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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공유하지 못한 그의 이상
"아무도 공유하지 못한 그의 이상" 내용보기
1권 450쪽, 2권 520쪽, 3권 590쪽. 방대한 분량이다. 고고학자인 저자는 이 방대한 분량을 고증을 거쳐 썼다고 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알렉산더 대왕이다. 끌릴 수 밖에 없는 책이었다. 1주일 정도가 소요된 듯 하다. 그리고 키보드를 마주하고 앉았다. 알렉산더 대왕이라면 우리 모두 이름만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실제 그의 행적이 어떠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그의
"아무도 공유하지 못한 그의 이상" 내용보기
1권 450쪽, 2권 520쪽, 3권 590쪽. 방대한 분량이다. 고고학자인 저자는 이 방대한 분량을 고증을 거쳐 썼다고 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알렉산더 대왕이다. 끌릴 수 밖에 없는 책이었다. 1주일 정도가 소요된 듯 하다. 그리고 키보드를 마주하고 앉았다. 알렉산더 대왕이라면 우리 모두 이름만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실제 그의 행적이 어떠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그의 연전연승의 비결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 불꽃같은 인생이 어쩌면 그렇게 갑작스레 사그러들었는지. 이런 점에서 본다면 이 책은 사실 그리 많은 추가 정보들을 주지 않는다. 영웅이 한낱 모기에 물려 죽었다고 하기는 저자로서 자존심이 상했는지, 알렉산드로스가 왜 죽었는지에 대해서 명쾌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저 갑자기 고열에 시달리다 며칠만에 죽었다는게 묘사의 전부다. 연전연승의 비결도 분명하지 않다. 잘 알려진대로 페르시아 풍습을 일부러라도 흉내내려 했고, 이를 통해 민족 융합과 통일국가 형성을 추구했지만, 끊임없이 '야만인'들의 도전에 직면해야 했다. 비록 이기기는 했지만, 그 피해는 막심했고, 승리의 의미란 사실 그리 큰게 아니었다. 당시 세계에서 쓸만한 군인들을 모두 끌어모아 다니는 군대가 기껏해야 인구 5000명 수준의 성읍을 함락시키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게다. 새로 접하는 일들이란, 그 위대한 영웅조차도 부하들의 반대에 못이겨 인더스 강에서 군대를 돌려야 했다는 점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아마도 알렉산드로스가 인더스강을 바다로, 즉 세상의 끝으로 착각하고 군대를 돌리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었지만 이는 억측이었다. 오히려 당시 사람들은 악어가 살고 원주민의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인더스 강을 나일강의 상류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이 생각하는 세계란 그토록이나 좁은 것이었다. 알렉산드로스의 부하들도 이점에서 마찬가지였지만, 독자들에게도 흥미진진한 부분은 역시 페르시아군과의 대전이다. 기껏해야 수만명의 병력으로 100만명의 페르시아 대군을 맞아 싸우는 장면은 아직까지 남아 있는 젊은 혈기를 흥분시킨다. 하지만, 그 전투의 승인이란, 책을 읽고 나서도 알 수가 없으니 환장할 노릇이다. 페르시아군 내부의 배신자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 배신자조차도 마케도니아군에 심각한 차질을 입히는 장면을 보건대, 그 싸움의 결과는 납득할 수 없는게 당연하다. 추측건대, 100만명이라는 숫자 자체가 적어도 10배 이상 부풀려졌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당초 이 책을 읽기전에 기대하기로는, 만프레디 할아버지판 '마케도니아인 이야기'이기를 바랐다. 시오노 할머니가 로마인 이야기에서 카이사르를 되살려 놨듯, 만프레디 할아버지가 알렉산드로스를 되살려줬으면 했다. 하지만 너무 큰 기대였다. 시오노 할머니는 누군가 명명했듯 '역사평설'이라는 장르를 사용한다. 자신의 서술이 사실인지 추측인지 상상인지를 명백하게 밝힌다. 군데군데 카이사르 자신이 쓴 기록이 등장하고 정적이자 친구인 키케로의 연설문이 등장한다. 이를 통해서 시오노 할머니는 자신의 상상조차도 모두 사실로 받아들이게 하는 마력을 갖는다. 하지만 만프레디 할아버지는 소설의 형식을 취했다. 시작부터 뜬금없는 신전의 불꽃타령이고, 마지막 문장도 이미 죽은 알렉산드로스의 독백이다. 애초에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일 수가 없다. 여기서 많은 문제점이 파생된다. 1500쪽에 걸쳐 등장하는 인물들 가운데 과연 실제로 한 시대를 살다간 인물이 몇 명이나 되는지부터가 의문이다. 알렉산드로스와 어릴적부터 함께 자라, 전쟁터에서는 최일선 사령관으로 일했고, 알렉산드로스가 죽은 다음에는 제국을 갈라먹은 친구들의 이름조차도 과연 누구누구가 실존인물이고 누가 가공의 인물인지 알 수 없다. 작가의 상상이 역사적 사실까지도 가리고 만 것이다. 결국 1주일에 걸쳐 1500쪽의 분량을 읽고 나서도 알렉산드로스는 여전히 내게서 말기만 하다. 헛수고였던 셈이다. 다만 동시대인들의 그릇을 뛰어넘는 이상만은 되새겨 볼만하다. 지금도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 민족간 분쟁이 그치지 않는 바로 그 발칸 반도 출신으로, 그리스인과 페르시아인과 인도인을 하나로 융합해 세계인을 창조하려 했던 그 이상만은 높이 살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 이상을 혼자만 갖고 부하들과도 공유하지 못했기에 그로부터 25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정한 세계인은 탄생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상을 혼자만 갖고 있었기에, 그의 후손들은 여전히 그리스인과 융합하지 못해 계속해서 야만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 이상을 혼자만 갖고 있었기에, 그 지지리도 못난 후손들은 아직도 그 좁은 땅덩이 안에서 인종학살을 자행하고 있다. 그 이상을 혼자만 간직하고 있었기에, 누구도 그를 우리 곁에 되살려놓지 못하고 있다.
k****9 2002.01.12.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