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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수상 작가 리처드 포드의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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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스포일이 포함된 리뷰입니다.)가족이 사라진 자리, 누가 대체할 수 있을까 소설 『캐나다』를 쓴 리처드 포드는 영미권에서는 퓰리처상, 펜/포크너상을 받는 등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았는데, 한국에는 그리 널리 알려지진 않았다. 그의 대표작인 『스포츠라이터』가 번역되긴 했으나 그 이후로는 딱히 소개된 작품이 없다. 추측하자면 『스포츠라이터』가 한국에서 그리 큰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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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스포일이 포함된 리뷰입니다.)


가족이 사라진 자리, 누가 대체할 수 있을까 


소설 『캐나다』를 쓴 리처드 포드는 영미권에서는 퓰리처상, 펜/포크너상을 받는 등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았는데, 한국에는 그리 널리 알려지진 않았다. 그의 대표작인 『스포츠라이터』가 번역되긴 했으나 그 이후로는 딱히 소개된 작품이 없다. 추측하자면 『스포츠라이터』가 한국에서 그리 큰 인기를 얻진 못해서인 듯. 


다행히도 오랜만에 그의 작품이 학고재에서 번역되어 나왔다. 맞다. 한국에서 그냥 묻히기에는 너무 아까운 작가다. 소설 제목은 『캐나다』. 2013년 프랑스 페미나 외국 소설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560쪽이나 되는 상당한 분량을 자랑한다. 나를 비롯한 많은 독자는 이런 두꺼운 책을 좋아할 텐데, 같은 가격이면 두꺼운 책이 좋은 게 당연지사지 않겠나. 단, 재밌다는 전제 하에서.


『캐나다』는 상당히 재밌는 작품이다. 시작부터 인상적인 소설이다. 대개의 소설은 이야기가 중후반으로 흘러야, 어느 정도 서사의 골격이 드러나는데 이 작품은 처음부터 줄거리 전부를 공개한다. 1인칭 화자이자 주인공인 델은 이야기 초반부에 은행강도였던 자신의 부모님과, 그 뒤에 자신이 연루된 살인 사건을 밝히겠다고 털어놓는다. 


그렇다. 『캐나다』는 은행강도인 부모님을 둔 소년이 살인에도 연루되는 이야기다. 처음만 읽어도 어떤 이야기인지 대충 짐작할 수있으나 그렇다고 읽는 재미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은행강도, 살인이라는 두 가지 범죄를 전면에 내세우는지라 호기심이 발동한다. 범죄는 비일상적이고, 매혹적인 소재니까. 그렇다고 이 작품에 반전이 없는 건 아니다. 은행강도 부모를 둔 아이가 어떻게 살인자가 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로 추측하기 쉬우나, 읽으면 알겠지만 주인공은 살인에 연루되긴 하나 그가 남을 죽인 건 아니다. 


소설은 크게 3부로 나뉜다. 1부는 은행강도였던 부모님에 관한 이야기. 2부는 부모님 두 사람이 모두 감옥에 들어간 뒤, 어머니 지인의 도움으로 국경을 넘어 캐나다로 가는 이야기. 마지막 3부는 65세가 된 주인공의 독백이다. 


15세 소년 델은 양봉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 그의 아버지는 큰 키에 미남인 전직 공군 대위다. 그의 어머니는 유대인 출신에 외모는 볼품 없게 생겼는데 사색적이고 문학을 좋아하는 여성이다. 두 사람은 서로 정반대였으나, 인생이 그러하듯 합리적으로는 설명할 길 없는 매력에 끌렸고 결혼을 하여 델과 버너를 낳는다. 쌍둥이 누나인 버너는, 사변적이고 조용했던 델과는 달리 말괄량이 소녀. 그들의 가정은 전반적으로 평온했으나 아버지가 불명예스럽게 공군에서 퇴직하며 앞선 날과는 다른 일상이 펼쳐진다. 


아버지는 자동차 딜러, 목장 판매 중개업 등을 하기도 했으나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불법을 저지른다. 처음에는 술술 풀리던 일이 꼬이면서, 아버지는 함께 범죄에 가담했던 인디언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는다.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판단력이 떨어지는 법, 아버지는 은행을 털어 돈을 마련하고 그 돈으로 인디언을 달래기로 작정하고 범죄를 계획한다. 은행털이에 어머니도 가담하고, 두 사람 모두 범죄 사실이 발각되어 교도소에 갇힌다. 어머니는 수감되고 바로 자살.


졸지에 고아 신세가 된 버너와 델. 독립심 강했던 버너는 가출하지만 주인공 델은 아무도 없는 집에서 버틴다. 은행털이 부모의 아이라는 낙인이 두려웠던 어머니는 자신의 지인에게 델을 다른 곳으로 보내주도록 부탁했다. 마침 지인의 동생이 캐나다에서 살고 있었기에 델은 국경을 넘어 캐나다로 향한다. 


주인공이 도착한 캐나다는 그가 미국에서 살았던 그레이트폴스처럼 시골이다. 사냥을 하러 오는 일부 관광객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인적도 들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골. 그곳에서 델을 맡은 아서 렘링거는 호텔과 사냥터를 경영했다. 자연스레 델도 호텔과 사냥터에서 허드렛일을 돕는다. 다시 학교에 다니고 싶은 마음이 강하긴 했지만 델은 새로운 곳에서의 삶에 적응을 해가는 느낌이었다. 살인이 일어나기 전까지... 


이렇듯 소설 『캐나다』는 캐나다라는 공간이 상징하는 '자유', '광활함', '대자연'과 같은 긍정적인 느낌과는 달리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이 비극은 급작스럽게 가족이 해체되면서 발생한다. 역자의 말에 따르면, 리처드 포드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가 바로 '가족 해체'라고 하니, 그런 면에서 『캐나다』는 그의 문학관이 잘 드러난 이야기라 봐도 무방하겠다. 


이야기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살인이 벌어지는 대목이겠으나, 주제를 잘 드러낸 장면을 꼽으라면 3부에서 델이 쌍둥이 누나인 버너와 대화하는 대목을 선택하겠다. 델은 어렵사리 만난 누나와 대화하며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 아빠와 엄마의 대는 이로써 끊어졌구나...... 이런 대화를 읽다 보면, 미국 사회 역시 '자손을 통한 불멸 추구'라는 가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물론 성리학에서 말하는 장자 상속을 통한 종법 질서와는 세부적인 모습에서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소설이 독자에게 질문하는 여러 가지 질문은 이렇다. 가족이란 어떤 존재이고, 가족이 사라졌을 때 인간은 어떻게 살아갈 것이며, 결국 인간이란 무엇을 위해 사는 존재이냐... 비극의 시작은 부모의 부재였다. 그래서 델은 고백 중간 중간에 만약 부모님이 은행 강도가 되지 않았다면, 이라고 스스로 묻기도 한다. 이 지점에서 반론할 수도 있겠다. 가족을 잃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어쨌든 델은 살아남았지 않느냐고,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하지 않았느냐고.


델만의 이야기로 끝났다면 『캐나다』는 한 소년이 마주한 고난과 그 고난을 이겨낸 감동 스토리로 채색될 수 있겠지만, 델의 쌍둥이인 버너라는 존재는 이 작품이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문학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이야기에서 도드라지는 존재는 아니나, 델과 반대로 하층의 삶을 전전해야 했던 버너라는 존재는 이 작품의 현실성을 더한다. 어찌 보면 리처드 포드가 내세우고자 하는 주인공은 결국 그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버너의 말로를 공개함으로써 지극히 현실적인 결말을 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는데, 이 작품의 뛰어난 점은 몇 가지 더 있다. 『캐나다』는 기본적으로는 델과 그를 둘러싼 가족의 이야기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미국 사회의 균열을 들추기도 한다. 예컨대 미국 사회에서 비참한 처지로 살아가야 하는 인디언, 양차 대전과 한국 전쟁이 끝난 뒤 역할이 사라져버린 군인 그리고 그들이 퇴역했을 때 그들 가정에서 벌어지는 비극, 당시 미국 사회 전반에 만연한 반공주의 등등. 이런 점들이 이야기 적재적소에 배치되고 독자가 읽기에 어색하지 않게 자연스럽다. 물론 영미 문학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섬세한 문장도 『캐나다』의 강점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가족'이라는 키워드로만 너무 읽은 느낌도 있지만 꼭 '가족'이 아니라 다른 키워드로 읽기에도 충분히 뛰어난 작품이다. '선과 악', '고난과 성장', '국경' 같은 키워드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읽은 소설 중 『물에 잠긴 아버지』와 『유토피아나』와 함께 Best 3에 꼽는 작품이겠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l****i 2016.03.23. 신고 공감 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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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리처드 포드 : 우리 모두는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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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포드 (지은이) | 곽영미 (옮긴이) | 학고재 | 2016-01-20     남겨진 생각들    "나는 우선 우리 부모가 저지른 강도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다음에는 나중에 일어난 살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라는,  이 책의 첫 문장을 보고 놀랐고, 『이방인』의 "오늘 엄마가 죽었다." 라는 문장 만큼이나 강렬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곤, 다음에 오는 문장에 난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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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포드 (지은이) | 곽영미 (옮긴이) | 학고재 | 2016-01-20

 

 

남겨진 생각들

 

 "나는 우선 우리 부모가 저지른 강도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다음에는 나중에 일어난 살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라는,

 이 책의 첫 문장을 보고 놀랐고, 『이방인』의 "오늘 엄마가 죽었다." 라는 문장 만큼이나 강렬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곤, 다음에 오는 문장에 난감해하고 말았다.

"이 세상에 절대로 은행을 털지 않을 사람이 딱 둘 있다면 우리 부모님이었을 것이다."

그러던 부모님이 왜 은행을 털었을까. 금전적인 어려움 때문이었다고는 하지만, 거기에는 어떤 필연과 우연이 뒤섞여있었던 것일까?

 '만약에'와 '나였다면'이라는 가정을 해보지 않고는 지나칠 수가 없다. 만약에, 나였다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한순간에 엎질러진 모든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었을까? 소설 『캐나다』는 한 가족을 뒤엎은 '나쁜' 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공군 대위였던 아버지와 교사였던 어머니가 은행강도가 되고, 가족은 뿔뿔이 흩어진다. 그리고 '델'이라는 한 소년은 그 모든 상황을 바라본다. 여느 때와 다른 부모님의 아주 작은 변화의 행동들, 불안한 예감들, 미스터리하기까지한 상황들, 묘한 긴장 속에 있는 것 같은 순간들을 소설 속에서 아주 차분하게 살펴낸다.

 모든 것을 곧게 바로잡아주고 있던 '가족'이라는 기둥이 무너진 그에게 인생은 막다른 길에 불과하다. 하지만 낙담하지 않고 나름대로, 거침없는 항해를 시작한다. 엄마가 들려주었던 시인 예이츠의 명언 "찢겨 보지 않은 것은 완전해질 수 없다"라는 말이 '델'의 인생 속에서 절대로 잊히지 않고 남아있는 것처럼 '델'은 계속해서 걸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땅을 발견한다. 부모님을 잃은 소년 혹은 미국인, 그 어떤 것으로도 대변될 수 없는 '진정한 나'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는 곳, '캐나다 (Canada)'.

 소년의 길고 긴 항해는 최근에 감명 깊게 읽었던 책, 『황금 물고기』속 소녀의 모습과 비슷해서, 코끝 찡한 감동이 일었다. "그런 상황에 부닥쳐 보기 전에는 어떻게 행동할지 아무도 모른다(213쪽)"는 말처럼, 우리 누구도 인생을 확신할 수 없지만, 그저 나아가고 노력하는 것이 답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미스터리 인생에서, '내 삶의 증거'와 '내가 누구라고 믿는 것(411쪽)'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조용히 전해주고 있었다.

 인생의 교훈을 차분하고 유려한 문장으로 전해주었던 소설 『캐나다』. 이야기적인 부분에서는 지루함 없이 읽었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각각 맞닿은 사건들과 문장에서 삶에 관한 차분한 시선이 느껴져서 여운이 깊게 남았다. 소설의 긴 호흡을 따라가다 보면 삶의 잔잔한 물결을 만나볼 수 있으리라.

 

담아둔 문장

 

 내게는 이것이 매혹적이지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절벽 끝처럼 느껴진다. 표면적으로는 삶이 변한 게 없었던 만큼 두 사람은 여행하는 내내 이야기하고 비밀을 나누고 애정 섞인 말을 주고받았다. 그들은 그때 흉악범이 아니었다. 정상(正常)이라는 것이 얼마나 멀리까지 연장될 수 있는지 놀랍지 않은가. 뗏목을 타고 바다로 나가면 육지가 점점 작아지듯, 아니면 기구를 타고 대초원의 바람기둥에 휩쓸려 올라갈 때 땅이 넓어지고 평평해지면서 아래 세상이 점점 흐릿해지듯, 정상으로부터 멀어지면서도 어찌 하여 여전히 그것이 시야 안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인가. (127쪽)

 

 

 "학교는 걱정하지 마."

 "계획을 얼마나 많이 세워 놨는데." 내가 말했다.

 "나도 알아. 누구에게나 계획은 있어." 어머니는 이런 어리석은 대화를 그만하고 싶은지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가 나를 보고 안경 너머로 눈을 깜박였다. 지쳐 보였다. "유연해져야 한다." 어머니가 말했다. "유연하지 않으면 큰 사람이 될 수 없어. 엄마도 유연해지려고 노력해."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안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의미가 있는 것도 같았다. "이치에 닿다"라는 말처럼. 나는 어떤 유연함을 뜻하든 내가 그렇지 않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188쪽)

 

 

 나는 지금 동화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동화되거나 그들을 위해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혼자 동화되었다. 동화되는 건 그렇게 어렵지도 위험하지도 영구적일 필요도 없을지 모른다. 이런 생각이 들자 또다른 해방감을 들면서 인생이 다시 시작되는 것 같고, 앞서 말했듯이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가는 듯했다. 정체되어 있지 않고 계속 움직이는 사람 말이다. 움직임은 세상 만물의 섭리였다. 좋든 싫든 나를 둘러싼 세상은 내가 어떻게 느끼든 계속 변할 것이다. (330쪽)

 

 

 플로렌스는 뻣뻣하게 일어섰다. 그녀는 키가 크지 않았고 어머니처럼 날씬하지도 않았다. 갈색 코르덴바지를 솔로 털어 낸 뒤 몸이 추워졌는지 온몸을 흔들고 양어깨와 펄럭이는 모자를 툭툭 쳤다. 나는 격자무늬 재킷을 입고 있었다. 확실히 추웠다. "여기가 캐나다여서 그럴 걸." 그녀는 히죽 웃었다. "우리가 늘 정해 놓고 다니는 건 아니잖니." 그녀가 말했다. "때로는 그냥 그곳에 닿는 거지. 아서가 그랬어. 그렇게 된 거야. '난 미국에 가는 게 아냐, 파리를 떠나는 거지.' 이건 위대한 예술가 뒤샹이 한 말이야. 그가 내 그림을 보았다면 정말 웃기다고 생각했을걸." 그녀는 우체국과 텅 빈 거리 - 우리 앞 광경 - 를 그린 그림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난 맘에 들어. 전부는 아니지만." 그녀가 말했다. (386쪽)

 

Written By. 리니

 

p********1 2016.02.29.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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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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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고, 현재 휴전 관계이긴 하지만 국경을 마주보고 있는 나라는 북한이 유일하다. 따라서 우리나라 사람에게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나라로 꼽을 수 있는 나라는 오히려 태평양을 건너야만 도달할 수 있는 미국이 아닐까 싶다. 혹은 호주이거나 뉴질랜드 정도. 아주, 막연하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삶을 꾸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만일, 미국 땅을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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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고, 현재 휴전 관계이긴 하지만 국경을 마주보고 있는 나라는 북한이 유일하다. 따라서 우리나라 사람에게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나라로 꼽을 수 있는 나라는 오히려 태평양을 건너야만 도달할 수 있는 미국이 아닐까 싶다. 혹은 호주이거나 뉴질랜드 정도. 아주, 막연하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삶을 꾸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만일, 미국 땅을 버려야만 한다면 어느 나라로 갈까. 국경을 마주보고 있는 두 나라 캐나다, 멕시코. 그 중 캐나다는 과연 꿈과 희망의 나라가 맞을까. 그 나라는 미국인들에게 구원일까.


가족이라 울타리가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어느 날가족이 해체되고 붕괴된다면 어떨까아마도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지지대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듯한 충격에 빠지지는 것이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그 상황을 견디며 이기고 자신을 지키는 삶을 산다는 것은 그리 녹록한 것은 아니리라그것도 15살이라는 나이의 청소년에게 말이다헌데여기에 더한 일까지 겪는 델이라는 사내아이가 있다.

 

이 이야기는 아주 독특한 구조로 시작한다는 것도 있지만천천히 65세의 어른이 되어 지난 삶을 반추하며 쌍둥이 누나와 엄마아빠 등 자신의 가족이 어떻게 해체되었으며 그 후에도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는 소년의 시점이 그려져 있는 작품이다.


평범한 중산층매사에 낙천전이고 호방하며 어쩌면 단순하기까지 한 공군 대위 출신의 아버지그리고 대학 때 시를 전공하고 학자적이며 회의적이고아버지보다 더 이성적이고 조금은 우울한 듯한 어머니이 둘은 음극이 양극에 이끌리듯 서로 다른 점에 이끌려외할머니 외할아버지의 반대에도 결혼했지만이것은 성급하고 그릇된 선택임을 이내 깨닫게 되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특히 델의 엄마의 경우아빠를 떠나고 싶어 했으나 결국 떠나지 못했고 아빠가 손쉽게 돈을 벌기 위해 벌인 사업에 생명에 위협까지 당하자위험한 일에 델을 끌어들일 수 없어 적극적으로 은행 강도짓에 가담하기까지 된다.


어머니의 전형적 유대인 외모 때문이든아버지의 점퍼 때문이든차 때문이든아니면 바뀐 델 어머니의 전략 때문이든 결국 부모님은 잡혔고쌍둥이들은 남았다이 모든 것을 예감했을까어머니가 마련해 놓은 루트대로 캐나다로 향하지만 쌍둥이 누나 버너는 도망치고델은 엄마친구의 동생인 아서 렘링거 밑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머물게 된다아서 또한 미국에서 원치 않았던 일로 캐나다로 도망친 것이고그를 찾는 경찰들을 이유 불문하고 죽이며델은 뒷수습의 일부를 맡게 된다.


'살아오는 동안 내 사고 습성은 인간이 개입된 모든 상황은 완전히 뒤집어 질 수 있다는 걸 이해하는 방향으로 흘러왔다누군가가 내게 사실이라고 보장하는 모든 것이 반드시 사실은 아닐지 모른다세상이 의지하고 있는 모든 믿음의 기둥은 언제든 폭발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많은 것이 지금 모습 그대로 오래 머물러 있지는 않는다그러나 이런 진리를 알았다고 내가 냉소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냉소적이라는 건 선()이 존재할 수 없다고 믿는 것이다나는 선()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다만 아무것도 당연시하지 않고 언제 닥칠지 모를 변화를 준비하려는 것뿐이다. (중략버너가 떠나는 모습에 집중하면 이 모든 것이 상실에 관한 이야기 같으니까그러나 지금 이 순간까지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나는 진보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너무 가까이 있으면 쉽게 보이지 않는 것이 이 두 가지다.' (p267, 268)


65세가 되어 만난 누나로부터 엄마의 옥중 기록이 담긴 '나약한 사람의 연대기'를 받게 되면서 지난 날자신에게 닥쳤던 인생의 거대한 태풍이라 불릴만한 2개의 사건을 추측하며 관찰자의 시선으로 그리고 있는데델은 그 때 달아난 누나의 험난한 삶과는 다른그래도 성공한 인생을 살았다고 회고한다그가 태풍의 눈을 지나쳐 왔음에도 캐나다라는 나라에서 영어 교사로십대들을 가르치며 비교적 평안한 삶을 꾸려갈 수 있었던 이유그것은 인생의 굴곡진(여기 표현대로라면 '물리적 사건')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결정을 하며어떤 의미를 부여했느냐에 달렸다고 말한다.


'물리적 사건의 중요성에 대해 아버지가 한 말을 믿기는 했지만 내가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그 일을 어떻게 느끼는지무엇을 추측하고무엇을 생각하고 두려워하고 기억하는지였다.(내 어릴 적 행운의 믿음이었다.) 내게는 인생이 그런 것이었다.' (p. 475)


그렇다새 희망이라고 생각했던 캐나다에서어머니가 델을 캐나다로델이 제 2의 인생을 살 수 있는 희망의 땅이라 믿었던 기회의 땅에서 아서 렘링거라는 인물로 인해 인생의 다시없을 고비인 두번째 태풍의 핵을 만나게 된 것이다.

 

'캐나다는 나를 구원하지 않았다고내가 그렇게 말한 건 너희들이 그게 진실이기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만약 내 부모가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고 부모로 남아 있어 주었다면 누나와 나는 멋진 미국식 삶을 맞춰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다.' (p. 513)


이 세계에 구원의 땅이 있을까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이지나온 삶들이 허허롭고 피폐했다는 객관적인 상황일지라도피해의식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닌 다른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소중하게 생각한다면 그것이 바로 캐나다가 아닐까근래에 자주 등장하는 아들러의 핵심처럼 과거는 과거일 뿐이며 현재에 영향을 미칠 수 없기에그런 '의미 있는 노력'으로 냉소적이지 않고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소신 있게 살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학생들에게 가르쳐 왔듯이 나는 우리가 보는 것이 존재하는 대부분이며삶은 우리에게 텅 빈 수레로 전달되었다고 믿는다숨겨진 의미는 거의 없다. (중략인정컨대 선()을 찾기가 간단치 않을지라도 동등하지 않은 것들을 선()을 지키는 전체에 연결하려 애를 쓴다면 말이다누나가 말했듯이 우리는 노력한다노력한다우리 모두는노력한다.' (p. 544)

 

우리가 인생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야 하는지텅 빈 수레를 채워가며 사는 것은 바로 우리의 선택이며 노력이라는 것을 섬세하게 알려주는 노장의 작품이다.


j******7 2016.02.2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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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리처드 포드 장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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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리처드 포드 장편소설 평범할 것 같던 한 가족의 붕괴, 그것도 정말 극적인... ! 출판사 서평을 보고, 캐나다의 아름다운 자연을 그린 것인가하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추측은 빗나갔다. 리처드 포드의 '캐나다'    새학기가 되면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될 15살 소년 델이 자신의 이야기 해 준다.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델도 15살이 되기전까지는 누구보
"캐나다 (리처드 포드 장편)" 내용보기
캐나다

리처드 포드 장편소설


평범할 것 같던 한 가족의 붕괴, 그것도 정말 극적인... !

출판사 서평을 보고, 캐나다의 아름다운 자연을 그린 것인가하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추측은 빗나갔다.


리처드 포드의 '캐나다' 

  새학기가 되면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될 15살 소년 델이 자신의 이야기 해 준다.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델도 15살이 되기전까지는 누구보다 평범했다-이라면 견디기 힘든 삶이었을 그 시간들을 말이다.

'나는 우선 우리 부모가 저지른 강도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로 이 소설은 시작한다.





  델은 미국 몬태나 주 그레이트폴스에서 아버지, 어머니, 쌍둥이 누나 버너와 함께 살고 있었다.

공군 대위었던 아버지는 퇴직한 후 금전적인 문제가 생기자 은행을 털기로 한다.

그리고 너무나 순진하게도 성공할 거라는 확신을 가졌고, 현실적이고 강해 보이던 어머니도 은행털이에 가담하기에 이른다. 

  부모님은 교도소에 가게 되었고, 남겨진 버너는 도망을 가 버렸고, 델은 어머니의 부탁을 받은 지인의 도움으로 국경을 넘는다.

그렇게 델은 어느 날 갑자기 변해버린 자신의 삶을 새로 쓰기 시작한다.

캐나다에서도 델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고등학교에 너무나 가고 싶었던 평범했던 15살 소년 델은 하루아침에 바뀐 삶을 살아낸다. 타국에서의 삶, 불확실한 미래... 그렇지만 델은 삶을 포기하거나, 자신의 처지를 부모의 탓으로 돌리지 않았다.

과거를 돌아보기보다는 현재에 충실하고자 했고, 언제나 깊이 사색했다. 때로는 순진하개, (그렇지 않다는 걸 알지만)때로는 현실을 긍정적으로 상상하면서 말이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이 소설은 시작부터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말해준다. 복선도 반전도 없이 그대로 독자에게 알려준다.

그래서인지 글을 읽으면서 델이 어떻게 될까 생각하지 않고, 그와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며 글을 읽을 수 있었다.



포드는 '이 작품은 큰 주제, 우리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가는 결국 종이 한장 차이라는 의식과 닿아 있다.'고 말한다.   -마지막 옮긴이의 글 중에서-

델의 부모도, 캐나다에서 델의 보호자였던 아서를 보면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소설에서는 정말 그랬고, 현실에서도 마찮가지인 듯 하다. 인간은 정말로 나약한 존재이고,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일도 저지를 수 있는 듯 하다.

극적인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에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밝혀지겠지?

사춘기의 나이에 그런 일들을 겪었다면 델처럼 그 상황을 나는 극복할 수 있었을까?

잠시 생각했지만, 어떤 쪽으로도 장담할 수 없고 상상할 수도 없었다.

세상은 더 복잡해지고, 무서워지는데...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써 늘 염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이와도 깊이 사색하고, 대화도 많이 나눠야겠다. 그렇게 깊이 있고 단단한 사람이 되기 위해 책을 꼭 읽어야 하는 듯 하다.


리처드 포드는 결혼, 가족, 공동체 같은 제도의 붕괴를 통해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현대사회를 그린 이야기들로, 퓰리쳐상과 펜/포크너 상을 수상했다고 하는데, 그의 대표작들도 읽어보고 싶다.
YES마니아 : 골드 k********1 2016.03.02.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삶에 대한 성찰 - 『캐나다』
"삶에 대한 성찰 - 『캐나다』" 내용보기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은 영미문학의 거장 '리처드 포드'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였습니다. '캐나다'라는 나라를 의미하는 것인지 의문점을 가지게 하는 제목부터 눈길을 끌었는데 이 책의 소개글을 보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었습니다. 머릿속에 켜켜이 접어놓고 필요할 때마다 펴 보고 싶은 아름다운 문장들이 넘치는 소설. 작가가 들려주는 아름다운 문장들을 기대하며 이 책의 첫
"삶에 대한 성찰 - 『캐나다』" 내용보기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은 영미문학의 거장 '리처드 포드'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였습니다.

'캐나다'라는 나라를 의미하는 것인지 의문점을 가지게 하는 제목부터 눈길을 끌었는데 이 책의 소개글을 보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었습니다.

머릿속에 켜켜이 접어놓고 필요할 때마다 펴 보고 싶은 아름다운 문장들이 넘치는 소설.

작가가 들려주는 아름다운 문장들을 기대하며 이 책의 첫 장을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첫 장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나는 우선 우리 부모가 저지른 강도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다음에는 나중에 일어난 살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 page 13

작가는 이 문장을 통해 독자들에게 미리 경고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미리 알려주는 것은 그만큼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자신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더욱 이 책의 내용이 궁금하였습니다.

 

간략하게 살펴본다면 공군 대위인 아버지는 퇴직한 후 금전적인 어려움으로 어머니와 함께 은행을 털게 되고 그로 인해 부모님은 열다섯살인 어린 아들 앞에서 감옥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여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로인해 쌍둥이 누나 버너는 집을 나가버리고 주인공 델은 국경을 넘어 캐나다로 향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이러한 내용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델의 모습이 마치 그 시대의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덤덤히 그려 주었습니다.

 

사실 이 책은 쉽사리 읽기 어려웠습니다.

처음부터 작가가 이 책의 내용을 알려주는 문장을 맞이하였을 땐 마치 준비되지 않은 채 결과를 받아들여야하였을 때의 당혹감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야기의 주인공의 델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나라면 그처럼 행동할 수 있었을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기에 책의 한 장 한 장을 넘기기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책의 소개글처럼 작가의 문장은 우리에게 많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특히나 마지막의 이 문구는 여운이 남았습니다.

학생들에게 가르쳐 왔듯이 나는 우리가 보는 것이 존재하는 대부분이며, 삶은 우리에게 텅 빈 수레로 전달되었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의미가 무겁게 짓누른다면 그게 전부다. 숨겨진 의미는 거의 없다. - page 544

델에 있어서 '캐나다'는 과연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지 새삼 궁금했습니다.

과거의 그의 엄마가 느꼈던 그 감정으로 다가왔는지, 아니면 제2의 인생의 기점으로 여기었는지......

한 가족의 붕괴는 과연 누구의 책임으로 물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델의 태도가 그렇게나 덤덤할 수 있었음에 괜스레 마음이 찡하였습니다.

 

이달의 사락 a*****6 2016.03.0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