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읽을 때마다 내 마음의 행간을 사정없이 기웃거리는 내용들이다. 그래서 어쩌면 이 책을 읽고서야 나는 나의 정체를 적나라하게 알게 되었다고 말해야 겠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땐 삽화의 특성상 어쩐지 좀 휑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읽을 때마다 너무나 꽉 찬 내용 때문에 잠시 잠시 호흡을 가다듬어야 할 정도이다. '터무니 없는 우월감과 극심한 열등감을 일정한 주기에 갈마들이로 느끼게 된다'는 작가의 고백이 나에게 위안이, 때로는 고통이 된다. 이윤기님의 '무지개와 프리즘','어른의 학교'는 내 인생의 교과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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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세 사람의 전문가가 모여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은 이윤기, 그림은 정재규, 편집은 정병규. 그러므로 단순히 읽기 위한 책만은 아니다. 읽고 생각하고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는 책이다. 처음 보아서는 제대로 알 수 없는 그림과 여백들, 물론 계속 보고 있다고 해서 그 그림의 뜻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은 아니나, 책을 읽어 나가다 마음이 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놓은 제작자들의 뜻만은 충분히 알아 차릴 수 있다는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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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학교(이윤기)>를 읽었다.
동휘는 책 속에 파묻혀 사는 동무다. 그가 '외길 보기 두 길 보기'란 책을 건넸다. 맘에 쏙 들어 밑줄 그어 읽었고 외웠다. 외운 게 아니라 그냥 외워졌다.
너무 좋아 출판사에 200권인가 주문해서 선물로 나눠주었다. 이십 년도 더 된 얘기다. 그 뒤로 이윤기 책은 나오는 족족 샀다. 지금은 돌아가신 이윤기 선생을, 다시 만났다. 빠져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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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30여남권의 책을 빌려 읽으면서 처음으로 돈 주고 산 책이다. 것두 인터넷 서점에서 품절이라 서점에 발품팔아서 직접 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무지한지, 단순한 일상속에서 배우고 깨달을 수 있는 꺼리가 얼마나 많은지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사는 데가 다 학교이며 모든 사람에게서 다 배울 바가 있습니다`란 선생의 말씀. 요즘 읽은 책들을 떠올려보면서 막연하게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진리와 내가 추구해야 할 삶의 어렴풋한 모양새가 내 머릿속에 그려진다. 자꾸 되새김질하며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산문들이다. [인상깊은구절] 무엇이 너를 괴롭히느냐.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와지거라… 그런 연후에는 그 자유로부터도 자유로워지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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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이다. 토요일이면 아우성처럼 산으로 들로 쏟아져 나오는 요즘, 책을 쌓아 놓고 1박2일 글자에 묻혀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 것을 실행하기에 비는 참으로 알맞다. 쌓아 둔 책 모두 리뷰처럼 여기 저기 군것질을 해 놓은 상태라 읽을 책의 순서를 정하기에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날궂이도 못한 토요일 純白의 시간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첫 책을 잘 고르자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였다. 그렇게 찾아 든 책이 소설가 이윤기의 <어른의 학교="">이다. 이 책을 처음 소개받은 것은 문학리뷰에 글을 쓰던 어느날이었다. 제목이 동화같아 별로 시선이 가지 않아 한동안 무감각하였었는데 갈수록 <어른의 학교="">라는 책 표지 디자인이 친숙해지는 것이다.
과연 비오는 토요일, 완벽한 자유의 시간에 첫사랑의 대상으로 이 책을 선정한 것은 매우 마땅한 처사였다. 우선 가볍게 접근하여 봄을 잃은 혼돈의 머리를 식히고자 함에 어울렸다. 동화같은 글이다. 아니 화두를 온 몸으로 그려내고자 한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 나를 굼뜨게 하였다. 얇은 책이라 아끼며 읽었다. 행간마다에 내 허리춤을 붙잡고 머뭇거리게 하는 힘이 있었다. 막걸리 한 사발을 마시고 싶은 강한 충동에 이끌렸다. 사실 나를 붙잡는 가장 좋은 방법이 막걸리 한 잔 하자는 것임을 어찌 숨길 수 있겠는가. 저자 역시 미국에서의 생활에서 누룩을 사서 찹쌀 막걸리를 만들어 교포 사회 혹은 미국 사회의 절친한 사람들과 교우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30대 유학생들은 막걸리 세대가 아니고, 50대 교포들은 2,30년씩 막걸리를 마셔보지 못해 설사를 하는 이야기에서 절로 웃음이 나온다. 나는 요즘 막걸리에 심취해 있다. 막걸리 효소를 몸 속에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저자의 글에서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내 생활 주변에서 숱하게 겪는 일이니까 말이다. 더군다나 저자의 일 끝난 새벽에 막걸리 한 잔 마시고 책을 읽다가 잠드는 버릇은 내 무릎을 칠 정도로 통쾌한 장면이었다. 나와 같은 성향을 지닌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신나는 일이 된 셈이다.
글을 읽으면 저자의 삶을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삶이 진지해 질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일본의 가수 미소라 히바리의 노래를 듣다 아내에게 통역해 주면서 다 통역하지 못하고 아내를 안고 펑펑 울어버리는 따뜻한 심성을 지녔다. 다양한 체험을 통한 기억의 퇴적을 콩나물이 제가 자라면서 마신 물을 기억하겠느냐고, 결국 콩나물은 콩이라는 씨앗의 소양 위에 이루어진 물의 퇴적이라고 말한다. 책의 제목이 된 <어른의 학교="">에서는 도처의 연상, 연하의 벽을 허물고 있다. 조그만 가게를 하는 아버지가 대학생 아들과 물건을 사다 진열하면서 재고가 없어지는 상황이 그것이다. 실제 그 물건을 사 먹는 세대의 시선에서 물건을 구매하면 아버지 시선에서 구매한 것과 분명 다르다는 것이다. 사막지대를 여행하면서 가스통을 버리려 하였을 때도 저자의 고3 아들의 <아이스박스에는 얼음과="" 먹거리만="" 넣는다는="" 고정관념을="" 버리세요.="">라는 말로 개안의 경지를 얻는다. 도처가 어른의 학교인 셈이다.
삶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경지를 이 책을 대하면서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고전을 넘나드는 저자의, 생활에의 화두를 읽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간히 중복되는 고사를 통하여 조금은 지루함을 감출 수는 없었다. 그러나 요즘같이 겉만 화려한 책들에 비한다면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일 뿐이다. 한 자연인이 사회 속에서 일구어 낼 수 있는 여러 개연성을 이 책은 진지한 시선으로 붙잡아 내고 있다. 이 책은 우리 시대를 걱정하고 자유롭게 사는 것에 대한 탐구에 몰입하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미국 쇼핑센타의 아르바이트 계원의 15개국 인사말은 이런 저자에게 일본, 중국, 한국의 순으로 인사를 하는데 동양 3국의 국적 판단이 햇갈린다는 말이 나온다. 돌아서는데 이 사람은 안녕히 가십시오라는 인사를 <끄너>라고 한다. 학교 기숙사에서 한국사람들이 전화를 하면서 그렇게 인사를 하더라는 것이다. 하하하...... [인상깊은구절] 김명곤의 이야기는 이렇게 계속됩니다. <......소리를 하든, 연기를 하든, 연출을 하든, 자기가 하는 일에 깨어 있어야 하는데, 이게 쉬운 일 아니다. 나는 직업상 많은 사람들 만나고 다니는데,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특징이 있더라. 자기 하는 일에 깨어 있더라는 것이다. 저금하는 놈과 공부하는 놈에게는 못 당한다는 옛말이 있다. 깨어 있는 상태에서 조금씩조금씩 쌓아가는 전문성, 그걸 뭔 수로 당하겄냐....> 끄너>아이스박스에는>어른의>어른의>어른의> |
| 우리가 보고, 느끼고, 부딪히는 것들은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그 순간은 쌓이고 쌓여서 한 인간의 역사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작은 냇물이 모여 강을 이루듯, 수많은 개인의 역사가 어우러져 인간 사회를 장식해 간다. 이것이 인생의 한 단면, 한 순간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다. 우리는 성장한다. 성숙해진다. 그렇지만 언제나 미완성이기에 다른 이의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고요하고도, 잔잔한 일화에서의 깨달음은 열려 있는 이에게는 언제나 찾아오게 된다. 작은 것에서도 삶의 심오하고도 재미있는 진리가 숨어있다. 어른의 학교는 그것을 말해준다. |
| 들뜨게 만든 20세기 마지막 몇 일 동안 20대 초반의 스타라는 앞자리 이름을 달고 다니는 사람들이 '화두'라는 말이 귀에 들어 올 때 조금 어색한 느낌 이 든 것은 내 자신이 건방져서 일까? 소견이 좁아서일까? 2000년의 벽두에 귀에 거슬리는 마음을 달래고자 제목을 보고 이 책을 구했다. 첫 대면인 소제 ' 머리띠 내머리띠 '를 읽고 무슨 글이 이래...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분이 머리띠 한다는 사실도 이상했지만 어정쩡해 보였다. 하지만 의미심장한 삽화가 간간이 그려서 있어 계속 읽게 만든다. 그런데 나의 조급한 판단이 '사람의 땅' 에서 반성하게 했다. 나비는 수심(水深)을 몰라서 바다가 조금도 두렵지 않다.... 사람은 어디를 향해 올라가고 있는지 모를 때 가장 높은 데까지 올라간다고 했지요. 사다리를 버린다 커니, 통발을 잊는다 커니, 문자에 집착하지 않는다 커니 하는거 아무나 시늉할 것이 아닙니다. 사다리는 누각에 오른 연후에야 버리는 것 통발은 물고기를 잡은 연후에 잊는 것입니다. 자기 근기는 요량도 못하는 채 뭘 불싸지르고 뭘 버리는 것 좋아하면 가을에 거둘 것이 적어집니다. 맥도 모르고 침통 흔들 것이 아니라 모두 배우는 일에 겸손해졌으면 합니다. 소제'어른의 학교'? 무엇을 많이 가진 사람들, 가진 것을 많이 사랑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이면 거 참 외로워지지요? 특히 내가 많이 가지지 못했을 때, 그래서 가진 것을 사랑할 수 없을 때 더욱 그렇지요 그러나 전혀 외로워질 필요가 없답니다. 사물에 대한 지나친 애정은 오히려 그 사람의 큰 뜻을 상하게 할 수 있답니다. 소재 '琓物喪志 ' 건방지고 소견이 좁음을 반성하면서.... 웃음이 있고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와 좋은 말들 소재 '그 무얼 찾으려고'에서 인용해 삶의 가죽, 살 뼈, 골수을 취할 수 있다. |
| 이윤기씨의 책은 나에게 늘 화두를 던진다. 장미의 이름을 읽은뒤로 도대체 그 책을 번역한 사람이 누굴까하는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가 나비넥타이의 그 작가였다. 그렇군.... 그러다 무지개와 프리즘을 읽으면서 그의 인문학적 소양과 인생을 무겁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게 정신적 긴장을 유지하는 작가에게 매력을 느꼈다. 아하 이렇게도 글을 쓸수도 있는 거구나하는 생각과함께 인문학적인 지식을 많이 얻게되었다. 그래서 에세이를 읽지 않는 나지만 이윤기씨의 에세이는 꼭 챙겨읽게되었다. 어른의 학교는 그러한 정신적 연장선상에 있다. 그 나이답지 않은 ? 합리적인 사고 ,유연한 마음자세는 늘 배울만하다고 느끼고 있다. 나도 나이들면 저렇게 늙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있다. 이책은 두고두고 읽으면 좋은 책이다. 행간의 의미를 캘수있는 광산을 가진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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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삶읽기 132
(최종규 . 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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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교과서나 최초 발행 문학 잡지를 연상시키는 표지 디자인에 뭐 이런 책이 다있지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손이 갔다. '어른의 학교'라니 제목도 이상하고.. 하던 내가 어쩌다가 이 책을 읽게 되었는가는 지금도 궁금할 뿐이다. 어쩌면 그냥 심심해서 읽은 것 뿐일지도 모르겠고.
그러나 괴상한 첫 느낌이나, 별거 아닌 듯한 인상에도 불구하고 막상 읽노라면 그 손을 놓기가 어려워졌음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별거 아닌 조그마한 일들, 그저 그런 일상의 흐름속에서 작가가 막 건져놓은 화두들은 우리 입가에 절로 미소를 드리우고, 사색의 여유를 주기 때문이다. 가끔은 저자의 실수담에 실소를 실실 흘려 옆사람을 걱정시키거나 그야말로 나를 두고 하는 것같은 저자의 한마디 한마디에 가슴에 박힌 못이 한치씩 푹푹 박혀들어가기도 하지만...
삶에 대한 따스하고 관심어린 저자의 글. 한줄 한줄이 가슴에 퍽퍽 와닿는 글들. 그러나 그 애정만큼이나 그 속에 스며든 해학과 삶에의 통찰에 저도 모르게 이마를 딱 치게 만들기도 한다. 위에서의 몇몇 부박용이 자못 염려스럽지만 그러나, 이 책에서 얻을 것들을 생각한다면 그도 그리 부담스럽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 괴이한 표지조차도 마지막 책장을 덮고나니 따스하고 정감어려 보인다면 그 효과의 확실함은 더 걱정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인상깊은구절] 그는 자동차 안에서 내 아들딸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 주더군요. [무대에서 절름발이 연기를 하자면 저는 사람을 잘 관찰하고, 절뚝절뚝 저는 시늉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저는 사람이 어디 흔하냐? 어느 날 나는 저는 사람을 관찰할 생각으로 종로 2가로 가서 기다렸다. 그런데 세상에... 저는 사람들이 어쩌면 그렇게도 많으냐? 종로 바닥이 저는 사람 천지로 보일 지경이더라. 큰 수 하나 배웠다. 그런데, 저는 사람들로부터 배울 것이 없게 되고 보니, 종로에 나가도 저는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 마음에서 멀어지니까 눈에서도 멀어진 것이다. 나는 큰 수를 또 하나 배웠다. 나는 연습 때마다 단원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 주고는 한다. 보아야 보인다고,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