬러는 아니지만 옛날에 찍은 영화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만큼 새로 잘 되살려 놓았다.

소리도 좋고, 우리말 옮김도 마음에 들었다.

이어지는 말을 매끄럽게 우리말로 옮기지 않은 대목이 더러 보였으나,

큰 줄기로 보면 영화 디뷔디로선 이만한 우리말 옮김도 보기 드물 듯했다.

 

덤은 푸짐해서 꼭 사라고 하고 싶다.

영화를 다시 보면서 풀이를 해주는 것이 있고,

'제임스 딘, 영원하라'는 꼭지로 제임스 딘의 삶과 영화를 풀어놓은 장면이 보기에 좋았다.

칼의 자리를 놓고 마지막에 폴 뉴먼과 겨뤄 제임스 딘이 맡게 되었다는 얘기도 들어있고,

내가 보기에는 폴 뉴먼이 칼을 맡았어도 폴 뉴먼답게 잘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잘라낸 장면도 보여주고, 영화를 찍을 때 입을 옷을 어떻게 골랐는지를 보여주는 대목도 볼만 했다.

게다가 뉴욕에서 이 영화가 처음 극장에 올랐을 때를 흑백 텔리비전에서 찍어 보여주는 장면이 실려있다.

나무랄 데가 없는 두 장짜리 디뷔디다. 9,900원에 제임스 딘을 푸근하게 볼 수 있다면 나쁠 게 없다.

b******g 2012.10.16. 신고 공감 1 댓글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