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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은 순환한다. 이 단순한 명제를 지금 모르고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놀라운 과학기술, 의료 기술의 발전은 인체의 신비를 더이상 신비로 남겨두지 않았다. 지금의 우리는 피가 우리 몸에서 어떻게 생성되며 어떻게 돌아다니는지 알고 싶다면 인체를 투과하여 낱낱이 보여주는 각종 기구를 통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천 오백년 전의 하비라는 사람은 혈액이 우리 몸을 빠르게 순환하며, 심장에서 생성된다는 이 단순한 명제를 말하기 위해 1500년 동안 내려오던 권위에 도전해야 했으며, 자신의 이론을 지지하기 위해 많은 실험들을 해야했다. 당연하게 믿어져온 이론을, 천년이 넘게 진리라고 여겨져온 거짓 진리를 붙잡고 의문을 던지는 일은 어쩌면 너무나 어리석은 일 인지 모른다. 자칫하면 바보나, 집단 따돌림의 대상 혹은 궤변론자로 몰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가 의심 한 번 안하고 받아들인 사실에 의문을 던지는 일. 이것이야말로 혁명의 첫 걸음이 아닐까? 피가 간에서 생성되어 몸에 영양분을 공급하면서 점점 소모된다는 대 해부학자 갈렌의 생각을 하비 또한 다른 모든 사람들 처럼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면,진리로의 방향 전환은 몇 세기가 더 걸렸을지 모를 일이다. 다소 어려운 의학 용어와 이론들에 당황하면서도 이 책을 읽는내내 가슴이 떨렸던 것은 바로 그 하비라는 사람의 용기였다. 나 또한 너무나 당연하게 세상의 생각들을 주워 삼키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언젠가 또 다른 하비가 바꾸어 놓은 세상에 살 미래 누군가의 과거에 어리석었던 사람들 속의 한사람으로 내가 남아있진 않을까. 몇 백년전의 하비는 현재의 나에게 그저 스쳐지나가지 말라고, 용기를 내어 바꿔보라고 말하고 있었다. [인상깊은구절] 그러므로 하비 발견은 인체의 기능과 돌보는 방식에 대해 완전히 다시 생각하게 한 기점이 되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갈렌의 해부학과 생리학은 르네상스 해부학자들이 시도했던 것처럼 수정 보완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완전히 폐기할 대상이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