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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는 소설을 "거짓된 의미를 세상에 분비하는 기계들"이라 표현했다. 실존주의에 치우친 지나친 표현일까? 사르트르의 소설 《구토》를 생각해 볼 때 '분비'나 '기계들' 같은 단어 사용은 사르트르의 개성이 담겨 있다. 사상과 시대에 따라 경향도 있게 마련이지만 플라톤의 시인 추방론이나 과잉된 소설 예찬론보다는 현실적으로 보려 했다고 생각한다. 소설이 '환상'과 '사실'이라는 양 극단을 가지며 '지은' 글이라는 특성을 가지는 한, '거짓'과 '의미'는 소설을 설명하는데 늘 따라 나올 것이다. 사르트르에 비해 저자 존 서덜랜드는 좀 더 보편적인 풀이를 했다. 그는 문학을 아름다운 거짓이라고 하며,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표현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절정에 다다른 인간의 정신"이며, "마음과 감수성을 확장해 복합적인 것을 더 잘 조절할 수" (p13) 있게 도와준다고 했다. 이 정의를 시작으로 저자는 신화에서부터 서사시, 비극, 초기 소설부터 낭만주의, 모더니즘, 실존주의, SF, 최근의 팬픽 소설, 각종 문학상, 저작권 등 문학이 관련되어 있는 가능한 모든 초점들을 다루고 있다. 문학에 대한 에스프리 참고서라고 하겠다. 독자들이 쉽게 따라올 수 있도록 연대기 순으로 잘 짜여 있고 딱딱한 논조가 아니다. 독자가 이미 알고 있는 문학사라 하더라도 비화와 적절한 유머를 섞어 흥미를 떨어뜨리지 않는다.
이 책이 영미 문학권 중심인 건 감안하고, 소설의 시작은 18세기 경으로 추정한다. 그 이전 '소설의 원형 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은 읽지 않았더라도 워낙 유명해 대개 알고 있다. 보카치오 《데카메론》(1351, 이탈리아), 라블레 《가르강튀아 팡타그뤼엘》(1532~1564, 프랑스), 세르반테스 《돈키호테》(1605~1615, 에스파냐), 존 번연 《천로역정》(1678~1684, 잉글랜드)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여기에 아프라 벤 《오루노코》(1688,잉글랜드)라는 작품도 추가된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한 정보다. 작가가 여성이며, 영국 식민지에서 생활할 때 본 노예들의 고통스러운 처지와 기독교인들의 위선에 대한 것을 소설로 담았다고 한다. 저자는 이 소설을 30년 뒤에 나온 대니얼 디포《로빈슨 크루소》에 비견했다.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들이 말할 권리를 준 아프라 벤에게 모든 여성이 그녀에게 꽃을 바쳐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저자의 재미난 유머가 나온다. 울프가 아프라 벤의 무덤에 꽃을 던지라고 호소했듯이, 무인도에서 경제적 삶을 이뤄낸 크루소는 호모 에코노미쿠스였으니 그 연대기의 저자인 디포의 무덤엔 약간의 파운드 동전과 달러 지폐를 던져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식으로 피식 웃게 만드는 대목이 많다.
그 외 '《햄릿》에서 어린이가 보이는가?', '다윈 《종의 기원》이 토마스 하디에게 미친 영향' , '감옥에 가지 않았다면 오스카 와일드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를 썼을 지도 모른다?(프루스트와 와일드는 친분이 깊었다)' , '1922년은 문학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해였나' , '카프카- 카뮈- 베케트로 이어지는 부조리 주제는 누가 또 이어가고 있는가' , ' 1971년 가장 강력한 노벨문학상 후보였던 W. H. 오든이 베트남 전쟁을 벌이던 미국의 시민이 아니었다면 상을 받지 않았을까'(최근 노벨문학상 후보로 자주 거론되는 필립 로스도 미묘한 시기에 미국인이기 때문에 상을 못 받는 건 아닐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한다) 등등 우리가 문학을 즐겨 읽으면서도 생각하지 못한 물음을 많이 제시한다. 처음 구전문학에서 출발했듯이 저자는 '팬픽 소설' 같은 데에서 문학의 힘인 "유동성"이 여전히 힘 있게 작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2주마다 한 언어가 소멸하는 시대이고 인쇄 책이나 문학의 영역은 갈수록 협소해지고 있다. 하지만 빛나는 진주를 문학은 계속 보여주고 있고, 이를 후대에도 전해야 한다는 게 존 서덜랜드의 취지였다. 나도 동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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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역사'라는 제목이지만, 정확히는 '영미문학'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 읽어볼 가치가 있습니다. 문학의 역사를 다루는 책이지만 유명한 작가(셰익스피어, 밀턴, 디킨스 등)에 대한 설명을 통해 당대 문학사조를 설명하기 때문에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A Little History of Literature"라는 제목의 원서는 2014년 9월에 발간되어 국내에서도 구입이 가능합니다. 두 책을 비교해가면서 읽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