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오늘은 GA 예술과 아트디자인 클래스 7권의 리뷰입니다. 주변이 온통 싱그러운 분홍빛 꽃잎으로 물들고 어느새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거나 입학식에 참석하기위해 서두르는 학생들의 소리로 분주해진 아야노이 고교의 교정. 하지만 설레는 만남이 있으면 그 한편으론 언제나 아쉬운 헤어짐도 분명히 존재하는 법이죠. 그 정든 교정을 뒤로 한채 슬픈 작별 인사를 나눠야할 비운의 주인공의 정체는 다름아닌 미술부의 3학년 선배들. 지금껏 일반과와 예술과 사이의 훌륭한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었던 미술부 선배들의 졸업식 날짜가 점점 다가오기 시작한 겁니다. 제아무리 더이상 크고 싶지 않다고 발악하고 또 발버둥쳐봐도 몸은 저절로 알아서 잘 커지듯이 이제 그들도 학교라는 신성한 배움의 공간을 떠나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수없는 미지의 들판으로 나아가야한 합니다. 그렇다면 그 거친 야생으로 내던져지기 전에 그들 역시 어쩔수없는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그들 나름대로 변화와 타협할 준비의 과정이 어느정도 필요하겠죠. 그렇기에 이제까지 뒤에서 묵묵히 사고뭉치 부장을 보좌하기 바빴던 부부장 우오즈미는 한창 이별의 서운함에 슬퍼하는 아와라의 옆에 과감히 자리하게 됩니다. 자신은 전혀 슬프지 않다는듯 마지막까지 의미모를 괴상한 상자를 뒤집어쓴채 멀찍이 떨어져 벽에 기대어있던 아와라지만 함께 한 시간이 얼마인데 저 삐져나오는 코막힌 훌쩍임을 어찌 모를수가 있나요. 그녀의 슬픔을 위로해주고자 그간의 부활동에 대한 짧은 소회나 감사의 대화를 어떻게든 이어나가보려 노력해보았지만 어느새 다시 마주하게된 숨막히는 적막. 평소라면 이쯤에서 발길을 돌려 아와라의 보호자 역할을 자처하던 미즈부치에게 그 바통을 넘겼을테지만 그날만큼은 냉철한 그조차 졸업식이라는 날이 가져다주는 그 특유의 분위기에 취했는지 그 훌쩍임이 들려오는 상자에 얼굴을 비집고 들어가 이전부터 아와라가 자신이 절대로 먼저 말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 '문장'을 짧고 담백하게 들려주게 됩니다. 덕분이었을까요. 깜짝 놀란 탓인지 아니면 그토록 기대하던 문장이라 만족했는지 몰라도 어찌됐든 슬픈 여인의 울음소리만 들려오던 그 기괴한 상자에서 더이상의 소리가 흘러나오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고 이 이후에 둘이서 몰래 여행을 떠나려다 발각된 스캔들도 생각해보면 그 정확한 문장의 의미는 굳이 꼬치꼬치 캐묻지 않아도 잘 유추해볼수 있으리라 생각해봅니다. 한편 한 시대의 끝과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 공존하는 그 졸업식 현장의 먼발치에서 또다시 반복되는 이별의 감정을 곱씹으며 그저 조용히 지켜보는 이들도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정든 제자들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입장인 아야노이 고교의 교사들. 이제막 제자들을 떠나보낸 신입 교사 우사미는 벌써부터 눈물이 글썽거리는 모양이지만 이미 이런 상황들을 질릴대로 겪은 사사모토는 떠나가는 학생들의 뒷모습을 지그시 응시하면서도 울먹이는 우사미에게 위로의 한마디를 던져줄 정도로 베테랑으로서의 여유를 마음껏 자랑하고 있었죠. 하지만 그렇다하여 그녀가 바늘로 찔러도 피한방울나지않는 냉혈한이라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우사미에게 건네는 위로의 한마디이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 되뇌이는 독백같은 그 사사모토의 자신감넘치는 확신. 이 아이들이 배운 지식과 기술은 나중에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진로나 작품의 세계로 이어질테지만 언젠가 틀림없이 벽에 가로막히는 순간을 맞이하고말 것이다. 그 꺾이기 직전의 위태로운 순간, 흔들리는 그들을 지탱할 유일한 버팀목은 이제까지 벌어놓은 돈도 쌓아온 명예도 아닌 바로 지금 이 순간의 가장 즐거웠던 순수한 시절의 추억. 비록 지금 당장의 서운함과 아쉬움은 아무리 반복하고 또 반복해도 익숙해지지않는 감정이지만 지난 3년간 그들이 떠들고 웃었던 그 순간 순간들을 분명히 기억하고있기에 나는 결코 울지 않는다. 그 감동적인 명언을 내뱉은 당사자가 다름아닌 언제나 귀찮음이라는 감정을 그대로 구현한듯한 불성실 끝판왕 사사모토라는게 유일한 옥의 티긴 했지만 어찌됐든 교사로서의 최소한의 업무는 문제없이 잘 수행하기도 했고 나름 학생들에게 아낌없이 잘 베풀던 대인배이기도 했기에 그런 그녀의 말을 한번쯤 속는 셈치고 믿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 합니다. 그리고 이런 그녀의 가설에 또 하나의 사례를 추가하려는듯 또다른 거대한 움직임이 방금전 사람들을 떠나보낸 바로 그 미술부의 부실 앞에서 포착되기 시작하죠. 이제까지는 GA라는 소속으로만 소개될 뿐이었던 키사라기 일동. 그런 그녀들이 기특하게도 떠나간 선배들을 자리를 채우고자 기꺼이 미술부로의 입부를 선언한 겁니다. 이로써 미술부의 차기 부장은 이전부터 그 누구도 부정할수 없는 미술부와의 끈끈한 인연으로 묶여있던 키사라기. 거기에 다른 GA 멤버들도 어딜가나 허당에 불안한 키사라기 혼자 보낼순 없으니 당연히 따라 들어와야죠. 그렇게 새로운 리더, 새로운 멤버들과 함께 다시 뛰기 시작하는 아야노이 고교 미술부. 어쩌면 예술과가 엄연히 존재하는 학교에서 굳이 미술부를 따로 유지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기능의 낭비로 여겨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몰락해가는 그 잉여로운 공간에서 그들은 분명히 배웠습니다. 순수하게 예술을 즐기고 사랑하는 그 꺾이지않는 중요한 마음의 버팀목을.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았기에 그들은 기꺼이 자신의 남은 학교에서의 시간을 미술부에 바치기로 결심한걸지도 모릅니다. 비록 이전의 아와라나 우오즈미가 미술부를 과거의 영광으로 되돌리려다 끝내 실패했듯이 그들의 부활동 역시 더 많은 학생들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소수의 영역으로만 남아있을 가능성이 더 클테죠.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키사라기가 아와라를 의지를 이어받아 미술부의 부장이 되었듯이 그녀 역시 또다른 누군가의 마음속 버팀목에 자신의 이름을 선명하게 새겨 넣을수있다면 그 단 한명으로인해 미술부는, 그리고 자신만의 예술을 향한 끝없는 도전은 계속해서 이어져나가는 겁니다. 그리고 벌써 또 한명의 소녀가 키사라기의 뒷모습을 보며 자신만의 부푼 꿈을 키우고 있는것 같군요. 우리들 역시 그녀들과의 이별이 아쉬운 것은 마찬가지인 입장이지만 어딘가에서 분명 그들의 의지와 열정이 이어지고 있음을 확신하며 이제는 당당히 손흔들어 그녀들의 뒷모습을 배웅해주는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