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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바이러스의 시대다. 경제적 발전을 이룬만큼 바이러스는 다양하게 변종되어 나타나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한때 중국에서의 사스가 그랬고, 작년엔 우리나라에서 메르스때문에 온 세계를 놀라게 했다. 지금은 어떤가. 브라질 특히 중남미에의서 지카 바이러스로 인해 감염된 산모가 아이를 낳으면 소두증인 아이를 낳는다하여 아이를 거부하는 가족에게 버림받는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이 세상은 결국 바이러스로 인해 멸망하게 되는 것일까. 생화학 테러를 위해 만들어진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퍼져 임산부와 태아만을 공격하여 죽음에 이르게 하는 '모태사망증후군' 즉 MDS에 감염되어 다시는 아기가 태어나지 않아 인류가 곧 멸망에 이르게 된다면 우리가 선택하는 것은 무엇일까. 과학자와 의사들은 새로운 아이의 탄생을 위해 연구하게 될 것이다. 그중 가장 유력한 것은 불임치료를 위해 만들었던 인공수정 배아를 사춘기 소녀들에게 이식하는 것이었다. 나이가 많은 여자들은 불가능하다. 열여섯 살 이전의 소녀라야만이 가능했다. 소녀들에게 인공수정 배아를 이식하고 어미를 죽이며 태어나야 하는 그 아기들 만이 미래의 희망이었다. 즉 잠자는 소녀들을 모집한다고 하면, 자신이 죽음으로써 인류의 미래에 희망이 엿보인다면 할 수 있는 소녀들이 얼마나 있을까.
과학자들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잠자는 미녀 실험에 참가할 소녀들을 모집할 것이고,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 인공수정이 가능했다. 열여섯 살의 제시 램은 이 연구 소식을 과학자인 아빠에게서 듣고 부모님 몰래 그 실험에 참여하고자 했다. 자신의 죽음으로 미래를 살릴 수만 있다면. 자신의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무엇이든지 해야 했고, 제시는 자신이 인류를 구하는 데에 참여하고 싶었다. 이에 부모는 반대하고 아빠는 그런 제시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 그녀를 가두었다. 갇힌 제시는 아빠를 설득하고 자해를 해 도망칠 궁리를 한다.
과연 한 사람이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하지만 제시는 자신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자신이 아이를 낳고, 또 자신의 딸이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또 아이를 낳다보면 수백 명의 아이가 태어날 것이고 인류는 멸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던 것이다. 제시의 죽음을 반길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제시의 부모는 제시를 설득하고 집단을 위해 개인을 희생시킬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제시는 수많은 사람의 문제이며 인류의 문제라며 개인보다는 인류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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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내가 부모의 입장이 되어서인지 만약 내 딸이 제시처럼 행동한다면 나도 제시의 아빠처럼 아이를 가둘지도 모르겠다. 집단은 집단의 문제로 놓아두라고. 몇 사람이 어떻게 인류의 미래를 책임지겠느냐고. 연구를 거듭하다보면 분명히 해결책이 있을거라고. 대리모에 참여하는 것보다 더 안전한 방법이 생길 수도 있을거라고 아이를 설득할지도 모른다.
자식을 위해서 부모는 죽음까지도 무릅쓴다고 알고 있었는데, 최근에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부모는 과연 만들어지는 것일까. 타고나는 것일까 의문스러울 정도다. 이 세상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니까. 이처럼 추악한 세상인데도 세상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죽음을 무릅쓰고서라도 인류를 위해 애쓰는 사람이 있다면 세상은 좀 달라질까. 모두다 기피하는 일들인데 고작 열여섯 살의 나이를 가진 제시의 선택에 안타까움이 더했다.
한 사람이 세상을 구할 수 있어요. 바로 그거라고요. 그래서 그게 그렇게 멋진 일이고요. 제가 바꿀 수 있어요. (294페이지)
최근에 읽은 SF 문학중 가장 묵직한 질문을 건네는 소설이었다. 한 소녀의 성장, 첫사랑, 부모님의 불화, 친구들과의 관계,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해 끝없는 질문을 하는 때, 제시처럼 할 수 있을까. 자신을 버리고 세상을 구하기 위해 제시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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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갇혔다. 작은 방에 갇힌 상태이고 다리는 자전거 라인으로 묶여있는 상태고 팔은 자유롭지만 그마저도 움직일수 없게 된다. 어디로 나간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하는 상태이다. 화장실도 갈 수 없고 단지 그 대용으로 쓸 수 있는 것만 방에 놓여있다. 그나마 배고프지 않게 무언가를 가져다주는 것이 다행이랄까. 나는 왜 여기에 갇혀있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나를 가둔 사람이 누구인지, 여기가 어디인지도 알고 있다. 그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그에게 나를 풀어달라고 애원한다. 아빠, 나를 풀어줘.
복합적인 느낌을 모두 가지고 있는 한 권의 책이다. 제시가 갇혀있는 것을 알고는 [룸]처럼 누군가 납치해서 가두어 놓은 이야기일까 생각했다. 비록 혼자 갇혀 있지만 그래도 자유로운 상태인줄 알았는데 도망을 가지 못하도록 묶어 놓은 것을 본 이후에는 한 편의 스릴러를 생각해야만 했다. 그렇지만 자신의 관점에서 자신의 성장과정을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니 또 일종의 문학인듯 하면서도 그들에게 닥친 문제를 보니 지금은 일어나지 않은 하나의 일이나 이슈라서 약간은 SF소설같은 느낌도 주는 그런 책이다.
1900년대, 즉 20세기에 태어나 2000년대인 지금, 21세기를 살고 있는 나와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은 당연히 그 이전의 삶에 대해서는 모른다. 그리고 아마도 22세기의 일들도 모르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 살아있지는 않는 한 말이다. 그나마 과거의 일은 역사적인 자료를 통해서 알 수도 있겠지만 미래의 일은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하는 일이 되고 만다. 어렸을때 있었던 전화기가 기억이 난다. 숫자 하나하나에 구멍이 뚫려있고 그것을 하나씩 돌리던 기억. 어느틈엔가 그것은 버튼을 누르는 전화기로 바뀌었고 그 이후 무선 전화기를 거쳐서 핸드폰이 나오게 되었고 그 폰으로 이제는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서 전세계의 누구와도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어느 누구도 그렇게 빠른 시간에 이토록 과학이 발달할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발달은 좋은 곳에서만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바이러스가 생기면 약을 만들어서 그것을 잡는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약보다도 더 강해지면 내성이 생기게 된다. 그러면 약이 효과가 없게된다. 그렇다면 더 센 약을 만들게 된다. 그 약을 먹는 몸은 피페해진다. 부작용이 생긴다. 예전에는 없었던 에이즈가 생기게 되고 예전부터 있었던 결핵은 아직까지도 잡히지 않고 있으며 최근에는 메르스처럼 신종 병들이 생기고 있다.
제시의 시대도 마찬가지이다. MDS라고 이름 붙여진 그것은 임신을 하면 죽는 병이다. 임신을 한 몸은 약해지고 그 상태를 바이러스가 침투해서 뇌를 다 녹여버리는 그런 병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임신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곧 인류의 멸망을 초래한다. 사람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을 할 것인가. 이 책에 있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일인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실제로 이 MDS라는 병의 증상은 임신을 한 것만 제외하면 광우병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고 적혀있다.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발달을 하고 우리를 침입하고 있다. 작가의 상상에서 만들어진 병이긴 하지만 실제로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끔찍해진다.
인류의 발달을 위해서 나 한 몸을 희생해야 한다고 하면 과연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기꺼이 내가 자원해서 과학의 발전과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희생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의 희생을 지켜만 볼 뿐 나는 한 발 뒤에 빠져 있게 될까. 제시의 선택은 어떠했을까. 그리고 그녀의 결정을 들은 부모의 반응은 또 어떠했을까. 아마도 우리가 흔히 예상 할 수 있는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지만 한 주제가 주어지다 보니 그것에 관해서 이러저러한 생각을 많이 하게끔 만드는 그러한 이야기, 우리, 지금 현 시대 인류의 미래는 어떠할 것인가. 밝은 장미빛인가, 아니면 어두운 짙은 암흑의 네이비컬러인가. |
요 근래 브라질에서 서식하는 모기로 인해 '소두증 바이러스'가 전 세계 임산부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기형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은 큰데 선천성 기형 소두증 바이러스는 브라질 여행 자제에도 불구하고 여러 나라에서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과학이 발전해도 계속해서 나타나는 낯선 질병들은 완전히 퇴치하는 약은 더디게 발명되고 있어 걱정스런 마음이 든다. 비채에서 나온 제인 로저스의 '제시 램의 선택'은 인간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엄청난 재앙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미래에는 지구에 인류가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드는 흥미로운 소설이다. 스토리는 한 남자에 의해 감금되어 있는 제시 램이 탈출을 꿈꾸며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시작한다. 모체사망증후군 MDS가 급속도로 번져 간다. 제시는 MDS에 걸린 사람들은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그들의 죽음에 처음에는 냉담하게 반응한다. 학교 친구의 죽음에서도 전혀 흔들림 없이 냉담하게 반응했던 제시의 태도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인공 수정 전문 병원의 배아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아버지는 MDS가 퇴치할 수 있는 길은 과학자들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MDS는 아이를 임신한 엄마의 두뇌가 파괴되어 죽음을 맞는다. 아이를 사랑으로 키워야 하는 엄마의 죽음... 당장 이 질병을 멈추게 할 방법은 없다. 희망적이라고 여겼던 방법 역시 여의치 않자 미래 인류를 위해서는 엄마의 죽음을 감수하고 인공적으로 아이를 얻는 방법뿐이라고 생각한다. 제시는 이모를 통해 진지하게 MDS에 대해 생각해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이 무엇일지 생각한다. 독서를 즐기는 남편에게 관심을 받고 싶은 아내는 끊임없이 다툼이 이어지고 결국 화를 이기지 못하고 아빠가 나가자 제시는 불안하다. 가장 친한 친구는 남자친구의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다 생각지도 당하자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결국 제시와도 대립관계에 놓인다. 남자친구와의 어긋난 관계를 유발했던 여자는 제시와 같은 잠자는 미녀가 되는 일을 하기로 결심하지만 남자친구는 제시가 선택한 행동에 분노하여 끝이 난다. 제시 주변을 감싸고 있는 불안한 분위기는 제시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두고 결국 제시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선택을 하기로 한다. 누구보다 제시의 선택에 힘을 실어 줄 것 같은 아빠는 엄마와 함께 강력 반대한다.
연일 뉴스를 통해 들리는 세계의 모습을 볼 때 미래 사회가 유토피아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디스토피아의 세상에서 내 아이가 사는 것은 원치 않는다. MDS와 같은 섬뜩하고 무서운 병으로 인해 인류가 멸망에 빠지는 일이 생긴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세상에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하니 MDS와 비슷한 바이러스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 가족부터 지키려고 할 것이다. 당연하다. 제시처럼 나란 존재를 뛰어 넘어 인류의 미래를 생각할 수 있을까? 쉽지 않다. 아빠가 자신의 가족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라면 된다는 생각으로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말리고 싶어 하는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나도 그럴 거 같기에... 열여섯 소녀를 통해 만나는 SF소설이 독특하고 흥미로우며 책장이 술술 넘어가며 재미 또한 크다. 어른들에 의해 기후, 동식물, 사람 등에게 생긴 고통이지만 모른척하지 않고 세계가 가진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청소년들의 모습에 비해 어른들은 현재의 문제에 외면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선택이 다르지만 무엇인가 하려는 제시와 제시의 친구들이 있어 미래는 희망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제가 가진 무거움에 비해 스토리를 읽기 쉽게 풀어가는 이야기가 즐겁게 다가 온 '제시 램의 선택'... 어른보다 더 성숙한 어른의 모습을 가진 제시에게 빠져 즐겁다. 책을 놓고 난 후에도 자꾸만 제시의 마지막 모습이 연상이 되고 진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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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비를 보다가 소방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람의 인터뷰가 나오는 것을 봤다. 국가를 위해 소방공무원을 택했다는 이야기에 감동을 하기보다는 소방공무원은 지방공무원이지 않나,라는 생각과 함께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소방공무원을 택한다고 했다면 정말 좋았을텐데 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래도 어쨌든 이기적인 사람보다는 이타적인 사람들이 그런 직업군을 택하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득 '제시 램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제시 램은 이타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이 소설의 의미를 끝내면 되는 걸까...?
이 소설은 먼 미래 - 아니, 솔직히 '먼' 미래의 이야기일지 가까운 미래일지 아니면 현실의 이야기일지 확신할수가 없다. 전쟁이나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종말이 언급되던 시기가 지나가고 이제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바이러스에 의한 인류의 종말에 대한 이야기가 sf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최근 임신한 여성들에게 큰 공포를 일으키고 있는 지카바이러스도 어느날 갑자기 생겨난 바이러스라기보다는 기온의 변화와 지구 환경의 변화로 인해 퍼지게 된 바이러스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런 현실이 임신한 여성에게만 감염되어 사망에 이르게 하는 MDS 바이러스가 인류의 종말을 초래하고 있는 현실을 그려내고 있는 이 소설을 한낱 공상소설이라고만 생각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인류가 모두 MSD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어 임신을 하기만 하면 산모가 사망하게 되고 자연히 태아 역시 사망하게 되니 인류의 종말이 머지않아보인다. 그런 시대를 살아가는 십대 소녀인 제시 램은 어른들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불필요한 사치와 낭비를 하며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점점 무너뜨려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십대들의 모임인 요피 활동을 하기도 하고 차를 타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갈 수 있는 거리는 걸어다닌다. 휴가를 보내기 위해 먼 곳으로 비행기를 타는 것도 거부하고 불필요한 소유욕을 갖지도 않는다. 어떤 측면에서 본다면 제시 램의 생활은 지구의 미래를 위한 생태환경보호 활동을 하는 현실의 활동가들의 실천행동 지침을 따르고 있는 것이라고도 할수있을 것이다.
그런데 MDS 바이러스로 인류에게는 미래가 보이지 않고, 절망과 고통, 약탈만이 가득한 세상에서 어디에 희망을 두고 살아갈 수 있을까.
희망이 보이지 않는 미래만큼이나 불안정한 성장기의 십대 소녀의 삶은 절망적일수밖에 없는 것일까.
소설의 이야기는 백신개발 연구가 진행되고 MDS 바이러스백신을 완벽하게 연구하지는 못하지만 - 그러니까 모체의 사망을 막을수는 없지만 뇌사상태의 모체를 기계에 의존해 생명유지를 시키며 태아를 키우는 연구방법이 시행되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연구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일명 잠자는 미녀 실험을 감행하는 십대 소녀들이 생겨나고 제시 램 역시 그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하는데...
제시 램의 선택은 이야기의 결말과 연결이 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그 의의에 대해서는 수긍을 해보긴 하겠지만 인공배아에 대한 연구에 대해서는 윤리적으로 소설의 내용에 대해 판단하기가 힘들다. 우리에게 고민을 해 보라는 문제제기라면 모르겠지만 작가가 이미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린 듯 한 결말은 그리 썩 마음에 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지구의 미래를 위해 현재 우리가 실천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게 하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인류의 미래를 위해 나 자신을 필요로 한다면 나는 기꺼이 투신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거창하게 생명을 건다거나 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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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모체사망증후군 MDS(Maternal Death Syndrome)라는 바이러스가 나타난다. 여성이 임신을 하게 되면 감염되는 이 바이러스는 임산부와 태아 모두를 죽게 하는 무시무시한 병이다. 따라서 여성들은 임신하지 않기 위해 피아 이식형 피임제인 임플라논 시술을 받는다. 임신하고도 살아 있는 여자들이 있긴 하지만, 그들은 MDS가 돌기 전에 임신한 것이라, 그들이 출산하고 나면 다시는 아기가 태어날 수 없다. 이게 무슨 끔찍한 소리일까. 결국 이 얘기는 현재 살아 있는 가장 어린 사람이 나이가 들면 그 사람이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사람이 될 거라는 거다. 더 이상 세상에 아이들은 없을 테고, 언젠가는 죄다 노인밖에 남지 않게 되고, 그들 마저 죽고 나면 인류는 멸종할 거라는 말이다. 무시무시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나는 그게 바로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MDS는 하나의 균열로 시작되었지만 이제 온 세상을 산산조각 내고 있었다. 냉동 배아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어미를 죽이며 태어나야 하는 그 아기들만이 희망이었다.
제인 로저스의 이 작품을 단순히 허구의 공상 과학 SF물이라고만 치부하기엔 조금 섬뜩한 것이, 바로 요즘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지카 바이러스 때문일 것이다. 중남미를 중심으로 확산되던 지카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 되고 있으니 말이다. 지카 바이러스는 면역력에 문제가 없으면 감기처럼 살짝 앓다가 지나가거나, 아예 증상이 없는 경우도 다반사인데, 문제는 임산부라고 한다. 임산부가 감염이 돼서 태아에게 바이러스가 전이되면 신경계 세포를 공격해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소두증 태아는 임신 중이나 출생 직후 사망하거나 생존하더라도 뇌성마비, 시각 또는 청각 장애 등을 겪을 수 있다고 한다. 게다가 우리는 작년 한해 메르스 사태를 겪어봤지 않나. 해외에서 감염된 사람이 걸러지지 않고 입국하고, 그 대응에 실패하게 되면 확산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테니 말이다. 그래서 임산부를 공격하는 바이러스 때문에 인류가 결국 멸망하게 될 거라는 세기말적 설정이 너무도 현실적으로 다가와서 더욱 두렵게 느껴졌다. 특히나 이 작품이 독특한 것은 배경은 분명 '공상과학' 어딘가에 있는데, 진행되는 스토리는 '청소년성장' 드라마라는 점이었는데, 그 덕분에 더욱 공감대 형성이 쉽다는 장점도 있다. 열여섯 소녀 제시 램의 목소리를 통해서 이야기가 진행되어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굉장히 단순하게 판단하고 받아들이는데, 사실 정치적인 여러 부분들을 걸러낸 그것이 바로 일반 시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진짜 이니 말이다.
제가 원하는 게 뭔지 아는 것뿐이에요." "아니, 넌 몰라. 환상에 사로잡혀서 영웅이 되고 싶은 거야." "제가 선택한 일을 할 거예요." "세상을 구하겠다, 그거구나." "그러면 안 돼요?" 아빠가 과장스럽게 한숨을 쉬었다. "넌 아직 어려서 이해 못 해.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가게 마련이야." "대충 살고 싶지 않아요. 제 삶이 쓸모 있기를 바라요."
제시 램의 아빠가 인공수정 전문 병원에 있는 배아 연구소에서 일하는 덕분에, 그들 가족은 누구보다 발 빠르게 현재 진행되는 상황과 대응책에 대한 소식을 접하게 된다. 과학자들이 MDS에 대처하는 해결책으로 만들어낸 것은 일명 '잠자는 숲 속의 미녀'라는 방법이었다. 임신 초기에 MDS 증상을 약화시키고 마취제를 투여하게 되면 아기가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단, 약으로 산모는 혼수상태에 빠지고, MDS는 임신중인 임산부의 두뇌를 파괴한다. 그렇게 임신 막바지에 의사들이 죽은 산모로부터 제왕절개수술로 아기를 꺼낸다는 것이다. MDS가 아기가 아니라 엄마를 공격하므로, 아기는 엄마 몸에서 필요한 것을 계속 얻을 수 있다는 논리인데, 사실 누군가 태어나게 하기 위해 죽어야 한다는 논리는 끔찍하기 그지 없다. 이어서 마련된 두 번째 대책은 MDS 백신인데, MDS가 나오기 전에 시험관아기 시술을 위해 냉동실에 보관된 깨끗하고 건강한 배아에게 예방접종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MDS가 전세계 모든 사람에게 퍼진 상태라 이 방법을 시도하려는 여자들 역시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쳐야만 한다. 어미를 죽이며 태어나야 하는 아기들만이 유일한 희망인 세상이라니. 소름이 끼친다. 그렇게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세계를 살아내고 있는 열여섯 소녀 제시 램은, 인류의 역사를 바꿀 수 있는 결정을 하게 된다. 그녀의 생각은 단순했고, 순수했다. "세상이 나아지기를 바란다면, 남한테 이래라저래라 해봐야 소용이 없어요. 아빠가 말한 것처럼 누군가는 첫 시위를 당겨야 해요." 왜냐하면 이것 말고 세상을 다시 정상으로 되돌릴 방법이 없었기에. 어린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바로 대리모가 되어 아기를 탄생시키는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떠들기만 하고, 걱정만 하는 것은 사실 아무 소용도 없다. 그런 식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으니까. 유일한 해결책은 바로 '새롭게 시작하는 것'뿐이다. 실제로 일어나게 '행동'하는 것만이 유일한 구원이다. 제시 램의 부모와 친구들은 그녀의 선택을 말리지만, 그녀는 스스로의 결정에 대해 이건 절대 미친 짓이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며 자신의 소신을 꿋꿋하게 밀어 붙인다. 그 결과 아버지에 의해 감금 당하기까지 하지만 말이다. '나만 아니면 돼'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나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이 어린 소녀의 결연한 의지는 무모해 보이지만, 그만큼 묵직한 감동을 준다.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 당신이라면 그럴 수 있을까. 아, 이렇게 여운이 길게 남는 SF 문학은 처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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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모든 선택이 과감했다. 그러기에 실수도 많았고, 후회도 많았다. 나이가 들어가고, 세상을 알아갈 수록 선택이 망설여진다. 한 순간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알기에, 그 선택의 결과를 오로지 내가 다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고민하고, 또 고민을 한다. 그러다보니 점점 선택의 순간들을 놓치고, 과거의 결심들은 흐려진다. 어떤 때는 내 삶이 흐르는 물결에 그냥 휩쓸려 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욱 더 어렸을 때의 그 무모하고도 과감한 선택이 그리워진다. [제시렘의 선택]이란 책은 영국의 권위있는 SF문학상인 아서클라크상을 수상했다. 그러기에 당연히 이 소설은 SF소설의 형식을 가지고 있다. 가까운 미래의 세계에 테러로 인해 MDS(모체사망증후군)이란 바이러스가 퍼지고, 그로 인해 임신한 여자들은 모두 죽게 되고 신생아는 사라진다. 이로 인해 사회는 극도의 혼란과 공포 속에 빠진다는 배경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다른 SF소설과는 더 세상과 사람에 대해서 고민하게 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MDS가 발병해 임신한 여성들이 죽고, 신생아들이 사라진다는 배경만 빼면, 대부분의 것들은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것과 같다. 특히 16세의 어린소녀 '제시램'의 세계는 여타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세계과 같다. 학업성적 때문에 고민하고, 부모님의 갈등으로 고민하고, 좋아하는 남자와 다른 여자의 만남으로 인해 질투하고, 나름대로 친구들과 모임을 만들어 세상을 구하겠다는 환상에 빠져보기 하고.... 그럼에도 이 소설은 여타의 장르소설과 같지 않게 우리에게 묵직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선택은 정말 내 자의에 의한 진정한 선택인가?' 소설은 어린 '제시렘'이 누군가에 의해 방안에 갇혀있는 상태에서 시작된다. 읽는 사람들은 왜 제시렘이 갇혀 있는지, 그를 가두워두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녀의 독백적인 회상 속으로 들어간다. MDS가 발병하고 세상이 혼란에 빠지지만 제시는 여전히 옆집 친구인 '샐'이나 서로 좋아하지만 아직 감정표현을 못한 '버즈'라는 남자 친구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사회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지고, 곳곳에 테러나 폭동들이 일어나고, 주변의 임신한 여성들은 계속 죽어간다. 제시와 친구들은 처음에는 장난스럽게 모임을 만들어 세상을 바꾸어보려는 계획을 가진다. 이언이라는 아이의 주도로 '요피'라는 모임을 만들고, 에너지 안 쓰기 운동이나 공항폐쇄등의 운동을 한다. 제시 역시 이 모임에 빠져 부모님에게 에너지를 쓰지 말라거나, 비행기 여행을 하지 말라고 강요를 한다. 그러나 이 모임에 참석한 아이들은 이 모임의 허구를 깨닫고 점점 다른 길로 흩어진다. 이언은 정치적인 야망으로 요피의 모임과 참석자들을 이용했었고, 리사는 아이들끼리만 살 수 있는 이상적인 공동체를 만들려 하고, 버즈와 몇 명의 친구들은 동물실험을 반대하고 테러하는 극단적인 모임에 가입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MDS를 극복하기 위해 제시의 아버지를 비롯한 과학자들은 '잠자는 미녀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만든다. MDS가 발병하기 전의 저장한 배아를 16세 이하의 소녀를 대리모로 만들어 아이를 출생시키는 것이다. 배아를 잉태한 소녀는 임신기간 마취상태에 빠지게 해서 MDS의 발병을 늦추고, 아이를 출생한 후에는 죽게 된다. 제시는 이 프로그램만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이 프로그램에 자원한다. 제시의 선택은 처음에는 어린 아이의 즉흥적이고 반항적인 성격이 강했다. 사회는 혼란스러워지고, 좋아하는 남자친구들와는 다투고, 부모님은 이혼의 위기에 처하게 되자 제시는 자신이 무언가를 바꾸고 싶어 했다. 자신의 선택으로 집 나간 아빠를 돌아오게 하고, 이 프로그램만이 인류의 희망이라고 생각하는 아빠에게 칭찬을 받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칭찬을 기대했던 아빠는 오히려 강하게 반대하고, 주변 친구들도 반대를 한다. 여러 가지 반대에 부딪히면서 오히려 제시의 선택은 더 구체적이 되고, 확고해 진다. 이 책은 제시의 순간의 선택들이 그녀 안에서 확신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마치 그녀의 몸 속에서 또다른 생명체가 태어나는 것처럼....
주인공의 확신이 점점 강해질수록 이 책을 읽는 나는 오히려 그 확신이 점점 의심스러웠다. 정말 제시는 선택이 본인의 확고한 의지였을까? 어쩌면 주위에서 만든 환상에 속은 것은 아닐까? 단순히 그 나이의 부모에 대한 반발심리나 영웅심리는 아닐까? 그럼에도 제시는 이 선택이 단순한 선택을 넘어서 소명처럼 커져간다. 이 책에 처음부분에서 제시는 자신이 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날 수 있도록 태어났지만 그것을 숨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이 확고해질수록 그녀는 자신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날아간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자신이 태어난 이유이고, 자신이 생명을 버리고 값진 것을 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주제를 한 소녀의 관점에서 매우 진솔하게 풀어가고 있는 소설이다. 또한 저자는 이 소녀의 선택에 여러 가지 반대 상황을 제시할 뿐, 어떤 것이 맞거나 그라다고 말하지 않는다. 묵묵히 현실이 아닌, 현실같은 상황을 소설을 써 내려갈 뿐이다. 과연 제시램의 선택을 옳은 것일까? 그리고 그것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아마 우리가 살면서 매일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들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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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변하며 발전하는 만큼 바이러스도 진화하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최근 가장 우리를 불안하게 한 조류인플루엔자, 다른 나라 바이러스라고만 여겼던 지카 바이러스,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사스, 에볼라 등 점점더 강력해지는 수많은 바이러스들이 우리 주변에 있는 셈이다. 그런데 여기에 전쟁, 연구 혹은 다른 이유로 만들어지고 있는 생화학 바이러스들도 있다. 잘못된 경로로 세상에 퍼지면 안되는 무서운 바이러스들이 분명 어딘가에 실제로 존재하고 있을 터이다. 책은 이런 바이러스, 그러니까 생화학 테러를 위해 만들어졌던 MDS(모체사망증후군, Maternal Death Syndrome) 바이러스가 세상에 퍼져 새 생명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고, 이로 인해 앞으로 100년 이내에 종말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이야기는 그저 허구일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우리는 언젠가 이런 비슷한 일을 겪을지도 모른다. 잘못된 경로로 유출된 바이러스가 눈 깜짝할 새에 세상에 퍼져 원인모를 병이 도래하는 시대가 말이다. 그렇기에 그저 허구로만 여길 수는 없는 이야기다. 안전 불감증이 널리 퍼져 있는 지금, 우리는 계속 발견되는 신종 바이러스에 대해 고민과 생각을 해봐야할 것이다. 주인공은 16살의 제시 램이다. 그녀가 살고 있는 시대는 MDS라는 생화학 바이러스가 세계를 휩쓴 후다. 전 세계인이 모두 MDS에 감염이 되어 있는 상태고, 임신을 한 여성은 얼마 안되어 병이 발병되어 태아와 함께 세상을 떠나버린다. 감염 전에 임신을 한 여성들의 출산 외엔 앞으로 새로운 생명의 탄생은 기대하기 힘든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종말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생각에 두려워하면서도 한편으론 희망을 버리지 못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가 계속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임신 초기에 MDS 증상을 약화시키기 위해 마취제를 투여한 후 산모를 재워 태아를 보호해 막달에 재왕절개수술로 아이를 꺼내는 '잠자는 숲 속의 미녀'라는 프로젝트가 시행되는 한편(MDS는 태아가 아닌 모체를 공격하기 때문에 가능한 프로젝트), 인공자궁 개발과 함께 MDS 발병 전에 보관되어 있던 냉동배아에 예방 접종을 실시한 후 여자에게 이식해 MDS에 걸리지 않은 아기들을 태어나게 하는 프로젝트(마침내 MDS 백신이 개발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프로젝트)가 시행을 앞두고 있었다. 다만, 이 두 프로젝트에는 아기가 태어난 후 모체가 사망하게 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또 냉동배아 이식 프로그램에는 한가지 문제가 더 있었는데, 그것은 16세 이하의 여성에게만 이식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어릴수록 면역력이 강하다는 이유였다. 윤리적인 문제와 냉동 배아에는 각자 원 주인이 있다는 점이 문제로 부각되었지만 미래를 위한 실험적 프로젝트는 진행을 멈추지 않는다. 이야기는 제시가 누군가에게 납치, 감금되어 있는 모습으로 자신이 왜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었는지를 더듬어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알고보니 그녀는 아버지에 의해 납치, 감금된 상태였고, 그 이유는.. 그녀가 두번째 프로젝트에 지원을 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부모님은 심하게 반발했다. 인류의 문제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보자는 부모님의 말에도 제시는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문제고 자신의 이 결정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는 거라며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를 가둘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제시는 왜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을까? 그 이유에 대한 상황들이 이야기를 통해 하나씩 등장한다. 부모님의 불화, 첫사랑의 실패와 실망, 이모의 임신에 대한 간절한 갈망, 성격이 다른 시위대에 들어가 활동하는 친구들의 모습 등 여러가지 상황들이 그녀를 압박하고 내몰았던 것이다. 하지만.. 만일 내가 제시였다면, 나는 결코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내가 부모입장이었다면 당연히 나라도 감금을 했을터였다. 아무리 여러 상황들이 겹쳤다고 하지만, 나로선 제시의 선택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는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충동적인 결정이 아니었을까? 게다가 다들 반대만 하니 더욱 불타올라 시행한 것은 아니었을까? 혹은 반항심이 더 그녀를 부채질했던 건 아니었을까? 정말 미래를 위한 걱정과 희생정신으로 지원했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엔 그녀를 둘러싼 상황들이 썩 좋지 않았다. 인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치려는 희생정신은 높이살만 하지만, 내가 볼 때 제시는 그저 자신 앞에 놓여있는 여러 상황들을 외면하고 피하고 싶은 것으로 보였다. 더는 이 상황들을 견디고 싶지 않고, 견뎌낼 수 없으니 '미래를 위한 희생'이라는 도피처를 만들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키고 자신만이 세상의 희망이라는 생각을 하게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내가 제시의 결정을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렇게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가. 어떻게든 자신의 딸을 살리고 싶은 부모님의 마음에 못을 박으면서까지 목숨을 버리려는 제시가 어찌 이해가 되겠는가. 또 제시 말대로 자신의 희생으로 100% 세상이 바뀔 수 있다면, 그나마 이해를 하겠지만, 이제 막 시작되는 프로젝트로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실험적 프로젝트기 때문에 이것은 그저 자신의 목숨을 합법적으로 남의 손을 빌려 버리려고 하는 것으로만 보일 뿐이었다. 때문에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제시가 결정을 바꾸기를 바랬다. 아니, 이 시험적 프로젝트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은 어린 여자 청소년들의 희생을 요구해야하는 실험이지 않은가. 단지 소설일뿐이지만, 정말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생화학 테러, 바이러스, 윤리적인 문제 등 우리가 실제로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봤더니 너무 끔찍했다. 현재도 미래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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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어떤 생각에 동의한다고 말하는 것은 괜찮고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것은 안된다는 식이다...p.47
가벼운 내용도 아닌 작품이었지만, 이 문장을 읽는 순간 16세 소녀 제시의 눈에 비친, 그리고 내 눈에도 꽤 모순된 그녀의 부모, 즉 어른의 모습이 그닥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머리가 띵했다. 나도 어느순간 꽤 비겁한 사람이 되어버렸구나.
작품은 매우 쇼킹하게 시작된다. 소녀 제시는 누군가에 의해 밖을 내다볼 수 없는 환경에서 먹을 것, 잘 침대 그리고 배뇨할 곳, 노트패드와 펜이 주어진채 짦은 보폭만이 허용된 쇠사슬로 발이 묶인채 감금되었다. 그녀를 감금한 인물은 들어와 그녀의 의지를 꺾으려 들지만, 이는 오히려 그녀가 결심한 그 무언가에 대한 의지를 더욱 강화시킬 뿐이다.
그리고, 이런 현재와 엇갈려 과거의 내용이 흐른다. 아니 과거라고 하지만, 이건 어쩜 우리 인류의 가까운 미래일지도. 작품 속에는 MDS, 즉 모체사망 증후군 (Maternal Death Syndrome)에 의한 위협을 당하고 있지만, 작년만해도 메르스 (MERS)란 바이러스로 인해 경제를 비롯해 큰 타격을 받았고 올해는 브라질의 지카바이러스로 인한 소드증 유아의 탄생으로 인해 올림픽 경기까지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이다. 아니, 수년전엔 SARS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로 인해 수백명이 사망했고 지하철 등 대중교통 안에선 기침을 한다고 싸움이 일어나는 정도로 히스테릭한 분위기였지만, 바로 이어 엘리베이터나 교실, 극장 같이 폐쇄된 공간 안에서 감기에 걸려도 입을 막지않고 기침을 하는게 뭐가 대단하냐는, 간단한 위생에티켓도 잊어버린, 원래의 무감각한 상태로 돌아왔다. 반복되어도 변화과 개선은 없고, 두려움과 책임회피 희생양만 만드는 꼴이다.
인간 내의 면역체계가 공격하는 이물질로는 태아가 있을 수 있고 (아직도 유산의 원인으로는 많은 것들이 불명확한게 아직은 현실이다. 그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아기가 모체의 면역체계로는 공격해야할 상대라는 것이 꽤 놀랍고 슬픈 일이다. 또 누군가에겐 엄청나게 힘들게 태어나는, 또 엄청나게 절실한 아이가 또 누군가에겐 폭력으로 희생당한다는 현실 또한 너무 마음이 아프다), 안전한 임신과 출산을 위해 잠시 면역체계가 중단되는 동안에 바이러스가 침투해 모체가 병을 걸리게 되고 또 이와 싸울 면역체계가 없기에 사망한다는 것. 그리하여, 임신을 하고 사망하는 여성들이 증가하고 가임기의 소녀들부터 피임기구를 시술받고 수많은 여성들이 임신을 중단한다. 이젠 사망한 여성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출산율이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받는 것.
16살 제시의 주변엔, 남편과 실연한 여동생과의 관계에 애를 쓰는 엄마, 실연후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이모 맨디, 임신과정 동안 마취되어 아이를 낳고 결국 사망하게 되는 잠자는 미녀 실험을 주도하는 골딩박사의 연구소에 근무하는, 박학다식한 아버지, 청소년들을 끌여들어 사회운동을 하는 이언, 미묘한 관계를 이어가는 남자친구 바즈, 베프지만 성폭행을 당한뒤 남성을 증오하는 여성단체에 가입한 베프 샐 등이 있다.
우선, 주인공 얘기는 나중에 하고, 솔직히 이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신념에 대해선, 독서클럽이나 교실에서 토론이 있어도 좋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특히 바즈. 사랑하는 상대가 결심한 행동이나 신념 안에 자신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과연 이를 지지할 것인가. 이기적인 아버지로 인해 가정이 파탄난 바즈로서는 꽤 어려운 결정이지만, 글쎄.. 과연 사랑이란 무언인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모 맨디. 그외 죽음을 알고도 임신을 결정하는 여성들..이들 중 하나가 바로 제시. 또다른 생명을 위해 자신의 희생을 결심하는 것은 평가 이상의, 판단 불가의 행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나름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서 드는 생각은, 나 자신을 포기할 만큼의 희생을 한다고 주변이나 태어날 아이가 행복할 것인가..하는 것이었다.
다시 제시의 선택으로 돌아와, 그녀의 의지가 행동으로 연결됨에, 그녀의 순수한 고민에 감탄을 느낀다. 이 작품 통틀어, 자신이 겪은 것으로 부터 생각을 하고, 신념을 가지고, 결론을 내려서 행동까지 가는 과정까지 정말 일관성과 책임을 가진건 그녀 밖에 없었다, 맨디 이모랑.
...책임을 진다는 건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니야.... 무언가를 결정하고 그 결정에 책임을 지는게 무척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어.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야. 정말 힘든건 다른 사람 뜻에 맞추어 사는 거야...p.71
이 책을 다 읽은 순간에도 그녀의 결정에 100% 박수를 칠 수 없는 마음이지만, 적어도 그녀의 생각, 고민이 행동으로 일관적이라는 부분, 그리고 언젠가 나올 완벽한 방법을 기다리기만 하며 숨죽이는 다른 이와 달리, 위험이 있더라도 변화와 실험을 모색하는 용기는 기립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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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로저스, 이진 역, [제시 램의 선택], 비채, 2016. Jane Rogers, [THE TESTAMENT OF JESSIE LAMB], 2011. 아서클라크상 지구의 멸망에 관해서는 환경파괴, 핵전쟁, 화산 폭발, 운석 충돌, 외계인의 침입... 등 다양한 가상의 시나리오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유력한 것 중의 하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인데, 가까운 미래에 희소 질병으로 여성이 더는 출산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될까? 아이가 태어나지 않아 인류의 생존이 길어야 70여 년 정도를 남겨두었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영국인 작가 제인 로저스의 소설 [제시 램의 선택]은 디스토피아 세계를 말하고 있는데, 과연 희망이 남아 있을까?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을 정확히 기록할 것이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누구도 의문을 품을 수 없도록, 최소한 나 자신에게만큼은 한 치의 의문도 남지 않도록, 더없이 정직하게 기록할 것이다. 이것은 제시 램의 고백이다.(p.9) 성경의 구약을 [OLD TESTAMENT]라고 하고 신약을 [NEW TESTAMENT]라고 하는데, 이 책의 원제는 [THE TESTAMENT OF JESSIE LAMB]이다. 마치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요한복음 1:29)을 연상하게 하는 제목인데, 주인공 제시 램(Jessie Lamb)의 이름은 예수(Jesus)와 하나님의 어린 양(the Lamb of God)하고 비슷한 어감이고... 인류를 위해서 특별한 선택을 하는 열여섯 살 소녀의 진솔한 고백이다. "아마 우린 아기를 못 낳을 거야." 샐이 말했다. "지금 살아 있는 가장 어린 사람이 나이가 들면......" "그 사람이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사람이 되겠지." 오랫동안 뉴스에 나온 이야기였지만 처음으로 그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우리가 나이 들었을 때쯤, 세상엔 아이들이 없을 거야." "학교 문도 닫겠지." "아이들한테 필요한 물건도 만들지 않을 테고." "기저귀, 아기 옷, 유모차......" "진짜 이상하겠다." "그리고 죄다 노인뿐이겠지. 아무도 일하러 가지 않겠네." "가게도 없고 청소부도 없고 버스도 없고." "아무것도 없겠지. 모든 게 서서히 정지될 거야."(p.14-15) 어느 화요일, 아빠가 내게 모체사망증후군(MDS, Maternal Death Syndrome)에 관해 설명해주었다. 뉴스에 따르면, 지금 세계 곳곳에서 이 증후군이 나타나고 있었다. 아마존 밀림의 부족이나 북극지방의 이누이트 족이 감염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다. MDS는 서방국가나 선진국, 혹은 도시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임신하고도 살아 있는 여자들이 있긴 하지만, MDS가 돌기 이전에 임신한 것이었다. 그들이 출산하고 나면 다시는 아기가 태어나지 않을 것이다.(p.18-19) 십 대 시절, 죽음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죽음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고 당장 눈앞에 있는 고민과 산적한 문제 때문에 이것을 전혀 상관없는 일로 여기고 의식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더구나 임신과 출산은 내 일이 아니었고... 마찬가지로 성장기 소녀에게 있어서 종말은 별다른 의미보다는 자신과 상관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인류의 멸망과는 별개로 사춘기 소녀의 일상은 다른 고민이 더 크게 느껴진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이것은 남의 일이 아닌 나의 문제로 다가온다. 나이 든 사람, 우리 부모, 정치인, 사업가들이 이 세상을 엉망으로 망가뜨려서 화가 난다는 이야기였다. 우리에겐 권력이 필요했다.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재앙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은 바로 우리니까. MDS가 가장 끔찍한 재앙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외에 다른 문제도 많았다. 전쟁, 홍수, 기아. 사람들은 그저 쾌락을 채우는 데 급급하며 살아왔지만 이제는 중단해야 했다. "이제 어른들은 우리한테 이래라저래라 말할 자격이 없어." 제이컵이 말했다.(p.32-33) "난 연구소 문을 닫게 하는 데 힘을 결집해야 한다고 생각해." "왜?" "MDS가 거기서 나왔으니까. 아무도 원하지 않는 복잡하고 끔찍한 연구를 계속하는 과학자들한테서." "하지만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학자도 있잖아." "그런 사람도 있지. 하지만 미생물이나 아원자 입자, 아니면 돌연변이 같은 걸 연구하는 사람이 더 많아. 겨우 조금 더 알기 위해서, 그리고 모든 걸 통제하기 위해서."(p.46-47) 전단지에는 하느님이 자연재해를 통해 인간에게 경고해왔지만 무지한 인간들이 그 뜻을 헤아리지 못했다고 적혀 있었다. 세상이 옛날처럼 흉흉해지자 하느님이 홍수를 일으켜 노아의 방주만 살아남게 했다고. 이제 우리 인간이 악의 손길에서 벗어났음을 증명하지 않으면 인류는 멸망할 거라고.(p.59) 수천 년에 걸쳐 남성이 여성을 억압하고 학대해온 것을 감안할 때 MDS는 필연적인 결과라고 했다. 남성은 여성의 성행위를 혐오하고 태어나지 않은 아기에 대한 여성의 소유권을 시기한다. 그것이 바로 남성이 처녀와 결혼해서 여성을 자기에게 종속시키고 싶어 하는 이유다. 남성은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결코 확실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의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이었다. 남성만 상속이 가능했고 아무도 딸을 원하지 않았다. 수백만의 여아가 살해되고 낙태되었다.(p.89) 언젠가부터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모이기 시작했다. 남자를 두려워하는 여자도 있었다. 모두 임플라논을 시술받았지만 여전히 섹스를 끔찍한 것으로 여겼다. 특히 주위에 죽은 여자가 있는 경우에는 더더욱. 섹스가 그런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을 정도로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p.91) 모체사망증후군(MDS)은 여자가 임신하면 면역체계에 변화를 일으켜 감염이 시작된다. 바이러스가 몸속으로 퍼지면 광우병(CJD)을 일으키는데, 한 마디로 AIDS와 CJD를 결합한 질병이다. 여기에는 그 원인을 테러리스트의 생화학 무기 때문인지, 어떤 특정 과학자가 우연으로 만든 것인지... 분명하게 밝히지는 않는데, 절대로 우연이 아님을 강조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러한 질병을 자신의 처지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고 반응하는데... 가령 십 대들은 몇몇 정치가와 기업인에 의해서 세상의 운명이 판가름 나는 중대한 결정이 이루어지고, 어른들의 욕망으로 세계가 파괴되고 있음을 비판한다. 동물보호단체는 과학자들의 무분별한 동물 실험을 비난하고, 과학을 통해서 불필요한 살육이 일어나고 있음을 주장한다. 특정 종교단체에서는 인간이 신의 뜻을 거스른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여성 단체에서는 지난 수천 년에 걸쳐서 여성을 억압하고 학대한 결과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성 소수자의 모임이 늘어가고 성 정체성의 변화가 일어난다. 이러한 혼란의 틈에서 제시 램은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그 사람들은 자기가 특별한 존재라 다른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게 자기 운명이라고 믿으면서 죽은 거지. 대리모를 자청하는 여자애들도 그렇게 믿을 수 있다면 그건 좋은 일 아닌가? "예수님처럼." 내가 말했다. "맞다. 제서룬, 바로 그거야. 인간의 희생은 예수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존재해왔어. 한 나라의 왕이 곤경에 처한 나라를 구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은 자기 아들을 희생시키는 거였으니까."(p.115-116) "미래가 없다는 걸 아는 순간 우리의 삶은 살아야 할 가치를 잃게 될 거야."(p.190) 살면서 임신, 출산, 죽음, 종말... 에 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책을 읽으면서 잠시나마 다른 쪽의 상황에 감정을 이입해 보았는데, 인류의 미래에 관해서 좀 더 깊이 있게 사고하는 기회가 되었다. 누군가를 위해서 나를 희생하는 고결한 정신과 죽음의 의미 그리고 그 이후에 관해서도... 뭔가 뚜렷한 해답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세상을 보는 안목이 성장한 기분이다. 인류의 밝은 미래에 희망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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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종말과 16세 소녀의 선택 [제시 램의 선택]
엄마가 아기를 더이상 낳지 못한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 말 그대로 대가 끊기게 되고 이 지구상에는 노인들만 남아 있다가 쇠락하게 될 것이다. 아기를 낳고 안 낳고,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 때문에 아기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게 된다면...세상은 종말을 맞이하게 되겠지. 이런 암울한 미래를 상상도 하고 싶지 않지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지카 바이러스' 소동은 이런 상상이 그저 상상에 그칠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해 준다. 남녀 불평등, 고용불안정 등의 이유로 아이 낳기를 꺼리는 우리나라 청년들은 그래도 결혼이라든지 임신에 있어 선택의 자유를 가진다.
하지만... 16세 소녀 제시 램이 사는 세상에는 이미 임신은 사망과 동의어다. 여성들은 임신과 동시에 MDS에 감염되고 모체의 뇌는 구멍이 뚫려 스위스치즈처럼 변한다. 당연히 산모와 아이는 둘다 생명을 유지하기 여러워진다. 소녀들은 사춘기가 되면 임플라논(피하 이식형 피임제) 시술을 받아야 한다. 제시는 마지막 남은 사람들이 죽으면 다른 종족이 번성할 것인지를 두고 친구와 토론하기도 한다.
내가 알고 싶은 건 이런 일이 닥친 이유. 정말 끔찍하다, 정말 충격적이다, 하는 식의 온갖 호들갑에서 나는 한 발짝 떨어져 있었다. 마치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나만 알고 있는 것처럼. -23
16세 소녀의 머릿속에서 무슨 상상이 오가는지는 나도 이미 겪어봐서 알지만 종말의 세계를 맞이한 제시는 그 고민의 범위가 광대하다. 의료계 종사자인 아버지 덕에 모체사망증후군, MDS에 대해 누구보다 먼저, 자세히 알게 된 제시는 자연스럽게 MDS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 더군다나 맨디 이모가 혼자서 인공수정을 해서라도 아이를 간절하게 원한다는 사실을 알고부터는 보다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데... 제시는 아직 치료제가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MDS를 퇴치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아빠로부터 듣게 된다. 임신한 MDS환자들에게 임신 초기에 증상을 약화시키고 마취제를 투여해서 혼수상태에 빠뜨린다는 것이었다. MDS는 임신중인 임산부의 두뇌를 파괴하지만 아기는 살 수 있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시작이라며 의료계에서는 반기지만 이 해결법은 의학적 견해일 뿐이다. 윤리적 면에서는 여러 곳에서 지적당하며 고민거리를 양산한다. 제시는 이 와중에 배아에 예방접종해서 16세 전후의 젊은 여성의 몸에 이식하고 아기를 낳고 난 후에는 죽음에 이르는 대리모,즉 '잠자는 미녀'에 지원한다. 이것만이 인류를 구원하는 길이라며... 당연히 제시의 부모는 길길이 날뛰며 말리고 급기야 제시를 집에 감금하게 되는데...
남의 일인 것마냥 시시각각 퍼져가는 '지카 바이러스'상황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는데, 듣도 보도 못한 이런 질병들이 우리의 미래를 위협한다면 푸른별 지구의 주인은 바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엄습한다. 우리 세대만 아니면 돼...라는 안일한 생각만으로 지금 현재의 상황만 주시하고 있었는데. 미래를 꾸려갈 아이들을 위해서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어린 16세 소녀에게 이런 가혹한 결정을 내리게 하는 상황이 무시무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명을 포기하고 인류를 위해 희생하려 하는 소녀의 선택은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한 소녀의 담담한 결정이 이 책을 읽는 이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킨다. 누구의 강요도 아닌 자신의 선택이라며 모두의 만류를 뿌리치는 소녀의 마음 속에는 어떤 생각이 자라고 있는 것일까? 종말을 떠들어대는 외부세계와 달리 굳은 결의로 앞만 바라보는 소녀는 더이상 연약한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 이게 가능한가 싶지만 행복과 절망의 가운데 무엇을 선택하든 선택은 자신의 것이라는 외침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러나,,,사족이지만 부모의 마음으로 그녀의 선택을 바라본다면, 난 이 선택 반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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