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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우리를 이해해 주지 않는다면, 단지 우리가 어리고 힘이 없다는 이유로 우리의 결정과 열정을 다 무시해 버린다면, 우리가 할 일은 무얼까, 집을 나가서 우리 힘으로 살아 내는 것, 아니면 그냥 죽어버리는 것? ...너무 다른 두 소년 다니엘과 자크는 '데미안' 의 듀오 만큼이나 소년에서 청년으로의 힘겨운 변신을 꾀한다. 하지만 이 빠리지안 소년들, 그들의 불행한 가정사, 다니엘 어머니의 결단을 그려내는 묘사는 더 생생하고, 우아하다. 이제 나는 소년들의 입장이 아닌 그 어머니의 입장에서 읽는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지만 아직 실감이 나질 않는다.
예전에 나도 일기장에 이들 처럼 터져나오는 순수와 열정의 단어들을 적어내려 가기도 했었는데!
두발을 현실에서 십오 센티미터 쯤 떨어진 곳에다 놓고 이 세상의 모든 거짓과 더러움을 나 혼자만 꿰뚫어 본다는 착각으로 하루 하루를 살았더랬다.
마르세이유와 바닷가 벼랑을 걷는 두 소년을 따라가다 보면, 젊은 날의 추억 말고도 지금 내가 살아내는 오늘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이상과 현실을 책 한 쪽에서 힘있게 버무려 보여주는 건, 역시나 대작가의 힘이겠지.
다시 한 번, 격동의 사춘기가 이미 지나갔음에 감사하고, 내 아들이 지낼 그 끔찍한 시간에 심호흡을 가다듬는다. 그래서인지 제일 감동적인 장면은 다니엘과 그 어머니의 재회였다.
적잖이 놀라운 반전이 있는 마지막 쪽을 읽으면서, 역시나 시리즈물인 <티보가의 사람들>을 마저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꺼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