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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의 고난과 슬픔에 동참한 판결로 잘 알려진 윌리엄 더글라스 판사의 일생을 조명한 책이다. 대학에서 법을 가르친 순수 법학자로서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저자의 마음을 이끈 더글라스 판사의 판결은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법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본보기 삼아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 법률가들이라면 누구나 꼭 일독을 권하고 싶다. 특히 저자는 조영래 평전, 황용주-그와 박정희의 시대를 저술한 경력을 통해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도 보여주고 있어 법과 문학을 두루 산책삼아 읽어본다는 생각으로 접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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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줄곧 외치는 '인간의 존엄'이란 무엇이며 그것을 지킨다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를 한번쯤 고민하게 하는 생각 깊은 책이다. 멀고도 가까운 것이 '법'이라고 한다. 평범한 이들에게는 어렵게도 느껴지는 '법'이지만 그렇다고 결코 외면하며 살 수 없는 것이 '법'이라면 이 책을 통해 우리 모두가 바라고 원하는 '정의'가 이땅에도 이루어질 수 있기를 소망하며 윌리엄 더글라스와 같은 판사가 우리에게도 선물처럼 주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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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2월 28일 대구학생시위, 이후 바다에 떠오른 마산상고 김주열의 시신, 4월 19일 시위에 대한 경찰의 발포로 하루에만 115명이 사망, 727명이 부상......
서울대 문리대에서 선언한 4월 혁명 선언문에는 현재까지도 유효한 울림들이 담겨 있다. “...... 근대적 민주주의의 줄기는 자유다. 우리에게서 자유는 상실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아니 송두리째 박탈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성의 혜안으로 직시한다 ...... 언론·출판·집회·결사 및 사상의 자유의 불빛은 무식한 전제 권력의 악랄한 발악으로 하여 깜박이던 빛조차 사라졌다. 긴 칠흑같은 밤의 계속이다 ...... 보라! 현실의 뒷골목에서 용기없는 자학을 되씹는 자까지 우리의 대열을 따른다. 나가자! 자유의 비결은 용기일 뿐이다. 우리의 대열은 이성과 양심과 평화 그리고 자유에의 열렬한 사랑의 대열이다. 우리 법은 우리를 보장한다.”
그리고 4월 26일 이승만은 대통령직에서 쫓기듯 물러났다. 그러나 민중의 자발적 혁명의 과실은 민주당에게로 돌아갔고, 반공보수가 여전히 당내의 정책이었던 민주당은 시민들의 요구사항에 부응하지 못했으며 경찰 발포책임자에게 무죄 선고를 내리기까지 하였다. 이를 두고 시인 김수영은 ‘육법전서와 혁명’이라는 시에서 각혈하듯 울분을 토해 냈다.
“기성 육법전서를 기준으로 하고 혁명을 바라는 자는 바보다. 혁명이란 방법부터가 혁명적이어야 할 터인데 이게 도대체 무슨 개수작이냐. 불쌍한 백성들아 불쌍한 것은 그대들 뿐이다. ... 아아 새카맣게 손때 묻은 육법전서가 표준이 되는 한 나의 손등에 장을 지져라. 4.26 혁명은 혁명이 될 수 없다. 차라리 혁명이란 말을 걷어 치워라.”
법이 보장할 것이라는 학생들의 순수한 희망, 그리고 기존의 법질서로는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을 수 없으리라는 ‘왕궁의 음탕 대신에 조그마한 일에 분개했던’ 시인의 절망 모두에는 법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다. 다만 그 담긴 기대만큼 법이 호응해 주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법률의 자구는 그 적용과 해석을 통해 현재도 여전히 금석문처럼 근엄하고 고루하다.
이처럼 견고한 법의 새김질에 자꾸 균열을 내고자 했던 이가 36년이라는 최장기간 동안 연방대법관으로 재직했던 윌리엄 더글라스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자유권과 사회권의 본질을 빛나는 판결문으로 새롭게 조각했으면서도 인간적인 약점 역시 끊임없이 부각되었던 인물이다. 가난한 이들과 소수자의 인권, 변방세계에 대한 공감과 백인남성 위주의 주류에 대해 던지는 창의적인 법해석을 통한 더글라스의 질타는 청년 안경환에게 강하게 소용돌이쳤고 이제 안경환은 자신의 평생을 휘감았던 이 ‘불행한 인간의 위대한 이름’인 윌리엄 더글라스를 평전으로 내어놓았다. 평전으로는 조영래, 황용주에 이어 세 번째이자, 오랜 세월을 가다듬었던 각고의 결실인 듯 반갑고 숙연하다.
책의 뒷표지에 다시 한 번 강조된 “헌법은 국민의 몸에서 국가를 떼어 내기 위해서 탄생한 것이다”라는 더글라스의 호언에는 한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의 삶의 틀 안에서 끊임없이 벼리기를 바라는 저자 안경환의 헌법학자로서의 간절함이 담겨 있다.
상위 10%의 국민의 이익에 기식하여 삶을 영위하는 90%의 법률가가 아니라 나머지 10%만이라도 더글라스처럼 90%의 지친 영혼에게 연민의 눈길을 주는 나라를 바라는 저자의 서문은 그러나 10% 법률가에게만 하고픈 이야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벌써 아득해져버린 듯한 반세기전 4월의 불완전함이 여전한 시대, 반세기 전의 반공주의가 여전히 정치적 권력의 향방을 가늠하는 결정적 잣대가 되는 시대에 언론의 자유와 실질적 평등이 급속하게 후퇴하는 한국 사회 전체에 대한 호소이다.
단신으로 민주당으로 들어가 유력 대통령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당황시키고 전세계에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버니 샌더스에 대해 한국에서도 그 폭발적인 호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오히려 우리 사회가 결핍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새삼 일깨워준다. “상위 1%가 하위 90%의 소유를 합친 만큼의 부를 독점하는 것이 비도덕적이며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발언에 대한 열광, 거기에는 오래된 권위주의와 지옥같은 절망을 품은 채 살아가야 하는 ‘헬조선’이라는 경각의 절벽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젊은이들의 무력감이 담겨 있다.
‘법치(法治)’, 법이 다스려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그 해답에 대한 단초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는 독자들 모두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한 개인의 삶이 시대를 관통한다는 것의 의미를 발견할 것이다. 특히 이승만 국부 발언과 419 묘지 참배라는 형용모순을 보여주면서 국민의 당 지지율이 끝도 없이 하락하는 큰 이유가 되고 있는 한상진 교수에게 일독을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