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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김은정 작가의 첫 작품 『그래서 나는 안티팬과 결혼했다』를 읽었다. 처음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다가 읽으려고 봤더니 품절. 무척 안타까웠는데 개정판이 나왔다고 해서 부랴부랴 구매하게 되었다. 다른 책들에 밀려 책탑의 맨 아래쪽에 있다가 드디어 나의 손길을 거치게 된 작품. 많은 기대를 갖지 않고 읽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곧 내가 이 작품을 왜 미뤄뒀는지 후회될 정도였다. 밤에 침대에서 책을 읽는데, 나의 낄낄거리는 소리가 들릴까봐 아랫집에 미안할 정도였다. 그만큼 재미있었고, 오랜만에 즐거운 소설을 읽어서 좋았다.
사실 나는 연예인이 나오는 소설들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그런 뻔한 이야기의 전개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으며 연예인이 나오는 소설은 뻔한 이야기라는 건 나의 편견일 뿐이라는 거. 누가 소설을 쓰느냐, 어떤 방식으로 전개하느냐에 따라 소설은 전혀 지루하지도, 뻔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글쎄, 연예계 스타를 좋아한 적은 있어도 개인적으로 엮이는 경우는 전혀 없을 뿐더러 혹시라도 엮일 경우에도 거의 내 꿈 속에서 일어난 일일 뿐이라는 거. 하지만 잡지사 기자라면? 스타를 취재하려니 가까운 곳에서 마주칠 수도 있다면 소설 속 근영과 후준처럼 엮일 수도 있겠다 싶다.
잡지사 기자인 이근영. 자신이 휴일까지 반납하고 쓴 기획안을 팀장이 가로채가는 건 다반사. 스타 후준을 취재하라는 명을 받고 사진기자 수환과 함께 제이제이의 클럽 '베니'로 향한 근영은 후준의 차를 발견하고 차를 향해 다가간다. 스마트폰을 들이대다가 후준의 매니저에게 걸려 사진을 찍지 않았다는 걸 확인받고서야 폰을 돌려받았다. 클럽에 들어가 후준의 인터뷰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술을 퍼 마신다. 술에 취해 화장실에 가려던 근영은 화장실 앞에 한 여자와 서 있던 후준을 발견하고 몰래 지켜본다. 우는 여자를 매정하게 바닥에 내팽개치고 돌아서는 후준의 모습이 이해되지 않았던 근영. 이어 후준의 새하얀 운동화에 구토를 해버렸던 근영이었다. 혹시나 여기자가 화장실에서 인형과 마주쳤던 일들을 기사로 내버릴까봐 소속사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던 후준. 회사에서 잘리고 전기세를 밀려 집으로 들어가지 못한 근영은 친구집으로 들어가고, 후준이 자기를 잡지사에서 잘리게 했다는게 화가 나 인터넷에 글을 올린다.
졸지에 근영은 후준의 안티팬이 되었다. 후준의 안티팬이 된 근영과 안티팬마저 끌어안을 수 있다던 후준을 상대로 방송국의 한 PD는 둘을 상대로 리얼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 했다. 스타인 후준과 안티팬인 근영이 그의 매니저가 되어서 그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며 매니저 역할을 리얼로 한다는 내용이었다. 친구집에서도 쫓겨나게 생겼는데, 계약금 천만원에 출연료도 따로 준다는 소리에 프로그램에 응하고 만다. 근영과 스타인 후준은 리얼 프로그램을 잘 이끌어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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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가까이에서 자주 만나고 부대끼다 보면 정이 들게 마련이다. 가까이에서 후준을 지켜보며 후준이 처한 상황까지 알게된 근영. 그를 조금씩 이해하고 그가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때는 기자 정신으로 후준을 위하기도 한다. 근영이 머물고 있는 촬영 장소에 자주 찾아오곤 하던 후준이 그녀에게 한 말은 참 의미심장하다. 기분이 좋지 않아도 자신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없다는 점, 근영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으니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도 편하다는 말이었다. 스타라는 이유로 팬들에게 늘 웃어야 하는 그들의 고달픔이 보인 것이다.
스타들의 사랑과 소속사와의 갈등을 연예인들의 기사에서 자주 보곤 하는데, 그들의 직업임에도 많은 것을 드러내야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일까라는 생각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먹고사는 그들이 그런 불편함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딱 꼬집어 무엇이 옳다고 말하기가 좀 애매한 문제이긴 하다.
외국에서는 영화가 제작되어 곧 개봉하는 모양인데 우리나라 영화가 아니라는 점이 조금 안타까울 뿐이다. 꽤 재미있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한번쯤 상상해 보았던 이야기. 안티팬과 스타로 만나 함께 프로그램을 찍고 어느새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들. 그게 꼭 사랑이 아니어도 너무 행복한 일이 아닐까. 상상만 해도 즐겁다. 우리의 이런 환상을 이 소설로 만나보시길.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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