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의 추억, 여행지에서의 감상을 기록하고 남기는 방법은 여러가지일테고 저마다 자신들만의 방식에 따르겠지만 최근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그림이다. 그림이란 사진과는 또다른 감상을 느끼게 한다. 그린다는 행위자체가 대상을 오래도록 봐야 남길 수 있는 기록이기도 하기에 사진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라 같은 공간, 같은 건축물도 그리는 이에 따라 확실히 다르게 느껴지고 특히 소재가 무엇인가에 따라서도 표현되는 그림이 색다르게 느껴지는게 사실이다. 이번에 만나 본 배종훈 작가의 『유럽을 그리다』는 저자가 서양화가이면서 동시에 명상카툰작가이라는 커리어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정형화되지 않은 그림이 인상적인데 무려 90여 점에 달하는 그림들이 아이패드로 그린 디지털 드로잉이라는 점이 놀랍다. 물론 여기에 페인팅 작품도 있다고 하는데 최근 디지털 기기의 성능이 상당히 좋아졌고 실제로 아이패드로 놀라울 정도의 멋진 그림을 그려서 화제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사실을 알고나니 왠지 그림을 한번 더 바라보게 되는것 같다. ![]() 해외여행지역 중에서도 여전히 최고의 인기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여행기록을 담아내고 있는 책으로 우연히 낯선 여행지에서 고흐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동행하게 되는 이야기는 어쩌면 여행이기에 가능했을 일이기도 할 것 같다. 공감대가 형성된, 좋아하는 것이 같은 이들이 우연한 기회가 인연으로 이어져 함께 여행을 해나가는 점이 이 여행기록의 또다른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하다. 파리에서 시작된 이들의 인연은 무려 1000km에 달하는 아비뇽에 이르기까지 계속되는데 뭔가 여행을 계속하며 이어지는 이들의 관계가 과연 종착지에 다다랐을때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부분도 궁금해지는게 사실이다. ![]() 사진으로 볼 때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의 여행지 풍경들. 사진도 감성과 감정을 담아낼 수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좀더 주관적인 관점과 감성이 묻어날 수 있는게 그림이라는 생각이 해본다면 이 책은 작가의 작품집 같은, 바로 그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도슨트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실제로 작가는 국내의 다수의 전시회 등에 참여했고 해외 다수의 갤러리에도 자신의 작품을 전시했다고 하니 이 책은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분들, 작가의 전시회에 가본 분들에겐 작가의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귀한 기회가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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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디낭을 스케치한 그림이 책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처음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여행이라는 소재도 있지만 그림에 더 관심이 가서 읽게 된 책이다. 그런데 책 표지의 제목 위에 작은 글씨로 '사랑을 부르는 배종훈의 여행 그림 이야기'라고 적혀있다. 처음 책을 읽기전까지는 여행지에서 만난 도시나 풍경에 매료되어 스케치를 하면서 느끼게 된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왠걸 책을 몇 장 읽다보니 로맨스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주인공의 몰랑몰랑한 사랑이야기가 담겨있네요. 그렇다고 소설처럼 뭔가가 전개되지는 않지만 꽤 설레는 기분이 들게 하더군요. 일단 사랑이야기는 뒤로 접어두고 여행 그림 이야기를 들여다 봅니다. 저자는 여행과 삶의 이야기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서양화가 겸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책에 소개된 그림들을 보면 그림의 구성이나 표현 방법들이 취미로 그리시는 분들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그림에 대해 아는 건 없는데, 어째든 뭔가 다르더군요. 그리고 현직 중학교 교사시라고 하네요. 그래서 방학에 시간을 내서 여행을 가게 된 모양입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을 담아내기 위해, 몇 분이나 몇시간정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뭔가에 몰두하게 되면서 세상의 온갖 잡념으로부터 벋어나는 경험을 하게 될까요. 저자는 지금 이 순간의 기억이 잊어버리기 전에, 그 순간을 오래 정지해 두고 싶은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고 하네요. 그러면 점점 사라져 가는 기억을 오래 붙잡아 둘 수 있다고 하면서... 그래서 한장한장의 그림들을 보면 정성이 느껴집니다. 여행지의 기억을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 선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서 그렸다는게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소개된 그림들 중, 어떤 그림들은 스케치로만 담기 그림도 있거나 약간의 채색이 입혀진 그림도 있는데, 일부는 유화로 그려진 그림도 있더군요. 아마 여행지에서 돌아온 후, 그때의 기억을 더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에 오래도록 그려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책 뒤표지에 '그리다가 그리워하고 그리워하다가 다시 그리는 유럽'이라는 글로 장식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책을 읽고나니 기분을 알 수 있겠더군요.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인연에 사랑이라는 감정이 싹트게 되지만, 원래 없었던 일처럼 헤어지게 되고 그렇게 여행은 마무리 됩니다.
여행 후의 일상에서 그 때를 그리다가 그리워하게되고, 그 그리움에 다시 그리게 된 그림들. 유럽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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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그리다]는 말 그대로 유럽의 풍경을 그린 책, 이라고만 생각을 했다. 사진으로 바라보는 유럽의 풍경도 멋있지만 그 풍경을 그림으로 그려낸 것 역시 그만의 독특한 매력을 담고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며 이 책에 어떤 글이 담겨있든 그림 하나만으로도 책을 보는 만족감은 충족하리라 생각했다. 아니, 그런데 처음 글을 읽기 시작할 때는 그림보다 글이 먼저 들어온다. 파리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우연찮게 옆자리에 앉게 된 그녀와의 어색한 인사에서부터 이상하게 비슷한 취향을 가진 주제로 대화는 자연스러워지고, 세상의 모든 우연은 필연으로 이어져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긴 비행끝에 도착한 파리에서 그들은 서로 남남처럼 헤어지고 끝이 나야하는 인연은 비행기가 연착되어 늦은 밤 도착한, 더구나 비마저 내리는 파리 공항에서 우두커니 앉아있는 그녀를 지나치지 못함으로 인해 두 사람은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다.
뭐야, 이건 한편의 소설이야? 라는 의심이 들 때쯤 저자가 그려낸 그림들이 눈길을 사로잡기 시작한다. 그의 마음을 따라, 그의 시선이 머무는 곳의 풍경은 그가 보낸 시간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다. 그저 '아름다운 풍경'인 것이 아니라 따뜻해보이지만 쓸쓸함이 묻어나기도 하고, 시간이 쌓여 하나의 풍경을 말없이 보여주기도 하고, 그들 서로만의 시간을 공유하는 연인의 모습을 그려내기도 하고 그리움이 짙게 스며있기도 한 그림들이다. 유럽의 곳곳에 스며있는 저자의 감성을 따라가다가 문득 그녀는 어디에 머무르고 있을까, 생각하게 되고 그렇게 그녀가 궁금해질때쯤 그의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그녀는 보일듯 말듯 그와 함께 여행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들의 우연처럼 이어지는 운명같은 여행의 끝은 어떻게 될까. 솔직히 그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져서 새벽이 되도록 책을 놓지 못하고 다 읽어버렸다.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라는 그의 말을 끝으로 그들의 이야기는 끝맺음을 하고 있지만 그의 말처럼 "생의 가장 눈부신 날은 아직 오지 않았고, 여행도 사랑도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이 책은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유럽의 여행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지극히 사적인 여행이고, 저자 개인의 감성과 사랑이 담겨있는 여행과 그림이야기지만 묘하게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넘쳐난다. '유럽을 그린다'는 것은 그리다가 그리워하고 그리워하다 다시 그린다는 말을 그대로 담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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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사회가 되면서 개인소득수준이 높아짐으로써 우물안 개구리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한계를 인지해서 더 넣은 세상과 마주하고자 밖으로 밖으로 나갔던 시대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시기가 90년대라 생각되는데요. 그 시기를 지나 지금의 위치에 있기까지 수많은 여행자분들이 전 세계를 누비면서 남겨온 발자취. 즉, 여행기 중에서 이 책과 같이 그림으로 남겨서 기록을 한 사례는 저는 처음 접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카메라가 대중화되면서 사진을 통한 기록들의 홍수 속에서 직접 그린 스케치 그림을 통한 생생한 유럽의 모습은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아날로그적인 풍취가 느껴져서 저 개인적으로 감성적으로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여행은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의 중요한 일부이기에 각자의 방식으로 여행의 묘미를 즐기는 것이 가능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낯선 경험의 즐거움에 흠뻑 빠져들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인생에 한 번은 갈 준비를 하고 있는 유럽을 스케치 삽화로 먼저 만나본 풍경이 생생합니다.
자기 성찰의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는데요. 그중에 하나가 여행이 있다고 합니다. You가 아닌 My를 위한 여행, We가 아닌 Me를 위한 여행이 필요합니다.
그 마법의 약을 원 없이 먹어보고 싶습니다. 현실은 여기에 있지만...
인생에서 나를 찾는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아직도 우리들은 물리적인 여행을 통해서 정신을 혹사 시키거나 육체를 혹사 시켜서 찾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인생은 주관식이라 합니다. 4지 선다형 5지 선다형의 객관식에 젖어들어있는 우리들에게 백지의 주관식 답지는 본인들이 써 내려가야 하는 내용들이기에 그 내용들을 채워가는 것이 여행이라 생각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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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생각만 해도 설렌다. 사랑, 그것도 설렌다. 이 두 설렘의 만남을 보여주는 책이 있다. 서양화가, 일러스트레이터, 만화가, 여행작가, 중학교 국어교사까지, 1인 5역을 맡은 배종훈 작가의 《유럽을 그리다》가 바로 그 책이다. 책은 프랑스로 가는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한 여자와의 만남으로 시작한다. 처음에 제목만 봤을 때는 단순히 작가의 여행기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의 첫 부분에서 낯설지만 싫지 않은 만남을 보고난 후에는 달달한 이야기가 전개되는 핑크빛 에세이의 느낌이 물씬 났다. 별다를 것 없는 이 길에서 난 참 행복하다. 여행이 주는 설렘은 모두 네 번 찾아온다. 떠날 곳을 정하고 준비하며 기다리는 동안 한 번, 마침내 갈망하던 그 곳에 도착했을 때 한 번, 계획했던 장소와 일정을 벗어나는 순간 한 번,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어느 날 우연히 여행에서 마주친 장면과 비슷한 순간을 만나는 때에 한 번. 배종훈 ∥ 유럽을 그리다 ∥ 여행의 설렘은 中 (p135) 그냥 여행 만으로도 설렘이 느껴지는데, 여행지 또한 낭만적인 느낌이 드는 유럽, 그리고 계획하지 않은, 예상하지 못한 낯선 이와의 만남. 혼자 여행을 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꿈꿔봤을 설렘의 조합이 아닐까 싶다. 두 남녀의 만남은 프랑스에 도착을 하고나서도 끊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되고, 저자는 자신이 빌린 렌터카를 같이 타고 이동할 것을 제안해 둘은 함께 아비뇽으로 떠난다. 그렇게 두 사람은 따로 또 같이 여행을 한다. 목적지만 생각하다 보면 지나가는 과정들이 모두 가뭇없이 연기가 되고 만다. 무사히 도착하는 데만 관심 갖지는 말아야 한다. 어디든 이르기까지의 과정 그 자체가 여행이기에. 배종훈 ∥ 유럽을 그리다 ∥ 여행의 과정 中 (p154) 여행을 하면서 '그녀'를 향한 저자의 감정은 점점 핑크빛으로 물들어 간다. 글로 표현된 저자의 마음을 읽으면서 나 또한 두근두근했다. 저자의 그림과 함께 보아서 여행의 설렘이 더 잘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나는 좋아하는 이성이 생기면 감정이 숨겨지지 않고 표정으로 다 드러난다. 그래서 나는 밀당 이런 거 모르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다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나중에 후회라도 덜 하려면 이 방법이 낫다는 결론을 스스로 내렸다. 저자도 '그녀'에게 적극적으로 표현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끝은 끝이 아니라 언제나 또 다른 시작과 맞물려 있다는 것을. 여행할 이유도, 사랑할 이유도, 끝과 시작이 맞물린 곳에서 피어나기 마련이니까. 배종훈 ∥ 유럽을 그리다 ∥ 아무 것도 끝나지 않았다 中 (p244) 《유럽을 그리다》는 유럽을 배경으로 한, 한 편의 단막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아직 유럽 여행을 가본 적이 없지만, 항상 꿈꾸며 상상했던 모습들을 이 책을 통해 미리, 대신해서 볼 수 있어서 더 없이 좋았다. 언젠가 갈 나의 유럽 여행도 이처럼 설렘 가득하고 그리움도 있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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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훈은 국어교사이면서 화가이며 여행가라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가 유럽을 여행하며 쓰고 그린 이 책은 그의 이력만큼이나 독특하다. 무엇보다도 그의 감각적인 그림이 매력적이다. 해질녘 아비뇽의 YMCA호스텔에 도착했을 때의 분위기를 그림 한 장(p. 35)으로 충분히 표현했다. 그의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니, 나는 어느새 프랑스 아비뇽의 구교황청에, 광장에, 생베네제 다리 위에, 로세돔 공원에 가 있다. 작가의 여행은 계속된다. ‘아를’에서는 고흐 풍의 그림, <그리움이 흐르는 강>(p. 59)을 그렸다. 그가 벨기에 브뤼셀에서 그린 작품, <가슴이 붉게 물들어>(p. 99) 앞에서는 한참을 머물러 있었다. 독일 베를린과 뮌헨 그리고 하이델베르크, 체코 프라하, 오스트리아 빈과 잘츠부르크,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그라나다, 그리고 톨레도와 세고비아 등. 책 제목에 걸맞게 유럽을 인상 깊게 그렸다. 그의 그림을 예쁜 그림엽서로 사용하고 싶어진다. 이 책은 배종훈의 유럽 여행 화집이라 할 수 있다. 한편, 국어교사답게 그의 글 또한 감칠맛난다. 유럽으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한 여인을 만났다. 그녀와 우연히 유럽 여행의 일부를 동행하고 일부는 따로 따로 여행하면서 아련하게 피어난 사랑의 감정을 담백한 언어로 그림처럼 표현했다. 그는 그녀에 대해 개인적으로 아는 것이 거의 없지만 질투를 느끼면서 어느새 짝사랑을 하고 있었다.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났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헤어지자는 말과 함께 홀연히 사라지 여인! 일상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결코 자연스럽지 않은 이별 장면이 나온다. 작가는 실제 경험을 기록한 것일까? 아닐 것이다. 작가는 여행, 만남, 사랑, 이별이라는 소재로 멋진 소설과 그림을 창작해 낸 것이다. 그가 프롤로그에서 말했듯, 여행은 일상의 일들을 멈추고 비현실적인 삶을 사는 작은 판타지 같은 것이다. 작가에게 있어서, 여행은 마치 소설에서 우연히 한 여인을 만나고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이별하는 것과 같다. 2015년 끝자락에서 나는 배종훈의 유럽 여행과 그림과 이야기에 푹 빠졌었다. 여행을 가고 싶지만 팍팍한 삶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배종훈의 <유럽을 그리다>를 보라. 잠시나마 작은 판타지의 세계로 여행을 다녀올 수 있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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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아릿한 마음에 큰 숨을 한 번 쉬었다. 펜으로 여행 그림을 남긴 조금 독특한 여행에세이로만 생각했었다. "유럽"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설레이고, 신나서 마냥 부러움으로 읽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옆자리에 앉게된 그녀. "고흐"라는 공통분모로 그들의 대화는 끝이 없었고, 그냥 옆자리에 앉았던 우연으로 재밌게 파리까지 갈 수 있었다. 우연으로 끝날줄 알았던 그들은 공항에서 문제가 생긴 그녀를 그가 도와주면서 또 한번의 우연으로 그의 렌터카를 타고 장시간 이동을 하게된다.
서로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동행하게된 그들.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보는 낯선 여행지에서의 로맨스가 아닐까 싶어서 설레였다.
그 화려한 유럽에서 랜드마크를 다니기보다는 그가 꼭 가보고 싶었던 "고흐"와 관련된 장소라던지 소소한 시골 풍경이라던지, 투박한 좁은 골목등을 다니면서 그가 들려주는 마음의 문장들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나를 돌아보게도 만들었고, 코끝을 찡하게도 만들었고, 울고싶게도 만들었고, 어련하게도 만들었고, 잔잔한 따뜻함을 느끼게도 해주었다. 잔잔하게 흘러가다 툭툭 내뱉는 듯한 문장들이 마음에 툭툭 박혔다.
그 그림들을 그리면서 느꼈을 그의 감정이, 그의 시선이 다시 한 번 전해져오는 것 같아서 참 좋았다. 사진이 담겨있는 여행에세이는 많이 봤지만 이렇게 그림으로 직접 그려놓으니 꾸미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움이 더해져서 더욱 매력적이였다. 조금씩 그녀의 행동과 말이 신경쓰이게 된 그 남자. 그러나 내색하지 않았고, 여행자체에서 그녀를 그리워하게 된 그 남자. 얼음속에 보관한 편지를 쓰게된 그 남자. 무엇인지 어두워보이는 그녀라서 불안했다. 그와 그녀 참 비슷한 면이 많아보였다. 그곳에서 그들이 서로에게 느꼈을 감정이 무엇인지, 어쩌면 낯선 여행지의 효과인지, 아니면 정말 인연이였을지 모르지만, 그녀가 남긴 편지와 그들의 카페자리는 내 마음마져 아릿하게 만들었다. "아무 것도 끝나지 않았다"라는 그의 말이 자꾸 자꾸 입에 맴돈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하루, 한 순간을 소중히 살아야 한다고 늘 말하지만 우리는 무한한 시간을 사는 것처럼 일상의 시간을 흘려보낸다. 하지만 여행의 시간만큼은 1초도 그냥 보내지 않으려 애쓴다. 시간의 소중함을 알기 위해서라도 여행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 42p -
여행이 주는 설렘은 모두 네 번 찾아온다. 떠날 곳을 정하고 준비하며 기다리는 동안 한 번, 마침내 갈망하던 그 곳에 도착했을 때 한 번, 계획했던 장소와 일정을 벗어나는 순간 한 번,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어느 날 우연히 여행에서 마주친 장면과 비슷한 순간을 만나는 때에 한 번.
현실의 삶에선 큰 것, 유명한 것,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을 따르고 있지만, 여행의 시간에서는 소소하고 작은 것에 마음이 먼저 간다. 오로지 나만 생각해도 되고, 가슴에만 담아둔 것을 끄집어내 한참동안 들여다봐도 되는 시간이니까. - 140p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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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투니스트 배종훈이 아니라, 작가 배종훈, 화백 배종훈을 알게 해준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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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그리다 나는 사실 한번도 유럽을 아니, 해외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다. 제일 멀리 간 여행이 제주도다. 상황도 여의치도 않았고, 해외로 여행 갈 정도로 돈도 여유가 없었다. 물론 마음먹고 다녀올 수는 있었으나 그것은 나 혼자였을 때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유럽을 갔다온 사람들의 여행책이나 그림책들을 보면 그냥 읽고 싶은 마음이 든다. 대리만족도 들지만 그저 읽으면서 나 혼자 만족하는 독서가 좋기 때문이다. 언젠가 유럽이든 일본이든 한번쯤 해외로 여행을 가보고는 싶다. 이 책을 보게 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저자는 서양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다. 저자가 쓴 이 책은 유럽여행을 하면서 유럽 나라들의 일상과 모습들을 그림들로 표현하며 에세이식으로 꾸몄다. 근데 이 책은 다른 여행 서적과 좀 다른 면이 있다. 우선 금방 말한 것처럼 서양화가인 저자의 그림이다. 주로 여행 사진만 보아오던 사람들에게 이 책은 그림이라는 매력에 빠져 다른 유럽의 모습들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중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면서 만난 여성과의 인연이야기가 숨어 있다. 마치 영화같은 이야기지만 저자가 실제 겪었던 일들을 남긴 것이다. 성당앞에서 그녀를 다시 만나면서 내가 보기엔 저자는 이미 그녀에게 마음이 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서두에 저자는 그녀의 첫인상을 대학생처럼 앳된 모습이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마음에 들었다는 걸 은근 슬쩍 표현한 것이 아닐까,(웃음) 둘의 관계는 어떻게 되었을까? 책을 보면 나온다. 힌트를 주자면 여자가 역시 남자보다 독한 면이 있다고 할까? 여자는 추억꺼리로 남는 것이 좋다고 판단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너무 많은 걸 알려준거 같아 여기서 멈추도록 하자.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예전같으면 수줍어 그녀를 놓쳤겠지만 지금은 그녀를 잡고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보다 이 책 속에는 많은 볼꺼리가 많다는 점을 알고 있자. 저자의 그림체가 비슷하지만 그림을 표현하는 장면들은 좀 다르다. 그래서 그림들마다 다른 느낌이 든다. 펜으로만 그린 그림, 수채화처럼 물감을 적셔 배경에 색칠을 한 그림, 판화적인 느낌이 나는 그림, 모르겠다. 내가 볼 때는 다양한 그림체인거 같은데, 보는 이에 따라 다르지 않겠는가, 아무튼 저자의 그림들을 볼 수 있어 매우 느낌이 좋다는 것만 알아두자. 나는 오히려 사진보다 이렇게 그림들이 여행의 흔적들을 남기는 게 더 기억에 남는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또한 지금까지 대부분 사진들로 구성된 여행책을 보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는 저자가 부러웠다. 인연이라는 게 우주가 우주를 만난 것이라는 게 나의 생각인데, 나도 이런 가슴 두근거리는 사랑을 하고 싶다. 거기다 유럽여행까지, 그리고 책까지 출판하고, 아주 복이 많은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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