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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만,황선희]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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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은 원영만 선생과 황선희 선생이 함께 쓴 책이다. ‘노동자 부부의 세상 건너는 법’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교단에서 만나 부부가 되었고, 참교육 활동을 하면서 함께 해직을 당하는 30여 년을 담은 기록이다. 이 책을 구입한 이유는 전교조가 다시 법외노조가 되는 등 유신 이전으로 돌아가는 시대를 맞아 작으나마 동참을 하려는 마음에서였다. 그렇게 만난 책에서 어떤 인
"[원영만,황선희] 동행" 내용보기

 

 

『동행』은 원영만 선생과 황선희 선생이 함께 쓴 책이다. ‘노동자 부부의 세상 건너는 법’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교단에서 만나 부부가 되었고, 참교육 활동을 하면서 함께 해직을 당하는 30여 년을 담은 기록이다. 이 책을 구입한 이유는 전교조가 다시 법외노조가 되는 등 유신 이전으로 돌아가는 시대를 맞아 작으나마 동참을 하려는 마음에서였다. 그렇게 만난 책에서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예상과 달리 감동적인 사연이었다. 예상과 다르다고 표현한 이유는 두 분은 강원교단은 물론 전국적으로 손꼽힐 만큼 전교조 투쟁가이기 때문이다. 특히 원영만 선생은 2회에 걸쳐서 해직을 당했으며, 구속은 일상이 되다시피 할 정도의 이력을 지녔다. 황선희 선생은 그런 부군과 30여 년을 함께 한 동반자다. 가정에서의 동반자일 뿐만 아니라 전교조 활동도 함께 했던 전국적으로 드문 부부 투쟁가이다. 그런 분들이 쓴 책이 재미있을 것이 뭐가 있고, 감동적인 것이 무엇이겠는가? 이왕 만난 책이니 펼쳤고, 이념서적을 읽는 마음으로 각오를 단단히 하고 책장을 넘겼다.

 

그러나 웬걸!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서 공감을 느꼈으며, 두 분의 사랑이야기에서는 뭉클한 감동이 느껴졌다. 두 분은 나와 비슷한 세대이다. 너나없이 어려웠던 시기에 두 분이 느낀 삶의 힘겨움과, 교직에서의 답답한 현실, 그리고 설레는 사랑이야기는 나의 지난 이야기이도 했다. 연애 시절에 그리고 신혼초에서부터 지금까지 주고받은 시와 편지들을 볼 때는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교단에서 아이들에게 준 두 분의 사랑은……, 나는 그만큼 주지는 못했지만, 주고 싶었던 마음이기에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둘째, 참교육에 향한 부부간의 동행을 보면서 부끄러움과 부러움을 느꼈다. 나는 참교육에 공감하여 전교조 조합원으로 활동했지만 그야말로 밋밋했다. 어찌 하다 보니 분회장을 했고, 가능하면 앞장을 서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의 지난날은 참교육을 향해 열정을 불태운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피하거나 뒤에 서려고 안간힘을 쓴 나날이었다. 특히 나의 활동에 대해 가족을 설득하는 것은 실패했다. 아내나 아이들은 나의 활동에 동참하지 않았고, 나는 직장의 일을 가정에 연계시키는 것을 꺼려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외로움을 느꼈다.

 

그러나 두 분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풍파를 피하지 않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나날이 힘겨워서 머뭇거릴 때는 서로를 격려했다. 아이들은 그런 부모를 자랑스러워하면서 잘 자라주었다. 두 분이 30여 년 동안 걸어온 여정 못지않게 그런 가정을 일궜다는 것도 의미 있는 삶이었다고 본다.

 

셋째, 가정은 물론 교단의 소중한 기록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나의 교단생활은 참교육의 열정과는 거리가 먼 나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속에는 나의 사진이 2장이나 담겨있었다. 나 정도의 인물이 그만큼 담길 정도면 강원도 참교육에 얽힌 고비 고비의 갖가지 기록과 자료들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두 분의 동행을 담은 기록일 뿐 아니라, 강원교단이 함께 걸은 소중한 자료이고 자산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넷째, 얽히고설킨 인연의 신비를 느꼈다. 나는 두 분과 직접적인 인연은 없다. 시공을 달리 해서 지역과 교단의 곳곳에서 이리저리 지나치기는 했겠지만 같은 학교나 지역에서 근무를 한 적은 없다. 그러나 이 책속의 인물들은 대부분 아는 분들이다. 함께 근무한 이도 있고, 절친으로 만남이 이어지는 벗들도 있다. 한두 다리만 건너면 서로 이웃이 된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그 인연을 몇 가지 더듬어 보았다.

 

황선희 선생님은 한 때 수녀의 꿈을 품고 하신부님과 함께 수녀원을 찾은 적이 있다고 한다. 춘천교구에서 하씨 성의 신부님이 많지 않으니 그분은 내가 아는 하신부님일 것이다. 하신부님이 효자동성당의 보좌신부님으로 계실 때 학생회 지도를 하신 적이 있다. 그때 학창생활을 하던 나는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내가 혹시 성직에 들어선다면 그런 신부님이 되고 싶었다. 황선생님의 절친이라는 김영애 씨……, 원주에서 작은 서점을 하시던 분이 아닌지……. 특이하게 출판사에 반품된 책들을 싸게 파는 곳이었는데, 그때 여러 번 뵌 적이 있다. 교단에서 한 번도 만나지 않았지만 알고 보면 이런 인연이 있는 것이다.

 

두 분은 이 책을 쓰면서 전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내가 새삼스럽게 깨달은 것이 있다. ‘생판 모르는 사람처럼 보여도 사실은 소매 끝을 스친 인연이 숨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이제 삶의 가을에 접어든 지금 지난 인연들을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아름답게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째, 기록도 투쟁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두 분은 기록도 투쟁의 한 방법이라면서 그런 마음으로 이 기록을 남긴다고 했다. 천 년 뒤에 두고 보자라는 심정으로 기록을 하는 것이 역사가의 자존심이라고 했던가? 사마천은 궁형의 수치를 참고 사기를 기록했고, 그 글은 독재자와 간신에게 추상같은 거울이 되고 있다.

 

정치를 하는 어떤 여성분은 ‘나의 아버지는 애국자다.’라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그분에게 ‘일제강점기 때 일본 왕에게 혈서를 쓴 것도 애국행위이고, 해방공간에서 좌익으로 활동한 것도 애국활동이며, 불법적으로 군인반란을 일으킨 것도 애국행위냐?’라고 묻는 이는 거의 없는 듯하다. 그 여성의 선친이 어느 시대에 어떤 일을 했다는 것을 물증과 함께 기록으로 남긴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민족정기를 살리는 훌륭한 투쟁이 아니겠는가 

 

그가 어떤 사람이던 관계없이, ‘나는 이런 일을 했다.’는 기록을 남겼다는 것만으로 소중한 유산이 될 것이다. 그가 한 일의 성패나, 뜻을 이루었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중요하지 않다. 이 책에는 ‘박정희 씨는 교원노조를 와해시켰고, 박근혜 씨는 교원노조를 법외노조로 만들었다.’는 구절이 있다.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지만 그 사실을 거론한 글은 거의 보지 못했다. 그런 사실을 기록했다는 점 한 가지만으로 이 글은 두 분에게 있어서 단순한 기록을 넘어서 또 하나의 투쟁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나는 작년에 민병희 교육감의 『책갈피에 담아놓은 교육이야기』를 구입한 적이 있다. 그 때 이런 생각을 했다.

 

“나같은 사람이나 이 책을 읽지 누가 이런 책을 읽을 것인가? 한 때 교육운동을 했고, 지금은 교육 관료가 된 분의 책이 재미가 있을 리는 없다. 좀 머리가 아플지 몰라도 사명감을 갖고 읽어 보자.”

 

그러나 책을 펼치자마자 바로 몰입해서 하루에 완독했다. 책장을 덮으면서 민 교육감의 책을 보다 많은 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으면서 리뷰에 이런 글을 남겼다.

 

“독자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교육에 대한 통찰력이 빛나는 울림이 강한 저자의 생각은 물론 저자에게 영향을 준 다양한 분야의 많은 인물들의 주옥같은 저서와 사상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중학교 이상의 학력을 지닌 독자라면 직업이나 취향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다가서서 울림을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두 분의 삶을 담은『동행』을 읽은 뒤에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이 책을 한 마디로 평가한다면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다는 것이다. 30여 년을 같은 길을 함께 걸어 온 두 부부의 이야기에서 자신의 교육적인 신념이나 지금의 처지와 관계없이 흥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 길인지, 가정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중학교 이상의 학력을 지닌 독자라면 직업이나 취향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다가서서 울림을 줄 수 있는 책이라고 느꼈다.

y******3 2016.02.1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