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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 서정주 시선집 - 삼겸' 재밌게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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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경(三更) 서정주 이슬 먹음은 새빨간 동백꽃이 바람도 없는 어두운 밤중 그 벼랑에서 떠러져 내리고 있습니다. 깊은 강물 우에 떠러져 내리고 있습니다. 나는 이 짧은 시를 굉장히 좋아한다. 주저없이 한국 최고의 시라고 뽑을 수 있다. 아름다운 광경이다. 과연 어디가 어떻게 아름다우단 걸까. 천천히 단어 하나 하나를 따라가가며, 그 아름다운 광경을 상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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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경(三更)

서정주


이슬 먹음은 새빨간 동백꽃이

바람도 없는 어두운 밤중

그 벼랑에서 떠러져 내리고 있습니다.

깊은 강물 우에 떠러져 내리고 있습니다.


나는 이 짧은 시를 굉장히 좋아한다. 주저없이 한국 최고의 시라고 뽑을 수 있다. 아름다운 광경이다. 과연 어디가 어떻게 아름다우단 걸까. 천천히 단어 하나 하나를 따라가가며, 그 아름다운 광경을 상상해보자.


제목으로 쓰이고 있는 '삼경'은 밤 11시에서, 새벽 1시를 말한다. 아주 어두운 밤일 것이다.


다음으로 '이슬'이라는 단어가 내려앉는다. 이른 아침, 나뭇잎 위에서 맑게 반짝거리는 이슬을 떠올려보자. 투명하고, 작고, 반짝거리고… 어쩐지 서늘해지는 기분. 그런데 지금, 아주 어두운 이 삼경에 이슬이 맺힌다. 밤과 아침이 신비롭게 만난다.


그리고 아주 새빨간 동백꽃. 이 동백은 아주 새빯갛다. 장미의 붉은색과는 다른 붉은색일것만 같다. 장미의 붉은 색이 상쾌하다면, 이 동백의 붉은 색이란 어쩐지 쓸쓸한 느낌을 풍기는 것 같다. 게다가 지금은 아주 캄캄한 어둠이다. 그 안에 쓸쓸하게 새빨간 동백. 검은 것에는 색이 없기에 붉은 것은 제 색을 얻는다.


그리고 그곳에는 바람도 없다. "바람'' 없"고 다른 것도 없다. 아무 것도 없다. 그곳에는 오직 삼경의 어둔 밤과, 이슬 과 동백만이 있다.


바로 그곳에서 동백은 홀로 이슬을 머금는다. 이 외로운 장소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것… 내가 단 하나 알고 있는 것, 그것은 바로 눈물이다. 동백은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동백은 결코 지지 않고 있다. 그 외로움을 견뎌내고 있다. 결코 어둠에 삼켜지지 않는 새빨간 동백. 바로 지금 쓸쓸함과 고독이 신성한 향기를 내뿜고 있다.


그런데 돌연 동백꽃이 벼랑에서 떨어져 내린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우리는 동백이 어디서 떨어지는 것인지, 어디로 떨어져지는지 알 수 없다. 위도 보이지 않고 아래도 보이지 않는 벼랑. 동백은 벼랑 그 자체에서 떨어져 내린다. 어디로 떨어지는지 알 수 없기에 떨어져 내릴 곳이 없는 동백은 마치 영원히 떨어져 내릴 것만 같다. 


그런데 여기서의 벼랑이란 '그 벼랑'이라고 언급되고 있다. 그것은 과연 어떤 벼랑일까. 알 수 없다. 그저 '그'라는 단어에서 우리는 그 벼랑이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벼랑일지도, 혹은 어떤 사연을 담고 있는 벼랑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뿐이다. 어쩐지 우리 곁에 있는 알듯 말듯한 벼랑.


마침내 동백꽃은 깊은 강물 위에 떨어져 내린다. 끝이 없을 것만 같았던 벼랑에서 마침내, 강물 위로 떨어져내린다. 동백이 진다.


아주 어두운 밤. 소리도 없이 천천히 흘러가는 강. 바로 그 위로 새빨간 동백꽃이 떨어져 내린다. 그러자 강물 위로 작은 원들이 파르르떨립니다. 그리고 강물은 다시 소리 없이 흘러간다.


동백은 깊은 강물 '위에' 떨어져 내립니다. 단순히 강물'' 떨어져 내린 것이 아닌, 강물 '위에' 떨어져 내린다. 마치 우리가 강물 아래에 있는 것만 같고, 우리의 머리 위로 동백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다. 마치 강물이라는 단어가 '위'라는 단어 때문에 깊이를, '아래'를 얻게 된 것만 같다.


천천히 살펴보자. 동백이 강물 위에 떨어진다. 그리고 잠시, 아주 잠시, 강물 위에 사뿐히 얹혀진 것 처럼 물을 타고 흘러내리다, 동백은 천천히 강물 아래로 가라앉는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마침내 우리가 보게되는 것은 그 강물 아래에, 그 깊은 강물 아래 더 이상 떨어져 내릴수 없는 그곳에, 가라앉아 있는 수 많은 동백꽃들이다. 자, 그런데 그 어두운 곳에서도 여전히 동백꽃들은 새빨갛게 불타오르고 있지 않느냐.


이 어두운 밤중에 수 많은 불타오르는 태양처럼 동백이 번쩍인다. 수 많은 태양들이 타오르고 있다. 그리고 그 순간, 그 어두움이란 사라지고야 만다.


그러나 우리의 동백은 여전히 '떨어져 내린다'. 이 말에는 완료가 없다. 결코 끝이 없는 영원한 반복.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또 하나의 벼랑이 태어나며 또 하나의 이슬 먹음은 새빨간 동백꽃이 떨어져 내리고 있는, 영원한 반복.


그러나 슬퍼하지 말라. 새빨간 동백꽃이 끊임없이 떨어져 내리는 동안, 우리의 태양도 끊임없이 떠오르고, 그 어둠 역시 끊임없이 가실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다시 한 번 그 어둠이 찾아올지언정, 우리의 태양은 타오르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순간에, 동백이 먹음은 이슬, 그 눈물은 영원한 반짝거림을 얻는 것이다.

YES마니아 : 로얄 m***5 2011.02.0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