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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만화를 펴내고 있는 메콤새콤 시리즈로 장 폴 사르트르를 다룬 작품이다. 그런데 그의 계약결혼 파트너이자 학문과 인생의 영원한 동반자 시몬 드 보부아르의 삶과 사상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두 사상가에 대해 한꺼번에 톺아볼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만화라면 가볍게 여겨 의미와는 무관한 타임킬링용으로 생각하기 십상인데 이 작품의 경우 그런 선입견을 무색하게 만든다. 오히려 어떤 사상서나 개론서보다 더 간명하게 핵심을 짚어내고 있다. 그림을 곁들여 철학이라는 진입장벽을 쉽사리 넘을 수 있도록 친근하게 이끄는 것도 큰 미덕이라 하겠고.
흔히들 사르트르를 실존과 자유의 철학자라 한다. 실존의 개념을 명확히 규정했고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무한 신뢰를 몸소 실천하였으니 말이다. 이런 그의 견해를 만화 행간에 자연스레 녹여내어 개념을 명료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실존 철학에 대한 강의 장면의 말주머니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인간은 우선 실존합니다. 자신과 맞닥뜨리고, 세계 속에 뛰어들어 솟아오르고, 그런 뒤에 스스로를 정의합니다. 실존주의자는 인간이 정의될 수 없는 까닭이, 인간이란 우선 그 무엇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로서의 인간은 그런 다음에야 존재할 것이며, 또한 그 자신이 만든 모습으로 존재할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의 본질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실존이 있습니다. 인간이란 우선 그 자신의 기투입니다. 여러분의 행위의 총화, 기투의 총합, 이것이 바로 여러분의 삶의 총화입니다. (중략) 인간은 오직 자신만이 자신의 입법자임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휴머니스트입니다. 여러분이 의지할 도덕을 발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어떤 도덕을 따라야 할지 선택하기 어렵다면, 스스로 도덕을 만드세요. 여러분 자신을 만들어 가세요. (105-106쪽)
실존 철학에 대한 브리핑으로 이보다 더 적절한 것은 없을 듯하다. 여기서 말하는 기투란 실존의 핵심 개념으로 현재를 초월하여 미래로 자기를 내던지는, 즉 자신을 만들어 가는 주체적 행위를 말한다. 그런 기투를 통해 '무'인 상태에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인간이라고 본 것이다. 본질 보다 실존적 상황과 과정에 주목하고 있는 입장이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실존주의자들은 스스로 자신을 만들어가듯 규범도 세워나간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자유의지에서 우러나온 도덕률을 통해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보부아르의 사상이 집약된 [제2의 성] 출간 사인회에서 독자와 만난 보부아르의 대화 내용을 소개한 대목에선 그녀의 사상의 진수가 오롯이 드러난다.
아니요. 난 여성성을 버리자는 게 아니라, 여성성이란 타고난 속성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겁니다. 여성으로 사는 것이 운명은 아니에요. 당신이란 존재를 결정하는 건 여성성이 아닙니다. (중략) 이 문제를 사회적 관점에서도 연구하다 보니, 자연히 여성을 피억압자로 바라보게 된 거지요. 여성은 프롤레타리아와 같은 처지예요. 부르주아들은 아내를 소유하지요. 토지나 유산을 소유하듯이요. (중략)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되는 것이다. 사회 속에서 여성이라는 성의 형상은 결코 어떤 생물학적, 정신분석학적 경제적 운명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문명 전체가 남성과 거세된 남성 사이의 중간 산물을 만들어, 그것을 여성으로 규정한다. (119-120쪽)
타고난 것이 아니라 길러진 것, 지배 세력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강요된 여성성이라는 허위의식의 정체를 까발리고 있는 대목이다. 래디컬한 그녀의 면모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급진적인 만큼 논리도 명료하다.
이런 사상의 핵심을 다루고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삶 전반과 가십 거리 같은 에피소드들도 등장하여 흥미도 유발한다. 약간 야릇한 톤의 글과 그림으로 묘사한 베드신 장면에선 상상력이 꿈틀대기도 하였다. 세련된 그림 속에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말미에 부록으로 정리하고 있는 주변 인물 소개와 사르트르 사상에 대한 해제도 읽을만 하다. 인본주의적 자유를 선언한 학자로 사르트르의 사상을 요약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만화를 통해 더 쉽게 한발 더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세계로 진입한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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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의 이분법적 세계관에 (정신:물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