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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인 알파고에게 3연속 패배했다는 뉴스가 지난주 인터넷을 도배했다. 앞으로는 사람이 기계와 경쟁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에 두려움이 문득 일었다. 10대 20대 때와 마찬가지로, 30대가 되어서도 커리어는 어떻게 쌓아 나갈 것인지, 아이는 언제 갖고 어떻게 키울 것인지 등 끝없이 선택의 순간이 왔지만, 나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모든걸 유보하고 있었다. 내가 살아갈, 내 자녀가 살아갈 세상을 예측할 수 있다면 결정이 더 쉬울텐데, 인공지능의 발전, 빈부격차 증가 등 예측을 어렵게 만드는 또는 부정적인 예상을 하게 만드는 요인들이 너무 많다고 느껴졌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다시 살아났다.
먼저, 데미안이 '카인의 표시'라는 주제로 주인공인 싱클레어를 처음 일깨우는 부분이 인상깊었다. 밝고 경건한 중상류층 가정인 주인공의 집은 자기 자신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허용되는 환경은 아니었다. 게다가 주인공은 처음 만난 '악'인 불량배 프란츠 크로머에게 시달리고 있었다. 그 때 데미안이 다가와 주인공이 이전에 알고 있던 것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는 법을 최초로 일깨워 준 것이다.
"우리의 진정한 사명은 단 하나,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것이었다. 우리는 시인이나 미치광이, 예언자나 범죄자로 인생을 마감할 수 있지만 그것은 우리가 상관할 일이 아니고 궁극적으로 중요하지도 않았다. 우리 일은 임의로 선택한 운명이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발견하고 그 운명을 자신 안에서 남김없이 펼치고 실현하는 것이었다."
책의 마지막에, 주인공과 데미안은 전쟁에 참전하게 된다. 처음에는 낡은 세계를 깨뜨리는 움직임으로 생각하고 어느 정도 희망도 가졌겠지만, 전쟁의 참상은 아마 상상 이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결국 데미안 없이도 스스로 성찰하는 힘을 갖게 된다.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의 사회가 어떻게 흘러갈지 나도 알 수 없다. 예전에 상상하지 못했던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에, 앞으로의 사회는 개인이나 국가가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훌쩍 벗어날 것이다. 하지만 데미안과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 운명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려 한다. 그 과정이 힘들 때면, 데미안이 보낸 쪽지에 적혀 있던 말을 떠올려 볼 것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몸부림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