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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배경은 19세기 로마이다. 주인공 안드레아 스펠레리는 로마의 귀족 청년으로 지적이고 예술에 대한 뛰어난 안목을 가지고 있으며 여성 편력과 관능적 쾌락을 깊이 탐닉하는 취향을 가지고 있다. 로마 사교계를 드나들며 자신의 쾌락을 얻기 위해 여인들과 무의미한 만남만을 가지던 중, 자신과 어느 정도 통하는 지성과 예술적 취향을 가지고 있으며 관능적이고 돌발적 변덕으로 자신을 매료시키는 엘레나 무티를 만나게 된다. 안드레아는 엘레나 무티에게서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쾌락을 느끼며 깊이 빠져든다. 하지만 엘레나는 재정적 문제로 부유한 영국 귀족과 재혼을 하게 되고 실의와 절망에 빠진 안드레아는 실연의 아픔을 잊기위한 듯 더욱더 방탕한 생활을 이어간다. 어느 때는 귀족 부인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데 그녀에게는 연적이 있었다. 안드레아는 그 연적과 목숨을 건 결투를 하게 된다. 뛰어난 펜싱 실력을 가지고 있던 안드레아가 초반에는 우세해 보였는데 후에 연적의 비겁한 일격에 큰 부상을 당하게 되고 요양을 하기 위해 사촌인 프란체스카의 바닷가 별장에서 지낸다. 그런데 거기에 프란체스카의 친구인 마리아 부인이 찾아오게 된다. 그녀는 엘레나와는 다른 정신적 고귀함과 깊이 있는 지성을 가지고 있으며 종교적인 인물이다. 결투에서 패배한 후 자신의 과거와 본성에 큰 회의를 느끼고 예술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며 금욕적이고 명상적 삶을 살아가고자 하던 안드레아는 그런 마리아의 본성에 끌려 사랑을 하게 된다. 후에 급속도로 연인이 되지만 마리아 부인의 거부로 결실을 맺지 못하게 된다. 쾌유한 안드레아는 다시 로마 사교계로 돌아가고 방탕한 생활을 시작한다. 엘레나와 재회하면서 그녀에 대한 열정이 다시 타오르고 예전과 같은 만남을 이어가려 하지만 마리아 부인과 안드레아의 관계를 알고 있던 엘레나는 되려 안드레아를 농락한다. 자신을 농락하지만 그녀에 대한 열정이 수그러들기는커녕 그녀를 갖고자 하는 비열한 열망만을 더욱 키우게 된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신의 정신적 허무함을 채워줄 마리아 부인에 대한 열망도 커져간다. 두 여인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유약한 심상속에서 괴로움과 우울한 감정에 파묻힌 안드레아는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하게 된다.
소설속 주인공인 안드레나 스페렐리는 탐미주의 문학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전형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덕적 본성이 있어야할 자리는 관능적 본능이, 윤리적 감각의 자리는 미적 감각만이 자리하고 있다. 모든 판단 가치는 자신의 미적 감각을 충족해 주는 요소들에 세워져 있다. 그리고 연적과의 목숨을 건 결투는 그가 영웅주의적 모험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도덕보다 관능적 모험과 열정은 유부녀와 처녀를 가릴것 없이 연인으로 만들어 탐닉하게 만든다. 재밌는 건 이야기의 중심 인물인 엘레나 무티와 마리아 부인의 상징이다. 엘레나 무티도 탐미주의적 모습을 보이며 정욕의 상징처럼 보인다. 그와 반대로 마리아 부인은 정신적 고귀함을 상징한다. 관능과 정신적 고귀함 사이에서 안드레아는 갈등한다. 교훈주의적 작품이었으면 안드레아는 과거(엘레나 무티)의 잘못을 뒤로 하고 반성하며 자신의 영혼을 구원해 줄 마리아 부인을 택했겠지만 탐미주의자인 우리의 주인공은 전혀 다른 선택을 한다. 모든 시간의 변화로 세상은 자신의 감각과 감정에 의해 새롭게 표상된다고 생각하는 안드레아는 이미 자신이 알던 엘레나와 지금의 엘레나에서 전혀 다른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새롭게 태어난 감각은 마리아 부인과의 만남을 통해 과거 엘레나와의 이미지를 겹쳐 제3의 쾌락을 만들어 내겠다는 열망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거짓과 위선의 가면을 쓰고 마리아와의 만남을 이어어간다. 하지만 그 끝은 해피인딩이 아니다.
소설은 끊임없는 은유와 풍부하고 다양한 문학, 미술, 건축, 시 등의 예술적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배경을 아름답고 풍부하게 세심하게 묘사한다. 순간순간의 인물들의 심리를 세심하게 포착하고 장황하게 표현한다. 놀라운 건 안드레아와 주위 사물들과의 관계를 그리는 대목이다. 그에게 있어 주위 사물은 단순한 물체가 아닌 자신의 탐미주의적 연극의 소품이 된다. 여인과의 만남에서 주위 사물들은 그 유희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장치로 이용되며 어쩔때는 그 사물들 속에서 예전의 과거를 되살리는 자극제로도 사용된다. 사물과 자신의 감각을 연결하여 어느 때는 연극적 장치로 어떨 때는 과거의 회상 자극제로 쓰이게 되는데 이런 대목에서 작가의 탐미주의 문학의 깊이를 알 수 있었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단눈치오라는 작가가 더 흥미롭다. 작가는 모방할 수 없는 삶, 예술적 삶을 표방했다고 한다. 그의 작품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자신의 또 다른 자아로 봐도 된다고 한다. 이 작품 쾌락의 주인공인 안드레아는 단눈치오의 분신인 것이다. 안드레아의 입을 통해 나오는 예술에 대한 지식과 견해, 취향은 모두 작가 본인의 것이다. 삶에 대한 견해와 태도도 작가 본인의 것과 닮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뒤에 해설 부분에 실린 작가의 이력을 읽고 범상치 않은 인물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자신의 삶을 자신의 예술 작품들과 동일시 시키려 했던 모습을 보인다.
19세기 로마의 아름다운 모습 속에서 탄생한 탐미주의 문학인 이 소설은 그 시기 로마에서 쓰여졌기에 그리고 작가의 실제 경험담이 녹아있기에 현실적이고 풍부하며 아름다움이 더 배가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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