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9년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급속한 변화는 가히 '혁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이들 국가들의 체제전환은 자본주의의 종국적 승리 내지 사회주의 역사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일만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그 역사적 사건을 재음미해 본다면 과연 마르크스주의는 종말을 고한 것인가하는 본원적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구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동유럽 국가들의 체제전환에서 파생되었던 수많은 시행착오를 간과할 수 없으며, 이른바 '우리식사회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북한이 경제적으로는 위기에 봉착했을지언정 정치적으로 어떤 위기의 징후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향후 북한이 체제전환의 경로로 들어설 경우 어떤 과정을 거칠 것인가? 바로 이 책의 실려있는 총 4편의 글들은 동구와 러시아의 체제전환 과정을 비교 검토하여 북한체제의 체제전환과 관련하여 예상되는 여러 가지 가능성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전망하고 있다. 먼저 러시아의 경제개혁을 다룬 정한구는 러시아 체제전환과정에서의 사유화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그는 러시아의 사유화 정책은 시장의 창출이라는 견지에서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러시아의 사유화가 효율성의 강조에 의해 생산성의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여전히 대규모 국유기업의 매각 및 사유화 기업의 시장경제로의 편입 등 많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폴란드와 헝가리의 정치체제전환과정을 다룬 백학순은 체제전환 방법에 있어 폴란드와 헝가리가 왜 '충격요법'과 '점진적 요법'을 각각 택할 수 밖에 없었는지와 정치체제의 전환과정에서 공산당측 대표들과 반체제측 사이에서 개최되었던 원탁회의(roundtable talks)에 주목하고 있다. 즉, 그는 폴란드와 헝가리가 체제전환을 하는데 있어 각각이 처한 초기조건과 구공산당측과 반체제 개혁세력간의 정치협상이 원탁회의라는 일정한 협상의 장(場)에서 어떤 선거제도와 권력분점을 도모했는가를 살펴본 것이다. 그는 이들 국가의 경험에 기초해 볼때 향후 북한의 체제전환과정이 북한 내에서의 체제전환이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과 남북한 사이의 체제수렴 과정으로 이중적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이렇게 될 경우 남북한간의 협상은 정도의 차이는 존재할지라도 폴란드와 헝가리에서의 '원탁회의'와 유사한 성격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기수와 양운철은 국제정치경제 시각과 국영기업 사유화를 중심으로 각각 북한 경제체제의 전환 가능성을 다뤘다. 김기수의 경우에는 현재 북한이 처한 경제적 위기의 근본원인을 북한의 대외개방노력의 부재, 특히 무역의 부재에 찾고 있다. 그리고 그는 현 상황에서 북한이 단순히 대외적으로 문호를 개방한다고 해도 외국자본이 북한에 자동적으로 유치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것은 이미 북한의 대외신인도가 매우 취약한 상태이며 자본과 기술의 축적을 통해 대내외 경제의 순환 메커니즘이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따라서 그는 북한이 효과적인 대외개방을 하기 위해서는 북한에 진출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국가 그리고 기업이 남한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양운철은 현재 북한이 처한 경제난의 타개를 위해 도모하는 개방의 폭과 속도를 고려할 때 긍정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북한의 경제체제전환은 통일후에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는 이럴 경우 급속한 체제전환에 따른 충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효율성과 생산성의 원칙하에 국유기업의 사유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가급적 체제전환 과정을 단축하여 시장경제의 원칙에 충실한 작은 정부로 회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