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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한양으로 천도한 이래 서울은 대한민국의 심장으로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동맥삼아 정치, 경제, 교육, 문화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아니라 '서울민국'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48%를 특별시민으로 거느리고 있는 거대한 도시, 서울의 일상적인 모습과 구체적인 역사를 보여주고 있는 책이 바로 [문학속의 서울] 이다.
1960년대 이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군사정권은 정통성의 결함을 감추기 위해 경제개발 정책을 펼쳤고 수출 위주의 경제를 위한 저곡가, 저임금정책은 농촌 경제의 붕괴와 이농으로 인한 도시 빈민층 형성의 원인이 되었다. 또한 서울이 이토록 거대 도시가 된 이유는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가 정권의 불안을 없애기 위해 항상 감시 감독을 손쉽게 하기 위해 모든 기관을 서울로 집중한데 그 원인이 있었다. 서울은 농촌을 버리고 먹고 살기 위해 올라온 사람들로 인해 인구는 급격히 늘어났고, 이농민들은 도시 최하층 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세계적으로 물가가 비싼 서울 하늘 아래 더 이상 이사를 안다녀도 되는 집 한 채 장만 하는 '내 집 마련의 꿈'은 그때나 이때나 고단한 삶을 지탱해 주는 목표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70년대 이후 경제개발의 정책의 결과 한강의 기적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 지는 시기가 도래했지만 부는 공평하게 분배되지 못했고 고도의 경제성장은 열악한 근로환경에서 14시간 근무에 시달리며 최저 생계비도 벌지 못했던 어린 소년, 소녀들의 노동력 착취가 이루어낸 신기루에 다름이 아니었다. 80년대에 들어오면서 광주 민주화 항쟁 이후 미문화원 점거 사건과 구로구청 투표함 밀반출 사건 등을 겪으며 서울은 민주화를 열망하는 대학생과 시민들의 저항이 가시화되었고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염원으로 뜨겁게 달구어진다.
90년대 한국사회는 민주주의의 진전, 국내외 정세 변화 등으로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한다. 앞선 시대에 대한 회의와 실망이 사회에 만연했고 반미와 독재 타도를 위치던 민주 투사들은 다국적 기업과 대기업의 샐러리맨으로 재빠르게 자리를 바꿨다.
외국에서는 수세기에 걸쳐 이루어진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를 눈 깜짝 할 사이 치루어낸 2000년대 한국 사회는 지켜야할 윤리 부재와 부의 편중, 그리고 만연한 물질주의로 인해 갈등과 고통과 좌절이 먹구름처럼 끼었고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차지 하게 된다. 장밋빛 꿈에 빠진 서울을 다룬 이호철의 '서빙고 역전 풍경', 미래를 잃은 한국의 중산층을 다룬 김훈의 '배웅', 강남의 빈부격차를 다룬 김윤영 의 '철가방 추적 작전', 전태일과 평화시장을 다룬 조영래 의 ' 어느 청년노동자의 삶과 죽음', 구로구청 투표함 밀반출 사건을 다룬 김인숙의 '강'등 50여개의 문학 작품을 통해 정치, 경제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서울시민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김수영의 시 '풀' 에서처럼 민중이 바람보다 먼저 눕는 풀잎이라면 문학은 그 바람 부는 역사의 현장에서 서슬 퍼런 눈을 뜨고 병든 사회 병리를, 독재를, 무관심을 기록하고 있으며, 문학가는 서울이란 황야에서 인간성을 잃지 말라고 외치는 선지자와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비록 소설가가 문학 속 주인공인 구보 씨처럼 하릴 없이 서울거리를 거닐지라도 잠수함속의 산소를 체크하기 위해 태워졌던 토끼처럼 그는 가장 민감하게 탁한 현실을 읽어내는 객관적인 기록자이자 역사의 산증인인 것이다. '문학속의 서울'은 문학이 무엇이고, 이 시대 문학의 역할은 과연 무엇이며, 문학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문학은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보게 해주고 화려하게 포장된 이면의 모습과 웃음 뒤의 감춰진 눈물을 읽을 수 있으며 나아가 나 자신의 모습과 우리들의 모습을 직시하게 해주는 거울과 같은 존재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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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후, 6.25 전쟁을 마치고 난 후 개발독재와 독재정권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피가 어울려서, GDP 20,000불을 바라보는 대한민국이 되었다. 대한민국은 모르더라도 서울은 안다고 이야기할 만큼 서울은 특별한 곳이 되어버렸다.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살고있고,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모든것의 중심지이다. 정사, 그러니까 정부 공식기록에서는 수치와 있었던 사실들의 나열만 볼 수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문학속에 구성된 픽션아래 감추어져 있는 사실과 진실들을 바라봄으로써, 서울의 어두운 모습과 희망을 함께 보았다고 대신 우리가 달려오면서 지나쳐버린, 모습들이 하나 둘 담겨있다. 경제발전의 미명아래, 개인과 개인을 무한경쟁으로 만들어버린 경제와 사회의 여러 뒷 모습들. 경쟁할 수 있는 기회조차 받지 못하고 뒷골목에서 우울하게 전전하는 일상의 모습들. 미래를 잃은 한국의 중산층을 비쳐낸 김훈의 <배웅>에서,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서 문제 제기한 모순들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모습들을 보면서 따뜻한 마음은 아니지만, 슬퍼하고 분노하고 우울해 했다. 핸드폰 하나를 쓰는데, TV를 하나 사용하는데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수고가 들어가는지 알지 못한다. 미처 알지 못하고, 일을 통해서 돈을 벌려 애쓰고, 소비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 그 과정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문명의 이기를 통해서 생활을 점점 편해져 가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나누는 따뜻한 마음은 잊어버린 채,
# 그래도 희망은 있다. 어두운 부분 아래 살짝 보이는 희망을 통해, 앞으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을 볼 수 있었던 건 나에게 소중한 경험이었다. 한 권의 책안에 52개의 꼭지와 그 이상의 참고문헌들. 그 책들을 보면서 우리의 모습을 잊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이 나온 이후의 우리의 변화된 삶에 관한 문학작품을 하나씩 이어 나간다면, 자신의 문학과 함께 하는 일상사를 정리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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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의 연암 박지원이 쓴 '열하일기'를 우리는 알고 있다. 그 당시를 풍자하고 세상의 모습을 보여줌으로 우리는 그때의 모습을 알고 있다. 허생원을 통해 당시 집권층의 무능함을 볼 수 있었고, 독점상인 '도고'의 횡포도 알 수 있다.
이렇듯 옛날의 문학도 시대를 반영하거늘 현대 문학은 더욱 더 그러하다. 그래서 이 책은 그 중 서울을 중심으로 한 작품을 모아 우리시대를 말한다. 제목이 '서울'이지만 사실 서울의 역사는 우리 역사의 '중심'이고 서울 없이는 역사를 말할 수 없기에 이 책은 과거의 우리 모습을 서울이라는 공간을 빌어 이야기하고 있다.
서울... 지방 토박이인 나에겐 그 곳은 그냥 낯선 곳이다. 아니 동경의 장소가 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안쓰러움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내겐 그런 의미뿐인 서울을 1960년부터 2000년대까지, '성북동 비둘기'부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까지 수십 권의 문학작품 속에 그려진 모습을 당시의 시대상황과 사건, 사고들을 생생히 살아있는 사진들과 함께 그것에 관해 문학작품 속에 녹아든 이야기를 꺼내서 풀어내고 있다.
이렇게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아니 잊고 있었던 모습들을 찾게되고 그 모습이 지금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사실 과거를 이야기는 TV의 '그때를 아십니까?'류의 시대 다큐멘터리를 통해 많이 접한 모습으로 낯선 것이 아니지만, 그냥 단순히 보는것과 그 속에 숨어있는 이면들을 가슴에 와닿는 작품 속 구절들을 통해 한번 더 거친 느낌은 새로웠다. (청개천 3.1고가도로의 건설모습을 보며, 이제는 정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공」을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책 속의 모든 이야기와 작품들이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주로 서울의 어두운 이면을 말한 것이 많은 건 사실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달려온 모습이 그러했고 그 결과가 문학 작품속에 녹아있기에 어찌보면 당연하고 어찌보면 태평성대의 세상이면 이런 작품들이 씌여질 필요가 없기에 안타깝다. 그래서 지금껏 각기 다른 시대와 작가에 의해 3편의 연작으로 쓰여진, 구보 씨 이야기 즉, 30년대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一日」, 70년대 최인훈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一日」, 90년대 주인석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一日」가 서울의 우울하고 어둡고 희망이 없는 모습으로 나왔다면, 앞으로 누가 언제 쓸 줄은 모르나 미래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一日」은 밝고, 활기찬 희망으로 가득한 구보씨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또 수십 년 후 이 책의 '2권'이 나온다면 2010년대, 2020년대, 2030년대...의 모습은 고통받는 사람이 없는 혹 있더라도 그 옆엔 항상 사람이 있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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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나는 서울 시민도 아닐뿐더러 어쩌다 한번씩 (많아야 1년에 한두 번) 서울에 가기 때문에 내가 어쩌다 본 서울은 차와 사람이 많고 공기도 나쁘고, 매우 복잡한 곳으로만 인식되어져 왔다. 한 가지 부러운 것이 있다면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인데 연극과 뮤지컬, 많은 전시회 등이 서울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한 번씩 부러워지곤 했었다.
그렇게 서울에 대해 거의 모르고 이 책을 접했을 때 나는 이런 사실들을 어떻게 받아들어야 하는지 조금 난감했다. 1960년대부터 지방에서 올라온 수많은 이주민들, 그리고 그들을 이용해 시작된 개발은 내가 겪어 보지 않았지만 이주민들이 겪어야 했을 그 힘든 시간들이 눈앞에 보이듯이 아른거렸다.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70년대의 고도 경제성장은 평화시장의 좁은 다락방에 들어 앉아 가족의 생계를 고민해야 했던 어린소녀들에 대한 착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무엇이 현재의 실재인지를 분간 못하면서, 그 속에서 나도 부지런히 그들과 같이 해나갔다.”라는 전태일의 말처럼, 그들은 인간이기 이전에 평화시장이라는 기계를 움직이게 하는 하나의 부품이었다. - <전태일과 평화시장 중>
1960년대부터 2000년도까지의 문학작품들 통해 서울의 모습과 서울시민들의 모습을 잘 풀어낸 글을 읽으면서 개발독재정권 시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어야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어서...아니면 조금이라도 풍족하게 살고자 서울을 찾았던 사람들 대부분은 결코 서울 시민이 될 수 없었다. 그들이 어렵게 마련한 보금자리는 개발이라는 정책하에 쉽게 무너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주택문제를 해소한다는 이유로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파트를 끊임없이 지어도 주택난은 해소되지 않았고 더욱 더 심각해져갔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인구 비중이 한국인구의 약 48%라는 사실만 봐도 그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여기에 나와 있는 문학 작품들의 설명을 읽으면서 내가 우리나라의 과거에 대해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니면 과거의 우울함을 느끼기 싫어서 무의식중에 피했을 수도 있다. 3~40년 전의 사람들이 피땀 흘려 일한 만큼 우리는 풍족하게 잘 살고 있다. 그리고 그런 어려웠던 일들을 하나씩 잊어가고 있다. 조국을 위해 가족을 위해 형편없는 대우를 받으면서도 일했을 그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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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말하길, 훌륭한 문학작품은 얼마나 현실을 잘 반영하고있는가
전 한국문학을 잘 몰라요.
이 책을 읽고싶다 마음 먹은 건 제 이 무지함 때문이였습니다.
실제로 책은 생각보다 큽니다. 그리고 두툼한데 사실 목차를 살펴보면 책이 두껍다 생각되진 않아요. 오히려 4개의 장에 인용된 각각의 책들이 너무 많아서 (마흔권도 훌쩍 넘기거든요) 처음 책을 받고 목차를 살폈을땐 이거 겉만 번지르르 한거 아닌가, 인용만 하다가 책 끝나는거 아니야? 싶기도 했구요. 그렇지만 이 책은 교양서로서, 입문서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우선 필요한 부분이 문구로, 때로는 줄거리로 요약되어 적절한 곳에 소개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책이 소개되어 있는데도 번잡스럽지 않고 굉장히 자연스럽게 잘 읽히더라구요. 책을 읽지 않았다해도 이해하는데 지장도 없었구요. 무엇보다 중간중간 그 당시에 있었던 굵직한 사건들, 시대적 배경들과 맞물려서 문학작품이 소개가 되다보니 마치 그것이 하나의 이야기로 읽히더라구요. 그러면서도 개발시기의 빛과 그늘, 사람들의 이기심과 욕망, 그리고 희망이 나와있는 그 작품들의 인용구를 보며 원작을 읽고 싶단 생각과 함께 그 시대와 우리나라, 그리고 지금의 현실을 한번 더 생각하게도 만드는, 오랜만에 만난 정말 멋진 책이였습니다.
중간중간 그 시대 신문에서 가져온 건지 사진도 있어서 이해하기 편했습니다. 애들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을 추천도서목록이랍시고 적어주느니 차라리 이런 책을 비치해두고 자신이 읽고싶은 책을 찾아 읽게 하는게 학생들이 한국문학을 사랑하고 알게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중학교때 추천도서목록에 있던 책들을 읽어보겠다고 덤볐다가 데였던 것이 기억 한 구석에 아직 남아있거든요. 몇년이나 지났는데두요^^; 수능도서때문에 더 질려버린걸까요. 좀 더 다양한 문학길잡이도서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 조만간 이 책에 소개되어있는 책들을 한권 한권 읽어본 다음에 한번 더 읽고싶습니다. 그러면 지금의 느낌과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지않을까요^^ 동생들에게도 추천해주고싶은 책이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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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서울은 아니지만, 태어난 곳이 서울과의 거리가 30분도 채 되지 않는 경기도였고, 어릴 때부터 서울에 살았기에 나에게는 서울이 거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20여년을 서울에서 살아왔으니 강산이 두번 변한다는 세월이니 만큼 그 동안 많은 변화들이 있어 왔을 것이고, 나도 그 변화 속에서 성장해 왔다. 서울은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시지만, 나는 이미 이 도시가 가지고 있는 최대의 장점인 편리함에 익숙해져있고, 다른 도시들과 비교해 서울이 갖는 다양한 혜택들, 특히 문화적인 혜택에 길들어져 있다.
과연 서울은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을까? 서울이 어떻게 '지금의 서울'이 되었을까? '문학 속의 서울'은 문학작품을 통해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 본다. 문학을 통해 한 도시의 퐁경들을 정리하고 되짚어 보는 것, 이 얼마나 낭만적인 일인지.
첫장에서는 빠르게 변화되고 발전해온 서울의 단상을 그리고 있다. 6-70년대의 서울은 내가 알고있는 서울과는 많이 다르다. 서울 시내에서도 특히 번화가라 할 수 있는 잠실도 불과 몇십년 전에는 모래밭일 뿐이었고 여름이면 상습적으로 침수가 되던 곳이었다. 뭉칠래야 뭉칠 수 없는 모래들을 시멘트와 철근으로 뭉쳐놓은 잠실, 잠실에 살면서 잠실이 그러했다는 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서울은 근대화를 통해서 명실공히 대한민국의 최고의 도시로 발전했지만, 끊임없이 늘어나는 인구와 가히 파괴적이라 할 수 있는 확장, 그리고 부분별한 건설에 꽤나 깊은 몸살을 앓았으리라. 그로 인해 서울과 지방의 분할 구도가 형성됐고 서울안에서도 강북과 강남의 차별을 만들어냈다. 그러한 갈등은 책에서 인용된 장정일의 '서울에서 보낸 3주일'에 잘 드러난다.
'다른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것을
소유하고 있지 못하면, 금세 외로워지는 서울'
첫장에서 서울의 외적인 발전사를 다루었다면 두번째 장에서는 그 서울에 뿌리내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서울로 서울로 몰려드는 인구 때문에 서울은 심각한 주택난을 앓게 됐고 (물론 그 주택난은 지금도 여전하지만)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 '아파트'를 지어내기 시작한다. 지금은 너무도 익숙한 주거 형태지만 초기의 아파트에 적응하는 서울 사람들의 모습은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또한 소시민의 '내 집 갖기' 열망은 얼마나 눈물겨운지.
이어서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제목아래 서울에서의 사람살이에 대해서 짚어본다. 서민들의 위로가 되어주었던 대폿집, 6-70년대 패션의 중심지였던 평화시장, 군사 문화의 지배를 받아온 학교의 모습, 반공주의, 이산가족찾기방송, 80년대 민주화 운동 등을 되짚어 본다.
나 또한 8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녀서 그런지 어슴푸레 기억나는 것들이 있다. 책에 인용된 작품들의 상황을 그대로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그때의 영향은 꽤나 남아있었던 것 같다. 1년에 한번씩 반공포스터 그리기 대회가 있었고, 중학교에 올라가며 해방감을 맛보았을 정도로 고역으로 기억되는 일기장 검사, 지금도 내가 학교다닐 때 정말 그랬었나? 했을 정도로 기이한 기억, 잡곡밥검사. 마지막장에서는 서울 사람들의 일상을 다룬 작품들을 살펴본다.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 속에서 지난하게 살아온 사람들의 삶이 그려져있다. 서울, 외관은 화려할지 모르지만 자신이 품고 있는 사람들에게 끔찍할 정도로 냉정하고 차가운 도시이기도 하다.
서울의 과거부터 현재를 되짚어 보는 일이 그다지 딱딱하지 않았던 것, 그것은 순전히 문학작품을 통해서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외형적인 발전과 성장 뿐만 아니라 그 속의 사람들, 그리고 소소한 일상을 함께 살펴본 것도 의미있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은 문학작품 속에서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변화들이 일어날 것인지, 자못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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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면서부터 서울에 살게 되었다. 항상 남의 물건을 빌려다 쓰는 사람처럼 서울에 더부살이를 하게 되면서, 서울 출신이 아니면 모두 시골 출신이라고 생각하는 서울 사람들의 선민의식, 서울 특별시라는 이름에서부터 스스로를 특별하게 생각하게 된 서울과 서울 사람들에 대해 알고 싶었다. 딱히 한두 사람을 잡고 물어보기는 좀 그래서 지금까지 묻어 두었었는데, 이 책에서 서울의 어제와 오늘을,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작가들의 모습을 알게 되었다. 196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40여 년에 걸쳐 서울은 양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했으나 성장의 질은 균등하게 돌아가지 못했다. 그래서 나타난 폐해와 어려움 등을 여러 작가들이 많은 작품에서 말해 주었고 이 책에는 그런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1장 ‘당신들의 서울에서 길을 묻다’에서는 서울의 개발 과정에 대해, 2장 ‘서울에 뿌리내리다’에서는 서울의 주거 환경에 대해, 3장 ‘사람답게 살고 있다’에서는 서울의 사람살이에 대해, 4장 ‘아름답고 행복한 서울의 뒤편’에서는 서울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내 나름대로 이해한다. 소설의 구성 요소는 인물과 사건, 배경이다. “소설은 현실에 대해 숨겨진 과거로 저항해야 한다는 것”이라는 구보 씨의 소설관처럼 소설은 그 시대의 분위기를 사진처럼 찍어 놓는다. 4.19혁명과 미국문화원 점거 사건, 와우아파트 붕괴 사건, 서울이 점점 커지는 동안 땅 투기로 졸부가 된 이들에 대해서는 냉소적인 시각을, 원래 서울 시민이었으나 개발의 이익에서 소외되어 점점 빈민화된 사람들과 농촌이 바뀌면서 이농하게 된 유민들에 대해서는 연민의 시각을 보인다. 이는 서울이 그리 특별한 곳이 아니었음을, 서울의 주된 시민은 강남이나 성북동, 동부이촌동에 사는 부자들이 아니라 달동네와 철거촌에서 근근이 살아오면서 서울에 꿈과 땀을 묻은 이농민과 소시민들이었음을 새삼 깨달았다. 그러니 나는 더부살이를 하는 듯한 부채감과 어색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으며 마음으로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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